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애매모호하게 그려진 거대한 코끼리 같은 스토리라서가 아닐까 싶어,
단편적으로 보면 그 사람마다 다양하게 해석 될 여지가 있는 스토리였거든, 예를 들자면 내가 받아 들인 이번 스토리의 핵심은 가족이었음.
대부분의 사람은 크던 작던, 그게 애정이든, 애증에 가까운 감정이든 가족에 대한 감정은 내면 깊숙이 있기 마련인데, 사실 그걸 평소에 계속 인식하면서 살지는 않으니까, 처음에 흘깃 봤을 때는 겉면에 드러난 복수와 비극이라는 큰 화면만 보고 뭐 이리 어설프게 끝나라는 허무한 감정이 들었거든.
하지만 계속 보다 보면, 내게 받아 들여진 이 이야기의 핵심은 몽타뉴의 복수도 에델의 큰 그림도 아닌 네퀴티아라는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 남의 가족을 벌레마냥 취급하던 괴물이 인간의 인격을 한 숟가락이라도 얻을 수 있게 만든 가족의 정이 핵심이 아닐까였었거든.
누구 나가 가족에 대한 깊은 감정은 가지고 있을 테니까.
예를 들어서, 나는 예전에 IMF로 빚더미에 앉은 부모님이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투잡 쓰리잡 뛰느라, 할머니 집에서 자랐었음. 아주 어릴 때고 그 때의 기억은 잘 나지도 않지만, 할머니는 내가 배고프다고 칭얼 거리면 옆집 할머니한테서 쌀 한 줌 얻어와서 죽을 끓여서 먹여주시고 했던 기억이 있음. 그래서 내가 돼지가 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내가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를 보고 '저 아줌마는 누구야?'라고 할 정도로 부모님 얼굴이 가물가물 할 때 즈음에, 나와 할머니는 부모님 집으로 올라가서 같이 살았고, 내가 할머니랑 떨어지는 걸 싫어해서 할머니랑 같은 방에서 살았었음.
그러다가 아마 초등학교 갈 때 쯤이었나? 언젠가 부터 할머니께서는 잠만 자면 내 엄지 손톱을, 어디서 난 힘인지도 모를 힘으로 꽉 쥐어 뜯는 버릇이 생겼고, 그 때마다 왜 그러냐고 성을 내면, '손주 얼굴까지 잊어버릴까 그러지' 라며 소탈하게 웃곤 하셨어. 그 때는 몰랐지만 할머니는 그 때 중증 치매를 앓고 계셨거든.
이제는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나도 엄지 손톱이 아플 일이 없어, 하지만 아플 리가 없는 엄지 손가락을 보며 가끔 할머니가 얼마나 나를 사랑 했는가를 느껴,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긴데도 말이야.
이런 흔한 얘기는 누구한테나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평소에 생각하거나 떠올릴 일도 없는 이야기지, 하지만 이번 스토리를 곱씹으면서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올해에는 매번 바쁘다고 빠졌던 할머니 기일에 분향소에 찾아가 향이라도 올려드리고 와야겠다. 그런 생각 말이야.
아무튼 이번 스토리는 해석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아주 다양한 각도로 해석할 수 있고 그 중에 어떤 게 정확한 답인지 알 수 없어. 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스토리가 아닐까 싶어, 어떤 게 답이 아니라, 어느 것도 답이 되는, 아주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였으니까.
모바일 게임 스토리에서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훌륭했다고 생각함.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