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한 관절부에서 전력이 빠져나간다.



몸은 자리에 굳어 다시 전력을 채워넣는다.



나는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한다.



저 멀리.



별과 별 사이에는 무수한 공간이 있다.



그 사이를 한 권 한 권, 책을 꽂아넣는다.



전신이 편안해진다.



이 순간만큼은, 관절부를 움직이기 위한 명령 하달도, 충분한 중력 반발을 위한 계산도 필요 없다.



그저 책을 꽃아 넣는다.



가끔씩, 그 책을 열어 들여다보기도 한다.



책 속에는 정보가 들어있다.



책 속에는 생각이 들어있다.



책 속에는, 이야기 역시 들어있다.



오늘은 이야기를 펴 읽어본다.



이야기 속 사람들은 항상 갈등에 빠진다.



서로가 서로를 생존하게 하기 위한 갈등.



서로가 살아남기 위한 갈등.



혹은, 그저 재미로도.



별의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갈등을 멈춘다.




그저, 서로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나 자신 역시,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이야기속 인물들은, 그렇게 활짝 웃으며 끝이 난다.



끝.



그래, 결국 끝은 오기 마련이다.



영원히 풀리지만 않을것 같은 갈등에도



미래를 내딛기 싫은 행복에 젖어있어도



끝이 오기 마련이다.



다시 한번 미약한 관절부에 전력이 돌아온다.



몸은 풀리고, 머리는 연산을 시작한다.



지지 않는 별은 없으니, 다가오는 태양을 맞이하며 별과의 만남을 뒤로 하자.







아, 일어났다. 호~라이즌!!







무거우니 앵기지좀 마십쇼, 휴먼. 어쩌다 또 여기있는겁니까?






있지있지~ 내가 이번엔 진~짜 멋진 작품을 만들었거든? 우리 호라이즌씨도 이 광경을 보면 좋겠다~ 해서 보러 왔지!






근데 로봇도 잠을 자? 아까 누가 업어가도 모를 표정으로 자고 있던데. 꿈도 꾸나?







...







뭐, 숙면을 통한 메모리 정리 역시 로봇에게 중요하니까요. 그나저나, 이번에 또 무슨 낙서를 그려놓은겁니까?







야~! 낙서가 아니라 예술이라구 예술! 자꾸 그런 소리 할래?








뭐, 모로가도 컨펌으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휴먼. 예술이나 낙서나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야! 완전 다르거든? 그리고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라고!



진공관 맙소사. 제 삼백년 살면서 그런 말은 처음들어봅니다. 대체 언제적 사람입니까 레이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