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비싼 카운터보다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값싼 가격에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용병의 장점이다.
워낙에 많은 용병이 바닥에 유통되고, 또 죽는다. 그런 위험성에도 용병 판에 호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에 선택지가 별로 없으니까.

'죽을 위기를 감수하고 운이 좋으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여러 불우한 사람들은 이 달콤한 말에 혹해 용병의 길을 걷는다. 물론 로또에 당첨되는 것은 극소수이다. 


매체에서 보여지는 성공한 용병의 모습은 대부분 거짓된 것이다.
싼 인건비에 편하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장기말이 필요한 고용주, 즉 재벌 같은 높으신 분들이 자본과 인맥을 이용해 여론을 조성하고, 선동한다. 그 결과로 '용병은 기회의 땅이다.' 라는 인식이 조성된 것이다.

그렇게 불길에 제 발로 뛰어든 나방들은 스르륵 하고 사그라진다.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그 싸늘한 화염에서 기어코 살아남은 이들을 세간에서는 베테랑 이라고 부른다.


 『에디 피셔』
숙련된 베테랑이자, 고용주들이 싫어하는 용병 1호. 때론 냉철하게, 때론 날카롭게 상항을 판단하고, 의뢰를 해결하는 능숙한 용병이다.
우락부락한 근육돼지들이 가득한 용병 판에서 잔근육이 돋보이는 몸매에 날카롭고, 또 어두운 눈매를 지닌 남자.
그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뭐 저리 어두운 사람이 다 있어?' 라고 말할 것이다.  그 특유의 분위기가 그리 만들었고, 과묵한 성격이 그랬다. 
실제로 그의 얼굴을 보면 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을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와 친분을 조금이라도 나눈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에디는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뭐, 좀 어두울 수는 있지만.

출중한 능력에도 고용주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디의 무기는 총과 폭탄이 아니라 유들유들한 언변과 상황을 냉정하게 보는 판단력 이었다.
'협상가' 라는 별명으로 갖은 핑계를 대며 보수를 깎는 악질 고용주들에게 매번 정당한 대가를 챙겨갔으니까. 똑똑한 종을 원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맡은 의뢰는 확실히 해내니 이걸 쓰지 않을 수도 없고, 그들로서는 분통 터질 뿐이었다.






.
.
.






"자네...오르카에 대해 알고 있나?"


에디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건넨 말이었다. 기껏해야 통성명이나 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처음 나누는 대화가 이런 내용일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조금 당황한 눈치로 물었다.


"감자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초장부터 가진 패를 다 보여 줄 순 없었다.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가 바로 정보였으니 말이다.

'뭐, 에디에겐 털어놓을 생각이 있지만.'

씹덕게임답지 않게 간지나는 남캐로 '게이 양성기' 로도 불린 카운터사이드 에서 모든 이들의 눈물을 자아낸 이시대의 진정한 아버지 '에디 피셔'.
그의 슬픈 서사에 감회 된 나는 에디를 존경하고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어른이었다. 이 혼란스러운 사람들 틈에서 그나마 정상인 인물이기도 했고.

"이전에 봤을 때 오르카는 저러지 않았어. 40대 중년이었지. 오르카가 숙주를 옮겨 다닌다는 건 얼핏 알고 있었지만 저런 어린아이 까지..."

그렇게 말하는 에디의 눈은 오르카를 향해 있었다.
오르카는 마지막 남은 마시멜로-초콜릿 꼬치를 두고 찰리와 싸우고 있었다.

"...내놔!!"

에디의 눈가에 맺힌 일렁임은 명백한 그리움 이었고, 후회와도 닮아 있었다.

"그렇게 다 말해도 되는 겁니까?"

에디가 방금 내게 한 말은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녔다.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도시전설로 취급되는 오르카의 실존 여부와 숙주를 옮겨 다닌다는 사실까지. 그것도 꽤나 자세히 설명해 준 것이다.
정보는 큰 무기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용병은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오르카를 그렇게 다룰 정도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아니었나?"

맞는 말이었다. 세상에 오르카와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겠지.

"그래서. 대답은?"

대답을 회피하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내 계략이 실패했다. 노련한 에디를 속일 수는 없었다. 에디는 계속해서 내 눈을 쏘아 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저는 오르카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훌륭한 대답이었다. 사실은 아니지만, 거짓도 아녔고, 내 쓸모를 증명할 수 있었으니까.
아직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언제 에디 패거리, 아니 에디 소대가 나를 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보험을 들어 놓는 게 편했다.

에디는 내 대답을 듣더니 잠깐 놀란 눈치를 짓더니 이내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어지는 정적.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고함.

"내-놔!!!"

"흐아악! 오르카가 사람 잡는다. 제시카! 도와줘!"

안봐도 개판이었다.
어째 편안한 날이 없는지. 참 피곤했다.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더 할 말은 없으십니까?"

"미안. 내가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군 이만 가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는 에디는 여전히 오르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딸을 바라보듯 자애로운 표정으로. 그러다가 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털어내곤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젠장..."

그 목소리가 너무나 슬퍼서 내 기분도 덩달아 우울해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한...제가 내 마시멜로...다 먹었어..."

어느새 나에게로 다가온 오르카가 살짝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찰리를 손가락질 했다.
꿀밤을 맞은 건지 이마가 붉었다.

'얘가 꿀밤을 맞고 가만히 있을 애가 아닌데.'

깔빵으로 갚아주면 모를까 이렇게 나에게 와서 일러바치는 그림은 전혀 뜻밖이었다.

"허허헛! 꼴 좋다!"

찰리가 호탕하게 웃었다.
이놈들은 도대체 나이가 몇인건지 의심스러웠다.

'혹시 외형을 변화 시키는 카운터도 있나?'

할 정도로 말이다.

"너도 좀 맞아야 해. 이리 와!"

꿀밤의 범인은 제시카였나.
제시카는 주먹을 꼭 쥐고선 찰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으아악!"

이윽고 찰리의 원통 가득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후에 들려오는 경쾌한 타격음.

-퍽!

타격음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권총을 쏘듯이 반복되었다.

-퍽! 퍼퍽! 퍽!

지금까지 쌓인 감정을 다 풀어내듯 찰리는 복날에 쳐맛는 개처럼 줘어 터졌다.

"흐악! 아아악! 끄아아아악!"

찰리의 비명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

데헷! 찰리에게 악감정은 없습니다.

다들 9화를 위해 희생해준 찰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시다.


아가찰리야 고마워!


모음집-https://arca.live/b/counterside/44576368

노벨피아- https://novelpia.com/novel/80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