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와서 좋은 게 있다면 적어도 공기 하나는 끝내준다는 것이었다. 


"후우우우우..."


"아저씨 여기서 뭐하세요?"

"산림욕? 공기 하나는 미치게 좋아서 산책할 맛은 나더라."

"....그런데 왜 옷은 벗고 계신 거죠?"


같이 부대끼고 살면서 레이첼은 내 샤워하는 모습 정도는 여러 번 보았는지, 내 웃통 벗은 모습을 보고도 동요하지 않았다.


"큐리안 그 개... 아니 그 인간이 나한테 뭐 물어보길래 대충 이야기하다가 싸웠어. 그 바람에 옷이 찢어졌고."

"아저씨가 잘못했네요."

세상에 씨발 재판도 없이 유죄를 때리는 세상이 왔구나 니미럴. 진짜 끊었던 담배가 절로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곳은 진짜 공기 좋은 거 하나 빼면 쓸모가 없어. 빌어쳐먹을."

"그래도 호라이즌이 아저씨 생각해서 공기 좋은 곳으로 온 보람이 있네요. 빈민가 공기는 워낙 더러워서..."

"뭐? 그 깡통이?"

"아. 이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거 저거 백프로 쁘락치다. 호라이즌이 날 걱정할 리가 없지 않은가. 골탕먹일 계획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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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곳 생활은 나름 지낼 만한 것 같았다. 내가 비비안한테 말을 걸 때마다 묘한 살기가 전해져 오는 걸 뺸다면 말이다. 시발 나는 저런 몸에는 관심이 없다고 수십번을 말했는데도.


"큐리안 저 인간이 신경질을 부리는 건 너무 신경쓰지 마시죠. 원래 그런 면모가 있는 사람인지라... 제가 따끔하게 말해두기는 하겠습니다만."


다행히 엘라라는 사람은 상식이 조금은 통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애인도 있는 양반이 왜 제가 그 여자애한테 말만 걸면 악귀같은 표정을 짓고 그러는지..."


아니 둘이서 농담 따먹기 잘만 하다가 그쪽 비비안이 나한테 말을 걸면 나를 죽일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농담 따먹었지, 그 비비안이라는 여자를 따먹었는가.


"큐리안한테 애인이 있었나요...?"


엘라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이거 나중에 큐리안이랑 대판 싸울 거 같은데 나랑 무슨 상관인가. 기분이 뭣 같아서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아 모르셨나요? 엘라 씨는 단순히 즐기고 싶은 상대고, 진짜 상대는 따로 있다고 했는데..."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내 큐리안 이 인간을 그냥..."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감자 에일이었지만, 저 뒷모습을 보고나니 맛대가리도 없는 술이 달달하게 느껴졌다. 캬 적셔.


맛도 없는 술이었지만 달달하게 느껴지다 보니 술술 넘어거기 시작했고, 약한 술이라고 해도 술술 넘기다 보니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딸딸하다보니 세상이 빙빙 돌았고, 발걸음도 이상해져서는 이리로 쏠렸다 저리로 쏠렸다를 반복하며 걷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휴먼."


"아 그게 쒸이이이빠.... 따아아악 하하아앙앙쟈마 항다는게 쒸이이이빠... 오을따라 수리 돠라가지고..."


"대체 뭐라는 겁니까 휴먼."


나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으나, 호라이즌이 잡아주어 바닥과 굿나이키스를 하는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에이이이이고 을이 성생임 하상 느뀌는 근대 모미 디이이이이게 작으시네요. 이 쥐방우만한 체구에서 무신 그런 무쒹한 히미... 쿼헓!"


"술주정도 적당히 하십시오 휴먼."


아이고 오늘은 내가 술이 들어가서 맞아도 아프지 않았다. 내가 씨바 이소룡 제자라서 취권을 쓸 줄 안단 말이다. 내가 막 왕년에는 어...


"다들 나 개무시하고 막 그러는데 내가 어!"


"..."


호라이즌은 조금 짜증났다는 듯이 바로 문을 잠궜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알코올을 들이킨다고 해서 심신미약 판정을 받고 개지랄을 한다고 해서 용서받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저도 제 잘못을 인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사정사정했음에도 호라이즌은 내 목을 붙잡고 그대로 넘어트렸다. 


"가끔 아니 휴먼은 자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내가 언제 그랬단 말인가.


"당신의 주인은 접니다. 다른 이성과의 접촉을 금지한 적도 없지만, 권장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뭡니까 오늘의 그 태도는."

씨발 뭐라는 거야.


"일단 선생님 올리브 기름 드시고 취한 거 같은데..."


나는 용서해달라고 다시 사정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제대로 그 몸에 주인이 누구인지 받아드리겠습니다."


사정하다가 사정하게 생겼다.












다음은 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