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어릴 적에는 호랑이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시발 지금은 그냥 마취총 맞고 정신을 잃는 편이 생존 확률이 더 높을 것만 같았다.
왜냐고? 날 죽일 수 있는 사람, 아 시발 사람은 없군. 그런 존재가 앞뒤로 서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명하십시오 셰나. 이게 대체 무슨 어이없는 상황입니까."
"어머 그 카메라가 고장나기라도 했나봐? 무슨 상황인지 안 보여? 아 혹시 해본 적이 없나?"
"닥치십시오 셰나. 이번에는 정말로 당신의 머리통을 박살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냥 좆된 거 같다는 말 말고 무슨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좆된 거 같다' 라는 이름의 말이 내 뇌리를 맴도는 우마뾰이 찍게 생겼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조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때는 4시간 전.
나는 세나의 요청대로 사람들이 흔히 즐길 법한 곳들로 가서 같이 놀아주었다.
영화간에 가서는 같이 영화를 보았다. 아 물론 셰나는 음악에 관련된 영화를 보고 싶어 한 것 같지만, 나는 닌자랑 야쿠자가 싸우는 영화를 보고 싶었기에, 따로 보자고 했다가 세나가 억지로 날 따라왔다.
[GOD SPEED YOU]
[폭주족의 신이시여!! 우리에게 무엇을 쳐죽이라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들의 앞길을 막는 모든 걸 쳐죽여라.]
[액셀을 밟아라.]
[쳐죽여주마!! 야쿠자아앗!!]
[순순히 죽어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닌자아앗!!]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싸움이었지만, 셰나는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뭐야? 사람 목 자르는 거 나와서 그래? 니네가 한 짓이 저거의 수십배는 심하지 않아?"
"딱히 그래서 그런 건 아니거든? 그리고 너 예전부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저기 나오는 야쿠자들은 사람 몸에 다른 인격을 집어넣는다던가, 지네 좋다고 실험하는 짓은 안 하는데."
"아니 지금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아 닌자를 좋아하는구나."
"... 너 정말 등신이구나."
이 말코손바닥사슴같은 년이 나를 등신이라고 욕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약한 걸.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나 혼자 간단한 식사를 한 뒤, 셰나를 데리고 오락실로 갔다.
"오 여기도 98이 있네."
"이게 인간들이 즐겨하는 오락이라는 건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줄 수 있어?"
나는 그녀에게 간단한 기본기만을 알려준 뒤, 접대 삼아 몇 판 져주기도 했다.
"역시 인간의 감각은 하찮네. 처음 하는 나한테도 이렇게 지고 말이야."
살모넬라균 같은 년이 접대 좀 해주니까...
"좋아 그러면 우리 5판 3선승으로 소원 들어주기 내기나 할래?"
"좋아. 나한테 무릎 꿇고 빌 준비나 하는 게 어때?"
물론 밥만 쳐먹고 격겜만 한 나한테 셰나가 이길 리는 없었다.
[흡흡허! 과소비가 원인이다! 시네!]
[뚜띠!]
[어머니를 버렸다!]
세 판 모두 주캐 세 명을 써서 스트레이트로 털어버렸고, 셰나는 나한테 기본기 한 대도 맞추지 못하고 개털려버렸다.
"야 너 실력을 숨긴 거야? 무슨 그런 치사한..."
"너도 사람 껍데기 쓰고 있잖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수영장에 들러 같이 온풀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녀 나름대로 수영복을 사오기는 했는데...
"어때? 네 하찮은 성욕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음... 작네."
"... 여기서 널 죽이는 게 빠를까? 아니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리국이 오는 게 빠를까?"
"어느 쪽이든 네 가슴이 커지는 것보단 빠를걸?"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익사해서 물귀신이 될 뻔했으니까.
그렇게 물놀이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성을 젖게 하는 것은 어딘가 야하기도 했고, 매너가 아닌 것 같아서 기다리라고 말한 뒤 인근 가게에서 우산을 사와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어머. 이런 매너는 있나보네?"
"아니. 난 젖은 옷에 판타지가 있거든. 그런데 그 환상을 빈유로 깨고싶지 않..."
"죽을래?"
"아니. 그냥 농담이고 이건 그냥 내 배려야."
그렇게 데이트라고 부를 수도 있는 무언가를 끝마치고, 역을 통해 도망치려던 찰나, 좆같은 지병이 도지고 말았다.
원체 심장이 안 좋았기에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조금 심한 것 같았다.
"윽..."
"... 왜 그래?"
그리고 시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그 순간, 호라이즌이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나는 가슴팍을 부여잡은 상태로 비를 맞으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세나와 호라이즌이 서로를 노려보는 기묘한 대치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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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점은 현 상태로 돌아왔다.
"대체 그 휴먼한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 아 너 얘한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어?"
"당신이랑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 질문에 대답하십시오 셰나."
"아. 우리 둘이 뜨거운 무언가를 했는데, 자극이 강했는지 이렇게 쓰러지고 말았네?"
"그런 말장난에 속을 것 같습니까 셰나?"
그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119부터 불러 나쁜 사마리아인 같은 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