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드밀라는 자신이 그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휘청거리는 그녀를 받아주었습니다.


당신은 아무말없이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습니다.



"그만두시죠 이수연님."



"하하, 펜릴의 말괄량이 에이스 아니십니까. 그래도 저희 전대장님을 괴롭히시면 안 되죠."

어떻게 그들이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인지, 당신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을 오랜만에 봐놓고 그런 반응이라니 섭섭하군. 그나저나 좀 늙었군. 예전에는 그렇게 잘생겼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술독에 빠진 아저씨잖아."



"예고르... 발레리...? 게다가..."



"한숨 푹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려니 이상하네. 그동안 고생 많았지 류드밀라?"


"그리고 너도 고생이 많았어. 혼자서 많이 외로웠지?"



"알렉스까지..."


놀라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은 이수연에게, 발레리는 관리자 님이 모든 걸 설명해주셨다고 했습니다. 그림자가 되었음에도 전대장으로 인정하냐는 말에도 그들은 의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안될것 있습니까?이수연 님은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 전대원은 대부분 일반인입니다. 누구든 침식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쯤은 각오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마지막까지 옆에 있는 동료를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야만 포기하지 않고 변해 가는 자신과 싸울 수 있을 테니까요."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인간이 변이한 침식체라고 해도 침식체일 뿐입니다. 결국 본질은...."



"본질이 뭔데? 난 복제인간이지만 나와 같은 모델의 복제인간이 모두 알렉스인건 아냐. 결국 그 사람의 행동이 본질 아니겠어?"


당신은 이수연에게 전대장을 울릴 수 있는 말 한 마디만 더 꺼내면 구관리국 시절 이수연 스트라이크를 연습하던 영상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다들 옹호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나는 그림자란 말이다... 언제 이성을 잃고 너희를 공격할지 모른다."



"전대장 님이 절 구해주신 것만 다섯 번이었습니다."

"옆에 있는 우리 공룡도 두 번 정도 목숨을 구원받았죠. 한 번 정도는 받아 드려야죠."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도 피하기는 해야겠죠.



"전대장님 없이 메이즈 전대는 성립하지 않아요."



"다들 잘 들었지? 지금 한 말에 틀린 부분 있나?"


다들 차마 그렇다는 대답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꺼내면 죽여버릴 거니까요.



"20년 동안 쉬었으니 그동안 바짝 템포를 올려야 하지 않겠어?"


이수연은 그들의 몸상태를 걱정했지만, 당신은 몸상태 걱정하며 싸울 거면 구관리국에서 우리를 갈아넣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그대로 함선의 문을 발로 차서 그대로 문을 열어버렸습니다.



"전대원! 역경을 견디고 전선으로 복귀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적은 우리를 본따 만들어진 도플갱어 타입 침식체 군집!"

"관리국과 세계를 위해, 그리고 대원들 스스로를 위해 적을 섬멸하라!"


"메이즈 전대! 전투 준비!"

"적들에게 강철의 눈보라를 선사하도록!"

당신은 그 시절처럼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거대한 육식공룡으로 변신해 그대로 육전병기 크로노스와 충돌했습니다. 덩치 대 덩치 싸움에서는 팔은 서로의 팔을 붙잡느라 사용하지를 못하니, 물어뜯는 게 최고였습니다. 



"역시 우리 파충류 한테 물리는 건 사양이야. 저저 포신 물어뜯는 것 좀 봐."

"저렇게 싸우는 거 보고나면 하루종일 식욕이 없다니까."



"나는 옛날에 자고있는 저 녀석 얼굴에 육포 가져다 댔다가 손 물리는 바람에 손가락 잘릴 뻔한 적도 있어."



"그건 양반이군. 시드 전대장님은 저 녀석이랑 포커치던 도중 밑장 빼다가 걸리는 바람에 손가락 물어뜯기시고 다시 꿰메셨거든."



"뭐 물리는 게 좀 무섭긴 해도 앞에서 버티는 능력 하나는 그 펜릴의 나유빈 부전대장도 인정했잖아?"


당신은 그대로 크로노스를 뜯어먹었습니다. 조금 단단하기는 해도 오돌뼈 먹는 느낌으로 먹으니까 씨발 소주가 땡기는군요.



"세상에 저걸 다 먹는군. 옷만 핑크색이면 딱 그 게임 속 캐릭터인데."



"그러면 뭐 크로노스형 메카사우르스로 변신하는 거냐?"




"... 간지나겠는데?"

당신의 참전 덕에 싸움은 더 빨리 끝날 수 있었고, 결국 예고르도 발레리도 알렉스도 류드밀라도 죽지 않고 싸움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좆같은 옆구리 상처가 또 튿어져나갔다는 점이지만요. 류드밀라의 도플갱어가 귀신같이 그 상처를 알아채고 염동력으로 생체부품을 뜯어낸 것입니다.


며칠 후 병실.


류드밀라가 당신의 병실을 찾아왔습니다. 듣자하니 관리자 님의 시술 덕에 다들 그녀의 안에서 지내며 침식을 미룰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들었다. 학회의 끄나풀을 추적하다가 함정에 걸려서 옆구리를 다쳤다지?"

한심한 일이었죠. 아니 따지고 보면 그 셰나인지 세븐나이츠인지 그 년이...



"너무 자책하지 말도록. 적진 한복판에서 돌아온 것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니까."


그때 알게 된 레서판다 닮은 중사가 길을 안내해주지 않았더라면 100% 죽었을 겁니다.



"참... 다행이군. 그대가 2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살아줘서."


따지고 보면 6년 정도는 어떤 꼬맹이 뒤치닥거리 하느라 죽고 싶어도 산 겁니다. 사고칠 때마다 상대 테크스포스에 선물 들고 찾아거가서 사과했으니까요.


 


"20년 만에 돌아온 내가 할 말이라기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하지."

당신은 그녀의 품에 안겨서 20년 동안 참아온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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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참아온 눈물을 흘렸으니, 이제 당신은 그녀에게 20년 동안 참았던 말들을 해야겠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고백하며 입맞춤을 시도한다.

돌이킬 수 없습니다.


2. 메이즈 전대원들한테 어차피 살 곳도 없으니 자신의 집에서 지내자고 한다.

80평이 넘는 집이라 여럿이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아직 기회를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