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길어.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부터 들어갈게.

이번 에피소드에서 나타난 건 사실 다른 것보다 구체적인 설정이었어.
그 동안 간접적으로만 나타나던 클리포트 게임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알려주는 내용들이었어. 설마설마했지만, 이 클리포트 게임이란 게 진짜로 건틀렛일줄은 몰랐지.
설마 인게임 설정이 진짜로 라인 배틀일 줄이야. 심지어 그것도 '테러덱'이 기존 작전일 줄은 더더욱 몰랐지.


사실 내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설정'에 대해서는 좀 약해.
뭐가 뭘 상징하고 어떤 이름이 뭘 나타내는지, 그런 건 내 분야가 다소 아냐. 다만 여러 정보들과 인물들간의 액션과 리액션에서 그 뉘앙스와 힌트들을 얻어내는 거지. 세세한 설정 그런 잘 몰라. 말하는 건 그냥 아는 것만 아는 거야.
그래도 지금껏 나온 정보들을 토대로 인간이 유지해 왔던 전선의 형태에 대해 써 보려고 해.
또 이를 말미암아 힐데에 대해서도 서술해 볼 거야. 힐데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도 다소 연관이 있거든.
0. 게임의 시작/전초전 개시

이번 에피소드는 뭔가 화려해. 기념비적인 첫 게임의 시작이지.
하지만 정작 내용들을 죄다 뜯어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뭔가 새롭고 특별한 건 많지 않아.
엄밀하게 따지면 그냥 원래 나오고 있던 애들이 한번 연합해서 부딪친 게 전부야.
아주 모르는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한 것도 아니고 예상 외의 전력이 나타난 것도 아니지. 그래서 뭔가 있어보이는 반면에, 또 잘 생각해보면 별 게 없어. 하지만 이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 이건 어디까지나 '전초전'이거든.

-전투 시작
이제 겨우 효시 날리고, 신호 울리고. 겨우 돌진하기 시작한 거야. 그것도 한 라인에서만 말이야.
아직 다른 전선들은 등장하지도 않았어. '구 관리국'의 전대이자 관리자의 처리부대인 '메이즈 소대'도 등장하지 않았고 '마녀 세력'도 나오지 않았어. 프리드웬 기관도 나오긴 했지만 이들 역시 아직 전선까지 오진 않았지. 이 외에 호라이즌을 비롯한 다른 전력들 역시 등장하지 않았어. '육익'도 여전히 다른 사보타주 중이지.
즉, 아직 정말로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야. 이제 겨우 불 붙이고 있는 거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이 말인 즉슨, 당장 게임이 시작되긴 했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아직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야.
관리자는 여전히 세력들을 규합하고 준비시키고 있는 거지.

특별한 다른 사건들이 없으니, 드러난 정보들은 대부분 '게임의 룰'에 불과해.
이제야 좀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이 어떤 형태인지 알게 된 거지. 뭔 종목인지, 어떤 룰이 있는지 말야.
어떤 식의 게임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제 겨우 룰을 알았을 뿐이야. 그것도 아주 얕게 말야.

그런 룰이 왜 있는지는 몰라도, 일단 이렇게 하면 된다- 라는 것 정도만 겨우 알아냈을 뿐이지.
미나에 대한 떡밥도 여전히 오리무중이야. 다 이미 나온 내용들을 다른 입으로, 말만 바꿔서 다시 말할 뿐 뭐 다른 이야기가 없어.

-새삼스레 뭘...
'미나'가 이 게임의 키 카드라는 사실도 이미 오래 전에 확정된 사실이었어. 그냥 이번에 게임 룰 설명으로 그게 '역할'로써 못 박힌 정도야. 이건 힐데도 마찬가지야. 여전히 이들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다만 이번 사태로 왜 구 관리국에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었는지가 드러났다는 게 정보라면 정보지.
이제부터는 여기에 대해 알아볼 거야. 옛날에는 정말 무식하게 싸웠다는 게 드러났거든.
1. 얼터니움 리액터

솔직하게 말해서 '얼터니움'이 대체 뭐하는 물건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어.
정확히는 어떤 물건인지는 알겠는데, 뭔 짓을 해야 이게 나올 수 있는 물건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이게 리플레이서 룩으로 이터니움을 제령 내지 정제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냈다는 건 알겠어.
그래도 여기에 대체 뭔 짓을 했길래 만능 무안단물스러운 성능을 내는 건지를 모르겠어.
처음에는 대충 '테라급 리액터'의 범용형 버전. 혹은 결사대원들 전용 동력기인가 싶었는데.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지.

솔직히 말해서 이건 거의 치트 수준이야. 관리자(현자)가 만들어낸- 말 그대로 '현자의 돌' 수준이지.
이 리액터는 5급 수준의 장비에 장착해도 괜찮지만, 기존 장비에 그냥 박아넣어도 될 만큼 범용성이 무지막지해.
거기다 위력은 겉잡아도 2등급은 상승되지. 전용장비들의 작동이나 성능까지 다 커버하는 것도 모자라서 출력까지 끝내줘.

심지어 당장 양은 적더라도 '양산'이 가능한 제품이야.
시간과 여유만 있다면 찍어내는 게 가능하다는 거지. 모든 전열의 카운터들 등급이 죄다 두 단계씩 뛴다고 생각해 봐.
아니, 더 간단하게. 당장 든 소총에서 갑자기 같은 조건으로 유탄이 나간다고 생각해 봐.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안전하고, 출력과 범용성, 안정성까지 모두 끝내줘. 그런데 대량 생산까지 가능하다니. 심지어 지아의 최종 목표는 이걸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만드는 거야. 이건 사실상 아이언맨의 아크 리액터나 다름없어.

-아크 리액터 양산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물건인 거지. 전무후무한 만능급 리액터야.
안전하고, 위력 끝내주고, 간편하게 들고다니는데 어디다 박아도 대충 다 쓸 수 있는 원자로.
솔직히 관리자가 이터니움에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이런 정신나간 수준의 물건이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어.
뭐 괜히 '기적'의 물건이 아니겠지만, 이건 정말로 기적적인 물건이라고밖엔 할 수 없어. 관리자가 괜히 그 세월 동안 리세마라를 돌린 게 아니겠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오피셜로 추가적인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아.


-착용 불가템
물론 지아를 비롯해서 미나 등 몇몇은 장비 구조 내지 적합성 상 장착할 수 없는 듯 해.
나름 조건이 있긴 한 거지. 하지만 얘들은 애초에 그런 게 필요없는 수준들이니 의미가 없어.
아이언맨의 '아크 리액터'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간단한 예시로 영화를 들어볼게.
아크 리액터는 발전기의 모든 이상조건을 모조리 충족하는 궁극의 원자로야. 그래서 이걸 활용한 기계나 머신들도 꽤 많이 등장하지. 솔직히 여기다가는 뭘 같다 붙여도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나오겠지.

-추가 전력 공급이 필요없는 빌딩
그래도 이걸 정말로 모든 물건에다 다 같다붙이지는 않아. 기계가 안전해도 그걸 쓸 사람이 안전하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다른 히어로들도 역시 굳이 이걸 사용하진 않아.
왜? 이놈들은 필요 없거든.


-물리계/마공계 최강자
대표적으로 다른 히어로- '토르'나 '닥터 스트레인지' 같은 캐릭터들은 그런 아크 리액터 같은 게 전혀 필요 없어.
한방에 적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벼락을 줄기로 날릴 수 있는 '토르'. 에너지의 작동 방식 내지 근원 자체가 다른 '닥터 스트레인지' 등이 대표적이야. 이들이 굳이 리액터를 쓸 이유가 없는 것과 비슷한 거지.
얘들에게 그런 거 줘 봐야 큰 의미가 없어. 이놈들이 이 리액터 같은 걸 어디다 써.
-"훌륭한 배터리구나."
여기서 토르가 대충 '유미나', 스트레인지를 '신지아'라고 생각하면 편해.
얘들은 이미 문자 그대로 혈관에 에너지가 흐르는 수준이야.
미나 피 몇 방울로 일어난 사태가 리플레이서 신디케이트 후반부임을 생각해 봐.
이렇게 말하면 이 리액터를 써야 하는 애들이 또 굉장히 초라해 보이지. 그래도 아무 초능력 없는 '토니 스타크'가 그걸 장착한 수트를 입고 무슨 미친 짓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느낌이 또 다르지.
이 리액터는 충분히 엄청난 물건이고, 시너지 받는 애들은 정말 정신나간 출력을 낼 수 있는 거야.
이 물건의 목적은 쉽게 말해 아이언맨을 양산해내는 데 있어. 대표적으로는 제이크야.

현재 이 얼터니움 리액터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제이크야.
서윤의 미스틸테인에 장착한 것은 아직 구체적으로 위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어. 때문에 판단을 보류할 수 밖에 없어.
다만 난 아직 이 '얼터니움 리액터'가 미스틸테인의 심장 역할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
어디까지나 '대신하는 땜빵'인 것인지, 정말로 역할을 하게끔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진짜 심장'이 따로 존재하는 건지 말야.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부분의 서술이 굉장히 모호해. 얼터니움 리액터라면 '심장을 채우기에' 맞을 거라고 해.
이 얼터니움 리액터가 제이크 장비에 붙여진 뒤에 보여준 위력을 보면, 뭐 정말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 같긴 같긴 하지.
그래도 아무래도 '역할'을 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야. 이 부분은 나의 괜한 설레발일수도 있을 것 같아.
어찌되었든 얼터니움의 보급의 결과는 훌륭해.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보고 있어.
지금 마왕 세력과 전면적인 싸움과 전쟁이 성립하고 있잖아. 그게 엄청난 성과지.
2. 기존 전략과 보급 이후의 전략 차이

-총이 필요하다. 더 많은 총, ㅈ나게 큰 총이.
이 얼터니움 리액터로써 이루어진 성과는 일단 최소한의 '라인 배틀'이 가능해졌다는 거야.
그 동안은 이게 불가능한 만큼 소수정예 결사대들의 침투로 버저비터를 눌러버리는 방식- 즉 테러덱으로 싸웠던 거지.

-모루와 망치
전략 중에 '모루와 망치'라는 게 있어. 전열이 완전히 방어 자세로 적을 막는 사이, 별도의 공격대가 뒤나 옆을 때려서 적을 무너뜨리는 거야. 수적으로 불리할 때 쓸 수 있는 그나마 좋은 전략이지.
인류 세력은 그 동안 가장 극단적인 모루와 망치를 썼어.
망치는 수가 적어도 어떻게 적을 때려부술 위력이 나오는데, 모루가 너무나 종잇짝이었던 거지.
펜릴 전대가 바로 이 망치야. 타 전대는 모루였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이 부분은 '관리실패' 혹은 저번 에피소드(사육제)에 등장했던 '마에스트로' 를 보면 명확해.
본 전대는 신명나게 처맞고 있는 사이에, 펜릴 전대가 별동대로 와서 때려부수는 것으로 해결이 되지. 심지어 마왕도 아닌 겨우 '5종급' 수준에 불과한 마에스트로를 상대로 말야.
그렇다면 이것보다 격화된 전장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동일하게 진행될 거야. 보다 더 끔찍한 형태로 말이지.

전력이 이렇게까지 비대칭적이다 보니 구 관리국의 전투 방식은 한정될 수 밖에 없었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모루를 두텁게 만드는 수밖엔 없는 거지. 조금이나마 딜 타임을 벌 방법은 그것 뿐일 테니까.
그러니 결국 관리국은 전략이라고 하기도 참 민망한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인류 제국스럽게 '사람을 갈아넣는' 방식으로밖에 할 수가 없는 거야. 구 관리국에 복제인간들이 왜 그리도 많겠어.

-복제인간 전대 '메이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리자도 달리 별다른 방법이 마땅히 없던 게 사실일 거야.
적어도 '싸움'이 가능한 전력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는데, 게임 형식은 로열 배틀이야. 즉- 전선은 오지게도 넓고 길지.
마왕이 한 둘이 아니라 최소 너덧명이 넘어. 이 모든 것을 막아내면서 끝을 보려면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없지.

-막는 게 아니라 '버틴다'
마리아의 말마따나 이건 전략도 뭣도 아냐.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만큼은 도저히 옳고 그름, 선악을 논할 수가 없어.
유일하고도 그나마 효과적인 방식이 이것 뿐인데. 다른 선택지 자체가 없지.
결국 여기서 버티기 위해서는 워해머 시리즈의 가드맨마냥 사람 숫자로 전선을 막을 수 밖에 없는 거야.

-'Warhammer 40K- 가드맨': "우리는 서서 죽는다"
때문에 펜릴 소대는 전장의 히어로일 수 밖에 없었지.
등장하면 적들을 쓸어버리는 존재들이니까. 전장의 해결사들었어. 하지만 동시에 매번 많은 희생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어. 속된 표현이지만, 모랄빵은 기본 전제였을 수도 있어. 이런 방식이다보니 전열에 서 있는 전대들 입장에선 진절머리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지.

-안 오면?
얼터니움 리액터가 보급됨으로써 가장 큰 성과는 기존에는 거의 불가능했던 정상적인 전열 유지가 얼추 가능해졌다는 거야.
이제 인간 세력이 겨우 마왕들의 세력과 대항해서 맞대응이 가능해 진 거지. 실제로 제이크는 홀로 마왕 군단의 전열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강자가 되었어. 초전이지만, 지금 엄연히 '전략과 전쟁'이 성립되고 있다는 게 엄청난 성과인 거야. 참 서글픈 전제지.

이 얼터니움 리액터를 장착한 서윤 내지 제이나는 '준 5종급'의 침식체에게 상대할 수 있게 되었지.
다른 알트 소대원들도 4종까지는 홀로 감당할 수가 있게 되었어. 과거 4~5종급이 등장하면 쓸려나가는 것 밖에 할 수 없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거야. 단순히 적을 붙잡아두는 것 밖에 할 수 없던 모루가 드디어 '전력'으로써 활약할 수가 있게 된 거지.

-물론 그래봐야....
이제 슬슬 느끼겠지만, 현실 도시급 위협인 4종 침식체도 이 게임에서는 병졸 수준이야.
잘 쳐줘야 체스의 폰 수준인거지. 하지만 이 4종도 레이드를 해야 할 수준이었던 애들이 1대 1로 맞붙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 해도 큰 발전이야.
기존의 인류는 전력의 편차가 너무 극심했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강력한 인간은 마왕 내지 5~6종 침식체와도 맞다이를 깰 수 있는 반면, 나머지는 4종 침식체만 되도 쓸려나가야 하는 수준이었지.
5종급이 '세계급 재해'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거야.

실제로 5종급인 네임리스 원 하나 잡자고 함선을 통째로 꼴아박아야 했던 게 얼마 전이었어.
'그 정도'의 인력과 화력이 집중되어야만 겨우 막을 수준인 거야. 과거에는 그만큼의 인력이 갈려나가는 거지.

관리자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이거였어. 전력은 슈퍼히어로 수준인데 상황은 판타지 전쟁이라는 거지.
히어로 장르는 보통 일기토 내지 레이드가 기본 공식이야.
반면 판타지는 전쟁 내지 규모전이 기본이지. 개인의 무력과 지휘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군 병력과 전열도 무지막지하게 중요해.
이게 너무 큰 문제였지. 전쟁이 너무 큰데, 히어로가 너무 적었어.

-'반지의 제왕' 전투 장면: 개인 무위의 한계
전쟁에서는 주인공과 영웅이 아무리 날뛰어도 전열이 밀려버리면 끝이야.
개인의 무용담은 후세에 남을지라도 결과는 패배로 기록되지. 초패왕 항우가 대표적이지. '패왕'이라는 단어를 정립해버린 괴물은 마지막까지 개인으로 패배한 적은 없어. 그렇지만 결국 전쟁에서는 졌지.

-이제는 우리도 싸운다
'펜릴 소대/힐데'가 아무리 강력했어도 클리포트 게임에서 질 가능성이 높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어. 모루가 남아나질 못해.
펜릴 소대원은 강력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에 불과해. 얻어지는 승리에 비해 희생되는 인명들이 너무나 많았어.
이러다보니 이 중 누군가는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엔 없어.
'관리국은 우리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라고.

무엇보다 운이 좋아서 개인이 승리해도, 이런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펜릴 전대를 제외한 전대들은 죽거나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발생해버리는 거야.
3. 상처받는 존재와 아닌 존재

-마왕 포스
대부분의 마왕들은 홀로 완전한 단독적 개체야. 몇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애들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도 여흥에 가까운 이들이 대부분이야.
반면 인간은 아니지. 인간은 홀로 서는 존재가 아냐.
한 소설의 표현에 의하면, 인간은 단수가 아냐. 개인이 이겨도 인류가 지면 의미가 없지. 동료가 죽어버리면 의미가 없어.
인간의 목적은 개인의 생존인 동시에 같이 살아가는 사람의 생존이거든.

-소설 '드래곤 라자' 중:
"'나'는 단수형이 아닙니다. 자신을 위해 산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야. 나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연결되어 있고, 그 사람 역시 나의 일부야.
한 사람이 죽는 건 단순히 한 명이 죽는 게 아니지. 그 사람 속에 있는 자신도 죽어버리는 거야.
살아있는 채로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되는 거지.
'잃을 게 없다' 라는 표현이 나타내는 상황은 금전적으로 무언가가 없다는 뜻이 아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이 표현에서 말하는 것은 '잃어버릴 관계와 존재가 남지 않은 사람'이야.

-이미 죽음을 겪은 사람
이런 사람들이 진짜 무섭지. 이들이야말로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이야. 자신이 죽어도, 자신이 누구를 죽여도. 고통을 받을 존재는 오로지 개인으로 한정이 되는 거야.
심지어 본인 개인이 그걸 고통으로 받지 않는다면 더 끔찍해지지. 이들은 걸어다니는 망자들이야.

그런데 이건 마냥 희생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냐.
다름 아닌 최후의 생존자- 힐데도 마찬가지거든.

힐데는 그 동안 너무 많은 자신들을 잃어왔어.
친구, 동료, 제자 등등. 셀 수도 없는 세월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을 잃어오고, 또 자신의 손으로 없애왔지.
더 많은 희생을 낳지 않도록 자신이 직접 이들을 처단하기도 했어. 그 결과 희생자들이 남긴 수많은 뜻과 의지, 약속과 관성들만이 힐데에게 남았지. 그 순간 힐데는 진정으로 개인이 아니게 된 거야. 힐데가 말한 '상처뿐인 존재'는 그런 의미지.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존재야. 멈춰서도 안돼. 멈추는 순간 지금껏 쌓인 상처에 의미가 사라져.


이번 에피소드에서 힐데가 말하는-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자'는 건 그런 의미야.
힐데는 상처뿐인 승리자이자 생존자야.
그녀는 수없이 많은 죽음을 보아왔고 수없이 많은 적을 베어왔어. 필요하다면 자신의 일부인 동료들마저 베어내어 왔지. 그 결과 자신이 잃어버린 부분이 이미 개인의 영역을 넘어서버릴 정도로 말이야.

이렇게 보면 '상처가 자신이다'는 말이,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거야.
이제 힐데는 개인의 존재가 아냐. 그녀는 남겨진 약속과 의무를 집행하는, 모든 의지와 의무의 집합체야.
그녀가 고지식할 정도로 일일이 의무를 강조하는 건 그 때문이지.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게 그것 뿐이야. 또 그것을 위해서 그녀는 어떤 적이라도 다시 베어나가겠지.
피를 피로 씻어내는 것의 반복이야. 의무로 다시 의무를 덮고, 죽은 자의 약속으로 다시 약속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반복인 거지.
그녀가 모순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들이 여기서 발생해. 수없이 많은 약속들과 행동들의 어긋남인 거야.

물론 그런 건 그런 거고. 이번에도 힐데는 아니나 다를까 봉인처리가 되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지. 아직 이 발키리가 제대로 싸우는 상황은 한참은 더 멀은 것 같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 이전글을 참조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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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정보 정리!
이터니움 리액터? -> 개사기 원자로
이터니움 보급 결과? -> 전선 유지 가능
이전에는? -> 워해머 인류 제국 스타일
힐데는 개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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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에 대해서는 다음번으로 미룰게.
이것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분석/추측이니 너무 무게 잡고 보진 않았으면 좋겠어. 리플 언제나 잘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