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다음 실험체.”

 

지독한 소독약 냄새와 피 냄새가 뒤섞인 이곳의 공기는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멍해지고 입안에서는 쓴맛이 났다.

 

다음 빨리.”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말하자 얼굴도 안 보이는 투구를 쓴 병사들이 나를 잡아끌기 시작했다무섭고도망치고 싶었지만 저항할 수 있을 리 없다나는 이제 겨우 열 살인데 다 큰 성인들을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의자에 내 팔과 다리를 고정시키고무슨 용도인지도 모를 패드들을 내 몸에 붙였다.

 

그럼이번에는 실험 성공 사례가 하나뿐이라 별 기대는 안 되지만 안 하는 그것보단 낮겠지.”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손에는 기이한 빛깔이 도는 액체가 담긴 주사기가 하나가 아닌 세게 가 있었고 점점 내게 다가오는 주삿바늘을 보고 있자니 숨이 거칠어지고 식은땀이 흘렀다그런 나를 보면서도 남자는 망설이지 않고 내 팔에 주사 하나를 꽂아 넣었다.

 

...!”

 

아파할 새도 없이 남자는 내 목에도 주사를 놓았다.

 

... 아아악...!!”

 

마치 무언가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다고통에 몸부림치고 싶은데도 내 팔다리는 묶여 있고 몸은 의자에 고정되어 있었다결국소리 나 지를 뿐 무엇도 하지 못했다.

 

오오... 아직도 버티는군그럼 마지막이다.”

 

그리고 마지막 주를 놓기 전 내 오른쪽 눈꺼풀에 고리를 걸어 눈을 감지 못하게 만들었다.

 

... 하지마!”

 

눈을 감으려고 해봤자 눈꺼풀에 상처만 생길 뿐이었고 남자의 주사기는 내 안구에 찔러 넣어졌다.

 

“....!!!”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머리가 관통당하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묶여있는 팔다리에 힘을 주거나 몸통을 버둥거렸다.

 

... 끄윽...!!!”

 

아 이런... 역시 못 버티는 건가?”

 

머리가 아프다목이 부러지는 것처럼 아프다팔에... 감각이 없다그리고...

 

허으....!!”

 

꾸뜩-

 

뚜두두둑-

 

으아아아아아!!!!!”

 

팔과 등에서 뭔지 모를 것이 돋아났다검은색의 반짝이는 무언가가 나의 살갗을 찢고 뼈를 부수며 튀어나왔다.

 

....,... ...!!”

 

... 이 꼬맹이 빨리 막... 으악!”


내 몸에서 돋아나는 이 검은색의 물체를 제어하지 못하는 바람에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휘말려 버렸다.

 

젠장... 제어 불능이다 쏴버려!”

 

병사들은 총구를 나에게로 돌리고 방아쇠를 다였다총성이 울리며 나에게 날아든 총알들은 내게 닿자 튕겨 나갔고병사들은 그 모습에 남자를 버리고 도망쳤다.

 

... 으으윽.... 누가 나 좀 살려줘...”

 

내 몸에서 돋아난 물체에 깔린 남자는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이 좁은 실험실이 너무 무섭게 느껴지고 혼자 있다는 사실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 난 여기에 있어...”

 

-

 

...?”

 

-

 

젠장 이거 왜 이리 단단해!”

 

카앙-

 

내 몸에 돋아난 물체를 두들기며 튀어나온 누군가가 물체를 들어 올리며 나를 바라봤다.

 

네가 이 지랄을 해 놨냐?”

 

자기 키보다 훨씬 커다란 검을 들고 보라색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여자아이가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

.

.

.

 

 

 

 

 

-

 

거칠게 열리는 문.

 

검은 양복에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검은 눈의 남자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서류 더미들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나이트!”

 

아 씨..”

 

너 또 유진한테 뭔 짓거릴 한 거야!”

 

넌 그 녀석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냐?”

 

나이트는 투덜 거리며 짜증 냈지만오히려 짜증은 남자 쪽이 내야 할 상황이었다.

 

내가 얼터너티브 실험체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그 녀석이 먼저 건방지게 덤벼들었다고내가 굳이 그런 쥐 새끼들한테 맞춰줘야 할 이유가 있어?”

 

맞춰 주라고 한 적 없어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그리고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지기 시작했다당장에라도 자기 키만 한 대검을 휘두를 기세의 나이트를 눈앞에 두고도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류들을 펼쳐 보였다.

 

이게 뭔 거 같냐?”

 

그게 뭔데?”

 

너 때문에 오늘내일모레글피까지... 폐기 처리당할 실험들이다.”

 

흐음... ...”

 

양심은 있는 건지 본인 때문에 엎어진 일들과 그 뒤처리까지 한 그에게 더 할 말이 없는지 헛기침만 하는 나이트.

 

더 할 말 있냐?”

 

그래도 그 녀석이...!”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게다가 너 저번 작전에서 카운터도 아니고 일반인한테 물먹었다면서?”

 

아니 그때는...”

 

나이트가 계속해서 갈굼 당하던 중 리플레이서 병사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 죄송합니다나이트 님 스테일 님.”

 

"됐어무슨 일이야?”

 

실험체가 정신을 차렸다고 합니다.”

 

몸 상태는?”

 

그게...”

 

병사는 자신을 노려보는 나이트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자 스테일은 나이트를 째려보고는 병사를 날 선 목소리로 다그쳤다.

빨리 말해 나 바쁘니까.”

 

... 아무래도 한동안은 실험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분명 일주일 정도면 치료된다고 들었다만?”

 

그게... 이번에 손상된 것이 신경 쪽 인지라...”

 

알았어 나가봐.”

 

병사가 나가자마자 방 안의 분위기는 더더욱 차가워지고 날 선 상태가 되었다나이트가 어떤 사고를 치더라도 뒤처리하는 스테일이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

 

... 화났냐?”

 

당연히 화났지하아...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냥 퀸에게 넘겨야지 원...”

 

야 그건...”

 

농담이야.”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네 농담은 전혀 웃기지도 않고오히려 진지해서 짜증 나.”

 

정말로 무뚝뚝한 표정으로 뚝뚝 내뱉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 때문에 그의 평판은 날이 갈수록 이상한 쪽으로 안 좋아지고 있었다.

 

네가 저지른 짓거리들이 난 더 짜증 나앞으로 또 이러면... 진짜로 나도 그냥은 안 있을 거야.”

 

... 알았다고.”

 

제발 알았으면 한다나는 이제 유진 상태를 보고 원래 있던 데로 보낼지치료할지 정해야 해 너도 할 일이 있지?”

 

아 이번에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용병들로 우리를 들쑤시려는 놈들이 있다더군.”

 

이번에는 잘할 수 있겠지?”

 

날 뭘로 보는 거냐난 약속의 땅으로 갈 선택받은 신인류라고.”

 

그래... 약속의 땅 말이지... 아무튼잘 해봐 나는 처리해야 할 것들 하러 갈 테니까.”

 

스테일은 방을 나서며 문을 닫았고 나이트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약속의 땅이라... 약속도 땅도 아닌데 말이지.”

 

스테일은 유진이 누워있을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나이트가 물론 성격이 지랄 맞기는 했지만유진도 만만치는 않았다걸핏하면 소리를 지르고 연구원을 때려눕히기도 했으니까.

 

병실에 도착하자 문밖에서 스테일을 기다리던 연구원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이 방인가?”

 

.”

 

안에 사람은?”

 

없습니다일어나자마자 물건들을 집어 던지는 바람에...”

 

나이트도 그렇지만 이 녀석도 성격은 참 지랄 맞아... 너도 네 할 일 하러 가봐 여긴 내가 알아서 할게.”

 

.”

 

연구원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스테일은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들어서자마자 코를 간질이는 소독약 냄새에 미간을 찡그렸지만 금방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고병실 안쪽에 있는 침대 위 잔뜩 긴장한 유진을 발견하고그녀에게 다가갔다.

 

... 뭐야!”

 

몸 상태는 어떠냐.”

 

또 시작이네... 너희들한테 할 말 없...”

 

그래그럼 바로 실험에 투입시켜도 되겠네?”

 

...”

 

실험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유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그녀들에게 실험이란 것은 그저 고통을 주는 고문이나 다름없었으니 이상한 반응은 아니었다게다가 지금 유진의 몸 상태는 나이트에게 죽기 직전까지 얻어 맞은바람에 지금 실험을 강행했다가는 죽거나 아니면 미치거나 일 것이다.

 

그러게 왜 객기를 부려.”

 

개자식들...”

 

그래도 너는 운이 좋네아마 한동안은 실험에 투입되지는 않을 테니까.”

 

?”

 

그 대신... 네가 했어야 할 만큼 다른 녀석들이 더 고생하겠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 그게 무슨...”

 

말 그대로의 의미다.”

 

유진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이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스테일은 별로 개의치 않고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팔은... 음 금이 간 것 같지만 괜찮아 보이고.... 문제는 등과 허리 군...”

 

그리고 그녀의 처분을 결정한 스테일은 병실을 나서기 위해 문을 열었다.

 

.. 잠깐만!”

 

또 뭐야.”

 

... 실험할게.. 내가 할 테니까 다른 녀석들은...!”

 

안돼.”

 

어째서!”

 

그야 죽을 테니까."

 

...?”

 

나이트야 자신들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 줄 대체재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스테일은 이들을 구하기 힘든 실험체 정도로 여기고 있다. 구하기 어려우며 한번 잃었다간 손해가 막심한 실험체.

 

착각하지 말아라 유진너도 네가 그렇게 따르는 윤서도 우리에게는 실험체이자 재산이야너희가 아파하는 걸 보면서 즐기는 취미 같은 건 없어그런데 네 부탁대로 너로 실험하다가 네가 잘못되면... 손해가 크잖아?”

 

....!”

 

안 그래?”

 

개자식들...”

 

피가 나도록 이를 가는 유진을 보면서 그는 유진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며 한 가지 거래를 제안했다.

 

대신... 한 가지 약속을 지키면 네 부탁대로는 아니지만 너와 네가 아끼는 윤서샤오 린김소빈까지몸이 회복될 때까지 실험은 물론이고나이트가 지랄하지 않도록 해줄게.”

 

약속...?”

 

그래앞으로 연구원들이나 병사의 말에 지랄을 하더라도내 말에 토 달지 마.”

 

“...”

 

반항하지도 말고경계하지도 마나는 물론이고 나이트에게도 마찬가지야.”

 

“...”

 

알아들었어?”

 

유진은 핏발선 눈으로 스테일을 노려보며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스테일과 리플레이서 전체에게 분노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무력감에 화가 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유진은 스테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음 좋아... 그럼... .”

 

....?”

 

뭔지 몰라?”

 

스테일이 내민 손바닥을 보며 유진은 잠시 멍해진 채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약속을 했으면 증거를 보여야지?”

 

치욕스럽고 분하지만자신은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기에 유진은 손을 들어 그의 손바닥 위로 올린 채 고개를 숙였다.

 

잘했어계속 이렇게 고분고분 하라고.”

 

그리고 스테일은 눈물 흘리며 부들거리는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고 몸을 일으켜 병실 밖으로 나섰다.

 

아 너는 당분간 이쪽에 있을 거야그러니까 난동... 아니 그 몸 상태로는 오히려 요양을 받아야 하나?”

 

병실을 나서며 나지막이 말하는 그의 말에 유진은 눈물을 흘리는 거로도 모자라 표정까지 일그러트리며 소리를 질렀다.

 

끄아아아아악-!!!!!”

 

-

 

침상에 머리를 박으며 소리치는 유진은 찢어진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스테일을 향한 저주를 내뱉었다.

 

죽일 거야죽여버릴 거야죽여버리고 말 거야!!!”

 

하지만 그런 원망 섞인 외침을 들으며 스테일은 미소 지었다.

 

나는 살고 싶어서 이 지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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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써보고 싶어서 끄적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