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좋은 소식을 들었다. 찾던 이의 행방을 찾은것. 역시, 성냥팔이의 행적을 쫒는것이 옳은 답이였던 것 같았다.
''...뭘 그렇게 웃고다녀? 기분 나쁘게.''
''...비숍.''
의무실로 향하던 중, 어디론가 향하는 듯한 비숍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시기상...
아.
''...로스트 쉽 건이야?''
''잘 아네. 그럼 이만.''
비숍은 평소처럼 나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감을 지우지 않은채, 나를 지나쳐 갔다.
''비숍. 진짜 할거야?''
''...무슨 의미야?''
''그건 너가 더 잘 알텐데.''
나의 말에 비숍이 침묵했다. 두 눈은 마치 어떻게 알았냐는듯이 크게 떠져 있었다.
죽으러 가는 사람치고는, 몹시 편안해 보이는것 같기도 했다. 너도 참, 힘들게 살아가는구나.
''...관여하지마.''
''원한다면. 그동안 수고했어.''
개인의 선택은 존중한다.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본인이 원하는데 어찌한단 말인가. 그래도 내딴에서는 정도 많이 들었는데.
비숍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뚜벅뚜벅 의무실로 걸어갔다. 의무실에 들어 온 날 보곤 리플레이서 의무관이 가볍게 목례했다.
''오셨습니까?''
''나이트는?''
''아마 며칠내로 깨어나실것 같습니다. 인체붕괴의 후유증은 꽤나 크다고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그래. 잠시 나가있어.''
''예, 알겠습니다.''
의무관이 나가고, 나는 잠들어있는 나이트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나이트. 비숍이 이제 곧 죽어. 동료가 죽는걸 보는건 참 괴로운 일이야. 그렇지?''
......
''그래서말인데, 빨리 일어나. 나 이제 슬슬 불안해지려 하거든. 너 좋아하는 젤리 많이 줄게. 응?''
대답하지 않고, 그저 새액새액 숨소리만을 내뱉는 나이트.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만약 그 날 너가 날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꼼짝없이 얼어 죽었겠지. 그리 끔직히 싫어하는 홀로 외로이 말이다. 하지만 너가 날 발견함으로서 난 여기에 서있다.
''...뭐, 너나 나나 살려면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나중에 비숍 재생채가 코어를 멈추면 다 죽는건데, 그건 막아야지. 더불어 다른 년놈들이 족치려는 것도 막고.
한숨을 푹 내쉬고, 의무실을 나섰다. 나한테 할당된 임무는 없었다. 지금 비숍이 임무를 나갔으니, 아마 당분간은 내게 임무는 없을것이였다.
''수송기 준비해. 잠시 어디 갈데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리플레이서 사령관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시간이 나는 지금, 빠르게 다녀와야지.
성냥팔이가 들른 바에.
*****
은은하게 울리는 재즈 음악. 거기에 어울리는 보라색 배경의 조명. 삶에 지쳐 조용히 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한,조그마한 바.
딸랑.
그 바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평범한 검은색 셔츠에 검정 청바지를 입은 남성이였는데, 다른 손님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의 손목에는 보랏빛을 머금은 시계가 채워져 있다는 점이였다.
''음? 손님이더냐? 어서오너라!''
바 안에 들어가자, 뿔 달린 한 소녀가 남자를 맞이했다. 오. 저거 진짜 뿔인가?
''후에엑!? 그렇게 잡아당기면 부러진다!! 이게 무슨 무례더냐!?''
아. 무심코 만져봤나보네. 남자는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며 뿔을 놓았다.
''죄송해요. 가짜인지 진짜인지 헷갈려서 그만.''
''가짜라니! 이 뿔은 마왕의 상징이다! 이 몸, 모르가나 모드렛의...''
''사탕 줄까요?''
''무슨 맛이더냐?''
소녀, 모모에게 큼지막한 막대사탕 여러개를 쥐어주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모모를 손쉽게 처치(?)한 남자는 자리에 착석했다.
''흐으음...딸꾹! 손님이야? 이 시간에 손님은 오랜만이네...어떤 술로 줄까?''
''위스키로. 싱글 배럴 버번으로.''
''어머...보기보다 취향이 올드하네?''
바의 주인이 잔뜩 술에 취한듯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비틀 술병을 가져왔다. 그러자 남자, 아니 리플레이서 폰이 나지막히 말했다.
''잔은 두잔으로 부탁드리죠.''
''으응...? 나한테 주려고?''
''...아니거든요. 아무튼 주시기나 해주십쇼, 사장님.''
''뭐...상관없겠지...''
바의 주인, 그레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개의 잔에 술을 따라 폰에게 건냈다. 잔을 건내받은 그는 그 잔들을 자신의 옆자리에 각각 나란히 두었다. 마치 두 사람이 그곳에 앉아있다는 듯이.
''손님이 마실게 아니었나보네?''
''억울하게 떠나간 이들에게 바치는 잔이죠. 적어도 지금은, 생전에 이 둘이서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으니까.''
''그 말은 나중엔 지킬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네?''
''당신만 도와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죠. 라미야, 아니 그레모리.''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챌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지금일 줄은 몰랐네.''
그레모리가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조금의 위기감도, 놀람도 없었다.
''성냥팔이 그 허접인 놈이 어떻게 아르세니코 패밀리를 뒤통수치고도 살아있는지, 또 어떻게 평의회 위까지 올라갔는지 늘 의문이였는데. 그레모리 당신하고 엮으니까 딱 들어맞더라고요.''
폰이 조용히 말했다. 성냥팔이. 그는 성냥팔이를 직접 두 눈으로 본적도 있었고, 또 한번 손대중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는 바와는 다르게 그는 약했고, 또 그렇게 카리스마가 있지도. 머리가 좋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살아남았는가? 어떻게 뒷세계를 주름잡는 약장수가 되었는가? 그 해답은 눈앞의 여자에게 있었다.
''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지금은 죽었다고 들었는데.''
''당신이 누리게 해준 행운이 다 떨어져서 그렇죠.''
''......''
''계약을 원합니다. 대가는 제 CRF의 일부와 카운터 범죄자 100명의 CRF 전부. 이정도면, 태양의 마도서 한페이지 정도 효과는 나지 않을까요?''
쾅!
''...곤란하네, 곤란해. 술이 깨려고 해.''
소리나게 잔을 쾅 내려놓은 그레모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에 폰은,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춥다. 숨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가뜩이나 최근에 골 아픈 일들이 많아 질것 같아 기분이 예전만도 못한데, 예전에 이름한번 판 거 가지고 왠 이상한 놈까지 굴러 들어오고...''
끼익.
자리에서 일어난 그레모리는 자리에 앉아있던 폰에게 또각또각 다가왔다.
''그래, 꼬마야. 그 계약으로 뭘 하고 싶은거니?''
''...살려면 저한테 꼭 필요한게 있는데, 그걸 위해선 엄청난 행운이 필요하거든요.''
폰은 그레모리의 붉은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흔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흔들리기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너무나도 험하고 아팠다.
''난 행복하고 싶어요. 근데 뒤져버리면 다 물거품 아니겠어요?''
그 말을 들은 그레모리는 잠시동안 폰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한번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동시에 얼어붙었던 분위기도 녹아내렸다.
''너같은 부류의 존재들은 참 피곤해. 구태여 가시밭길에 제발로 걸어들어 가거든.''
술을 따라 마시는 푸념에 가까운 소리를 하는 그레모리의 모습에 폰은 안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약속은 확실하게 지키죠. 할부도 가능한가요?''
''계약 조건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야...안될것도 없지. 그러지말고 술도 한잔 하지그래?''
''저 미성년자라 술 못 마시는데요.''
''...에?''
진짜다. 한국나이로 19살. 술못마시는 미성년자였다. 다만 정신적 나이는...크흠.
''미성년자가 뻔뻔하게도 술을 시켰네? 그것도 두잔이나?''
''내가 안마셨으니까 세이프입니다.''
''...걸리면 영업정지일텐데...어떻게든 되겠지 뭐.''
다시금 술을 마시던 그레모리가, 문득 물었다.
''그 정도의 대가면 행운들도 막대할텐데, 뭘 하려는거야? 뭐 전쟁이라도 할건가?''
''그건 아닌데...제 카운터 능력이 정신계거든요? '공감'이라고, 타인의 상태나 내 상태를 알 수 있는 그런 능력이에요. 전투 상황에선 생각을 몸이 안따라주는 일이 없게 해주는 용도밖에 안되죠.''
''어머, 그래도 꽤나 탐나는 능력이네?''
어느새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리플레이서 폰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능력이랑 벌레로 누구 좀 살리려고요.''
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겠지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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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일어날 모든 일들은 설정 모르겠고 그냥 내 개뇌로 쓰는거라 좀 불편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