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 챙챙!
에이미를 향해 휘둘렀지만, 그녀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며 요요로 검을 쳐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만큼, 그녀도 뒤로 물러났다.
'...강해.'
내 생각보다도, 에이미는 강했다. 나유빈이 만든 육익의 멤버인만큼, 그녀는 나의 생각을 뛰어넘었다.
화르륵.
레바테인의 도신에 새빨간 불꽃이 둘러졌고, 앞으로 전진하며 에이미에게 검을 휘두르던 난 방향을 틀어 바닥에 꽂아 주변에 불꽃을 확산시켰다.
''어! 그거 아주 예전에 유행한 일본만화에게 봤어! 신기한데?''
에이미가 위로 점프해 불꽃을 피하곤, 웃음기어린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땅에 꽂힌 레바테인을 발판삼아, 그대로 아직 공중에 떠있는 에이미를 향해 도약했다. 순식간에 그녀의 앞으로 다가온 난 레바테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닥에 꽂혀있던 레바테인이 귀신같이 내 손을 향해 날아왔다.
탁!
레바테인을 잡아챈 난 그대로 에이미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이런, 레이디를 향한 존중은 정말 눈꼽만큼도 없구나?''
''......''
요요줄을 주변 물체에 걸어 몸을 틀고, 그대로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레바테인의 검면을 발판삼아 다시금 거리를 벌렸다. 대단한 유연성과 센스였다.
아직. 아직이다.
''인자 활성화.''
내 몸 구석구석에 돌아다니는 리플레이서 인자를 활성화 시키고, 레바테인을 한손검으로 변형시켜 들어 앞으로 달렸다.
''이봐, 그렇게 발버둥쳐봐야...''
에이미의 말을 씹고, 검을 휘둘렀다. 정확히 에이미의 목을 향해. 그녀라면 피할것이다. 그러니 그걸 상정하고 발로 복부쪽을...
''...어?''
시야가 뒤집힌다. 세상이 거꾸로 보였다.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인지하자마자, 레바테인의 형태를 기다란 대검으로 바꾸어 땅에 내리꽂고, 그걸 중심으로 불꽃을 확산시켰다.
''와우, 상황판단력이 탁월한데? 정말이지 죽이기 아까워.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
그녀가 불꽃을 피해 뒤로 물러나자 바닥에 대검을 낚아채 발목쪽으로 휘두르니, 이내 공중에 매달려있던 난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발목이 욱신거렸다.
'...실.'
저 붉은색의 실, 아무래도 무색으로 변하게 할 수 도 있는 모양이였다. 나도 모르게 함정에 빠진걸 보면 말이다.
점점 손이 떨려왔다. 레바테인, 이 병맛무기는 평소에는 테크레벨 4로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테크레벨 5로 상향시키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그 힘을 너무 방대해 사용자의 몸에 무리가 온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레거시 디바이스치곤 꽤나 약한거고.
울브즈 베인이나 미스탈레인은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데 왜 이건 이 지랄이 난걸까.
''이제 슬슬 끝이야?''
만약 리플레이서 인자를 온몸에 두르지 않았다면 아까전 에이미의 발목에 실이 감겼을때 그대로 잘려나갔을 것이였다.
''...문자하나만 보내도 되나?''
''No. 그건 안되지.''
''그래, 그럼.''
이제 슬슬 빠져나가야 한다. 지금 현재 나와 에이미의 격차는 까마득하게 크고, 그걸 매꿀 방법은 적어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망가야겠지.
약한자에게 강하고 강한자에겐 도망친다. 지극히 3류답고 악당같은 생각이였지만, 난 악당이 맞았다. 죽어서 지옥에 쳐박혀도 쌀 악당.
덜덜 떨리는 오른손 대신 왼쪽팔로 레바테인을 잡았다. 형태는 가벼운 세검.
''검에 조예가 깊나봐? 빡통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하네.''
조금의 불안도, 걱정도 없는 표정. 지금 그녀에게서 보이는 감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곧 바뀔걸. 아무리 변수라고 한들 언젠가는 육익과의 마찰이 생길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걸 위한 방지책도 생각은 해두었고. 다만 너무 빨리 만나서 당황했지.
''아무튼 지금껏 발버둥 치느라...''
세검은 페이크. 진짜는 오른쪽의 연막탄이다. 연막탄을 바닥에 던지자 주변에 연기가 자욱하게 꼈고, 이에 에이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벌써 두번이나 말을 끊었어. 하다못해 그 빡통이도 말은 끝가지 듣고 딴지를 거는데.''
''이지수랑 날 비교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회식자리도 못 찾아가는 사람이랑 나랑 같아보여?''
''...그 일은 육익멤버들 밖에 모르는건데. 애당초 너가 걔를 어떻게 알아?''
에이미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이제 장난기는 빼고, 진지하게 날 죽이려 들려는것 같았다. 하지만 애시당초 내 목표는 이뤘다.
''도망간 줄 알았는데.''
''소용없으니까. 발버둥이라도 쳐야지.''
아까전, 에이미가 쪼그려 앉아있던 가로등. 똑같은 자세로 그 위에 있자 에이미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요요에 붉은 오오라가 일고, 칼날이 튀어 나온다. 어어, 저거 궁극기 아니야?
''연막을 터트리고 한다는게 고작 폼 잡기야? 생각보다 시시한 녀석이였네.''
''폼잡기가 아니라, 악당다운 일을 했지. 얼마나 사악한지, 윌버놈도 한 수 접어줄거다.''
아니지. 그 놈이랑 비교하기엔 내가 너무 아깝다. 암.
''그냥 문자 한통 보낸것 뿐이야. 너무 사악하지?''
''퍽이나 사악하네. 리플레이서 놈들은 전부 너같이 또라이야?''
''히로세 아키. 현재 그라운드 원에 거주중. 부모님은 그라운드 원에서 떨어진 시골에 살고 있음. 현재 위치 프리 라이더 아지트.''
''......''
''이민서. 마찬가지로 현재 그라운드 원에 거주중이며 부모님과 함께 생활중. 현재 위치 프리 라이더 아지트.''
''...뭐하자는 거야?''
[당황]
빙고.
''내가 지금 문자하나 보냈다고 했잖아. 사악하고 악당다운. 싸움에서 인질을 잡는건 악당의 기본이잖아?''
''......''
침묵하는 에이미. 이에 난 레바테인을 집어넣고, 가로등 아래로 폴짝 뛰어 내려갔다.
''내가 그라운드 원에 심어놓은 부하들이 얼마나 있을거라 생각해? 난 킹이나 퀸하고는 달라. 두분은 굳이 내부도 공격할 생각을 안하시지. 그냥 으깨버리면 그만이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에이미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에이미는 감정의 동요도 없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나를 응시하였으나, 그녀의 머리위에 떠오른 [불안]이라는 키워드 덕에 속으로 미소지을 수 있었다.
''나유빈이 자랑하는 그 잘난 2급 관리자 권한으로도 색출하지 못할거야. 신경되게 많이 썼거든. 테스크포스, 용병들, 평범한 가게주인, 회사원, 관리국 직원 등등...위장하고 있던 모든 부하들이 지금 프리 라이더 아지트 근처에 대기중이야.''
''......''
''리플레이서 간부들은 모두 필수적으로 생체단말을 이식받지. 그리고 그건 지금 내 부하들한테 송출중이야. 내가 죽거나, 아님 특정신호를 보내면...그 두명의 머리엔 예쁜 구멍들이 뚫릴거야. 아니면 흔적도없이 사라지려나? 카운터들도 있거든.''
에이미 퍼스트윙, 아니 스트릭랜드. 너가 프리 라이더 멤버들을 좋게 생각하는건 알고 있어. 나중에 그 둘한테 잘해주라는 말까지 하니까.
''그리고 그 전에, 너가 살아있다는 걸 말해줄거야. 너희들을 속이고, 기만했다고. 그 둘은 절망스러워 하겠지? 널 원망하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갈텐데. 그걸 원해?''
아니. 넌 원하지 않을거야. 나유빈이나 이지수도 그렇지만, 너희들은 아직 인간성을 놓지 않았으니까. 입으론 소중한 걸 희생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무너져버리고 말겠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우울해보이네. 하지만 그녀들은 너가 없어도 잘 이겨낼거야. 악착같이 살아도 다 못즐기는 인생이지만, 적어도 이 둘은 아닐것 같거든.''
그런 그녀에게, 지금 막 찍은 휴대폰 속 사진을 보여주었다. 히로세 아키와 이민서. 그 두명은 우울해보이는 표정으로 에이미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걸 본 그녀의 눈이 아주 찰나, 조금 흔들렸다.
''어차피 할 말은 정해져있잖아. 안그래?''
그녀의 주변을 빙돌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내 말대로 어차피 정답은 정해져있다. 칼자루를 쥔 쪽은 나고, 그걸 휘두를지 막을지는 에이미의 몫. 그렇다면, 해야할 말은 한가지다.
''...일이 모두 끝나면.''
으극.
''너부터 산산조각으로 찢어 침식체들에게 던져주겠어.''
이를 악물고, 에이미가 말했다. 거봐, 진작 그럴것이지. 안심한 나는 그대로 우두커니 자리에 서있는 에이미를 지나쳐 산뜻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 맞다.
''그냥 가면 나유빈이 뭐라고 할거 뻔하니까, 이렇게 말해.''
내가 관리실패랑 클리포트 게임에 대해서 떠들었다고.
그럼 적어도 뭐라고 타박하진 않겠지. 크, 역시 난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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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엄연히 악역. 진짜 수틀리면 아키랑 민서 죽였을 놈임
킹을 미친놈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충성심은 있는 편. 물론 리플레이서 계획이 아니라 도미닉이라는 사람 그 자체한테 느끼는 거지만. 이건 제이나도 마찬가지.
주인공 카운터 능력은 진짜 별볼일없음. 상대가 어디로 공격할 지 생각을 읽는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감정을 볼 뿐임.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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