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서 신디케이드. 그들은 분명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그 실상이 어쨌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분명 더 나은 미래고 인류의 존속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행하는 방법은 과격하고 난폭하며 또 잔혹하다.

 

“그래 너희가 도망치고 싶어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해.”

 

“유진아!”

 

“가만히 있어 이년 모가지 뽑히는 게 보고 싶은 게 아니면.”

 

꾸욱-

 

“컥…. 아흑…!”

 

검은 장갑을 낀 손이 유진의 목을 붙잡으며 가볍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유진은 발버둥 치며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목을 조여 오는 힘이 더 강해질 뿐이었다.

 

“나이트처럼 험하게 안 굴어서 내가 만만했나? 너희들 편의를 봐주니까 내가 정말로 너희 편이라고 생각한 거야? 봐주니까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군. 버러지 같은 것들이….”

 

“컥…. 컥…. 컥…!!”

 

숨을 못 쉬는 유진은 이제는 헛구역질을 하며 몸부림쳤다.

 

“그래도…. 상관없어 네가 내 거래에 응한다면 말이야.”

 

“내가 응하면…. 우릴 풀어주겠다고?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유진이 제일 잘 알 거야, 나는 약속을 하면 지키거든 너랑은 다르게 말이야.”

 

“...”

 

“자 윤서야, 앞으로 1분이면 유진은 죽을 거야.”

 

“응할게…. 그러니까 놓아줘.”

 

“좋은 선택이야.”

 

털썩-

 

유진의 목을 붙잡던 손가락들이 펴지며 유진은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허윽-!”

 

“유진아 이쪽으로…!”

 

윤서는 바닥에 널브러진 유진을 데리고 최대한 빠르게 달려갔다. 시설이 멀어지고 더 이상 스테일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야 그녀들은 조금이나 마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서윤에게 향했다.

 

“대체…. 놈이 무슨 거래를 하자고 한 거야?”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힘겹게 물어보는 유진을 보며 서윤은 말없이 미소 지으며 그녀를 안심 시켰다.

 

“괜찮아, 만약의 일을 가정한 계약이니까….”

.

.

.

.

 

 

 

 

 

 

“그래서 놈들이 죄다 도망쳤다고?”

 

“응.”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네가 있었는데?”

 

“나도 실수할 때가 있지.”

 

나이트는 절대로 안 믿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와 몇 년을 같이 훈련하고 생활했던 나이트가 그의 실력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가 탈출하는 실험체들을 놓쳤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 뭘 꾸미고 있는 거야?”

 

“꾸미고 있다니…. 그냥 성실하게 일하던 직원이 실수 한 번 한 것 뿐이야.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잖아?”

 

“킹이랑 퀸 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는 거야?”

 

“응.”

 

“너 말이야…. 아니 됐다. 네가 손해 볼 일을 할 놈은 아니지.”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언제까지 만지고 있을 거야?”

 

“왜? 내가 만지고 있는 게 싫어?”

 

“싫다기보단…. 왜 쓸데없이 만지고 있냐고.”

 

나이트의 길게 늘어뜨린 묶은 머리를 쓸고 있는 스테일. 그는 마치 고양이나 강아지를 만지는 것 같은 손동작으로 나이트의 머리를 쓸고 정돈하며 냄새도 맡고 있었다.

 

“아 그만하라고!”

 

“나는 더 하고 싶은데.”

 

“나는 네 인형이 아니야 인마!"

 

“그럼, 널 인형이라고 하기엔 너무 난폭하니까.”

 

“이게 진짜!”

 

쿵-

 

결국, 나이트가 힘을 써서야 스테일은 손짓을 멈췄다. 물론 스테일도 언제까지고 이렇게 노닥거릴 상황은 아니었다. 킹과 퀸 이 넘어갔다 하더라도 분명한 실책이었다. 당장 병사들을 보내 실험체들을 잡아 와야 한다는 연구원들이나 병사들의 의견을 계속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체 뭐가 좋아서 그렇게 실실 쪼개고 있는 거야, 네가 싫어하는 일만 더 늘어난 꼴이잖아.”

 

“후훗 그러게 말이야….”

 

실험체들이 탈출한 건 분명한 실책이고 큰일이었지만, 스테일은 오히려 홀가분해 보였다. 거래에 관해서는 리플레이서에서 그 누구도 모른다. 아니 모르게 만들었다. CCTV를 모조리 없애고, 연구원들 중 유진과의 거래를 아는 이들을 사고로 처리한 그였다.

 

“일만 늘어났네, 일만…. 그래도 힘내야지 일을 처리하고…. 언젠간….”

 

“뭐라고?”

 

“응 아무것도. 아 나이트 너 말이야 평소에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 싶은 거? 그런 게 있을 거 같냐. 뭐 굳이 말하자면 여행이지 거슬리는 녀석은 한 놈도 없이 혼자 조용하게 떠나는 여행 아 너 정도만 빼고.”

 

“여행이라…. 좋네 귀찮은 일은 없이, 나쁜 일도 없이, 좋아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 음 마음에 드네.”

 

스테일은 소파에 눕혔던 몸을 일으켰다. 재떨이에 놓여있던 불붙은 담배를 다시 집어 들어 입에 물고, 다시 일하러 가기 위해 서류 작업을 할 때 항상 착용하던 안경을 쓰고 테이블에 어질러져 있던 서류들을 모아 정리했다.

 

“나이트.”

 

“엉?”

 

“일을 다 끝내면…. 더 이상 할 일이 없게 된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자.”

.

.

.

.

 

 

 

 

2년이나 시간이 지났다. 테라사이드 계획도 거의 완성된 시점에서 나는 더 할 일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은 이미 끝마친 상태였다.

 

“아…. 쉬고 싶다.”

 

“이 자식은 작전 나가면서도 그 소리냐? 2년 전의 일 열심히 한다던 그놈은 어디 갔냐?”

 

“인제 와서 하는 소리인데…. 리플레이서의 행정 능력 너무 처참해 어떻게 된 것들이 보급품 신청을 정말 바닥났을 때 하냐고….”

 

“그럼 바닥났을 때 하지 언제 하냐?”

 

“넌 절대로 보급 담당하지 마라…. 아무튼 정말로 맞아? 얼터너티브들이 여기에 있다고?”

 

“확실해.”

 

나이트가 작전 중 2년 전 탈출했던 실험체들을 봤다면서 나를 이 먼 곳까지 불러냈다. 나이트는 홀로그램을 띄우며 한 여자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김소빈…….”

 

“얼굴은 기억하지? 이놈들이 아직도 뭉쳐 다닐 줄이야, 역시 벌레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질 않는구만.”

 

“...”

 

“뭘 그렇게 심각해? 놈들은 찾아서 박살 내면 그만이잖아.”

 

“그래그래….”

 

“근데 네 뒤에 그 상자는 뭐냐?”

 

“저거?”

 

나이트는 내 뒤에 있는 상자들을 가리켰다. 무기를 담는 케이지나, 카운터 전용 장비를 보관하는 상자가 아닌, 정말로 나무로 만든 평범한 상자였다.

 

“웬 중2병 꼰대가 줬어.”

 

“중2……. 뭐?”

 

“자기 나이에 맞게 행동 못 하는 놈들을 가리키는 말이야, 너 주려고 가져온 거야.”

 

나무 상자의 자물쇠를 뜯어내고 열자 먼지가 푹- 하고 피어올랐다. 먼지 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이면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오. 그 양반…. 줄 거면 좀 잘 좀 포장해서 주던가…….”

 

나무 상자 안에는 두 자루의 낡은 검이 들어 있었다.

 

“뭐야…. 이 녹이 잔뜩 낀 검들은.”

 

“그러게나 말이다…. 자 이건 네 거야.”

 

딱 봐도 나이트가 평소에 휘두르던 검만큼 기다랗고 두꺼운 검을 그녀에게 넘겨줬다. 검을 받자마자 무게감을 확인하는 나이트는 평소 휘두르던 검보다 더 무거운지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흠…. 무게는 조금 무겁지만, 모양새는 안정적이네! 근데 이거 날이 들기는 하는 거야? 정말 시꺼먼데."

 

“그 양반이 못 믿을 양반이기는 해도 그 양반이 건네주는 물건이라면 분명한 가치가 있지.”

 

“못 믿는 놈이 준 물건이 가치가 있다니…. 앞뒤 말이 전혀 안 맞잖아.”

 

“그건 그렇지….”

 

그리고 남아 있던 한 자루의 검을 쥐어봤다. 내 상반신보다 조금 더 기다란 검은 척 봐도 투박한 양날 검이었다.

 

“이거 완전 역사 책에서 나 나올법한 물건인데….”

 

몇 번 휘두르며 감각을 익히기는 했지만 나는 평소 전투 시 맨손을 사용하기에 나이트처럼 단번에 무기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했다.

 

“간부님들 이제 목적지입니다!”

 

“도착했군.”

 

“자 벌레들을 잡으러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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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님 죄송합니다. 저는 대령 님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