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주의 : 스토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이 길 수 있습니다.












 "누...누구?"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어른과는 전혀 다른 존재 같으니까요.



 "글쎄... 나는 관리자... 아니, 아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렴. 지금은 그쪽이 더 어울릴 것 같으니까."



선생님...



알고 있습니다. 겪어보진 못했지만.



나 같은 아이들, 나보다 어리거나 큰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른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언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가, 가까운 데에 침식체가 있어... 어서 도망쳐."



이 사람은 이 곳이 침식지대라는 걸 모르고 왔을 겁니다.



이런 곳에서 죽게 할 수는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내 생각을 해 주는 거니? ......착한 아이구나.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선생님에겐 재미있는 물건이 많거든. 그중에는 침식체들이 우릴 볼 수 없게 만드는 물건도 있지."



 "저, 정말...?"



선생님이란 사람은 품에서 무언가 꺼낸 것 같았습니다.



 "그래, 잠시만 조용히 하고 있으면 저 녀석들은 그냥 지나가 버릴 거란다. 마침 저기 한 마리 오는구나."



 "그, 그래도..."



침식체가 오는데 가만히 있으라니...



제정신 박힌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불안하면 손을 잡아줄게. 자,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선생님도 네 옆에 계속 있을 거란다."



손을 잡았습니다. 아니, 잡혔다라는 표현이 좀 더 맞을 것입니다.



......



신기합니다. 분명 이 사람은 아무런 마법도 쓰지 않았을 터인데



너무나 안심이 되어서...... 지금까지 모든 두려움들이 꿈에서 깨듯이 흩어져서......



발소리가 들린다.                        가까워진다.                       이윽고, 멀어져 간다.



 "어떠니, 선생님 말이 맞지? 나머지 녀석들도 곧 있으면 전부 지나가 버릴 거야."



 "...그, 그럼... 나... 정말 살 수 있는 거야?"



...내 앞의 당신에게 묻습니다,



전 이미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이라는 구원자를 만나서 살아도 되는 것 입니까?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릅니다.



저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도 제가 고아이고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밖에 알 수 없으시겠죠.



그렇지만......그래도.....그래도...... 



 










'...도와주세요...'



 "...그럼, 물론이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제 진심까지도 선생님은 승낙을 한 것 같았습니다.



나의 단순한 착각이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방금 들었던 '물론이지'는 



살면서 내가 들었던 대답 중 가장 따뜻했으니까.



 "............흑....흐윽....흑"



 "자, 자,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이젠 안전하니까 마음 편히 쉬렴."



......눈물이네요.



정말 오랜만에 흐르는 것 같습니다.



창고에 갇히고 삼일 동안만 흘리고 영원한 작별을 고했을 줄 알았는데...



그저 내 속 어딘가 묵혀두고 있었을 뿐이었던 모양입니다.









......힘들...었어요.......정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선생님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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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모르는 게 없는 신기한 사람이었습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뭐든 알려주셨죠.



단, 그 궁금한 것에 선생님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자, 여기."



 "오, 잘 익혔구나. 솜씨가 좋은 걸. 혹시 요리 배운 적 있니?"



 "아니, 없어. 오늘이 처음이야."



앞이 안 보여도 대충 되는 것으로 보아 요리라는 건 딱히 어렵지 않은 모양입니다.



 "손은 괜찮아?"



 "응, 손?"



 "아까 시범 보여주려다 데일 뻔했잖아."


 

 "하하, 이론은 잘 알아도 실제로 하는 건 좀 어려워서 말이야."



선생님도 못하는 게 있었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이 나라에 왜 왔어? 선생님 같은 대단한 사람도 이런 곳에 와?"



 "흐음... 내가 가진 특별한 컴퓨터..."



선생님은 말을 하다 관뒀습니다. 그리고 하던 말을 마저 했어요.



 "아니 아니, 그냥 보물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으러 왔단다."



 "그럼 보물은 찾았어? 아니면...혹시 날 구하느라 잃어버렸다거나..."



어어...그러면 안 되는데...



만약 그랬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찾아드려야 해요.



 "하하, 아쉽게도 헛소문이었던 것 같아."



그 말에 조금 안심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안심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은 결국 보물을 못 찾은 거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똑똑한 학생이 생겼으니 다른 보물을 찾았다고 해야겠지."



그렇구나... 내가 보물이구나... 보물을 찾아서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니 보물은 애지중지 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머리 쓰다듬어줘."



 "응? 머리?"



선생님이 적지 않게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어째서 일까요? 그저 보물을 쓰다듬는 것인데.



사실 보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걸까요?



그렇다면 나도 좋아하지 않는 걸까요?



 "사람들은 보물이 생기면 소중하게 쓰다듬잖아. 나도 보물이니까, 쓰다듬어줘."



 "...그, 그래. 그렇구나. 알았다."



다행히 보물(나)을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머리가 쓱쓱 쓰다듬어집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촉입니다.



말로 잘 표현은 못 하겠지만



아마도 이게 '기분이 좋다'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은 건 선생님이 자주 하는 게 좋다고 했으니



앞으로 칭찬 받을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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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보다 오래 못 달리고, 햇빛을 쬐면 금방 어지러워 했어요.



 "선생님, 괜찮아?"



 "물...론, 괜찮고 말고. 학생이 괜찮은 이상, 선생님은 언제든지 괜찮은 법이란다."



 "...선생님, 또 넘어질 뻔했어."



 "하하, 이거 면목이 없구나. 나도 몸이 튼튼한 편은 아니라서."



 "응, 선생님 약해."



 "...진실이라서 할 말이 없구나."



 "내, 내가 부축해 줄게. 이쪽으로 기대."



 "그래도 어른 체면이 있지. 아이에게 기대면 쓰나."



라고 다 쓰러져가는 어른이 말하고 있습니다.



 "괜찮아.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난 그때 죽었을 거야. 그리고 만약에 운 좋게 살았다고 해도..."



그건 사는 거라 부를 수 없었을 거야...



 "도움을 받으면 갚아야 한다고 했잖아. 난 선생님이 가르쳐 준 대로 할래. 그러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걸로 당신의 은혜를 갚을 순 없지만...적어도 내 마음이라도 위안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선생님.



 "......그래, 고맙구나. 그럼 조금만 기댈게..."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선생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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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때문에 선선한 밤입니다.



이곳은 침식체도, 사람도 없는 곳이니



빈집의 창틀에 걸터앉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그곳에 재미 있는 뭔가 있나 보구나."



 그렇게 말한 선생님은 내 옆에 같이 걸터앉습니다.



위험하니 내려오란 말은 꺼내지 않는 부류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없어, 아무것도. 설령 있다고 해도 나에게는 보이지 않아. 바람이 분다는 사실밖에 알 수 없어."



 "그렇구나..."



 "선생님한테는 뭔가 보여? 보인다면 알려줄래?"



 "어어......, 별이 있기는 한데...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구나."



 "아름...다워?"



 "응, 하늘을 수놓은 별들은 아름답단다."



 "...언젠가 들어봤어. ...하지만 모르겠어."



 "...아름다움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흐음, 아름다움의 개념은 추상적이라서 정의를 내리기가 힘든데..."



선생님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가 쓸데없는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 방금 내가 한 말은 별거 아닐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아니,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선생님이란다. 



선생님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 이거를 귀에 잘 꽂고 있어라."



 "이게...뭐야?"



 "MP3라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계란다. ......옛날 사람만 쓰는 거야."



사실은 안 보였지만, 옛날 사람이라 말했을 때 선생님의 얼굴이 침울해 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건?"



 "이어폰이라고, 귀에 꽂으면 소리가 들려."



진짜 음악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잘 '들어보는' 거야. 

듣고 무언가 마음의 변화가 생긴다면... 그게 아름다운 거란다. 아름다움이란 생각보다 별거 없는 거야."



 "......선생님은 아름다워?"



 "어,나?"



 "듣기 전에 묻고 싶어졌어."



 "선생님은... 딱히 아름다운 사람은 되지 못 할 거야... 아름답지 못 한 짓 들을 좀 했거든. 

대신 선생님이 만든 기계들은 매우 아름답단다. 

특히, 박스처럼 생긴 로봇은 누구나 칭찬을 할 만큼 아름답지. 

언젠가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란다."



 "응, 그렇구나."














연주가 시작되고









같은 밤하늘, 같은 창틀에 걸터앉아 










그들은 같은 음악을 듣습니다.









한 명은 별을 바라보며, 한 명은 부는 바람을 느끼며









도망쳐온 과거를 떠올리며



















오늘 밤, 아름다움을 조금은 배웠습니다.

 


 







둘 이 뭐 들었는지는 안 알랴줌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