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호라이즌!!!”

 

음성입력장치에 높고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호라이즌 투자기금의 유일한 직원인 레이첼이 저런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사장인 날 찾을 때가 있다.

 

최근 몇 개월의 데이터에 따르면 89%는 벌레가 나왔을때, 10.9%는 휴먼들의 영상매체를 보여줄 때, 나머지 0.1%는 지금 레이첼의 등에도 남아있는 “그 일” 때문이다.

 

0.1% 때문에 직원의 안전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음성출력장치를 통해 레이첼에게 대답했다.


 

“무슨 일입니까 레이첼? 벌레가 나왔을 땐 스프레이를 쓰십시오. 일일이 저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너…너…이런 야시시한 옷을…!”

 

시각녹화장치에 창고쪽에서 재빨리 튀어나오며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레이첼이 보였다. 손에는 휴먼들이 바니걸 복장이라고 부르는 레오타드 옷이 세 벌 들려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리타와 대시도 입었던…

 

투자기금으로 사업을 변경한 후 오랫동안 미뤄왔던 창고정리를 레이첼에게 맡겼더니 흥미로운걸 발견한 모양이다.


 

“언니는 널 그렇게 가르친 기억이 없단다…! 이 옷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줘야겠어!”


 

“이상합니다 레이첼. 평소 레이첼이 입는 옷이 이 옷의 천 면적보다 압도적으로 적은데 어째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것입니까?”


 

“지금 내 패션을 무시하는거야? 나는 밖에 돌아다닐때는 자켓도 제대로 입는다고!”

 

나는 이해할 수 없어 목 관절파츠를 움직여 갸웃거렸고, 음성출력장치를 통해 레이첼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 복장은 도시관리국 홍보부의 공식 복장입니다. 레이첼이 생각하는 그런 옷이 아닙니다.”


 

“아…정말? 그럼 호라이즌은 옛날에 도시관리국 홍보부에서 일했던거야?”


 

“아 물론 저는 다른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야아아아!!!! 제대로 설명하라구!!!!”

 

레이첼이 나의 어깨 파츠를 붙잡고 앞 뒤로 흔들어대며 추궁했다.

 

‘기억’ 저편에 저 옷과 관련된 오래된 데이터가 있다.

 

 

 

 

———————————————————————-

 

 

 

“이봐 깡통.”

 

리타가 평소보다 20%정도 더 나를 고깝게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말씀하십시오 리타.”


 

“그래서 우리가 이 거적데기를 입어야 하는 이유가 뭐라고?”

 

리타가 내 시각녹화장치 앞에 바니걸 복장을 들이밀며 말했다.


 

“몇 번을 설명드립니까 리타. 카지노에 가서 채무자를 찾기 위함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저와 대시는 벌써 갈아입었습니다.”


 

“사장님! 옷 선물 고마워요! 이 옷 너무너무 예뻐요!”


 

“꼬맹아 너 어깨끈이랑 패치는 제대로 붙힌거 맞지?! 그렇게 덜렁거렸다가 밖에서 벗겨지기라도 하면 골치아프니까 빨리 따라와.”


 

“네 언니!”

 


대시는 안그래도 커다란 흉부의 지방덩어리를 부각시킨 채 덜렁거리며 리타를 따라갔다. 내 머리 위의 냉각팬이 이유 모를 열받음을 식히기 위해 강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자 갈아입고 왔어 이제 제대로 설명해 깡통. 카지노랑 이딴 웃기지도 않는 옷이랑 채무자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

 

리타는 아까보다 30%는 더 고까운 얼굴로 날 추궁했다.


 

“리타는 똑같은 설명을 몇번을 해야 알아들으시는겁니까.”

 

“네 그 잘난 강인공지능이 벌써 고물이 된건가? 너가 방금까지 한건 설명이라고 불러주기 힘든 수준이었다고.”

 

“싸우지 마세요~ 오늘 이렇게 이쁜 옷도 사장님이 사주셨는데! 기분좋게 다녀오자구요!”

 

“멍청한 리타를 위해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리 파이낸스는 휴먼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형식상 돈의 사용처를 물어보지 않습니까?”

 

“이 휴먼의 이름은 ‘사르가스’. 모든 돈을 잃고 가족에게도 버림받아 벼랑 끝에 몰린 순간에 워치를 얻어 카운터로 각성했습니다.” 

 

“그런 낭떠러지의 인간들이 카운터로 각성하기 쉽지...”

 

리타와 난 대시를 쳐다봤고, 대시는 눈빛을 반짝이며 내 다음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사업을 하고싶다며 사업사금을 빌려갔습니다. 능력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것이라며 공개하기를 꺼려하더군요.”

 

“여기까지는 평범하군, 슬슬 이 거적떼기랑 카지노에 대한 관계를 듣고싶은데?”

 

“그 휴먼에게 돈을 빌려주고, 납기일이 다 되어가는데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도 갚지 않더군요. 리타에게 수금을 시키려고 정보를 조사하려던 찰나에 자신을 그 휴먼의 사업동료라고 소개한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사업동료인 휴먼은 사르가스가 사업 초기에는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업도 굉장히 성공적으로 따내고 성실히 맡은 일을 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래처에서 친해진 사람과 우연히 카운터도 입장가능한 뒷세계의 카지노에 발을 들인 이후로 큰 돈을 만지게 됐는데, 능력의 상성이 맞았는지 자신과 키우던 사업은 완전히 내팽겨치고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좋아 카지노와의 연관성까지는 이해했어”


쾅! 리타는 내가 앉아있는 책상을 내려쳤고, 대시는 화들짝 놀라며 리타를 쳐다봤다. 나는 양 팔 파츠를 교차시켜 팔짱을 끼고 리타를 바라봤다.

 

“이제 이 불편한 옷에 대한 설명을 빨리 부탁해. 고물 깡통.”

 

“제가 사르가스에 대해 아는 정보는, 그가 카지노에서 큰 돈을 만졌고, 그만큼 푹 빠졌다. 그 넓은 카지노에서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면 우선 카지노 오너의 마음에 들 필요가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구석구석 뒤질 필요 없다 이겁니다.”

 

“그리고 여길 보십시오. 블랙 네트워크에서 발견한 카지노의 홍보문구입니다. 최근에 갱신된 듯 합니다.”

 

‘세계 유일 카운터 입장가능 카지노 골곤다! 여성 카운터는 바니걸 드레스코드를 따라주시면 입장료 무료!’

 

“오너의 취향을 완벽히 알아냈습니다. 이제 오너의 눈에 띄어 친해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카지노 근처에서 갈아입어도 되는거 아니냐고 깡통아... 그리고 저딴걸로 무슨 오너의 취향...”

 

“헤헤 새 옷이니까 사장님도 많이많이 입고 싶으신 것 같아요!”

 

대시는 많이 들뜬 모양이고, 리타는 시작도 안했는데 피곤한 눈치다.

 

 

“아 이번달은 리타가 외부 기물을 너무 많이 부숴서 이번 수금이 실패하면 월급은 지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걸 지금...”

 

직원들의 사기도 올렸으니 실패 확률은 0%에 수렴할 것이다. 

 

나와 직원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카지노로 출발하는 첫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