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스스스......


알람 시계가 없어도 몸이 알아서 나를 일으킨다.

잠깐 좌우를 둘러보며 내 방임을 인식한 뒤 상쾌하면서도 

아직은 약간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우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갠다.

방 밖은 아직 조용하다, 아직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신 거거나, 

아침 일찍 조깅을 나가셨거나 둘 중 하나겠지.


터벅- 터벅-


이불을 갠 뒤 방 밖으로 나와 안방으로 향하자, 

안방 화장실 쪽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깅하고 난 뒤에 샤워를 하시는 모양이다.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 아침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대충 식빵이랑 햄, 양배추 등을 꺼내 수프와 토스트 샌드위치를 해 먹기로 결정했다.







띵- 팍!


토스트기에서 잘 구어진 식빵 4개가 툭 튀어나온다.

솜씨 좋게 손가락 사이로 모조리 잡아 한번에 꺼낸 뒤 

그릇에 넣고 햄과 야채, 그리고 소스를 넣는다.

그때, 안방 문이 열리고 어머니께서 나오셨다.


"-일어났구나, 아침은 뭐지?"


"무난하게 스프에 샌드위치로 했어요, 어머니."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나 또한 어머니 앞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물었다.


"....오늘도 늦게 들어오시나요?"


"...그래."


오가는 짧은 문답에 난 쓰게 웃으며 마저 음식을 삼켰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시다가 입을 여셨다.


"....의외로 궁금해 하지 않는구나."


"제게 해도 될 이야기라면 진작에 하셨을 거잖아요?

누구나 개인적인 일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요."


-사실 뭘 하고 다니시는지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모르시는 어머니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잘 먹었다, 설거지는 내가 하마."


"의자 갔다 드릴까요?"


분위기도 바꿀 겸 농담을 건네자 어머니는 피식 웃으며 내 정수리를 찍으셨다.


콩!!!


"-엌."


"매를 벌지, 아주. 그릇이나 줘라."


거의 반 강제로 내 그릇을 뺏어가시고 설거지를 시작하시는 어머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서 어머니의 외출복과 

두 자루의 검을 가지런히 침대 위에 놓고 현관에 가서 신발도 

꺼내 혹시 몰라 페브리즈도 한번 뿌리고 정리했다.


"-늘 고맙구나."


마침 신발까지 딱 정리하니 어머니도 옷을 다 갈아입고 준비를 마치셨다.

왼쪽 가슴에 다신 회색 늑대 휘장이 눈에 띄었다.


"-다녀오세요, 어머니."


"다녀오마, 수련 빼 먹지 말고."


"전에 한번 빼먹다가 몇 배로 돌려주셨잖아요, 

빼 먹고 싶어도 못 해요."


그러자 어머니는 내 뺨 양쪽을 붙잡고 늘리셨다.


쭈우우욱-


"에겍."


"그 꼭- 한마디 긴 고약한 말버릇은 여전하구나."


신발까지 신으신 어머니는 문을 열다가 잠시 멈추곤 

슬쩍 나를 바라보시다가 말했다.












"-다녀오마, 아들."


"다녀오세요, 어머니."


언제 어디서나 눈에 띄는 긴 은발을 휘날리며, 

나의 어머니- [힐데]는 발걸음을 옮겼다.

문이 닫히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소파로 걸어가 털썩 누웠다.


"흐으으어어어어어어....이제 저녁까진 자유 시간인가....."


세상 일, 정말 한 치 앞을 모를 일이다.

각성 시그마 천장 치고 개빡쳐서 카첸에 할카스 테러하고 겜 삭제했더니 

카운터사이드 세상에 오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고, 

그 '힐데'의 자식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 물론 친자식은 아니다. 당시 아기였던 나를 구한 게 힐데셨고, 

[모종의 일]이 있어 모자(母子)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그 '모종의 일'이 뭐냐고?


"-[더 울프]."


-워우우우우우우우웅!!-


어떤 미친 사이비 놈들이 무려 나를 포함한 갓난아기나 고아들을 납치해서 

이상한 유물 화살을 쏘아 박으려 했던 사건이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건 아직 아기였던 나 혼자였고, 

그 사건을 계기로 카운터로 각성했는데.....날 찌른 화살도 그렇고,

능력도....웬 시커먼 늑대인간 스탠드를 갖게 되었으니...

이곳에 와버린 나에 대한 신의 안배일까?

뭐 일단 이 일에 대해선 딱히 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여긴 [게임 카운터사이드]가 아니라 [현실 카운터사이드]니까.

원작 외의 일이 벌어져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물론 원작에 대한 지식들은 여전히 도움이 되지만, 

그래도 섣불리 건드리려고 하진 않는다.

내가 막 원작을 바꿔도 될 정도로 강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그냥 이 능력을 더 잘 다룰 수 있도록 수련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은 5시간 유지, 성공해 보자고."


-워우우웅.-


처음에 게임에서만 보던 힐데식 훈련을 직접 받았을 땐

진짜 속에서 욕이 떨어지는 날이 없었는데, 

이게 한 3년, 4년 정도 흐르기 시작하면 서서히 적응하다가, 

7년 되니까 이 방법 외엔 딱히 다른 좋은 훈련이 생각나지 않게 되더라.

그래, 그렇게 다들 힐데가 되어가는 거지....아니, 이게 아니지.


스윽-


"-자아....그럼 나도 슬슬 시작해 볼까."


애석하게도 나는 어머니 같은 쌍 검엔 소질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무기들도 영....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내 스탠드에 의존해야 하나- 싶던 그때, 

어머니는 아직 무기 하나가 남았다고 말씀하셨다.


'-남은 무기가 없다니,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무기가 있는데.'


바로 손과 발이었다. 그리곤 매 훈련마다 무술을 가르쳐 주신답시고 

아들을 아주 피떡이 되도록 두들겨 패고 치료하고, 다시 일으켜서 

수련이라는 이름의 구타를 반복하고, 또 치료하고-의 지옥 싸이클을 돌리셨으니, 

주먹도 딱히 재능이 없었던 나도 이젠 맨손끼리로는 어머니와 어느 정도 

공방이 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쌍 검을 드신 어머니? 

내가 한 트럭이 돼서 덤벼도 안된다.


중학교 때였나? 훈련 안하고 농땡이 피웠다가 걸렸더니 어머니가 쌍 검 대신 

쌍 빗자루를 들고 내게 돌진하시더니 그때 중갑 건틀릿과 중갑 부츠를 

신고 있던 나를 그대로 때려 눕히셨던 기억은 여전히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아난다.

분명 빗자루랑 건틀릿이 충돌했는데, 왜 아픈 건 나였던 건지....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던 이후론 훈련을 빼 먹었던 적이 없었다.

그 덕을 톡톡히 봐서 좋고, 또 나름 어머니이신 힐데에게 인정도 받으니 

기분은 좋았다만....좀 기묘한 기분이다, 게임 속 주연 캐릭터의 자식이라니.


철그럭-


이젠 꽤 익숙해진 건틀릿을 쥐고 뒷마당으로 나와 잠시 눈을 감고 

어머니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다시 눈을 뜨면, 

맨손을 드신 어머니가 내게 돌진하고 있다.


"-오늘은 좀 오래 버텨보자...!!"


최근 코핀 컴퍼니 탈주 하시고 클리포드 인자 보유자들을 

잡고 다니시는 건지, 자주 대련을 못해주시는 어머니에게 

약간 서운함을 품으며, 난 가상의 어머니와 새도우 복싱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네, 여보세요."


[-아, 전화 받으셨네. 그 폰에 아들이라고 적혀 있던데 맞나요?]


"....네, 그런데요?"


[....그...쪽 어머님...께서 말이죠...편의점에서 술을 드시다가 

지나가시던 취객이랑 시비가 붙으셔서....]


"......경찰 분이신가요?"


[아...네, 4기동 소속인 강소영이라고 해요.]


"....[코넬]입니다, 어....지금 그럼 저희 어머니는...?"


나는 빌고 또 빌었다, 부디, 부디 이 이상 사고만 치지 않으셨길...!!!


[-지금 바닥에서 '울 아들내미 데려와~!!!!'이러시는데요.]


"......///////////아으으으으으아아아악....!!!!"


화아아악-


아....어머니.....제발....!!!!!!!!


"....알겠습니다, 어디죠? 지금 바로 갈 게요."


[아, 그....'세미로 포차'라고 아세요?]


"어머니 단골집이네요, 조금만 붙들고 계세요, 지금 갑니다!!!!!"


뚝-


-아오, 진짜!!!! 다 큰 어른.....이진 않지만 어쨌든 웬만한 어른들보다 

나이는 몇 배로 더 드신 사람이 왜 술 만 마시면 땡깡 부리는 어린애로 퇴화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