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음 만난건 4년전 여름임


태풍이 지난 뒤 였나?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이였는데 왠 고양이 한마리가 비실비실 있는거야... 뒤에 이상한걸 달고 말이지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까 고양이 x구멍에 왠 행주가 박혀있는거임


아마도 얘가 배고파서 막 주워먹다가 천쪼가리를 먹고 그대로 싸지 못해 걸렸었나봐


안쓰러워가지고 후다닥 비닐장갑 끼고 빼준다음에 깨끗한 물 하고 멸치 씻어서 조금 나눠줬음


그거 먹더니 앞마당에 있는 탁상밑에 그대로 들어가더라...


그 날로부터 3일뒤, 햇빛 괜찮던 날에 나가보니까 그 고양이가 그대로 있더라고?


그래서 다가가니까 놈이 일어나더니 내 다리에 앵겨붙는거임... 도와준거 알았봤나봐


그 뒤로도 떠나지도 않고 애교를 부려서 우리 가족이 먹이도 주고 빗질도 해주고 같이 마을 산책도 나가고 했지


캣맘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어차피 한적한 시골이고 마당도 넓어서 그냥 반쯤 키우다 시피 하면서 살 고 있었지


그렇게 몇년을 같이 살았음


중간에 고양이 감기 걸려서 상자에다가 이불도 깔아주고 콧물때문에 눈하고 입 주변에 말라붙어서 숨 못쉬는거 자주 닦아주기도 했었고


기숙사 생활하다가 일주일만에 돌아오면 우다다 달려와서 다리에 머리 부비부비했음


그렇게 잘 살고 있는데 1년 전인가? 친할머니가 그놈의 고양이 더럽다고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먹이 주는것도 못하게 하는거임


아마 마당에 밭을 만들었는데 고양이가 똥 싸니까 싫으셨던 거겠지... 그 전에도 조금 싫어하셨고


그래서 어쩔수없이 표면적으로 먹이도 끊어야 했지만... 밤에 몰래 먹이도 주고 츄르도 주면서 놀았음


가끔 고기도 구워먹으면 뼈 붙은 고기나 남은거 주기도 하고(처음에는 막 할키면서 뺏어먹듯이 가져갔지만 최근에는 얌전히 받아 먹음)


뭐... 이렇게 줘도 분명 전에 주던거에 비하면 적어서 떠날지도 몰라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


어쨋든 길고양이니까


그런데 1년이 지난 오늘 아침까지도 마당에 늘어져서 잠이나 자고 있더라... 그냥 안정적으로 먹이좀 나눠주는 곳이라서 안떠난걸까? 아니면 처음에 도와준거 기억해서 일까? 아무튼 잘 살고 있었음


1년씩이나 지나니까 할머니도 반쯤 포기하셨고


그래서 최근에는 '이제 낮에도 줄까'라는 생가도 했지




이제는 필요 없겠지만


오늘 오후 3시쯤에 마당 한가운데에서 무지개다리 건넜다... 


처음에는 자는건가 싶어서 다가가니까 애가 반응이 없더라... 발소리 들으면 뭐라도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완전히 가까이가서 보니까 애 눈뒤집어지면서고, 몸이 길게 늘어져있는거임


순간 당황했지 나이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침까지만 해도 하품 찍찍 할 정도로 멀쩡했거든 


그래서 주변에 보니까 생선이 하나 있었음... 그거 있잖아 복어... 독 있는거... 복어 몸통 보니까 노랗더라


아마도 마당 앞이 바로 도로하고 바닷가다 보니 낚시꾼들이 간간히 있는데 그 낚시꾼중 한명이 복어를 얘한테 던져줬나봐


얘는 그걸 물고 우리집 마당으로 돌아갈려고 했는데 하필 물었을때 독샘을 건드려서 바로 무지개다리 건넌거고


난 그대로 얼어붙어서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다가오시더니 "죽었네..." 한마디 하시고는 챙겨서 어디 가시더라


나는 그대로 집에 돌아가서 침대에 널부러져서 멍때리다가 지금 글 쓴다...


...


무거운 얘기 해서 미안해 카붕이들아...

하지만 딱히 얘기할곳이 없어서 여기 글 쓴다...

읽어줘서 고마워

밤마다 내 방앞에서 울어재꼈지만 그래도 나 볼때마다 호다닥 달려와준 뚱이 ?~2022년 5월 7일 오후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