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방용 주시영 짤!)
-오랜만에 느껴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척이,
모르스를 따라 차원을 넘은 내게 다시 내가
인간 세상에 돌아왔음을 깨닫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네요."

"....안내는 이걸로 끝이니, 나는 다시 내 길을 가겠다.
그대의 소망이 이뤄지고 평화로운 안식에 들길 빌지."
철걱, 철걱.
-참 모르스다운 작별 인사를 건넨 그녀는 다시 할버드로
허공을 갈라 공간을 찢고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시선을 돌려 내가 있는 산 아래를 내려다보자,
카운터 육성 아카데미가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주....그리운 기척이 느껴졌다.
".....사저, 당신은 여전하시네요."
당장이라도 찾아가 뵙고 싶지만, 아직 이르다.
그녀는 아직 내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테니.
애초에 내가 알던 사저가 아니니....
"-우선 이 세상에 대한 정보 수집부터."
복장이야 뭐, 시대가 바뀌면서 워낙
개성적인 카운터들이 늘어나다 보니
딱히 신경 쓰지도 않고, 나도 굳이 편한 거
바꾸고 싶지 않기에 그냥 냅뒀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무복 하나에 상체에
압박 붕대를 두르고 아래엔 긴 검은 치마에
안에 검은 숏 팬츠 하나 입고 삿갓까지 쓴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다.
"....뭐야, 저 옷차림은?"
"어디 영화 촬영 나왔나?"
"카운터인 거 아냐?"
삿갓을 살짝 들어 올려 수근거리는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하니 모두 흠칫 떨곤 모두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선 어떻게 할까? 이곳에서 만들기 쉬운
신분은 역시 카운터 용병인데, 이번에도 그렇게 할까?
"....역시 그게 나을 것 같네."
....황보세가의 어느 금발 벽력권왕(霹靂拳王)이었던 자를
적으로 돌리게 되겠지만, 그래도 용병만큼 신분 만들기
쉬운 것도 없다. 카운터는 늘 모자르니까.
-예상대로, 그라운드 원 용병 회사를 방문해 용병 등록까지
하는데 단 3시간 걸렸다. 일반 신분증은 며칠, 몇 달은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데, 여유롭게 돌아본다고는 했지만
시간 낭비를 할 생각은 없다.
"-자아....그럼 어디부터 가볼까?"
그런데 그때, 내 눈에 특이한 여자애가 들어왔다.
복장을 보면 관리국 아카데미 소속 학생이였는데,
특이하게도 검을 3자루나 차고 있었다.
뭐지? 남은 한 자루는 이기어검술로 띄워서 쓰는 걸까?
간만에 사람 냄새를 맡은 건지 이런 사소한 것에
호기심이 겉잡을 수 없이 솟구친다.
그리고 난 그런 호기심을 참는 성격은 아니다.
"-[흑영보(黑影步)]."
스르르르륵-
무공의 경지가 자연경에 이르면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연만물,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흑영보 자체는 하오문이나 고위 암살자들이
은밀히 이동하거나 암살할 때 쓰는 보법이지만,
그들이 쓰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이라
부자연스러운 것이 있지만, 자연만물 그 자체가 된
내 몸은 얼마든지 자연 현상에 물들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스스스스스....
-내 몸을 그림자로 바꿔 금발 트윈테일을 한
여자애 그림자에 숨어들어 사람이 없는 적당한 곳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렸다....어라?
뒤에 미행이 붙었다.....만, 몸 안에 흐르는 CR...아 씨,
그냥 편하게 내공이라고 할래. 어쨌든, 몸에 흐르는
내공의 흐름이 이상했다, 이건.....인간과-
저벅-

"-[나이엘 블루스틸], 맞나?"

"....뭐야, 너희들은."
-침식체의 내공의 흐름이 합쳐진 듯한?
설마, 이것들 실험체들인가?

"...본인 맞군, 생포해. 실험실로 데려간다."
[나이엘]이라고 불린 소녀를 포위한 기묘한 자들이
서서히 두꺼운 포위망을 좁혀오자 나이엘은
코웃음 한번 치더니, 드디어 검을 뽑.....?
스릉-

"-흥! 감히 이 '퍼펙트 나이엘 블루스틸님'을 실험체 삼겠다고!?
버러지들이 자기 주제를 파악해야지!!!!"
....왜 검을 2개만 뽑는 거지?
혹시 이기어검술이 아니라 예비용이었나?
기세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사람에게 칼을 겨눈 건
처음인지 칼 끝이 떨리고 있었다.
어린 여자애에게 살인을 하게 냅두는 건 원래
어른의 도리는 아니지만....카운터가 되기로 한 이상
침식체 뿐만 아니라 사람과도 싸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일단 실력 좀 볼 겸 지켜보다가 위험해지면 나서야지.

"....상대는 카운터! 구속 해제를 허가한다! 반드시 잡아!"
[네!!!]
촤아아악!!!!
포위한 이들의 옷 일부가 찢어지고 거무칙칙한
침식체의 피부가 날카롭게 돋아났다.

"ㅁ....뭐야?! ㄱ....기분 나빠!!!"
사람 몸에서 침식체 피부가 자라는 광경을
본 나이엘은 경악하면서도 의외로 침착하게 검을 휘둘렀다.
촤악-!!

"크학!?"

"ㅇ, 이거....사람 피잖아!? 대체 너희 정체가 뭐야!?"
아, 역시 처음 사람을 베는 거라 사람 피를 보자마자
살짝 공황에 빠졌다. 그리고 저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나이엘을 덮쳤다.

"-그건 우릴 따라오면 알게 되겠지!"
퍼억-!!!

"크흑-!?"
우당탕-!!!
명치에 제대로 들어간 주먹에 나이엘은
뒤로 날아가 담벼락에 쳐 박혔다.
이후 쿨럭, 하고 피를 한 움큼 내뱉은 그녀는
쌍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곤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진 눈으로 습격자들을 바라봤다.
카각-

"(빠드드득)....그래...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기세가 달라졌다. 자칫하면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혹은 죽느니만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나이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생존 본능을 깨웠다.
탓-
뒤로 뛰어오른 그녀는 허공에 내공으로 발판을 밟더니-

"-후회하게 해주겠어!!!!! [애써릴 오버 드라이브]!!!!"
-순식간에 습격자들 사이로 파고들어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쌍 검을 휘둘렀다. 검푸른 검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더니 당당하게 그들 한 가운데에 등 뒤로
4개의 푸른 날개가 펼쳐지며 착지했다.
촤아아아악-
...그래도 아직은 얘인지 죽이진 않고 팔과 다리의
힘줄만 끊어 무력화 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과 침식체 사이의 무언가. 그런 어설픈 상처는-
텁-

"히익!? ㅎ, 힘줄을 분명 잘랐는데!?"

"역시 애송이라 처리가 어설프구나!
지금이다, 모두 일제히 덮ㅊ-"

서걱-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조차 없이,
그저 조용히 습격자들 중 하나의 머리가 떨어진다.
툭.
순식간에 오싹할 정도로 조용해지고,
나는 다시 한번 허공에 검을 내리그었다.
서걱- 툭.
다시 한번, 또다른 습격자의 목이 조용히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이들이 외친다.

"ㄴ, 누구냐!?"
스스스스스.....
그림자였던 몸을 다시 인간의 몸으로
되돌리며 나는 나이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허, 이런 오밤중에 어린 여자애를 납치해서
뭘 하려는 걸까요, 변태 아저씨들?"

"ㅁ....뭐냐, 네년!?"
"아, 저요?"
난 뒤에서 얼이 빠져있는 나이엘을 한번 슬쩍 보곤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나가던 무림인입니다, 기억해 두라고요?"
촤아아아아악!!!!!!!!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를 잡종들에게 굳이 내가 검으로
죽일 필요는 없다, 그저 바람에 내공을 담아 날카롭게
가공해 쏘아내면 될 뿐. 중요한 건 이 아이였다.
"-참....기묘한 꼬맹이야."

"ㅇ....어....아아....으아아아....???"
기본은 잡혀있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
그녀의 검술은 나름 뛰어나지만, 쓸데없이 화려해
내공의 낭비가 꽤 심하다...만, 이게 또 먹혀 들어간다.
거기에 그녀가 펼치는 기술은 마치 전부 다른 문파의
기술인 것처럼 이어지지 않고 제멋대로다.
그래, 이 아이의 쌍 검술은 한마디로 [줏대가 없다.]
기술은 서로 연결되지도 않고 중구난방, 따로따로 놀지만
이게 또 기묘하게 연계가 되고, 검술은 기본은 잡혀있지만
겉멋만 든 잡다한 동작이 섞였는데 이게 또 기묘하게도
허초(虛招: 상대방을 속이는 가짜 공격)가 되어
상대방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흐음.....그래, 모름지기 첫 만남이 중요한 법이지.
그런 의미에선 이런 첫 인상은 성공했나보네?"
줏대 없지만 기묘하게도 초식(招式)을 이루는
쌍검술을 사용하는 아이, 나이엘 블루스틸.
나는 이 아이가 아주, 아주 가르칠 맛 나는
재밌는 원석이 되어줄 거라 판단했다.
슥-
바닥에 주저앉은 채 어버버 거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나이엘. 패닉에 빠진 모습 너머엔
내가 보여준 기술에 대한 경외가 들어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너, 내 제자하지 않을래?"

"엩."
-'제자'로 들어오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