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묶고 다니지 말라는 혼난 뒤로 머리를 자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저 미친 디셉티콘은 또 내 멋대로 뭔가를 했다고 때릴 것이 분명했다. 


로봇이라 생리를 할 리도 없을 텐데, 거 기름이라도 흘리나 씨벌. 어제만 해도 그랬다. 손님 오셨는데 라면 먹고 있었다고 때리고, 지는 냉각 시스템 내장되어 있다고 내가 몰래 에어컨 틀었다고 때리고, 이러다가 내 이름도 춘식이로 바꿀 기세였다. 


"아저씨 요즘 너무 많이 맞는 거 아니에요?"

"나도 몰라. 그냥 때리니까 맞는 거고, 맞으니까 그냥 때리는... 생각해보니까 엿 같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월급 받는 만큼만 맞고 싶었다.


"내가 어디 가서 야쿠자를 해도 이것보단 더 대우 받고 살 거야. 물론 닌자한테 죽을 수도 있다는 위협을 감수해야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닌자한테 목 잘리기 전에 걔한테 맞아 뒤질걸. 월급도 짜면서."

"그런데 아저씨는 월급 받으면 어디다 써요? 여기서 숙식도 해결하면서."

"...애들이 알 만한 그런 거 아니야. 돈 줄 테니까 가서 까까나 사 먹...."


그 순간, 묵직하고도 차가운 손이 내 정수리를 감싸쥐었다.


"부디 듣고싶군요 휴먼. 월급을 어디에 쓰고 있는 겁니까."

"젠장 내 이럴 줄 알았지."


"자 이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휴먼."

"일단 신명나게 32비트 박자로 쳐맞고 어디다 썼는지 말하라고 하시겠죠."


"역시 당신은 똑똑해서 마음에 듭니다 휴먼."


그 후로 약 30분간 구타가 이어졌다.

온몸이 뒤틀린다. 어금니가 살짝 흔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왼쪽팔을 들어올리는 것도 힘들었고, 삐이이이이 하는 소리도 나는 거 같고, 오른쪽 눈의 시야가 새빨간 거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매일 매일 유흥주점에 가서 흥청망청 썼다 그겁니까 휴먼?"

"아니 술집이 아니라 바인데요. 그런 명칭은 제대로 해주시죠. 선생님처럼 바를 유흥주점이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바텐더를 꿈꾸는 사람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피핵꿟!"


하도 쳐맞아서 쇠파이프 피해 내성이 생길 정도였다. 물론 내성이 생긴다고 해서 안 아픈 건 아니었다. 그냥 뒤질 때까지 더 오랜시간이 걸릴 뿐이지.


"아 아저씨도 그 바에 가시는구나. 바 이름이 뭐였더라... 그레모리의 바라고 하던데. 거기보다 좋은 술집도 많다고 들었는데."


"아 그 바에만 있는 게 있거든. 여기나 다른 술집에는 없는 거."

"그게 뭔데요?"

"가ㅅ... 꿟!"


호라이즌의 불빠따가 다시 내 정수리를 후려쳤다.


"저기 레이첼. 손님이 오신 거 같은데...."


"? 아무도 없는데요?"

"아니 저기 네 뒤에 검은색 옷 차려입고, 검은색 모자 쓰신 안색 창백하신 분... 어? 어? 왜 제 이름을 부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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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정도로 맞았다는 거야?"

바의 점주, 그레모리는 내 정수리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

"그렇죠 뭘. 내가 어디 언더그라운드에서 용병을 뛰어도 이렇게 다치고 다니지는 않을 텐데. 아주 매일매일이 다이브고, 매시간이 침식체와의 레슬링이지. 저번에도 강민우라는 지인이랑 같이 있던 파란 머리 여자애한테 작업 좀 걸었다고, 위험하게 어딜 싸돌아 다니냐고 사람을 그냥..."


그 레비아인가 하는 여자애도 웃고 있던 걸 보면 마냥 싫지는 않은 눈치였는데, 왜 위험하게 싸돌아 다니는 거냐고 신명나게 얻어터졌다. 


내 여기서 얻은 거라고는 맷집 밖에 없다. 이제 어지간한 양아치들 주먹은 가렵지도 않을 정도니까.

"아니 생각해 보니까 양아치들 주먹은 아프지도 않은데, 이 정도로 때리는 로봇이 더 위험한 거 아닌가요? 무슨 로봇이 악의 하나로 인간을 앞서고 난리인지."

"음... 내가 볼 때는 그건 악의 때문에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


"아 악의가 아니라 그냥 나만 혐오하는 건가. 이제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네요. 인류에 대한 악의가 아니라, 그냥 나만 혐오하는 거였네요. 와 씨 그 깡통이 진짜..."

"... 음 아무래도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여자랑 대화만 하면 와서 때리고, 차고, 아니 생각해보니까 남자랑 대화해도 때리고 차고..."


지난번에 강민우랑 같이 있던 레비아라는 여자 아이한테 말을 걸었을 때도 때렸고,


또 지난달에는, 하늘색 머리에 보라색 브릿지 헤어를 한 남자애가 나한테 일해볼 생각 없냐고 하길래, 관련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도 당수를 후려친 후에 질질 끌고오고.


그리고 저번에도 돈을 모아서 헤이븐 랜드에 놀려가려고, 지상에 있는 직원들한테 말을 걸었다고 또 때렸다.


디셉티콘 같은 년. 북어도 3일에 한 번만 맞는데, 이건 뭐 하루에 3번을 쳐맞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