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차리고나서 한동안 당신은 눈코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카운터의 수가 부족하다보니 당신이 후유증이 남은 몸을 이끌고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고, 관리국의 새파란 후배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시키는 잡심부름들을 처리하기도 했죠. 


성냥팔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명을 쓰는 깡패 두목을 감옥에 몇 번 쳐넣기도 했습니다. 대체 지금 관리국의 애송이들은 뭘 하길래 저런 약골한테 A급이라는 등급을 메기는지 모르겠습니다. 구관리국 시절이었다면 현장에 투입할지 말지도 애매한 수준의 떨거지인데 말이죠.


오랜만에 관리국의 일을 도와주고 온 당신은 매우 기묘하지만, 일상적이기도 한 광경과 마주쳤습니다. 


이수연이 힐데를 혼내는 광경 말입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박살내서 변상 청구서가 날아왔는지 모르겠군요. 트럭? 건물? 공공기물? 저번처럼 롤스로이스 실x 쉐x우를 부숴먹은 것은 아니길 빌며 다가간 당신이 본 것은 12살 정도의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아마도 작은 키 때문에 책상에 가려져 보이지 않은 모양입니다.


"......스승님 뭔가 착각하신 모양인데 여긴 보육원이 아닙니다. 대체 어쩌자고 저런 어린애를 데리고 오신 거죠?"


아무래도 힐데는 소년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모양입니다. 


당신은 이수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회사는 보육원도 아니고, 힐데가 데려온 것은 버려진 강아지도 아니고 소년이었으니까요.


힐데는 필사적으로 변명했지만, 당신과 이수연의 반대에 부딪혀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펜릴 전대에 들어왔을 때도 나이가 그렇게 많은건 아니었는데."


"그야 저는 천재였으니까요. 이 아이가 그때 제 실력의 반이라도 따라온다면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런가요?"

"그건.... 당장은 힘들겠군. 그래도 사람이 인정이라는게 있는데 사정을 좀 봐주면.... 기준을 조금 낮춰줄 수는 없겠나?"

"스승님 입에서 인정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놀랍네요. 제기 왜 안대를 차게 됐나 떠올린 다음에 다시 말씀해주시죠."

그녀가 자신의 안대를 쓰다듬자 할데는 침을 삼키는 소리를 내며 움찔거렸습니다.


당신도 어째서 당신이 외팔이가 되었는지 떠올린 후에 말씀해달라고 했다가 힐데의 발차기 연타를 얻어맞았습니다.


"너는! 내 휘하도! 아니었잖냐!"


떠올려보니 그러긴 했군요. 덕분에 갈빗대가 다섯 대나 나갔지만, 이 정도는 하루 푹 쉬면 완쾌할 수 있으니 신경쓰지 맙시다.


소년은 파들파들 떨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저기.... 밥도 조금밖에 안 먹어요. 돈도 필요없어요. 시키는대로 열심히 일할테니까.... 여기 있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반칙이었습니다. 측은지심이 들고 만 당신의 마음은 약해지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이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냥 키우자고 했다가 왼팔이 꺾이고 말았습니다. 덜렁덜렁한 걸 보아 이틀은 쉬어야겠군요.


김하나 역시 데리고 있다가 짤리기 싫으면 애 데리고 나가라는 협박에 못이겨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소년은 어딘가 당신의 지인과 닮아있었습니다. 당신의 구관리국 선배이기도 한 주한과 연화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신의 추측은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클리포트 인자 사냥을 다니던 힐데는 기어코 그 둘을 살해했고, 그 둘 사이의 아들인 그 소년을 데려온 것입니다.


당신의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주시윤으로, 향후 6년간 일으킬 사건사고로 당신의 위장병과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이 될 아이였습니다.


===========================


복잡한 이야기를 들어 담배를 피우러 나온 당신은 김하나의 무릎 위에 앉아 바나나 우유를 빨대로 빨아마시고 있는 주시윤을 발견했습니다.


화상을 가리기 위해 쓴 가면 때문에 조금 험악한 인상을 주기도 했고, 방금 전에 그를 대충 보육원으로 보내자는 말을 했기에 당신을 충분히 무서워할만도 했습니다. 


늑골 골절과 왼팔이 개방골절돈 상태로 움직이는 당신을 보고 공포를 느낄 걸수도 있겠지만요.


"아저씨.... 그... 앞으로 잘할 태니까....내쫓지만 말아주세요."

소년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야 최근 부모님이 살해당했다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지갑 속에 간직해둔 주한과 연화의 사진을 꺼내 그 아이에게 보여습니다. 전에 그들이 떠넘긴 사진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 날이 오기는 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그 사람들의 지인이라는 사실까지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주시윤은 조금 경계심을 푼 듯한 눈치였습니다.


당신은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고 설명했으나, 그는 당신을 계속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당신은 억울했습니다. 구관리국 멸망 이후 14년이 흘렀다지만, 당신은 아직 30대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빌어먹을 지인의 아들을 당신을 계속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청년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그냥 아저씨로 진화하는 것이 숙명이었습니다.


--------------------------------------


투표시간


당신은 코핀 컴퍼니의 일원으로서, 

이제 새롭게 가족이 된 주시윤과 어느 정도 친목을 다져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인의 아들이기도 하니까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아저씨가 밥이라도 사줄까?"

마침 출출해줄 시간대이기도 하고, 소년과 김하나를 데리고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마침 주변 일대에 불족발집부터 카페까지 선택지는 많았으니까요.


2. "공룡 좋아하니? 태워줄까?"

외팔이 된 덕분에 사족보행 공룡이나 익룡으로 변하는 것은 무리지만 육식공룡으로 변하는 것 정도는 강했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로망은 공룡 아니겠습니까?


3. "그래 앞으로 잘하고... 아저씨는 퇴근한다."

정작 범죄자인 성냥팔이를 잡을 때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지만,

힐데에게는 갈빗대가, 이수연에게는 팔이 부러졌습니다.

집에 가서 소주 몇 병 떄리고 잠이나 자며 회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