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未來戰 rkgk🌸 - YoRururu의 일러스트 - pi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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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웅,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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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버린 사람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


약속, 사명, 가치, 의무, 사랑,


그리고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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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신이 아이의 몸을 빌어 나타난다.


거대한  단죄하기 위해서.



나나하라 류 七原 流

쌍생합절기 雙生合絶技

스사노오 スサノオ


- 능력 유효시간. 30초.




"나나하라 류 제 1사범, 나나하라 치후유. 적과 맞섭니다!!"



비장한 각오가 담긴 말 한마디와 함께 바람의 사랑을 받는 아이가 한 발을 땅에 내딛는다.


내딛는 순간, 바람이 몰아치며 치후유의 몸이 사라졌다.


발에 깃든 바람의 힘이 폭풍을 일으켜 치후유에게 바람 그 자체와도 같은 속도를 선사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시윤과의 거리를 좁힌 치후유는 검을 뽑아 든다.



나나하라 류 七原 流

벚나무 떨구기

질풍 疾風



문자 그대로 질풍.


번개와도 같은 빠르기로 발도된 검이 주시윤의 목을 칠 기세로 휘둘러졌다.


주시윤은 깜짝 놀라면서도 용혈이 깃든 연화의 검을 들어 치후유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저 발도일 뿐인데, 검에 깃든 바람의 힘은 주시윤이 들고 있는 연화의 검과 충돌하면서 공간이 찢겨나가는 파열음을 일으켰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풍이 연화의 검에 응집된 용혈의 힘과 맞부딪힌다. 두 상극의 힘은 상대를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격렬하게 서로를 잡아먹고 부수고 조각냈다.


소름 끼치는 소리가 온 천지를 뒤흔들고 찢는다. 두 힘이 상쇄되며 일어나는 에너지의 격류가 폭풍과 섞여가며 봉인진 내부에 지진을 일으켰다.


기세는 좋지만, 이대로 찍어 누르며 연화의 검을 부수기엔 힘이 한참 모잘랐다.


지금의 치후유가 용혈과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언니인 치나츠에게 빌려온 힘이 부적처럼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의 기본 스펙이나 카운터로서의 능력은 여전히 'D급 카운터 치후유'인 채 그대로였다.


검을 부수기 위해선 발도 한 번에서 멈출 수 없었다.


치후유는 검에 힘을 기울이는 것을 그만두고, 검을 고쳐잡은 뒤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킨다.


나나하라 가문의 검술은 봄바람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 연격검이 그 본질.


몸을 돌리면서 체내에 바람의 힘을 응집시켜, 검을 재차 휘두르는 즉시 일거에 해방한다.



나나하라 류 七原 流

사앵지섬 四櫻支殲



"크으윽...!!"



상반신을 노린 횡베기와 함께, 다시 한번 바람의 힘이 폭발했다. 힘이 발해질 때마다 주시윤의 표정이 괴로워하는 듯 찌푸려졌다.


승산이 있는 것 같았지만 치후유는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치밀하게 다음, 그다음의 공격을 구상했다. 적의 빈틈을 계속 분석하며, 어느 경로로 공격이 들어올지를 빠르게 눈에 담아낸다.


아직 적은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움직임을 취한 적이 없었으니까.



"빌려온 힘의 조각 따위로 지금 내게 덤비는 거냐?? 너 같은 건 검술을 쓸 필요조차 없다!!"



검과 함께 그 존재 째로 으스러뜨려주마.


주시윤은 용혈에 깃든 힘을 일거에 폭발시켰다. 검에 찔린 몸에서 터져 나오는 피처럼 붉은 파도가 검으로부터 분출된다.


형체를 얻은 용혈은 폭풍과 맞바람을 일으키며 치후유의 힘을 역으로 잡아먹기 시작했다.


하나가 되자, 제물을 바쳐라, 세상을 피로 물들여라. 하고, 뒤덮인 피의 파도 가운데 사악한 저주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치나츠에게서 가져온 힘이 용혈과 상성 관계라곤 하지만, 상성은 두 힘의 총량이 엇비슷할 때에나 우위를 제공하는 요인이다.


기관총 한 정으로는 수십만의 창병을 이길 수 없듯, 절대량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면 상성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애초부터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던 싸움이다. 주시윤의 몸을 차지한 이 클리포트의 마왕이라는 존재는, 자신들을 언제든지 절멸시킬 수 있으면서 일부러 놀아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싸움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흐아아아아압-!!!!"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듯 치후유는 거센 함성을 내질렀다.


언니에 대한 믿음과 주시윤을 구해내고 싶다는 용기로 한 걸음 앞의 두려움을 억누른다.


다시,


다시 연격.



나나하라 류 七原 流-



멈추지 마. 스스로 되뇌며 다시 몸 속에서 바람의 힘을 끌어올린다.


한 순간이라도 멈추면 용혈에 짓눌려 죽는 것은 자신이 될 터.


검에 깃들은 바람의 힘이 다시 깨어난다. 몰아치는 바람의 갈래들은 자신을 옥죄어가는 용혈을 절삭기처럼 잘라냈다.


노리는 것은 무기의 파괴.


따라서 공격에는 공격으로 재응수한다. 역으로 상대의 방어를 허물고 목을 벨 기세로 압박한다.


상대는 역으로 몸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꺼낼 터.


- 앞으로, 20초.


검을 양손으로 잡는다. 바람이 칼 몸으로부터 맹렬히 휘몰아친다.


모든 것을 잘라낼 기세로 치후유는 위풍당당하게 검을 들고, 휘두른다.


모두의 마음을 한데 모음으로써 주시윤을 구할 수만 있다면,


설령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기 화권도월 絶技 花淃刀月



유려하게, 하지만 격렬하게, 바람과도 같은 빠르기로 검이 춤춘다.


바람이 몰아쳐서 흩날리는 벚꽃처럼 검의 궤적이 휘날린다. 떠오른 달에 물이 흐르듯이 연격이 이어진다.


바람의 힘을 한껏 머금은 치후유의 검이 자아내는 벚꽃의 춤은 그녀를 둘러싸고 눌러버리려는 용혈을 산산이 조각내며 날려버렸다.



",...이 건방진!! 혈통의 은혜조차 누리지 못하는 하찮은 제물 주제에!!!"



치후유의 마지막 공격이 끝맺어지려던 찰나, 노도와 같은 분노어린 함성과 함께 주시윤은 연화의 검을 거세게 휘둘렀다.



늑대검

잔월 殘月



속도에는 속도로 응수한다. 몸의 주인에게 깃들어 있는 펜릴 전대 최속의 암살검이 그 송곳니를 치후유에게로 드러낸다.


받아낼 수도 없는 암살검을 용혈로 위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파훼할 수 없을 뿐더러, 막아내는 것도 치후유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검이 휘둘러지는 궤적을 본 순간 치후유는 짐작했다.


이 공격은 막지 못한다. 휘둘러진 검의 궤적 사이에 숨겨져서 어디로 공격이 날아올지 보이지 않는다. 


힐데 정도라면 모를까, 단신으로 상대했다면 목이 떨어지는 것은 자신.


그런데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발을 내디딘다.


생사를 확신할 수 없을 때, 죽음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언제나 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죽음을 억지로 꺾어버리는 것.


그리고 그 모든 행동의 뒷받침이 되는 것은 함께하고 있다는 용기.


치후유 혼자가 아닌, 치나츠가 곁에 있다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의지.


두려움은 극복된다.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했던 소녀는 언니가 달아준 바람의 날개를 한껏 펼쳤다.


별안간 치후유의 기억 속에서 주시윤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저는 블러핑과 사각지대 공격이 특기거든요.' 처음 일본에 왔을 때 그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다면, 마왕이 주시윤의 몸에 기생했다 한들 특정 동작을 수행할 때는 몸에 익숙하게 길들어 있는 습관대로 움직이려 들 터.


그러니까 지금이라면 막아낼 수 있다.


화권도월의 마지막 공격으로 이어 나가려는 찰나, 직감과 감각을 총동원한다.


살기가 느껴지는 방향은 뒤쪽.


찰나의 순간 치후유의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공격이 아니라 몸을 틀며 방어로 전환해야 하는 걸까? 뒤가 맞을까? 왼쪽? 아니면 오른쪽?


아니.


주시윤의 몸에 깃든 습관이 있다면 필시 블러핑이 작용할 것이다.


살기가 뒤쪽에서 느껴진다고 할지라도, 아마 진짜 공격은 정면.



삭풍 削風



본래의 마무리 공격에 변주를 섞어 급격하게 가속한다.


이제껏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속도로,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속도로 검을 휘두른다.


달 뿐만 아니라 달이 떠 있는 하늘마저 두 동강 낼 기세로 치후유는 검을 치켜들어 위에서 아래로 크게 베어 갈랐다.





빙고.


검을 쥔 손에 걸리는 느낌이 거대한 충격과 함께 찾아왔다.




"-?!!"



정면으로 치고 들어온 연화의 검과 치후유의 검이 맞부딪히며 아래로 내리 꺾인다.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대지를 울리다 못해 붕괴시킨다.



"크, 으으으윽....!!!"



용혈과 바람, 맞닿은 검들 사이에서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힘들의 연쇄반응이 격렬한 붕괴를 일으키고 있었다.


공격은 막아냈을지라도 기초적인 힘에서 주시윤의 육체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인지, 연화의 검을 꺾어낸 치후유의 검이 힘에 부친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렸다.


왼쪽 어깨에서 급격한 통증이 느껴졌다. 동시에 어깨에서 파장의 형태로 발해지는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시윤 또한 검을 빼서 재차 공격에 나서려는지 검이 자꾸만 흔들렸다.


- 앞으로, 10초.



"감히!!!"



주시윤의 검이 한 차례 휘둘러지자 검에 깃든 용혈이 거대한 붉은 참격의 형태로 흩뿌려진다.


치후유는 다리를 벌리고 자세를 급격히 낮추며 참격을 재빠르게 피해냈다.


자세를 낮춤과 동시에 발을 구르며 가속, 질풍과도 같은 속도로 주시윤의 뒤로 이동했다.


아마도, 이 공격이 마지막.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치후유는 다시금 바람의 힘을 몸으로 끌어모았다.


양어깨와 다리, 검에서 선녀의 옷자락이 휘날리듯 바람이 휘몰아친다.


힘에서 이길 수 없다면 양으로 밀어붙일 생각으로 치후유는 검을 양손으로 고쳐잡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검술을 가능한 한 많이 놈에게 때려 박아 검에 타격을 집중시킨다.


언니. 내게 힘을 줘.



""----------------!!!!!!!!!""



상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세상이 떠나갈 것 같은 기세로 두 존재가 광포한 함성을 내지른다.


검에 감싸인 저주받은 용혈이 치후유를

검에 깃든 신성한 바람이 주시윤




내려친다.



비익앵화 比翼櫻花

낙섬풍 落殲風

매화접무 梅花蝶舞

광풍람 狂風嵐



나나하라 류 七原 流

합절기 合絶技 

백화요란 百花燎亂



여러 가지 검술이 한데 어우러지며 수려한 연격이 펼쳐졌다. 주시윤 역시 치후유의 공격에 대항하여 용혈이 머금어진 검을 계속해서 휘둘러댔다.


양 측의 힘이 서로를 찢어내는 소리와 충격파가 연이어 대공동을 저릿하게 울리고 땅을 진동시킨다.


- 앞으로, 6초.


베고, 베고, 또 베어낸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검을 휘두르는 팔이 무거워진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훈련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팔이 버티질 못해서 바르르 떨린다.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면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하지만 온 몸이 조각나 사라진다고 할지라도, 이를 악물고 무시한 채 검을 계속해서 휘두른다.


그저 몸이 하나의 검 된 것처럼, 베어내기 위한 몸이고 적을 부수기 위한 무기라고 생각하며 몸을 혹사한다.


- 앞으로, 4초.


격렬하게, 더 격렬하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모진 바람이 일으키는 불꽃과도 같이.


용혈이 바람을 뒤덮는다. 바람이 용혈을 조각낸다. 다시 용혈이 바람을 뒤덮는다. 폭발적인 격류가 공간을 찢어 발긴다.


부딪혀 갈수록 두 검 모두 심한 손상을 면치 못했다. 이가 나가고, 칼 몸이 흔들렸으며, 금까지 가 있었다.


이미 치후유의 검은 주인의 상태만큼이나 내구성에 한계가 와 있었다.


주시윤도 마찬가지였다. 연화의 검이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상극의 힘을 둘러쓴 검에게 몇 번이고 데미지를 입었으니 그 몰골이 무사할 리 없었다.


움직여, 움직여, 하고 몸에 계속 명령을 내린다. 한계에 도달한 검에게 무리한 주문을 내린다.


- 앞으로, 1초!!!!!


몸을 안쪽으로 말면서 노리쇠로 탄을 장전하듯 발검할 준비를 마친다.


반드시 명중시킨다.


앞으로 단 한 번, 단 한 번의 일격만 먹일 수 있다면-












쩌적, 쩌어억-!

빠그작-



"...아...!!?"



들려와선 안 되는 소리가 치후유에게 들려왔다.


급격히 힘이 빠지는 느낌과 함께 치후유의 몸이 주춤하며 기세가 꺾였다.


신의 축복처럼 몰아치던 바람의 힘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폭풍의 신은 온데간데없고, D급 카운터 소녀만이 그 자리에 있었다.



"검이....!!!"



스사노오의 힘이 다한 데다가, 데미지가 누적된 치후유의 검이 한 끗 차이로 먼저 부서지고 말았다.


한 번만 더 공격이 이뤄졌다면 주시윤의 검을 부술 수 있었을 텐데. 여기서 부서질 거라고 누군들 예상이나 했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주시윤의 얼굴에 소름 끼치는 웃음이 지어졌다.


동시에 용혈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검에 응집되기 시작했다. 치후유와 주시윤 자신의 주변을 전부 둘러쌀 정도의 거대한 혈류가 용솟음쳐갔다.


수십 갈래의 뱀 아가리 형상을 한 용혈의 무리가 형성되었다.



"신에게 대항한 대가를 치르거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 죽!@어!! 죽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죽음, 종말, 끝.


치후유의 표정에 허망함이 잠시 깃들었다. 모든 것을 다 바쳐가며 전력을 부딪쳤지만, 여기까지인가?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데. 성공해서 치나츠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언니...."



꼼짝없이 찾아올 죽음을 생각하며 치후유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아쉬우려나.


바다. 언니랑 한번 더 가보고 싶었는데.


밤바다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라던가. 한번 더 보고 싶었는데.


그 생각을 반영이라도 하듯,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무언가 쏘아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치후유는 흘려들었다.


형상화된 용혈의 파도가 단두대와도 같은 기세로 한 소녀를 분쇄하기 위해 덮쳐들던 찰나-







"그 이상 하게 놔두진 않겠다!"



금빛 눈을 한 여신이 몰고 온 불꽃이 하늘을 물들인다.


클리포트 인자의 활성화와 함께 점화구에 스파크가 일렁인다. 


힐데는 두 조율기인 레긴과 파프닐을 교차하여 점화, 주시윤과 치후유가 있는 곳까지 대포알처럼 몸을 쏘아 보냈다.


인자의 변환과 방출로 인해 얻은, 함선의 엔진이 기동하는 듯한 압도적인 속도와 출력이, 허공에 눈부신 빛무리를 장식했다.


파프닐에 손상이 가서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지만, 누군가를 절명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의 출력만으로도 충분하다.


몸을 날려 보냄과 동시에, 다시 레긴과 파프닐을 레일건의 포신처럼 역방향으로 교차시킨다. 두 조율기 사이에 동심원 형태의 헤일로가 두 장 겹쳐진다.


레긴과 파프닐을 포신삼아, 겹쳐진 헤일로를 화약 삼아 일거에 클리포트 인자의 힘을 폭발시키는 절기.


한 헤일로ain와 다른 헤일로ain soph의 공명을 통해 무한의 힘을 발생시키는 힐데 본연의 힘의 해방.


겨울의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이제 더는 누군가를 잃지 않기 위해.


최후의 발키리가 검을 들어올린다. 최초의 서약 이래 멈춰있던 시간이 움직인다.


노리쇠뭉치로 탄두를 때려 탄환을 격발시키듯, 헤일로의 중앙 부분을 검으로 강타한다.



드래곤 버스터

공명 Resonance

버스터 오버 드라이브



"울어라! 레긴, 파프닐!!"






ㅡㅡㅡㅡㅡ!!!!!!!!!!!!!!!!!!!!!!!!



천지를 뒤흔드는 섬광과 폭음이 일어난다. 대공동이 당장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격렬한 폭발이 온 사방을 뒤집어엎었다.


천재지변과도 같은 규모의 싸움 앞에는 그 어떤 싸움도 의미가 없어졌다. 연합원들, 혹은 침식체들마저 기세에 압도되어 싸움을 멈출 정도였다.


폭발한 클리포트 인자는 용혈을 갉아먹으며 핏빛 혈류의 폭풍과 뱀의 아가리들을 완전히 박살 내고, 그 앞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버렸다.


클리포트의 힘을 잡는 것은 같은 클리포트의 힘. 두 힘이 부딪히자 용혈들은 유리조각처럼 깨져서 공중에 흩날렸다.



"이 벌레만도 못한 자식들이- 이놈이고 저놈이고 끝까지!!!"



앞으로 한 걸음.


한 번 더.



-발퀴레 반응형 집속검



힐데의 공격은 용혈을 전부 날려버린 것에 그치지 않았다.


금빛의 기운을 머금은 힐데의 검, 발뭉이 주시윤에게 살기를 한껏 드러낸 채 날아들었다.


완벽한 외통수. 막지 않으면 주시윤은 힐데의 검격을 직격으로 맞게 된다.


제아무리 뱀이 클리포트의 마왕이고 절대적인 존재라지만, 동일선상의 존재인 힐데의 힘이 담긴 공격을 맞는다면 목숨을 장담하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인간의 신체에 깃든 지금은 더욱 위험했다.


주시윤은 연화의 검을 버리기로 했다. 검 정도는 내주는 것이 뱀에게 있어서는 타당한 판단이었다.



콰앙-!!!

쩌어억-



우악스러운 소리와 함께 연화의 검에 부딪힌 발뭉은 내부에 깃든 클리포트 인자를 폭발시키며 연화의 검을 산산이 조각내는 데 성공했다.



"지금이다, 치후유!!"



힐데는 이때를 놓칠세라 치후유에게 소리쳤다.


치후유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힐데의 외침에 몸을 날렸다.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주시윤과 힐데 사이로 뛰어들은 치후유는-



"받으세요!! 언니!!!!!"



자신의 CRF를 발에 최대한 끌어모아 검의 파편 중 가장 커 보이는 것을 발로 걷어찼다.


미미한 CRF라지만 일반인이 발로 차서 날려보내는 것보다 훨씬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었다.


연화의 검의 조각은 쏜살같이 치나츠를 향해 날아갔다.


바람이 불어오며 검의 파편을 휘감아 감속, 안전하게 치나츠의 손에게로 대령했다.


파편을 손에 받자마자 치나츠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시켜 그 파편에 흐르는 사념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물건에 깃든 사념이여. 이 목소리에 응하소서.


이루지 못하고 잠든 그대의 염원을 듣고자 하니.


눈을 떠 원하는 바를 이루소서.




..... ..... .......

....♬ ....♩♪.....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사념이 부르는 노래가 치나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바람의 멜로디와 마주한다.


두 음색이 공명하며 눈을 감은 치나츠의 마음 속 풍경 안에 새로운 풍경을 자아냈다.


나타난 풍경은 가정집이었다. 아침 햇살이 들어와 눈부시게 거실을 수놓고, 사진들이 벽에 걸려 있다.


거실 한복판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두 사람이 서서 웃음짓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사념이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통해 치나츠는 그들이 누군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당신들은-


치나츠가 그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전에, 두 사람은 현관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치나츠를 바라보았다.


남자 쪽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웅얼거렸다. 치나츠는 입모양을 눈에 담는 족족 입으로 따라했다.


ㄸ, ㅐ, 가, 돼, ㅆ, 니, 다.


고, ㅁ, 습, ㄴ,ㅣ, 다.



"....!!!"



때가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남자 쪽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여자 쪽은 미소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현관문을 온전히 열고 바깥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눈부신 빛이 현관문 건너편의 공간으로부터 세차게 쏟아지며 두 사람을 뒤덮었다.


기분 탓일까. 치나츠에게는 문이 열린 저 너머로, 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른 존재들이 느껴졌다.


현관문이 닫힌다. 마음 속에 그려졌던 풍경도 사라져간다.


치나츠의 의식은 다시 현실 세계로 끌어올려졌다.



..... .... .....

....♬ ....♩♪.....




찰랑거리는 방울소리와 바람이 불어온다. 기이한 소리를 내며 칼 몸의 파편이 흔들렸다.


시간이 거꾸로 되감기는 것처럼, 칼 몸의 부숴졌던 부분이 조금씩 원래의 형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칼 몸의 파편은 치후유가 동강내기 이전인 검붉은 색 길다란 장도의 모습으로 금세 복원되어 있었다.



"언니!"



치후유의 목소리에 치나츠는 눈을 번쩍 떴다. 온 힘을 다 써서 지친 것인지 치후유는 힐데에게 안긴 채 돌아와 있었다.



"치후유! 괜찮아? 어머, 어깨가...!!"


"괜찮아요 언니. 그보다도 계획은 성공하셨나요?"


"어떻게 됐나? 안에 들어있는 건 분명히...."



안고 있던 치후유를 땅에 내려주면서 힐데가 치나츠에게 물었다.



"네.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목소리는.... 시윤 씨의 어머님, 인가요?"


"잘 알아챘군.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했지??"


"때가 무르익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


"소대장님?"



힐데는 바로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황금색 눈에 뭐라고 정의내리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흐른다.


슬픔? 그런 단순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리움? 기뻐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백발의 소녀는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였지만, 그러나 동시에 후회가 씻겨 내려가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힐데는 힘겹게 다음 한 마디를 뱉어냈다. 고르고 고른 말이 흘러나오며 목울대가 울렁였다.



"그래..... 응. 그랬구나."



힐데는 치나츠가 해줬던 말을 몇번이고 곱씹었다.


때가 무르익었다. 정말 고맙다. 그들과 함께 했었던 힐데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죽어서까지도 그 검에 남아서 시윤이를 지키려 했구나.


연화야. 한아. 너희가 의도했던 것이 지금 이 상황이었니?


그날, 너희의 시간이 끝맺어진 날부터. 이 아이를 위해서?


힐데는 치나츠의 손에 들려 있는 연화의 검에게로 손을 가져갔다. 피와 흙먼지로 더럽혀진 손이 깨끗한 칼날 가운데 닿았다.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힐데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칼날에 닿은 손 또한 슬퍼하듯이 살짝 떨렸다. 


아냐, 아직은 슬퍼할 때가 아니다. 떨리는 손으로 애써 주먹이 쥐어지며, 힐데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처럼 말했다.



"수고 많았다. 하지만 검을 부순 것이 다가 아니야. 이제부터 시작이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사념을 깨운 것은 어디까지나 내부에서 시윤 씨의 영혼이 눈뜨기 위한 기폭제를 준비했을 뿐. 남은건 그 기폭 스위치가 눌릴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하지만 언니. 이 이상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건가요? 수행 중에도 이 정도로 오랫동안 시조의 힘을 유지해본 적은 없었잖아요?"



치후유의 말대로였다. 온 천지를 물들이던 녹색 바람의 힘은 처음보다 그 세기가 확연히 줄어들어 있었다.


전투 중에 입은 부상들의 회복 속도 역시 더뎌졌다.


그리고 이 때를 노렸다는 듯, 주시윤이 서 있던 방향에서 붉은 뱀의 형상이 그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가문 연합을 향해 쇄도해왔다. 



"치나츠!!"


"네!!"



두 사람은 약해진 시조의 힘과 클리포트 인자가 집속된 검으로 용혈을 정면에서 받아쳐냈다.


역시 한계가 오는 것인지, 힘을 발현하느라 뻗은 치나츠의 팔이 후들거렸다.



"오라, 하수인들아. 나에게 피와 살을 바쳐라!!"



노이즈가 잔뜩 섞인 기괴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러자 검은 안개 속에서 끝도 없이 튀어나오던 침식체들의 행렬이 멎었다. 전장에 남아있던 침식체들은 괴롭다는 듯 몸을 비틀며 검붉은 액체로 변해갔다.


검 없이 자유로워진 두 팔을 휘두르자 용혈이 허공에서 붉은 핏빛의 파도로 형상화됐다. 파도가 모여서 해일을 이루고, 해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대양을 이루어갔다.


핏빛 파도는 닿는 모든 것을 갈아버릴 것처럼 격렬하게 움직이며 점점 그 크기를 불려나갔다. 어찌나 큰지 제8봉인역 전체의 절반 정도가 용혈로 뒤덮일 정도였다.


초록 빛으로 뒤덮였던 곳은 이제 붉은 빛의 군세가 대신했다. 치나츠의 힘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졌고, 뱀의 힘은 시간이 갈수록 숙주에 적응하며 강해져만 갔다.



"저, 저게 뭐야?!"


"시종장님... 저건 대체...."


"뱀이 본색을 드러낸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힘은 저도 처음인데...!"


"전 연합원! 제 뒤로 모이세요! 위험합니다!!"



치나츠는 황급히 지시를 내렸다. 연합원들은 일사분란하게 가주의 명에 따라 치나츠와 힐데의 뒤로 모여들었다.


다급해진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눈 앞의 저 붉은 파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었다.



"쓰레기같은 것들 주제에!! 그깟 검 하나 부쉈다고 해서 이 아이의 몸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봤던 거냐!!


상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흰 오히려 내가 이 몸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야. 고맙게도 말이야!!"



악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웃음소리를 내며, 용혈의 격류 중심부에서 주시윤은 그 소름끼치는 시선을 연합원들에게 향했다.


포식했던 영혼을 기워내어 만들어낸 하수인들도 이제는 필요 없다. 주시윤의 몸에 불편함이 없을 만큼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얼추 다 채웠다.


완전한 적응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지역 하나 정도는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다.


치나츠의 시조의 힘 대신 용혈의 붉은 기운이 사방에 산재하자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인간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정신을 물들이는 권능이 다시 그 힘을 되찾아간다.


안 돼.


저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연합원들은 전부 죽고 말아. 그렇게 막으려고 노력했었는데.


치나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역시 안되는 걸까.


모든 것을 다 바쳐 뱀을 몰아붙혔건만, 인간의 힘으로는 마왕에게 저항할 수 없었던 걸까.


나의, 치후유의, 연합원들의 노력은, 가문 뿐만 아니라 이 도쿄 에어리어의 평화를 책임져온 힐데의 노력도.


턱없이 모잘랐다는 것일까.




"정신 지배가 막혔다고 해서 내가 포기할 줄 알았더냐? 조금 잘 싸운다고 해서 이길 줄 알았더냐? 너희가 얻어%@갈 수 있는 것이라곤 죽$음 뿐이다!!!


용혈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너희 버러&$지들의 영혼 속에 철저하게 교육^)시켜주마!!"





종말을, 노래하라-


태초의 뱀 앞에 무릎 꿇고 마음 문을 열라


나의 발치 앞에 항상 인간의 피와 내장이 가득하게 하라


죽음이 온 세상을 덮-











"-커, 어윽!!??!"




하늘을 향해 뻗어졌던 팔의 움직임이 멎는다.


찬송가처럼 울려퍼지던 저주의 노래 역시 멎는다.


세상을 죽음과 공포로 물들이는 악한 목소리 역시, 순간 멎었다.


거세게 공간을 찢어발기려 들던 용혈의 움직임도 점점 느려져갔다.


때 아닌 변화를 알아채자 전장에 있는 모든 이가 놀랐다.



"-어째서...?"



어찌된 영문인지, 붉은 광기로 불타오르던 양 눈동자 중 한쪽에 푸르른 빛깔이 돌고 있었다.


뱀이 주시윤의 몸을 입고 현실에 강림한지 두 번째로 맞는 돌발상황이었다.


- 몸이 멈춰버린 채로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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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절의 뇌절의 뇌절. 진짜 전투씬은 쓸때마다 데가리 터질거같다....


약속대로 빠르게 살 붙혀서 완성해왔슴! 근데 다음화는 또 ㅈㄴ 오래걸릴듯? 현생 ㅋㅋㅋㅋ시발


읽어주는 게이들이 있기 때문에 힘내서 계속 쓸 수 있는거 같다. 항상 읽어주고 개추박아주고 댓글 달아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전편도 같이 읽어주면 너무 감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