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 흐읏....흐흣...!"
"야 이 새끼들아 뭐하냐고, 얼른 쏘라고!"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
사람은 총을, 여러명에게 난사 당하면 저렇게 춤을 추는구나.
회복할 틈도 주지 않고 쏟아지는 총탄. 무심코 왼쪽 눈을 찡그리게, 삐이이이하고 멀게 만드는 소음.
계속해서 이어진다. 도렉스, 도플갱어 알렉스가 춤을 춘다.
팔이 이리저리 갈 곳을 잃은 채 헤엄치다, 총탄이 다시 몸을 꿰뚫으면 물결치다가, 주저 앉는다.
진한, 화약 내음.
마치 성대한 불꽃놀이라도 한 것 마냥 남는 냄새.
그리고 화약이 만들어 낸 담배연기 같은 열기가 금새 식고, 바닥에 곤죽이 된 도플갱어 알렉스가...!
"하, 씨발 존나게 애 먹이네. 야 이 씨발년아! 뭐가 어째고 저째?!"
아, 아아아... 도렉스쟝...!
도플갱어.... 알렉스가 그 고운 얼굴도 형상이 없어진 채로 바들바들 지면 위에서 떨고 있다.
거의 젤리상태가 되어 꾸멀꾸멀.
"우리가 다 죽어도 상관 없다? 이 씨발년이 장난치나!"
"맞지? 예고르?"
"..."
그리고, 왼쪽 편. 출입구에 들어서는 잘 단련 된 몸 하나. 선은 얇은데, 그 굴곡이 범상치 않다.
구관리국 총병. 그리고 그 뒤에서 지원사격을 했던 총병들.
어, 어떻게....
아, 아아...
이 씨발 새끼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아... 아아아...
아~ 알렉스 젖통 쥐고 아득바득 질싸하고 싶다~
-23
"이... 이틀이 걸린다며...!"
"님은 그걸 믿었음? 째트킥!!!"
날아오는 새까만 번뜩임.
댕, 하고 철판과 철판이 울리는 소리.
목, 목이 아파... 목 관절이 아파....!
담이 내린 것처럼 오른팔의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 가. 오른발도 마찬가지.
마치 전기충격이라도 당한 것 마냥.
덜덜덜, 아니, 부르르.
벌레퇴치 스프레이를 맞은 벌레마냥 땅바닥에서 경련하고 있는 오른 팔과 다리.
그리고
"아주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 하고 있더라? 어?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그랬지. 씨발. 너, 원본 알렉스인가 뭔가 못 먹으니까 저 년이라도 따 먹으려고 했었지?"
목이 젖혀진다.
그 덕택에 겨우 정신을 차린다. 서서히 아웃포커스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동공.
아, 땅바닥에 널부러진 채 멱살을 잡혀 있는건가.
눈 앞에는 나사가 그려진 원형. 그리고 그 안의 새빨간 9의 글자.
"학, 억... 아아악..."
목 뒤가 아파.
팔다리가 이상해.
종아리가 멋대로 쥐내린 것처럼 경련하고 있어.
이상한 각도로 발목이 휘어져서...!
"씨발 새끼야! 어?"
쾅하고, 지면에 한 번 부딪히고 나서야 다시 떠오른다.
삐익삐익, 수트의 헬멧이 뭐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컥, 어억...하악..."
"잘 속아준 덕분에 살았다. 이 빡통 새끼야. 어? 솔라키..."
"...그 새끼 이름 뭐야?! 아무튼 그 씨발년 이름 대면서, 나대 준 덕분에 나야 편하지 뭐!"
"그만해라 발레리. 일단은 부전대장이 먼저다. 너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몇 번이고 지면에 처박아진 머리 때문에 시야가 온통 뿌옇다.
밤에 가늘게 뜬 눈처럼, 모든 빛이 십자로 빛나고 있다.
전부 멀어진다.
점점 멀어진다.
"아이 씨발! 봤을 거 아냐! 얼른 더 쏘라고. 저 씨발년이 너희들을 팔아넘기려고 한 거 들었잖아!"
"하지만...네 행동은... 마치...!"
"그래! 그 말대로야!"
치컹, 하고 깔끔하게 베어진다. 내 멱살을 쥐고 있던 도붕이의 팔도, 그리고 이 건물도. 어차피 잔해에 지나지 않았던 것도.
동시에 눈보라가 이때다 싶어 파고든다. 그런 뒤에 겨우 드러나는 도플갱어 메이즈전대.
기갑까지 데리고 온 수십 명의...!
"뭐 해? 당장 달려!"
도렉스의 말에 몸을 어떻게든 일으킨다. 들어 올린 머리 위는 쏟아붇는 눈보라.
하지만 철의 눈보라보다는 낫다. 아니, 그것보다 도붕이 새끼한테 기억=정보=지식을 빼앗기는 것 보다는 낫다.
여기서 빼앗기면 또 여유분인 시간을 빼앗겨 버려!
"이 씨발 곤죽년이...!"
뒤로 한다.
뒤로 하고서 눈을 헤집으며 달린다. 우리는 그림자 류드밀라에게 들키지 않고 그녀가 지키는 함선 뒤쪽까지 갈 생각이었다.
거기에 도플갱어 알렉스가 숨겨 둔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능선을 타고 올랐다. 코핀 함선을 감싸듯이 만들어진 능선을.
그러니까 나는 거기로 달린다.
탕, 쾅. 총포음이 함께 울리고 내 앞을 스치며 먼저 지나가는 탄환.
눈을 녹이며 진동하고 있다.
이거...!
일반 총알이 아니야.
몇 번이고 맞아 본 적 있다.
맞으면 우선 뇌에 스테이플러가 쨥쨥하고 쏟아지는 감각.
여러 개의 손이 쨥쨥, 탁탁, 아파할 틈새도 없이 찝어대는 그 감각.
쏟아진다. 피윳, 하고 나보다 눈을 먼저 헤집는 총알.
"으아아아악!"
엎어지듯, 팔을 휘젛으며 달린다.
눈 밭을 헤엄친다.
되살아난다. 4종 침식체에게도 미세하지만 타격을 줄 수 있는 탄환.
여태껏 한 방에 끝난 건, 도붕이 새끼가 정확하게 노렸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 방이라도 맞으면, 도붕이 저 새끼가 바들거리는 나를 쫓아 와!
내 지식을 정보를 다 먹어 치울 거야!
그러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이번 루프는 손해만 보게 된다'
그래 맞아. 저기 저 언덕 아래의 도렉스쟝을 보라고.
나도 여기서 도붕이 새끼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면...!
"이 배신자가...!"
"큿...!"
손해... 손해만 보게 된다.
-"나는 그저, 내가 구하고 싶었던 모든 걸 위해서. 모든 걸로 부딪히는 것 뿐이다."
씨... 씨...
저대로라면 발린다.
멀리서 총격, 동시에 방어하려고 들면 방패병이 달라들어 밀쳐낸다.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몸으로 튕겨지면, 그대로 쏟아지는 총격.
그렇게 소총이 과부화 되기 전에 총격이 멎으면...
"쏴! 이 년이 회복하기 시작하면 우린 다 죽는거야!!!"
저래선 못 버틴다.
저런 방식으로는 도플갱어가 아니라, 그 누구라 해도....
하지만, 나랑 상관 없어.
난 이대로... 도붕이 새끼한테 붙잡혀서 지식을 빼앗기지만 않으면...!
"씨....! 발....!!!! 새끼들아!!!"
마치 스키를 타듯이, 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