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짤 원본 (https://arca.live/b/counterside/48464453)
“사장님 꿈은 뭐에요?”
꿈을 꾼다.
“지구 최고의 사채업자. 그리고 대표님이라고 불러라. 밥통아.”
아주,
“에이, 알겠어요! 암튼 그런거 말고. 진짜 꿈말이에요 꿈! 어릴때 가지는거요, 대표님!”
아주 오래된,
"쓸데없는 질문 할 필요 없어 꼬맹이. 그릇이 작디작은 남자니까, 별 볼일 없는 장래희망이었을걸."
빛바랜 회색의, 재미없는 꿈.
“하. 그런식으로 말하겠다? 좋아. 말해주지. 밥통. 내가 너만할때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도, 소중한 꿈을 꾼다.
“엑, 그게 뭔데요?”
뭐라고 했더라. 그래. 그냥 슬며시,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곤 돈이나 벌어오라면서 내쫒았었던가.
그래선 안 됐다.
후회는 남자를 무너뜨렸다.
완전히 망가지고, 절망하며, 방황했던 그는 온 세상을 헤멘 끝에 놓아버렸던 과거를 집어들었다.
ㅡ차원도약 종료. 탑승자의 가사상태를 해제합니다. 위치좌표 확보 완료. ADC 01. 그라운드원. 시스템 점검 개시.
의식이 돌아오며, 이제는 익숙해진 묵직한 고통이 뻐근하게 그를 짓눌렀다.
긴 긴 시행착오 끝에. 그는 기적처럼 0이 되었던 모든 것을 되돌려 1로 만들 기회를 얻었다.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최초의 세계부터 수없이 많은 세계를 여행했다.
그리고, 실패하고 또 실패해왔다. 허나 괜찮았다. 남자는 과학도였으니까. 실패는 익숙했다.
실패와 고통, 그것들은 남자를 멈추지 못했다.
마모된 머리의 한구석에,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그 날의 약속이 그의 등을 떠밀어 주었다.
ㅡ시스템 점검 완료. 경고. 경고. 제프티 트윈드라이브 엔진 과부하. 엔진 잔여 연료 1.7%.
가동으로부터 ■,■■■,■■■ 시간 경과. 다수의 장비에서 심한 마모 확인. 블랙홀 엔진 기능 이상 확인. 차원도약 기능 이상 확인.
스타게이저 슈트 파손율 86.2%. 전투 시스템 이상 다수 확인.
생명유지장치 심각한 이상 확인. 탑승자 부분 침식 36% 이상 확인. 주요 장기 다발성 손상 의심.
즉시 연료 충전과 탑승자 치료를 포함한 복구작업이 필요합니다.
긴급 복구 프로토콜 기동준비. 재가동에 약 16,677,121,061 이터니움과 ■■■■■■■시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관리자 권한으로 복구 프로토콜 강제 종료. 시스템 리부트.”
스스로도 놀랄만큼 잔뜩 갈라져 쉰 목소리에 헛기침을 한 번.
ㅡ시스템 리부트. 전방 모니터 출력. 엔진 잔여 연료는 1.5%입니다. 기동시간 주의 요망.
고통 속에서 남자는 눈을 뜬다.
“광역 생체 스캔 개시.”
ㅡ위성 하이재킹 성공. 생채 스캔 개시.
ㅡ생체 정보 인식. 리타 아르세니코. 생명반응 확인. 소재지. 그라운드 원. 호라이즌 파이낸스 빌딩.
ㅡ생체 정보 인식. 대시. 확인. 소재지. 그라운드 원. 호라이즌 파이낸스 빌딩.
"다시 보고해. 시스템."
ㅡ생체 정보 인식. 리타 아르세니코. 생명반응 확인. 소재지. 그라운드 원. 호라이즌 파이낸스 빌딩.
ㅡ생체 정보 인식. 대시. 확인. 소재지. 그라운드 원. 호라이즌 파이낸스 빌딩.
"다시."
ㅡ생체 정보 인식. 리타 아르세니코. 생명반응 확인. 소재지. 그라운드 원. 호라이즌 파이낸스 빌딩.
ㅡ생체 정보 인식. 대시. 확인. 소재지. 그라운드 원. 호라이즌 파이낸스 빌딩.
남자의 닳고 닳아버린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 철썩, 철썩. 되살아난 감정들의 거센 파도가 그를 뒤흔들었다.
가쁜 숨을 내쉬었다. 후, 하. 후, 하.
드디어, 드디어드디어드디어드디어드디어 도달했다.
아직, 너희가 살아있는 세계에.
"하. 파이낸스? 이 동네에서도 사채꾼이냐. 답이 없는 꼴통들이군.”
저벅, 한 걸음을 내딛은 남자는 크게 휘청였다.
부분침식이 심하다고 했었나. 뭐 사소한 일이다.
마침내. 남자의 여행은 여기서 끝나게 되었으니까.
'대표님은 원래 꿈이 뭐였어요?'
“천문학자. 말했잖냐. 밥통.”
'엑, 그게 뭐하는건데요? 점쟁이 같은건가'
“말해 뭐하냐. 별 보는 직업이다. 별 보는 직업. 밥통답구만.”
'쓰레기다운 언행이군. 사장.'
"내게도 순정이 있었다. 리타. 너같은 양아치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밥통이 그걸 몰라주잖냐. "
'으엑! 순정! 완전 안 어울려! 대표님은 돈벌레잖아요! 그라운드원 최악의 악당! 최고의 쓰레기!'
'간만에 꼬맹이가 맞는 말을 다 하네.'
"전부 감봉이다. 멍청이들아."
그래. 밥통아. 맞는말이긴 하지.
나같은 속물이 왜 천문학자를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너희가 왜 날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환청을 휘감고 비틀대며 걸었다. 철컥. 몸에 닿은 금속의 느낌에 멈췄다. 옥상의 안전 난간이었다.
그제야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세계에도 달은 떴지만, 여기도 별은 없다.
대신, 하늘을 찢어발기는 흉측함이 거기 있었다.
흉흉한 보랏빛으로 잔뜩 흐려 가려진 하늘에서 침식체들이 도시로 떨어져내린다.
남자는 그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기 어딘가에 아직 반짝이는 그의 별이 있었다.
ㅡ경고. 특급 침식체 브리트라 다수 개채 확인. 도시 파괴확률 99.8%. 경고. 신체 침식 농도 급속 증가. 39%, 41%, 46%. 경고. 경고. 탑승자 생명유지 위험수치 돌파. 대피 요망. 대피 요망.
그 날의 남자는 손 쓸 수 없을 만큼이나 늦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 늦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여기서만큼은.
반짝임을 잃어버리지 않겠다.
“시스템. 스타게이저 기동 시퀀스 실행.”
ㅡ기동시 탑승자의 생명에 심대한 위협 가능성 존재. 기동요청이 거절되었습니다. 긴급복구 프로토콜을 우선 기동합니다.
"강제중단.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스타게이저 기동 시퀀스 강제 실행. 관리자명 윌버 웨이틀리."
ㅡ관리자. 윌버 웨이틀리. 확인. 긴급복구 중단. 스타게이저 기동 시퀀스 준비.
'그럼 별 본적은 있어요 대표님?'
'아니, 돈 긁어모으기도 바쁜데 그럴 새가 어딨냐. 그거 본다고 돈 떨어지냐?'
'으으으음, 꿈이었다면서요?'
'꿈은 애새끼일때나 꾸는거야. 밥통아. 난 너랑 다르게 어른이고.'
'그럼 이젠 안 봐도 되요?'
'...글쎄다. 모르겠다.'
'에이, 싫은 건 아니네요? 그럼 가요! 별 보러가요! 대표님이랑, 저랑, 언니랑!'
'이 시끄러운 꼬맹이. 나한테 먼저 갈 생각이 있는질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흐에엥! 때리지 마요, 언니!'
'거 더럽게 시끄럽게 하네. 가자. 까짓것 가자고.
샤레이드에 큰 천문대가 있다더라. 비행기 끊어야겠네. 그럼 돈을 복사해야겠구만. 그치 밥통아?
양아치. 너도 기분 좀 내라. 별 구경하면서 술 한 잔 어때.
음. 술 반입이 되던가. 돈으로 후려치면 되겠지. 비싼 술도 좀 사 주마. 특별히 니 월급에서 안 까는걸로.'
'잘못 들었나. 세상이 곧 망하겠구만.'
'흥. 적당히 좀 맞춰주자고. 시끄러워서 머리가 다 아파. 쟨 머리가 꽃밭이라 곧 잊어버릴거다.'
'두 분이서 무슨 얘기 해요? 아무튼 약속하신거에요! 돈 벌어올게요, 대표님!'
'니가 퍽이나. 쟤 잘 챙겨. 리타. 뭐 부수지 말고.'
'골치아픈 짐덩이구만.'
'짐덩이 치곤 애지중지하는거 아니냐.'
'닥쳐. 사장.'
ㅡ시퀀스 준비 완료. 스타게이저 기동 목적을 입력하십시오.
“기동 목적은,”
'사장님이랑, 저랑, 언니랑 별 보러 가는거! 약속이에요! 다녀오겠습니다!'
'늦지 않게 돌아오겠다. 윌버.'
“별 구경.”
ㅡ 트윈드라이브 블랙홀 엔진 스탠바이. 성간항행 관측탐사모듈. 스타게이저 기동. 통합 무기조율 시스템 오메르타 온라인.
탑승자 윌버 웨이틀리 생명반응 완전 소실시점에서 기동 종료. 최대 기동시간은 3초입니다.

짤 원본(https://arca.live/b/counterside/48424250)
리타, 대시. 이 근태 불량자들.
너희가 돌아오는게 하도 늦어서 내가 왔다.
자.
별을 보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