오늘도 결국 떨어졌다.

세는 것도 관뒀다.
어차피 의미도 없으니.

[귀하의 능력은 출중하나...]

출중하면 좀 뽑아다 쓰라고. 제길.
자기들 딴에는 우회적인 표현이라고 썼겠지만 오히려 화만 더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불합격 통보가 달린 우편물을 쓰레기통에 던져놓고는 담배를 꼬나물고 집 밖으로 나왔다.

의사는 위험하다며 끊으라 했지만 위험해봤자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것보다야 위험하겠는가.

집 앞 공원은 어제 내린 비에 질척한 것이 흡사 늪과 같았다.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욱 빠져드는 꼴이 참으로 나와 어울리지 않는가?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았다.

저 발치 놀이터엔 꼬맹이들이 꺄르륵 거리며 한 껏 놀고 있었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그래고 그땐 뭐든 될 줄 알았다.

TV에 나오는 안토노프 같은 사람을 보며 나도 사람들을 지키는 영웅이 되겠노라 생각한 적도 있다.

하하하, 멍청하긴! 넌 카운터조차 아니잖아!

하하





괜스레 더 우울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가는 길에 컵라면과 자소서에 쓸 종이 몇 장 샀다.

잔액부족이 떠서 다른 카드를 냈다.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켠다.

아직 전기가 안끊겨서 다행이다.

나는 오늘도.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 쓴다.

방 구석에 놓인 내 유일한 친구, 강화복과 샷건이 눈에 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너희도 고생이구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디 이번에는 취직했으면 좋겠다.

제발




갑자기 제압병 생각나서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