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침부터 눈이 내렸던, 재수없기 짝이 없는 날이였다. 나는 눈을 싫어했다. 집없는 고아에게 있어 눈오는 날이란 높은 확률로 동사한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런 날에는 두들겨 쳐맞는 한이 있더라도 실내 안에 몰래 들어가 자야했다. 되도록이면 총이 있는 집을 피해서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날은, 정말이지 실로 재수없는 날이였다. 들어간 곳이 하필 마피아 소굴이였다니. 흠씬 두들겨맞고 쫒겨난 길바닥은 너무나도 추웠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그 누구도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개같은 년놈들. 어린애 하나 봐주는게 그렇게 어렵나?


뼈가 뿌러진 건지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길바닥에 짐짝처럼 버려진 이 좆같은 인생에 눈물도 나지 않았다.


뒤졌다가 다시 태어나면 뭐하나. 어차피 홀로 외롭게 뒤지는건 매한가지 인데. 그래도 살고자 힘껏 발버둥쳤으나,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


점점 귀가 들리지 않았다. 주변이 시끄러운듯 해 보였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언뜻 코에서 피비린내가 나는것 같기도 했다.


''...몸! 내 몸...침식...려줘!!''


''살려...요!!!''


하지만 그딴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점점 눈에 초점을 잃어간다. 손과 발이 내것이 아닌것처럼 느껴진다. 간신히 들이쉬고 있는 숨이, 너무나도 시려웠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좆같은 일을 당해야 하는걸까. 불행해야 하는 걸까. 행복하지 못하는 걸까.


반짝.


억울하다. 이대로 죽기엔 너무나도 억울했다. 적어도 이번 인생은 사람답게, 행복하고 싶었다. 부모 하나 없이 고아새끼로 살다 결국 칼맞고 뒤진 저번 인생보다는, 행복하고 싶었다.


''카운터? 이딴 변두리에 카운터가 왜 있어?''


인지하지도 못한채, 눈속에 파묻혀 있던 날 누군가가 끌어올려져 바닥에 쿵 내려놓았다. 동시에, 점점 멀어져가던 눈의 초점이 돌아왔다. 아까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손목에 이상한 이질감이 들었다.


''어이, 버러지. 들리냐?''


눈을 한번 깜박였다. 제 또래의 나이로 보이는 소녀. 그런 소녀의 뒤로, 불꽃들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날 폭행한 마피아부터 시작해 무시하고, 멸시하던 마을 사람들은 웬 이상한 괴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런 기괴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배경으로, 소녀는 서있었다. 피가 잔뜩 묻은 대검을 쥔 채로.


그런 소너의 모습을 똑똑히 두눈으로 세겨 넣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눈이 내렸던, 재수없기 짝이 없던 그날의 나는, 지금 생각해도 우스꽝스럽고 실없으며, 한심하기까지 한 생각을 했던것 같다.


''...응. 잘들려.''


인생 저당 제대로 잡혔다는, 지금도 어이없는 생각을 말이다.


*****


''간부님. 도착했습니다.''


''...그래.''


말단의 말에 감겨있던 눈이 서서히 떠졌다. 나쁘다고 해야 할지,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는 그 순간의 꿈을 꾼 감상은, 약간 묘했다. 한동안은 안꾸었던 꿈인데.


옆을 보니 나이트는 아직도 의식을 찾지 않은 듯 했다. 거의 사지까지 내몰아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진짜 인생 저당 제대로 잡혔네.''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나이트의 볼을 괜히 쭉 잡아당기며 실없는 말을 내뱉었다. 내 인생이 어쩌다가 이렇게 위험천만한 일들에 내던지게 된 기구한 운명에 엮인걸까.


뭐, 앞으로 내가 할 짓들에 비하면 그동안의 일들은 위험하다고도 못하겠지만.


''으으윽...''


잡아당긴 볼이 불편한듯 인상을 찌푸리자 그 손을 놓았다. 그래도 자고 있을땐 천사같네. 평소에도 이러면 표정 풀고 다니면 좋을텐데.


''거기 누구있나?''


''예, 간부님.''


''나이트를 실내병동으로 옮겨. 깨어나면 바로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는 리플레이서 말단을 지나쳐, 그대로 함선 바깥으로 나섰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


''비숍.''


''큰소리 뻥뻥치더니, 결국 실패했나보네? 결국 보호자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녀석이였네.''


비숍이 풉 비웃는 어투로 말했다. 평상시였다면 나도 맞받아쳤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비숍이 이곳까지 나와 있다는건, 아마도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함 일테니까.


''퀸께서 부르시나?''


''...가봐. 기다리고 있으니까.''


시발 좆됐다. 결국 걸렸구나.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비숍을 지나쳐 퀸이 있는 곳으로 가려했다.


아, 맞다. 그래도 이건 정정해줘야지.


''비숍.''


''...?''


''네 말에 틀린말이있는데.''


싱긋.


''내가 나이트의 보호자가 아니고, 나이트가 내 보호자야.''


말을 마친 내가 다시 뒤돌아서 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비숍의 중얼거림을 뒤로 한채 말이다.


''지랄하네.''


*****


''퀸,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


찾아간 퀸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였지만, 저 표정을 한채로 그녀가 가볍게 휘두른 손에 터져나간 배신자들과 규율을 위반한 자들의 최후를 알고있기에,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말했다.


''KS-1에서의 일은 보고 받았습니다. 방해꾼들이 있었다죠?''


''...예.''


''강했나요? 당신이 이기지 못할 정도로?''


고개를 들어 퀸의 얼굴을 보자, 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저 질문은 무슨 의미일까.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도 절 너무 과대평가 해주시는 군요.''


''나이트가 흠집조차 내지 못한 이들을 이길 수 있다는 건, 결코 과대평가가 아니지.''


갑작스럽게 퀸의 말투가 반말로 변했다. 내가 실험체, 그러니까 간부 후보생이였을 때와 같이 말이다.


''프로그레시브 인자의 희석본을 가져갔다지. 그것도 허가도 없이.''


''...죄송합니다.''


프로그레시브 인자. 안정성을 중점으로 둔 얼터너티브 인자들과 달리 파워에 치중된 인자. 간부들은 모두 이 인자를 투여받았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여받아야 했다.


그런 인자를 투여 받는 기간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사로이 사용한다는 것은 리플레이서 내에서 큰 죄였다. 간부들도 마찬가지고.


''...희석인자니까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내가 봐줘야 하는 이유는?''


''퀸께서도 킹께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대로 하셨을 것 아닙니까.''


''......''


''제겐 나이트가 그런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한번만 봐주십시오. 그동안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퀸이 더했으면 더했지, 나보다 덜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만이다.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땐 제 손으로 제 목을 치죠.''


''...물러나세요.''


다시금 경어로 돌아온 그녀의 말투에 안심하고 돌아서려다가, 이내 생각난 것이 있어 다시 뒤돌아섰다.


''제가 죽으면 기동될 클론, 제가 직접 제작해도 됩니까?''


''유전정보만 사용하면 될텐데, 무슨일로 그러죠?''


''여자로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


그 말에 퀸이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넒고, 취향은 다양하니...''


''...예?''


''허가하겠습니다. 부디 힘내시길.''


''???''


퀸이 시선을 다시 피하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녀가 있던 방에서 나와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뭔가 생각대로 되기는 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뭐지? 뭔가 기분이 나쁜데? 그 눈은, 뭔가 이상한 걸 본듯한...


아.


''시발 나 변태 취급 당한건가?''


*****


''그래서 둘 다 꼼짝도 못하고 발렸다는 거잖냐. 뭘 그렇게 말을 늘리지?''


''...아니, 뭐 그렇게 까지는...''


''참나, 어디가서 펜릴소대라고 하지 말아라. 이거 쪽팔려서 어디 가겠나.''


''......''


KS-1. 리플레이서 폰이 물러난 직후 현장에 도착한 힐데가 신랄하게 말했다. 전부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 주시윤과 유미나는 할말을 잃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스승님. 그 메일의 소재는 찾으셨습니까?''


이수연이 다가와 물었다. 힐데가 향한 곳은 한 황무지. 그곳의 해적들이 가지고 있는 위치교란기의 사용자를 찾기 위함이였다. 그리고 이내, 힐데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 리플레이서 폰이라는 자더군.''


''...응?''


이수연과 힐데의 대화에 유미나가 고개를 들었다.


''리플레이서 폰?''


''...아는 녀석이냐?''


''아니, 알고 자시고 간에...아까 우리가 싸운 게 그 녀석인데?''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하나!!??''


''소대장이 안물어봤잖아!!''


그들이 소란스럽게 다투고 있을때, 서윤은 우두커니 자리에 서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있었다.


''칩이군. 아까 그 녀석이 두고 간건가?''


''...당신은.''


''존 메이슨이라고 하네. 이래뵈도 두뇌파 용병이지.''


씨익.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


''여보세요.''


''[여어, 리플레이서 나으리. 그쪽이 의뢰한 정보 찾았수. 그 성냥팔이라는 이미 뒤진 A급 카운터의 과거 행적을 찾았지?]''


''찾았나요?''


''[찾긴 했는데...이 양반 좀 골때리네? 그 유명한 아르세니코 패밀리를 뒤통수치고도 용캐도 살아남고, 거기에 기존에 존재한 카운터들로 이루어진 마피아 조직을 박살내고 지가 그 자리를 먹었어. 아주 그냥 행운아구만?]''


''그, 아르세니코 패밀리를 배신하기 이전에 들른 특별한 장소가 있나요? 아니면 인적이 드문곳이나, 성냥팔이가 절대 가지 않을것 같은 곳.''


''[어디보자...싸구려 바에 좀 많이 드나들었네? 아르세니코 패밀리를 배신한 후엔 찾아가지 않았고.]''


''그정도면 된거 같네요.''


''[그나저나 리플레이서 간부급이나 되는 양반이 이렇게 흥신소에 의뢰를 다 하시고...꽤 중요한 정보인가 봅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꽤 오랫동안 살아남은 곳이니 노련할거라고 생각했거든. 아무튼, 잘가.''


''[잘 가라니 그게 무ㅅ...]''


탕! 두두두두...쾅!


''[처리했습니다, 폰.]''


''수고했어. 복귀해.''


''[예.]''


딸각.


전화를 끊은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가에 환한 미소를 띄운채로.


''드디어 찾았다.''


사랑을 즐기는 방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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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성냥팔이가 약한것도 아닌데 민병대 한테 털린거 보면...

주인공이 서윤이를 먼저 만났으면 아마 달달한 순애물/알트소대 하렘물이 되지 않았을까

근데 고모님 문학 떠오른거 있는데 써오면 봐줄거임?


전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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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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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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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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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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