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



땅이 세차게 울리고 있었다

눈에 담긴건 끝없이 몰려오는 검은파도와


"망할! 어서 도망치라고!"


만신창이가 되었으면서도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우리를 구하려는 에이미였다


"그러면 에이미는요?! 설마 저 침식체 무리를 혼자서 막겠다는거에요?"



옆에서는 민서씨가 필사적으로 에이미양을 설득하고 있었다



"정말 죽고 싶어서 그래요?!"



그리고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는 내가 있었다



"당연히 살고 싶지. 하지만 말이야."



에이미는 그 후, 우리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래도 다같이 죽는거보다는 한명만 죽는게 나아."




"그런 억지가 어디있어요! 고집부리지말고 어서..."


그 때, 검은파도에서 큰 구체가 날아와 민서씨의 앞에 처박혔다



"이건...?"



"벌써 시작했나보네. 두번 말 안할게.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



에이미의 손에는 본적이 없었던 붉은색 요요가 들려있었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 못했던 게임이나 마저 하자."



그 말을 끝으로 에이미는 순식간에 면에서 점으로 변해, 검은 파도를 향해 달려나갔다


"민서씨. 일어나봐요.


"히로세씨...에이미가..."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나의 손은 민서씨의 뺨을 때린뒤였다

"그 에이미의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들생각이 아니라면 어서 일어나요."


분명 가슴으로는 너무나도 슬펐지만, 머리는 냉정하게 변해버린 나는 그대로 민서씨의 손을 붙잡고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어서요."


".....네"



그렇게 달리며 뒤를 돌아보았을때는 이미 붉은색 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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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게 끝이야. 망할 버터남."



"이거, 조금 서운해지려하는데 아가씨."


내 말에 대답한건 금발의 양아치 아니, 미군의 대령이라고 소개한 제이크 워커였다


"서운하긴 뭐가 서운해? 우리는 거래를 했을뿐이야. 우리는 이야기를 해주고 당신네는 우리에게 식량을 주는. 그런 비즈니스 관계."


눈 앞의 망할자식이 처음부터 망할자식은 아니었다


처음엔 나름 신사적이며 격식이 있었지만 침식체 토벌을 몇번 도와주니 멋대로 친한척을 하는게 아닌가


"하하. 난 까칠한 성격도 수비범위야."


거기에, 이 끔찍한 느끼함은 도저히 적응이 불가능하다


나를 위해 억지로 웃는 저 얼굴까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든다




"그보다도 곧 있으면 이곳에도 침식체들이 온다고 하던데. 맞아?"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나?"



억지로 띄운 공기가 살짝 가라앉는다



"그냥 우연히. 듣기로는 무슨 대위가 지휘하던 방어선이 무너지고 곧 이곳으로 온다던데."


"카일 웡이다."


그 순간 느끼하기만 할줄 알았던 금발 대령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군인답게 죽었다. 이름정도는 기억해두도록."


"친했나보지?"


"글쎄, 정확히는 친해질 시간조차 없었다는게 맞겠지."


그렇게 분위기가 서서히 가라앉을려던 그때, 재수없는 대령이 박수를 치며 일어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잊혀진 이들을 기억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지금을 살아가는거다. 제군들."


"하. 그러셔."


"맞아요. 좀 재수없는데요."



우리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대령은 말을 이어나갔다


"안좋은 소식 하나, 좋은 소식 하나가 있는데 어느쪽 부터 들을건가?"


"나쁜쪽부터 말해봐."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대령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비축해둔 식량이 거의 다 떨어졌다. 그래서 너희에게 줄 식량은 맛없는 전투식량이 될거다."


"어차피 기대도 안했어요."


민서씨는 귀찮은듯, 어서 다음 얘기나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좋은 소식은 그 전투식량을 먹을 시간도 얼마없다는거다."



그와 동시에 작지만 확실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클리포트의 마왕이 벌써 근처에 도착해버려서 말이야. 얼마뒤엔 이 건물도 날아갈거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하고 싶은말은...잠시 실례."


대령은 무전기의 내용을 듣자,급하게 방을 나섰다




그가 떠나자, 어두침침한 공간에는 적막만이 남게 되었다



"히로세씨."



"왜요. 민서씨."



"그때 도망쳤던거. 아직도 후회하고 계세요?"



예상치 못한 말은 어느새 가슴 한켠에 날아와, 박혔다



"글쎄요. 후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때 그 장면이 떠오른다


"그래도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거에요."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게 정했거든요."



다시 돌아온 대령의 표정은 심각해보였다



"이봐 프리라이더 아가씨들. 예상보다는 빠르게 손님이 찾아온거 같아."


"프리덤 라이더라고 몇번을 말해야 하는거야? "


"그러게요 히로세씨. 분명 놀리는거라고요."


"하하. 나는 그저 분위기나 풀어보려 했는데 실패한거 같군."




닫혔던 해치가 서서히 올라간다


어두운 공간에 빛이 채워지고


"그럼 이 빌어먹을 게임에 엔딩을 보러가자고."


이제는 가볍지 않은 검을 쥐고서 게임의 끝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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