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살짝 지난 오후, 디트로이트.

존 메이슨 용병사무소는 늘 그렇듯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외진 구석에 위치한 사무소에 클라이언트가 찾아오는 일이 더 드물기에 사장 존 메이슨도, 경리 장 웨이도 

할 일 없는 사람들의 교본처럼 숙달된 농땡이를 피우는 중이었다.


월급만 빵빵하게 받는다면 그럴듯한 네일샵에서 손톱관리를

받아볼텐데, 빵빵하긴 커녕 통장잔고가 빵을 찍을정도로 가뭄에 

콩나듯 입금되는 월급탓에 장 웨이는 오늘도 한숨을 쉬며 DIY 네일 세트로 손톱을 칠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자급자족 네일 케어의 결과, 그녀는 어느정도는

전문가의 솜씨와 엇비슷할 만큼 예쁘게 손톱을 꾸밀수 있었다.

이딴 궁핍한 사무소 때려치고 샵이나 열까?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남은 왼손 새끼손톱에 탑코트를 칠하는 순간...


"이런 망할!!!!!!"


찍.

보기좋게 손톱을 넘어서 손가락에까지 번진 매니큐어를 본 순간,

장 웨이는 분노에 휩싸인채 벌떡 일어났다.


"뭐냥, 사장님! 나 중요한 작업하고 있는 거 안보이냥!"

"아, 미안하다.. 가 아니라 언제부터 업무시간에 손톱칠하는게 중요한 작업이었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의뢰인도 없고, 자본의 출납도 없는데 경리가 뭘 하고 있으라고? 


장 웨이는 안 예쁘게 칠해진 새끼 손톱과 손가락을 리무버로 지워내며 구시렁거렸다. 


"그래서, 갑자기 욕지거리는 왜 내뱉은 거냥?"

"너, 그 말투... 아니다. 후.. 이봐, 내 말 좀 들어봐봐."


장 웨이는 한숨을 내쉬는 존 메이슨의 앞으로 의자를 당겨와서

쓸데없이 요염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존 메이슨은 또 시작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눈 하나 깜짝 안했지만.


"내가 얼마 전에 블랙 버드 임무를 도와준 거 기억하지?"

"아, 그 돈도 안 받고 했던 정보 조사 말이냥?"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당장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판국에

'친구 좋다는 게 어디냐!' 라고 박박우기면서 강행한 조사.

사장인 존 메이슨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동안 찾아온 건물주에게

몇번이나 대신 고개를 숙였는지 모른다. 


"그 자식이 초호화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해준다기에 맡은

임무였는데, 날 속였어!"


존 메이슨이 길길이 날뛰었지만 장 웨이는 그저 한심하단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 결국 우정이니 친구니 했던 건 허울 뿐이셨구만.


"왜, 그 정보부 썬글라스 양반이 거렁뱅이는 호텔 오지 말래냥?"

"누가 거렁뱅.. 아니, 이것 좀 보라고!"


존 메이슨은 장 웨이의 눈 앞에 마크 핀리의 메시지가 띄워진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여, 스마트 가이! 

그 날 정보조사 고마웠네. 이제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군!

여기 호텔에서 하는 파티 초대권일세!


메시지 하단에는 QR코드가 있었다. 

이것으로 출입의 자격을 부여하는 모양이었다. 


"..이게 뭐 어때서 그러냥?"

"젠장, 중요한 건 밑에 덧붙여 놓은 추신이라고."


장 웨이는 다시 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려 무심코 넘겼던 추신을 확인했다. 


추신, 이 파티는 커플 동반 파티라네! 혼자선 못 들어간다고, 내가

말 했던가? 안 했어도 지금 했으니 괜찮지? 그럼 파티장에서

'볼 수 있으면' 보자구!


존중을 담아, 블랙버드로부터.


피식.

장 웨이는 나이만 먹었지 속 내용물은 어린애같은 유치한 남자들을

향해 비웃음을 보냈다. 다행히 존 메이슨은 여전히 분개하느라 

그녀의 조소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어디가 '존중을 담아' 냐, 망할 썬글라스! 솔로를 존중하라고!"


장 웨이는 왠지 핀리가 존 메이슨에게 이러한 대우를 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핀리가 종종 여자친구 자랑을 하기 위해 사무소로도, 존의 개인

핸드폰으로도 전화를 걸어왔었는데, 그때마다 배알이 꼴렸던 존은

신경질을 내며 대화를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존이 진짜 '우정' 을 생각해서 핀리의 자랑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 줬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젠장, 젠장..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존은 낡고 오래되어 이미 푹꺼져버린 소파에 몸을 풀썩 던져

눕듯이 앉았다. 장 웨이는 그 모양새가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의기소침해진 모습은, 두뇌파 용병 존 메이슨에게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니까. 


"뭐 어떠냥, 커플 동반 파티, 까짓 거 가면 되는 거 아니냥?"

"이봐,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여자친구 없는 건 너도 알잖아."


장 웨이는 스스로 확인 사살을 하는 존 메이슨을 향해 알수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도 그 파티 가고 싶어졌다냥. 우리 둘이 커플인척 하면 되는 거 아니냥?"


얼마 간의 침묵이 지난 후, 존 메이슨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이 정도도 생각 못 한 사람에게 스마트 가이라는 이명이 과연

어울리는 걸까? 장 웨이는 그래도 한 층 밝아진 사장을 보니 그녀도

조금 기뻤다. 역시 칙칙한 얼굴이라도 웃는 모습이 나았다.


"..근데 그 말투 계속 할거야? 너때문에 나도 부끄러워 질 것 같아서 말이지."


발끈.


"안 해요, 됐어요?"

"하하, 그래. 그게 훨씬 낫네. 자, 그럼 작전이나 짜 보자고."



***



"으음, 역시 좀 끼이는데."

"사장님, 살쪄서 그런다냥."

"근육이거든. 그보다, 그 말투 안 하기로 한거 아니었어?"


장 웨이는 질색하는 존 메이슨을 향해 혀를 낼름 내보였다. 

이것은 그녀가 보이는 마지막 심술이었다. 이제 파티장에 입장하면

좋든 싫든 사이좋은 연인을 연기해야 하니까. 


드레스코드가 정장이었기에, 존 메이슨은 부랴부랴 정장을 빌려

입었다. 옷 고르는 것을 온전히 그에게 맡긴 것은 실수였다.

장 웨이는 흰색 자켓을 입고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 넘긴 고용주를

보자마자 그의 연인대행을 하기로 한 것을 대번에 후회했다. 

더욱 최악인건 그런 자신이 '스마트한 첩보 요원' 으로 보인다고

착각하고 있는 존이 시도때도 없이 윙크질에, 손으로 권총 흉내를

내며 빵, 빵 거리는 것이었다. 


자꾸 어디에 윙크를 흘리는 거람.


"당신은 그 드레스로 가는건가?"

"네,네. 어느 쫌생이 사장님이 월급지급도 계속 미루는 바람에

새 드레스 살 돈이 없거든요."

"크,크흠... 특제 이터니움 탄이 너무 비싸서..."


다행히 그녀가 평소에 입고 다니는 드레스는 화려하기가 파티용

드레스 못지 않아서 드레스코드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노출도가 다소 화끈하긴 해도. 


"..이거라도 어깨에 걸치겠어?"


존 메이슨이 흰색 자켓을 벗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미쳤어요? 패션 테러리스트취급 받는 건 사장님 하나로 족한데."

"테,테러리스트..."


장 웨이는 저 멀리 파티장인 호텔이 보이자, 상처를 받아 살짝 

의기소침해진 존의 팔짱을 끼고 들었다. 존은 팔에 느껴지는 크고

말캉한 감각에 머리털이 곤두설정도로 놀라서 뻣뻣하게 걸었다. 


"자연스럽게 해요, 자연스럽게."


장 웨이는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호텔 지배인에게 큐알코드가

찍힌 핸드폰을 내밀었다.


외간 여자의 풍만한 젖가슴이 실시간으로 몸에 비벼지는 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란 말인가? 남중 남고 공대 용병 테크를 탄

존 메이슨에겐 너무나 강렬한 자극이었다. 확실히 클럽물을 좀 

먹은 장 웨이에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일까.


사는 세계가 다르구나.


팔짱을 끼임 당한 채 장 웨이에게 휘둘려다니기를 몇 분, 존은

그녀가 갑작스레 우뚝 멈춰서기에 고개를 들었다. 


"하하, 존, 이 친구! 기어이 왔구만 그래!"


죽이고 싶은 썬글라스, 마크 핀리가 환한 웃음으로 그를 반기고 있었다.


저런 걸 여태 친구라고..

존 메이슨은 가까스로 분노를 표출하는 걸 참으며 마크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물론 용병일로 다져진 악력 맛을 살짝쿵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야야.. 이 친구, 힘이 넘치네. 여자 친구분이 잘 해주나봐?"

"안녕하세요, 핀리 씨. 구면이죠?"


장 웨이는 가슴팍에 한 손을 올리고 우아하게 까딱,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마크도 그에 화답했다. 


"이거이거, 존 이 친구가 어떻게 웨이 양 같은 미녀를 얻었는 지

궁금하군요. 제가 아는 존은 그렇게 용감하지 않은데."

"후후, 별 말씀을. 제가 먼저 대쉬했죠."


장 웨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마치 진짜 존 메이슨의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의 메이슨 부인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그렇게 존 메이슨이 옆에 없는 것처럼

둘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무렵-.


"휴먼, 여기엔 냉각수도, 윤활유도 없습니다. 절 속인겁니까?"


옅은 연보랏빛 머리칼, 맑고 푸른 눈동자의 아담한 체구의 소녀가 

순백색 드레스 위에 붉은 스카쟌을 입고 걸어왔다.

드레스에 스카쟌이라, 저래도 드레스코드에 맞는 걸까?


"호라이즌! 소개가 늦었군. 존, 웨이 양, 이쪽은 내 여자친구 

호라이즌일세. 호라이즌, 내 친구 존과 그 연인 장 웨이 양이야."

"인사 같은 휴먼의 예절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십쇼. 여긴 전부 휴먼 먹을 것 밖에 없는데..."

"아하하! 나 원 이 여자 부끄러워 하긴..."

"대답 여하에 따라 대화 수단이 언어 모듈에서 쇠파이프로 변경 될 수가 있습니다."


마침내 인간 세계의 끝이 도래했나.

호라이즌에게 쩔쩔매는 마크를 보며 존은 살짝 공포감을 느꼈다.


"호라이즌 양!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저를 아십니까?"


타이밍 좋게 장 웨이가 끼어든 덕에 마크는 멱살을 잡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마크는 선글라스 너머로

장 웨이에게 열렬한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그럼요, 핀리 씨가 어찌나 자랑을 하시던지.."


거짓은 아니었다. 끝까지 들은 적은 없지만 적게잡아도 일주일에

세번정도는 그 용건으로 전화를 걸어 왔으니까. 


"이런 걸 휴먼들은 팔불출이라고 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렇다니까요, 우리 홀아비 냄새나는 아저씨들 멀리 떨어져서

걸즈토크좀 할까요?"

"누가 홀아비 냄새가 난다고.."


장 웨이는 존의 말에 대꾸도 없이 호라이즌의 손을 잡아 끌고 멀리

인파들 사이로 사라졌다. 눈치 빠른 여자같으니라고.

그녀가 호라이즌을 맡음으로써 존이 마크와의 독대할 기회를 만들어준 것 같았다. 


'월급.. 다다음달부턴 똑바로 줘야지.'


"..솔직히 못 올줄 알았는데."

"날 그렇게 부려먹고 커플 동반파티로 초대해? 이 배은망덕한 친구가!"

"이번에 못 오면 다음에 진짜 다시 초대하려고 했어! 진짜야!"


마크는 스쳐 지나가던 웨이터가 들고 있는 쟁반 위에서 칵테일을 

집어들고는 한 잔을 존에게 건넸다. 


"자,자. 이왕 왔으니 즐기자고. 건배할까, 건배?"

"칫."


하긴, 존도 마크가 완전 입 싹 씻을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건배 후 칵테일을 원샷하며 지난 앙금을 싹 잊고자 했다. 

술이 들어간 마크가 여자친구 자랑을 실시간으로 늘어놓기 전까진 말이다.


"..그레서 말이지, 나의 호라이즌이..."

"빌어먹을, 밥좀 먹자!"


얼마만의 호화로운 만찬인데, 마크의 등쌀에 목구멍에 턱 걸려도

이상할 게 없을 지경이었다. 차라리 장 웨이가 호라이즌 말고

자신을 데리고 마크로부터 거리두기 하게 해줬으면 좋았을걸.

그는 스테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알 지

못하고 우선 배나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음식을 씹어 넘겼다. 


"..자네는 자랑할 게 없나?"


멈칫.

마크의 선글라스 속 눈빛이 부지불식간에 의심암귀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건 좋지 않다! 존의 보이지 않는 사이렌이 웽웽거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하단 말이지. 정보부의 조사에 따르면 바로 며칠

전까지 여자친구가 없는 홀아비로 파악되던 존 메이슨이 갑자기

연인을 동반하여 파티장에 납셨는데, 그 연인이 공교롭게도 

사무소의 경리, 장 웨이 양이라는 것도."


존은 놀라서 어설프게 삼킨 스테이크가 진짜 목구멍에 걸린것 같아 켁켁거렸다. 이 할일 없는 인간은 정보부의 정보력을 무고한 일반 시민 연인 존재여부 조사에 쓰는건가?


"막 사귀기 시작했으면 장점밖에 안 보여서 세상천지 어느 누구에게나 자랑을 쏟아내고 싶을텐데, 그녀에 대한 이아기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도."

"내, 내가 무슨 자네같은 줄 알아?"


술을 물처럼 벌컥벌컥 들이키고 스테이크 조각을 겨우 삼킨 존이

큰 소리 쳤다. 


"..태어나서 한 번도 팔짱을 껴본 적 없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에스코트도."


이 자식, 거기까지 봤던 건가!

존 메이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정보부 요원의 관찰력은,

행여 그가 오타쿠에 나잇값 못하는 아저씨라 해도 날카로웠다.


체크메이트. 

존은 사방팔방을 룩과 나이트, 비숍에 가로막힌 킹처럼 옴짝달싹 못 했다. 


"어디 해 봐. 진짜 연인이라면, 그녀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크, 이 비정한 녀석은 몰래 파티장에 들여보내주진 못할 망정

친구 망신을 시키려고 작정을 한걸까?


"참고로 나는 지금 시키면 백개도 넘게 읊을 수 있다네."


떠올려라, 존 메이슨, 이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을!

존은 장 웨이가 만약 진짜 연인이라면 자랑할 만한 장점을 떠올리려 애썼다. 

정신나간 말투? 분위기 메이킹? 빠른 눈치? 제법 봐줄만한 외모?

마크의 여자친구에게 비교 우위를 점할 만한 장점 어디 없나?!


"가.. 가슴!"

"..뭐?"


마크는 심사숙고한 존의 입에서 나온 말이 대뜸 '가슴' 이었기에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내 여자친구 가슴은 로켓처럼 크다!"


확실히.

장고 끝에 악수 둔다라는 격언이 있긴 하지만, 장고끝에 꼭 악수만 

두는 것은 아니다. 신의 한수도 때로는 장고끝에 두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장 웨이의 '가슴' 은 명백히 호라이즌의 흉부모듈에 비해

월등한 비교우위를 점하는 이른 바 '신의 한 수' 였다.


방금 전까지 속사포처럼 존을 추궁하던 마크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하지만 또 지긴 싫은 것이, 남자의 심리다.


"내, 내 여자친구는 가슴에서 로켓 미사일을 쏠 수 있다!"

"큭!"


보통 남자에겐 정신나간 소리처럼 들릴 마크의 발언은, 괴짜

공돌이이자 로봇에 로망이 있는 존 메이슨에겐 '신의 한 수' 였다.


"어때, 패배를 인정하시지? 장 웨이 양은 가슴에서 로켓미사일을

쏠 수 있나? 있냐고? 내 연인 호라이즌은 말이지.."

"우,우리 장 웨이는 웃는 얼굴이 예ㅃ.."


깡!


"가슴에서 로켓 미사일 안 쏩니다."


장 웨이와 함께 등장한 호라이즌이 보기 드물게 분노가 서린 표정으로 

마크를 때려눕혔다.


"그럴 수가!"


두 남자는 동시에 탄식했다. 


"존 메이슨, 당신은 왜 아쉬워 하는 겁니까?"

"호라이즌, 날 위해 업그레이드 해 줄 순 없나?"

"싫습니다. 그런 구형 무장따위 탑재할 생각 추호도 없습니다."

"그치만! 그치만! 존이 자꾸 여자친구 있다고 거짓말하는데!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된단 말일세!"


쪽.


"누가 거짓말이래요?"


존 메이슨은 자신의 입술에 잠시 앉았다 날아간 파랑새를 느꼈다.

보드라운 감촉과 은은하게 달콤한 향기가 아직 남아있는 듯 했다.


"지,진짜로 사귀고 있었나?"

"뭣 하면 키스도 보여드려요?"


마크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존과 장 웨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휴먼, 더 추해지기 전에 가죠. 저 윤활유 마시고 싶습니다."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어.. 저 친구에게 로켓가슴연인이 있을리가.."

"실례했습니다. 웨이 양. 다음에 또 보죠."


호라이즌은 그새 장 웨이가 맘에 들었는지 고개를 까딱 숙여 목례했다. 


"네, 다음에 봐요. 호라이즌 양."

"피차 철 없는 연인 챙기느라 고생이군요. 그럼 이만."


여전히 무언가를 열심히 씨부렁대는 마크를 어깨에 들쳐멘 

호라이즌이 성큼성큼 멀어져갔다. 


"언제까지 입술 문지르고 있을거에요?"

"뭐, 아.. 아?"


존은 허겁지겁 손을 밑으로 내렸다. 

손이 원래 어디에 있던거더라?

어디에 두는게 자연스러운 거더라?


"우리 사장님, 간만에 스테이크 많이 드셨나 보네. 갈까요?"


장 웨이는 자신의 입술을 살짝 핥으며 말했다. 


"어, 어.. 가지.."


장 웨이는 존 메이슨에게 팔짱을 껴왔다. 아직 연인인 척 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어딘가 정신을 먼 곳에 두고 와 버린 것 같은 존에게

그런 생각을 할 정도의 심적 여유는 없었다. 


"사장님, 마지막에 하려던 말, 뭐였냥?"


'우,우리 장 웨이는 웃는 얼굴이 예ㅃ..'


존 메이슨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내가 미쳤지. 이런 정신나간 말투를 고집하는 여자한테.


"무슨 말? 기억 안 나는데."

"흐흥, 아무리 봐도 사장님은 머리 나쁜 것 같다냥."


그래놓고서 장 웨이는 기쁜 듯이 웃으며 팔짱을 더욱 깊게 껴들었다.




웃는 게 예쁜 여자였다. 

왠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존은 장 웨이가 웃는 게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