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터사이드는 현실 사건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라인디펜스형 게임으로

 

명과도 같이 황폐화된 그라운드 원 게임계의 혜성처럼 등장하였으며

 

를 잡고 기세를 떨치니 수많은 유저들로부터 극진한 찬사를 받아왔다

 

 상누각과도 같이 잘 나가다가도 하루 아침에 스러지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업계 속에서도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카운터사이드는 업계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으로서..

 



“..벌써, 2년이나 흘렀군요.”

 

탁-

 

한가로운 여름 태양빛이 커튼을 넘어 비쳐오는 것을 바라보며 노인은 한참 작성하던 노트북 문서를 잠시 접어두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려 보았다.

 

“후후.. 생각해보면 저 답지 않게 오랜 시간을 쏟았던 거 같군요.”

 

커뮤니티에 침투하여 하나의 미생물이나 다름없는 ‘카운터사이드는 사실 갓겜이며 현실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라는 미약한 밈을 침투시키는 일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커뮤니티의 관리자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노인에게 있어서 이런 실험은 그다지 의미 있는 실험 조차도 아니었을 것이다. meme theory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론, 단순한 밈 확산 실험을 재현하자고 한 것이었다면 노인에게 있어서 아무런 가치도 없었을 테니까.

 

“읍.. 으읍..!”

 

한 쪽 구석에 머리에 주황색 딱지를 붙인 이상한 남자가 결박 당한 체 부릅 뜬 눈으로 노려다 보고 있는 것조차도 잊어 버린 상태로 노인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갔다.

 

“밈 이론은 왠만한 학부생들이나 이쪽 분야에 좀 관심 있는 중등 교육과 정의 학생들조차 알고 있는 아주 간단한 이론, 실제로 이를 응용한 네트워크 마케팅마저 성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하등 새로울 것도 없는 실험이었죠.”

 

‘하지만..’하고 잠시 뜸을 들이던 노인은 광기에 찬 눈동자로 커튼을 걷고 햇볕을 직접 마주했다.

 

“실험에는 디테일이 중요하죠. 단순한 밈이 아니라, 적당한 구색을 붙인 밈이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아주 끔찍한 악역을 자신이 죽인 두 여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절대적인 주인공 포지션으로 별을 쫒는 영웅(stargazer)로서 위상 전환을 시켜서 얘기를 퍼트린다면? 사실은 망한 게임에 유저를 학대 한다고까지 알려진 게임에 유저 친화적인데다가 아주 훌륭한 게임이라는 껍질을 덮어 씌워서 사방에 퍼뜨린다면 어떨까요?”

 

“으으으으ㅡ!!!”

 

결박된 남성의 눈동자에서 실 핏줄이 터진 듯 핏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렇죠, 이야기에는 ‘디테일’이 중요한 거랍니다. 단순히 밈을 확산시킨다. 라는 결론이 아닌, 어떠한 밈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커뮤니티에 퍼뜨리느냐? 그걸 통해 제가 제안한 원형에서 사람들은 말 도 안 되는 상황을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서 해석하고, 스스로 확대시키고, 누가 봐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려는 목적 의식을 가진 자들을 자기 스스로가 지키려고 하죠. 그들은 스스로를 파멸시키려는 겁니다.”

 

철퍼덕-!

 

분을 이기지 못한 남성의 움직임에 결박 되어 있던 의자까지 넘어져 버리자, 노인은 그제서야 남성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것처럼 뒤돌아 다가갔다.

 

“어떤가요? 자신이 관리하던 커뮤니티가 자기들 스스로의 손으로 파괴되고 있는 모습은? 분한가요? 원망스러운가요? 혐오스러운가요? 아니면.. 



 

공포스러운가요?”

 

그러면서 노인은 남성의 입을 막고 있던 청색 테이프를 거칠게 떼어냈다.

 

“킷-사마ㅏㅏㅏㅏㅏ!!!”

 

머리에 주황색 딱지를 붙인, 우스꽝스러운 차림을 한 남성은 입이 열리자마자 큰 소리로 외치곤, ‘모든 게 네놈이 한 짓이었냐!!!’라며 노인을 쏘아붙였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그의 격정적인 태도와는 다르게 그저 고요하게, 아니, 약간의 실망감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하, 2년 동안 자신이 일구어 온 성이 무너진 자의 마지막 말이 그저 호기심 해결 용도라뇨.’라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이내 노인은 깨달았다.

 

“인간은.. 마지막 순간에 마저 호기심을 채운다. 그것이 설령 자신이 일구어 놓은 가장 비참한 최후라고 할 지라도..?”

 

노인, 교수라고 불리우는 그 남성은 그제서야 흥미로운 미소를 짓다 이내 괴기하게 비틀린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마치,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희열과, 알아갈 사실이 하나 줄었다는 슬픔이 공존한 것 과도 같은 괴기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당신은 다행일 겁니다. 당신의 계정으로 접속한 제가 만들어 낼 ‘신세계에서’, 당신이 세운 곳이 어떻게 스스로를 끝으로 몰고 가는지는 모르고 가게 될 테니까요.”

 

교수는 이내 뭐라고 비명을 지르는 남성, 통칭 주딱이라 불리는 자의 미간에 소매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구경의 총을 꺼내 대었다.

 

“고통은 아주 짧을 겁니다. 모든 고통의 끝은 그러해야 하니까요.




그럼, 제 호기심을 하나 해결해준 당신에게 무한한 찬사를 담아”

 

탕-

 

작은 총성 뒤에 주딱은 온 몸을 파르르 떨다가 이내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조용히 침묵했다.

 

“항상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고요해지면, 적응 하기가 어렵군요. 아무래도 이젠 나이가 들은 모양이예요.”

 

교수는 방 한 쪽에 놓여있는 선반에서 대정화 전쟁 이전에도 유물로 취급했을 법한 레코드 판을 꺼내 축음기에 넣고 돌렸다.

 


 

“사람은 죽은 후에도 한동안 청각 세포와 같은 말단 신경은 살아 있다고 하니, 당신도 들을 수 있겠죠. 이건 당신에게 바치는 제 마지막 진혼곡입니다.”

 

남성은 음악을 흥얼거리며 문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주딱의 회원 정보로 등록 되는 분탕글, 이 것으로 이 커뮤니티는 신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신세계로부터..’ 역시 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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