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회차 - https://arca.live/b/counterside/49823364
“그것은...?”
검은 상자속에서 핀리의 손에 집어져 나온 것은 단순한 고철 덩어리. 하지만 그 고철 덩어리 밑에는 확실하게 그 글자가 적혀있었다.
“사진기일세. 아르세니코란 이름이 적힌 사진기. 리타 본인의 것인지는 몰라도, 유일한 물질적 유산이라 생각할 수 있지.”
“대체 어디서...아니, 어떻게?”
세월의 흐름을 이미 사라진 광택으로 증명하는 사진기를 건네 받자 호라이즌의 사고회로가 광란하여 앞 뒤 순서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성냥팔이라는 카운터범죄자, 그가 얼마 전 사망하였길래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찾아낸 물건들 중 하나일세. 앞으로의 일에 협력한다면 보수로 이 사진기를 주도록하지.”
앞의로의 일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윌버를 죽엿던 것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고작 사진기 하나로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이다.
비효율적이다.
자신은 이 요구를 거절해야-
“협력하겠습니다 휴먼. 사진기의 관리는 철저하게 하십시오.”
“훗, 약속하지.”
[00:03AM 샤레이드 내 관리국 법원, 마크 핀리 & 호라이즌 도착]
“알았나? 지금부터의 흐름은 우리가 잡고 간다네. 증거들은 준비되었으니 너무 긴장하지는 말도록.”
“아쉽군요.”
“음? 뭐가 말이지?”
“긴장하지 말라며 폼잡으며 말하였지만 하필 대상이 긴장할 리가 없는 AI라서 오히려 당신의 지능 수준이 의심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기껏 상향된 평가도 1점 운동이 일어난 것인지 바닥으로 향하니 참으로 아쉽군요.”
“참으로 신랄하군. 그 말도 그만하도록 하지.”
수많은 취재진의 질문과 셔터음의 소리 한 가운데로 합중국의 병력에게 둘러쌓인 핀리와 호라이즌이 여유롭게 걸어나간다. 열린 복도는 그 모두를 감싸안을 정도로 넓었기에 모두가 새삼 관리국의 자본과 권력을 느끼게되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제 심판의 문입니까? 생각보다 단조롭군요.”
“심판의 문이기는 하지. 하지만 심판 받을 것은 자네가 아니라는 것.”
관리국의 법원, 넓은 복도와는 걸맞지 않게 평범한 디자인의 문을 핀리가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는 관리국의 검사와 판사, 취재진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자, 클라이맥스일세.”
그렇게 말하며 핀리는 호라이즌과 함께 셔터들 사이를 걸아나가 자리에 앉았다.
그 이후에 이어진 일들이라고는 그저 형식상의 절차들 뿐이었다.
곧바로 검사측의 죄목 읊기가 시작되었다.
“피고인 호라이즌은 불법 입국, 공공기물 파손, 살해 혐의, 절도 및-”
거기까지가 호라이즌의 하드디스크에 남아있는 죄목이다. 그 이유인 즉, AI인 자신이 듣기에도 웃음이 나는 죄목들이 튀어나왔기에 불필요한 용량을 차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나온 ‘납치’는 정말로 웃기는 죄목이었지. 검사측도 무리라 생각했는지 곧바로 접고 들어갔으니.”
“그랬습니까? 불필요한 정보는 곧바로 삭제하는 주의인지라 몰랐습니다.”
“그렇다는 소리는 내 존재가 자네에게는 불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는 소리이니. 후후, 이건 영광이로군.”
“휴먼, 누구시죠?”
그런 호라이즌의 귀여운 장난에 핀리는 다시 한 번 시무룩 해졌지만, 종업원이 들고 온 스페셜 차일드 런치를 받고서는 알기 쉬울 정도로 기분이 회복되었다. 정말로 정보국에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고, 나는 그 인간을 그리 판단했다.
다시 돌아와, 핀리가 제출한 증거들을 내밀자 재판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로는 제프티 바이오테크의 비인간적 행적들이 줄줄이 이어져 20분간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취재진들에 의해 전세계로 그 진실들이 퍼져나가고, 동시에 제프티 바이오테크 본사 건물 내부의 CSE가 올라가는 현상 또한 관측되며 그 기업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실추되고 말았다.
“생각보다 쉽게 끝났군요.”
“그래, 코핀 컴퍼니가 준비해준 자료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군. 나열하면서 느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한 듯한 느낌이야. 뭔가 짚히는 점이 있나?”
“...코핀 컴퍼니와의 접점은 있었다만 그러한 이야기는 저도 처음입니다. 그보다 판결도 끝났으니 사진기나 내놓으십시오 휴먼.”
판결은 각본이 짜여진 무대 위 연극처럼 진행되었다. 방금 전 핀리의 말에 따르면 관리국의 상부에서도 무언가 압박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30분만에 법적 공방을 끝내고서 구속이 풀려 법원을 나온 호라이즌은 계단을 내려간 핀리를 내려다보며 사진기를 요구하였다. 예쁘장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귀엽지 못한 언행이었다.
“확실히 사진기를 주기로 했지만 그것은 앞으로의 일을 협력해준 다음 일이 끝난 후, 아직 하나가 남아있다네.”
“...비열하군요. 관리국에 제가 협조하기로 문서까지 작성하고도 부족한 겁니까.”
“자네가 앞으로 협조하는 것은 관리국이지, 내가 속한 합중국이 아닐세. 그렇다면 일 하나정도는 가벼운 부탁이 아닌가?”
선글라스를 가볍게 만지며 작은 미소와 함께 말하였다. 그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 찬 상태로.
“걱정마, 자네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테니.”
“빨리 마지막 일이나 말하십시오.”
“하하, 기계도 급해지니 표정이 드러나는군.”
호라이즌도 모르게 그 급한 표정이 드러나자 핀리는 속으로 축하하였다.
눈 앞에 있는 것이 정말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이미 사라진 그 둘은 정말로 가족이었구나라고 생각하였기에.
“우선은 수송기에 타도록 하지.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코핀 컴퍼니가 말해준대로 제프티 바이오테크 본사의 CSE가 올라가기 시작했으니 일을 할 시간일세.”
이전보다 많은 관리국과 합중국의 병력들이 하늘 위를 가득 매운 수송기를 타고 핀리의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목적지는 제프티 바이오테크 본사.
“자, 클라이맥스는 끝이고 이제 무대는 뒷정리를 할 시간이라네 호라이즌.”
열심히 뒤를 밟으며 한 번 그 모습을 보게 된 코핀 컴퍼니의 사장. 사진기록은 없지만 확실히 기억한다.
그 남자를 따라 양 손을 주머니에 넣고서, 목소리를 낮게 깔고서 멋지게 말해본다.
“섬멸 작전이네.”
----------------------------------------------------
p.s 다음회차가 마지막. 나름 원본 스토리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써보려고 했지만 뭔가 설정 오류가 있으면 댓글로 말해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