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셰나와 함께 시내에 들렀다. 구관리국의 힘을 쓰면, 그림자를 인간처럼 만들어 주는건 일도 아니었다. 코스트값이 좀 많이 들긴 했지만.. 함께 밖에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데 이터니움 몇 푼 아끼는게 중요한가?


 "자~기야~"


 몇 발짝 앞서 나가고는 폴짝거리며 나를 재촉하는게 여간 잔망스러운게 아니었다. 무릎보다 살짝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가 나풀거렸다.


 "자기자기~ 빨리 안 오면 케이크 못먹어~ 거기 3시까지 밖에 문 안 연단말야."


 "알겠네. 후, 매일 로봇으로만 움직이니 걷기 힘들군."


 " '운동' 이 부족한가? 으음~ 식단을 새로 짜야겠는걸?"


 못들은 척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케이크라. 평소에는 밖에 나가자는 말도 잘 안 꺼내는 셰나가 왠일로 나오자고 해서 이유가 궁금했는데, 케이크 때문이라고 하니 좀 의외였다. 셰나는 나에게 한 번도 밖에 나가고 싶다고 졸랐던 적이 없으니까. 아니면 날 생각해서 나가고 싶은걸 꾹 참았거나.


 "그런데 셰나양, 갑자기 밖에 나오고 싶다고 한 이유가 뭔가?"


 "이유? 그건 왜?"


 "그냥, 궁금하니까? 평소엔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도 않는 우리 안주인님이 갑자기 왜 마실을 나오려 했는지."


 "흐흥, 안주인님 말고 자기라고 불러줘~"


 말끝을 늘리면서 목을 끌어안고 부비적대는게 고양이가 따로 없었다. 결혼 전엔 앙칼진 고양이 같았다면, 지금은 세상 물정 모르는 아기 고양이 같다고 해야 하나? 사랑스러운 건 변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그녀를 빤히 보니,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조금 있다 알려줄게. 저기 카페 보인다 자기!"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 두 개랑.. 자기는 뭐 마실래?"


 "우리 자기가 추천하는대로 마시지."


 "그래? 그럼..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치즈 케이크에 아메리카노. 정석적인 조합이지. 인간을 그렇게도 싫어하던 그녀가 케이크에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내가 웃는 모습을 보더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게 기대고는 헤실거렸다.


 "자기, 왜 웃어?"


 "웃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즐거우면 웃는거고, 행복하면 웃는거고, 재밌으면 웃는거지."


 "으응. 그래도 궁금한데. 역시 나랑 있으니까 행복해서?"


 "알면서 묻다니, 악질이 따로 없군, 셰나양."


 "이히히~"


 푼수같은 웃음이 더욱 그녀를 아기 고양이처럼 만드는 것 같았다. 전장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그녀와 치즈 케이크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다리를 흔드는 그녀를 보고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난으로 볼을 쭉 잡아 늘리니, 아기같은 목소리로 그녀는 칭얼거렸다.


 "아하~ 아하아~ 자기이~ 으응?"


 옛날이었으면. 더 옛날이었다면. 이렇게 볼을 늘릴수도 없겠지. 저 말랑말랑한 피부에 장난을 칠 수 없다는건 국제적인 손실이니까. 내심 그녀와 결혼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왜 그렇게 웃어. 그렇게 볼 만지는게 좋아? 행복해?"


 행복했다. 이유가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아니, 이리 말하면 그녀의 볼을 늘리는게 즐겁지 않다는 것 같이 들리지 않는가? 정정하겠다.


 그것 또한 포함해서, 나는 요 사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모든 신혼부부가 그러하듯. 나 또한.


 "행복하네. 셰나양. 자네가 함께 있어주기에."


 "...뭐, 뭐어?! 무슨 소릴 하는거람.. 나, 나 케이크 받아올게!"


 그만 웃음이 터졌다.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도 빨개진 탓이었다.











 "...확실히, 맛있군."


 치즈케이크가 느끼하지 않을 수가 있는거였나? 상큼하게 단 맛에 아메리카노의 씁슬한 맛이 무척 어울렸다. 앞을 보니, 그녀는 이미 블루베리까지 싹 헤치운 모양이었다.


 "그치? 내가 만들어서 자기한테 먹여주고 싶었는데, 난 케이크 만들줄 모르니까."


 아쉽다는 듯 말하는 그녀였다. 아마 몇 일 내로 그녀가 오븐을 사달라고 조르는게 아닐까. 열심히 주방에서 케이크를 만들 그녀를 상상했다. 근데 치즈케이크도 오븐이 필요했던가? 잘 모르겠다.


 "블루베리가 특히 맛있지. 빨리 먹어봐."


 그러더니 자기 스푼으로 내 케이크 위에 올려진 블루베리를 뜨더니 내 입가에 가져다 대고는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앙 해봐, 자기야. 내가 먹여주면 두 배로 맛있을걸?"


 틀린 말은 아니지만ㅡ 무슨 자신감인지. 아까 내가 놀렸다고 장난치는건가? 


 "잘 먹겠네, 셰나양."


 "..힉. 히윽."


 어림도 없었다. 그렇게 장난을 쳐 봐야 결말은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끝일 뿐이지. 유치한 싸움에서 이겼다고 좋아하다니 애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도 했지만, 아내 앞에만 서면 한없이 유치해지는게 남자니까. 나 말고도 다 그럴거다. 아마도.


 "맛있군. 셰나 양이 먹어주니 정말 두 배로 맛있어. 셰나 양한테도 내가 먹여주는건데ㅡ"


 "그만, 이, 이제 그만.."


 "왜 그러나, 셰나 양?"


 "미안해.. 부끄러워 죽을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


 만족스러운 항복선언이었다. 케이크와 커피가 에피타이저였다면, 저 표정은 메인 디쉬겠지. 그리고ㅡ 만족스러운 식사 뒤엔 디저트 또한 있어야 하는 법. 


 "셰나 양? 내가 최근에 릴리 양 한테 좋은걸 하나 배웠다네."


 "뭐, 뭐?"


 "셰나 양, '허접' 이로군."


 "이, 이익!"


 반응이 좋았다. 매일 그렇게 들이대면서 이런건 부끄러운지 표정을 관리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픽 웃었다.


 "왜, 왜웃어어.."


 "셰나 양이 귀여우니까?"


 "...앞으로 릴리한테 이상한거 배워 오기만 해봐, 진짜아.."


 그렇게 으름장을 놓았다. 애교라도 부리듯이 속삭이는 듯 말하는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러니까, 더 이상 레이디가 부끄럽지 않도록 하는건 신사의 숙명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셰나 양. 갑자기 왜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한건가?"


 "응, 응? 그게, 그.."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정말, 어디 아픈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즘, 바빠서 우리 자기 얼굴도 못보잖아. 그래서.."


 ..하긴 요즘 사이 일이 좀 많기는 했다. 리플레이서 건 때문에 별에 별 짓을 해야 했으니까. 


 이제 한 걸음을 뗐을 뿐인데,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 기회니까. 이걸로 끝이니까. 이제 뒤가 없으니까. 한 걸음을 떼기 전에 생각을 거듭해야 한다. 앞을 보고 걷는게 아닌건지, 돌아가야 하는게 아닌지. 내가 잘못 걸어왔는지.


 "그래서 그랬어. 자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서.. 사람은 힘들면 쉬어야 해. 기계도 재부팅을 반복하듯. 그리고.."


 그녀가 웃었다. 얼굴은 빨갛지 않았다. 마치 볼터치를 약간 한 것 처럼, 분홍빛이 감돌고 있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내가 자기를 독점하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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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쓰겠다(개같이 유기w)


시발 일주일에 하나는 쓰려고 했는데 보니까 9일이 지났내오...


셰나 제발 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