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로자쨩
클리포트 게임이 끝난 이후에도 불의 폭군의 투혼은 멈추지 않는다. 로자리아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열정을 잔뜩 불태우기 위해 두 번째 인생에 돌입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녀는 말 그대로 불꽃과도 같은 행보를 보여왔다. 그녀가 극작가로 데뷔한 드라마 '브륀힐데의 부정한 성배'(브부배)는 치밀한 치정극과 아찔한 로맨스, 파격적인 전개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며, 한때 전설이라 불렸던 그 유혹의 함교를 뛰어넘었다.
이외에도 많은 히트작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그라운드 원 시민들에게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쌓았다. 수많은 유명인사들을 만나고, 대중들에게서 환호받고, 셀럽 부럽지 않은 삶을 살며,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의 결혼도 성사시켰다.
그리고 한 남매의 어머니가 되자,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로자리아의 자랑거리는 자신이 아닌 아들들에게로 옮겨갔다.
그녀는 내 아들딸이 최고라는 무언의 자신감에 항상 차있다. 첫 걸음마를 뗐을 때도 누구보다도 뛸 듯이 기뻐했고, 처음으로 말을 배웠을 때도, 처음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챙겨줬을 때도, 아이들이 뭔가를 선보일 때마다
"그래! 그 정도는 해야 이 몸의 아이들이지! 아주 잘했다! 로핳핳핳!!"
같은 말을 하며 고고하게 웃어보이곤 한다. 아이들 역시 엄마의 말투를 따라서 '로핫핫핫!!' 하고 웃느라 집안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동네 어머니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로자리아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입에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자식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지영이네가 자기 자식들보다 성적이 잘 나와도, 혁빈이네가 콩쿠르 대상을 타왔어도, 아무렇지도 않아하며 자신의 아이들이 점점 성장해간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자랑한다.
한 어머니가 어쩜 그렇게 기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냐고 묻자,
"다른 아이들이 뭔가를 했다고 해서 그걸 내 아이가 꼭 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 내 아이들에겐 나름대로 잘 하는 것이 있으니, 별로 신경 쓸 것 없지.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이 나의 아이들인데 걱정될 리가 없지 않느냐? 로핳핳핳!!"
같은 말을 하며 그 어머니를 감동시켰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게 자식이 최고인 그녀에게도 한 가지 불만이 있었으니,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로자리아 일편단심 순애보를 달리던 남편이 이제는 자식들을 예뻐해주느라 그녀에게 소홀해졌다는 점이었다.
"씨잉! 나도 우리 애들처럼 쓰다듬어 달라고!!! 어디가!!!"
"어허~ 이 사람이.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이런 걸 부러워해?"
"누나! 엄마는 쓰다듬 못받았대!"
"우리가 엄마보다 더 이쁘고 깜찍하니까 그런거 아니겠어? 로핫핫핫!!"
"야!!!!!"
오늘도 그녀의 가정은 바람 질 날이 없이 떠들썩하다.

9. 에델쨩
지식밖에 모르던 그녀가 결혼하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별 것 없었다. 책을 통째로 먹으려던 걸 들킨 것이 연이 되었고, 얘기를 이어가다 보니 레지나를 연상시키는 올곧은 성향을 갖고 있어서 끌렸다나.
결혼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로 했지만 지식을 추구하는 성향은 여전했다. 대신 에델은 이제 촉수들을 이용해서 지식을 통째로 먹거나 흡수하지 않는다. 편하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딸아이에게 알려줄 수가 없으니까.
딸아이가 동화책을 가져오면 에델은 딸아이와 함께 책을 도란도란 읽어줬다. 장난감을 사게되면 딸아이와 함께 그 장난감의 설명서를 읽고 사용해봤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 위해 요리책을 찾아보면 어느샌가 딸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에델과 함께 요리책을 읽고 있었다.
"엄마! 월버 패스츄리는 왜 이렇게 나쁜 짓만 골라서 했던 거에요?"
"으응. 남을 배려하는건 똑똑한 사람만 할 수 있는건데, 이 악당은 똑똑하지 못해서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나쁜 짓을 했던거에요~"
"엄마! 왜 힐대는 배신을 했는데 여신님이라고 불려요?"
"그건 배신을 하긴 했지만 나중에 돌아와서 주인공을 구해줬으니까 그런거에요~"
"엄마! 왜 류은태와 박하연은 자기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이렇게 못살게 굴었어요?"
"그건.... 음.... 엄마도 잘 모르겠네요~ 같이 책 읽어보면서 한번 알아볼까요?"
책을 읽는게 다가 아니었다. 그녀의 딸 역시 엄마처럼 높은 호기심을 갖고 항상 배우는 것을 즐기기에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다면 꼭 에델에게 물어보곤 한다. 딸아이는 엄마에게 질문을 하고, 엄마는 딸에게 답해주고, 가끔 반대가 될 때도 있고.
딸과 함께 하는 삶을 살다 보니 에델의 삶 속에서 지식의 파편을 꺼내는 일은 지극히 적어졌다. 지식의 파편이 동원되는 경우로는 집안 청소나 빨래를 지식의 파편더러 대신 시키는 것 정도일까.
처음에 파편들은 지식을 탐닉하는 대신 집안일에 동원된 것에 굉장히 불만이 많았으나, 에델의 딸이 고생한다며 지식의 파편을 쓰다듬어주자 허리가 활처럼 휘며 눈동자가 위로 치켜올려진 이후로 불만은 싹 사그라들었다. 이젠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도우며 딸아이와 교감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엄마! 오늘은 친구네 집에서 제이크 해병과 6974명의 아쎄이들이라는 책을 읽고 왔는데요!"
"정말요? 무슨 내용인지 엄마한테도 말해줄래요 우리 딸?"
오늘도 새로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모녀 간의 대화는 끊기는 순간이 없다.

10. 세라펠쨩
피학적인 신으로 살아가던 그녀가 마왕으로 군림하길 관두고 평범한 여자의 삶을 택했다는 것은 마왕들 사이에서도 대서특필감의 소식이었다.
더 이상 세라펠은 쾌락과 고통을 위해 세상을 파멸로 이끌지 않는다.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도 벗고, 수족을 묶고 있던 구속구도 벗어던졌다.
평범한 삶을 위해선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했지만, 다신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상실감으로부터 느껴지는 쾌락이 있기에 오히려 좋다나.
절대자와도 같았던 그녀는 이제 딸에게 거의 잡혀살다시피 하는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다.
흑비단 같은 머리칼에 또렷한 고양이 상의 이목구비의 수려한 미소녀인 그녀의 딸은 외모와는 달리 성격이 꽤나 까다롭다.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는지 주도적인 면이 강해서 엄마인 세라펠과 충돌하는 것이 일상 다반사였다.
"딸. 아침 먹고 가렴!"
"아 엄마 쫌!!! 나 아침 먹으면 배아파서 싫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학교 지각해서 혼나면 엄마가 책임 질거야?!"
"그래도 이렇게 준비했는데 조금이라도 먹고..."
"싫어. 안 먹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어릴 때는 굉장히 영특하고 말도 잘 들었던 딸아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성격이 유독 날카로워졌다. 반찬투정을 한다던지, 집안일을 시키면 싫다면서 툴툴댄다던지,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며 잔소리를 했더니 내 친구들 그런 애들 아니라며 화를 낸다던지.
그럴 때마다 세라펠은 딸의 투정을 묵묵히 들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만, 오히려 그 점이 세라펠이 노리고 있는 바였다. 너무나도 사랑해 마지않는 딸아이의 투정과 싫증을 들으면 어찌나 가슴이 미어지던지. 그리고 그 미어지는 아픔으로부터 느껴지는 쾌락은 또 얼마나 달콤하던지!
"하아.... 이 살을 찌르는 듯한 감각....!! 심장이 두근거려..."
평범함 속에서 이런 자극과 고통을 탐닉할 수 있다니,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들을 가치도 없는 헛소리라며 일소해버렸을 것이다.
물론 마왕이었던 시절처럼 그녀도 막나가지는 않는다. 한번 평범하게 살기로 남편과 맹세한 이상, 딸아이를 올곧게 키우겠다는 명목 하에 딸에게 잔소리를 좀 할 뿐.
그 잔소리를 듣고 사춘기의 딸아이가 질색을 하며 화를 낼 때마다 그녀 역시 답답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기뻐한다.
어딘가 단단히 어그러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아이의 양육이나 집안 분위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세라펠의 가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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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같긴 한데 걍 대충 날림.
나도 장편 안쓰고 막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