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글 모음













 "...뭐...라고?"






너무 많은 정보가 머리 속으로 들어온다.






사람은 너무 많은 정보를 한번에 들으면 뇌가 정지한다고 르네 씨가 말했었다.






지금 딱 그 상황이다.







 "뭐, 놀라는 것도 이해해. 셋 다 네가 감당 못할 얘기들이니까."







 "네가... 검은 평의회라고...? 르네 씨가 쫓는다는 그..."







 "그래, 내가 그 검은 평의회야. 뒷세계의 흑막으로 군림한다는 그 집단의 일원이지."







 "거짓말... 이해를 못하겠어..."







 "그렇다면 내가 널 잘 속인 모양이네. 왜, 우리가 친구라도 된 줄 알았나?"







 "우리...친구가 된 거 아니었어?"







 "...이런 상황에서도 친구를 운운하는 구나. 내가 너에게 물었었지. 경찰과 살인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라고. 답은 불가능하다야. 설령 그들간의 우정이 깊다고 해도, 경찰과 살인자라는 관계가 성립한 이상 그들은 친구가 될 수 없어. 사냥꾼과 사냥감이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관계도 마찬가지야. 선을 고찰하는 너와 악을 고찰하는 나는 서로 공존할 수 없어."





 "그, 그럴 수가......"






정신이 붕괴되어 간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저 앨리스의, 아니 에리스 메모리아의 연극에 놀아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묻고 싶은 건 많았기에 정신을 부여잡는다.







 "...선생님이 르네 씨라는 건...?"







 "말 그대로야. 어릴 적 죽을 뻔한 날 구해주셨고,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셨고, 마지막엔 결국 내 곁을 떠나버린 사람... 그게 바로 네가 르네 씨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르네 씨도 이 사실을 알아?"







 "아니, 몰라. 선생님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선생님은 나의 평생의 은인이자 내 전부다. 그러니... 선생님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야. 마음 같아선 널 부숴버리고 싶지만 참겠어. 선생님이 슬퍼하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증오가 느껴진다.






소중한 사람을 빼앗긴 것에 대한 증오인가?






모르겠어. 난 전혀 모르겠어.






평소라면 르네 씨가 가르쳐 줬겠지만 이번 만큼은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못할 것 같아...







 "그 정도로... 날 미워했어...?"







 "......그래."







 "......전부 가짜였던 거야? 같이 노래를 듣던 것도, 진심을 털어 놓았던 것도?"







 "......그래."







 "......우린... 처음부터 적이었던 거네...?"







 "......맞아."






......






가슴이 먹먹해진다.






전부 가짜다.






함께 음악을 듣던 추억도,






방에서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던 시간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서로 닮은 점이 많아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서로 겪은 고통이 있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룻밤의 추억이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순간이다.







 "......네 목적은 뭐야..."







 "이 녀석의 정보, 즉 메모리아 프로젝트의 정보다."







 "...나에 대해선 어떻게 알고 있던 거야."







 "그야 네가 그날 난동을 부려준 덕분에 나도 탈출할 수 있었으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감사하고 있어, 메모리아 32호."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미안 실례했어. 참고로 난 메모리아 42호다. 그렇다고 이 이름으로 부르진 말아줬으면 해."







 "...메모리아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로 뭘 할 생각인데."







 "그건 네 알바가 아니야. 사실 나도 모르거든. 내가 현재 모시는 분께서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가는 거야."







 "왜 날 해치지 않는 거지?"







 "약속을 했거든. 선생님과 한 약속.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살인자는 되지 말라고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이젠 너에게 관심이 없다. 네가 살든 죽든 이제 내 알바가 아니야."






 "......"







 "그럼 잘 있어라, 샤렌 메모리아."







틱!






푸쉬이이이이이익!







 "윽, 이건...!"







 "수면 가스야. 걱정 마. 몸에 이상은 없을 거야."







 "...다음에 만날 땐 우린 적인 건가?"







 "......네가 아까도 말했잖아. 우린 처음부터 적이었어."







 "잘 있어라."







 "크윽...에리...스......"













 "이상이 라비린토스 타워에서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떠셨습니까? 부디 감상을."







 "무척 재밌었어요! 꼭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재미라, 하하. 저희로서는 상당히 죽을 맛이었습니다만..."







 "근데 그럼 경찰 분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경정님께서 지쳐서 주무시길래 그냥 택시 태워서 보내드렸습니다."







 "택시! 분명 서민들이 타는 교통수단이었죠? 저도 언젠가 한번 타보고 싶어요."







 "택시야 뭐 원하실 때 타고 싶으시면 제가 태워드리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라비린토스 타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는 높은 계층의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자료를 이노베이션의 대표님께서 선뜻 제공해주시다니,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죠. 그 칵테일은 제가 사는 거니 사양하지 말고 드세요."






 "뭘요. 할아버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살라고요. 르네 씨는 형편이 어려우시니 제가 도와드렸을 뿐이에요. 이 참에 사무소도 저희 회사 건물로 옮겨드릴까요? 마침 전망 좋은 곳이 있는데."






 "하하, 아뇨 괜찮습니다. 그 자리에 정이 많이 들어서요."







 "아가씨, 슬슬 이동하실 차례입니다."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아쉽네요. 르네 씨와 있으면 이상하게도 시간이 무척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과찬이십니다. 어차피 저도 슬슬 일어나려던 참이었습니다. 어린 아이 하나 달래줘야 하니까요."







 "그럼 다음에 봬요, 르네 씨. 다음에는 이런 조그마한 가게 말고 더 큰 가게를 제가 빌리도록 할게요."







 "...하하,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즐거워 보이시네요, 아가씨."







 "네, 르네 씨는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거든요."







 "저런 분이야말로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인데 말이죠."







 "그건 좀 어려울 거에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저분은 도시의 밤을 지킨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의 밑에서 일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에요."







 "......그렇군요."













 "나다, 샤렌. 들어가도 되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끼익--






이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엎드려서 울고 있었구나. 무엇이 너를 눈물 흘리게 했니?"






 "......"







 "그래, 알았다. 더 이상 묻지 않을게. 그냥 옆에 앉아 있을게."






묻지 않는다. 그리고 옆에 앉는다.






내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준다.






하지만 난 말하지 않겠다.






난 침묵하겠다.






왜냐하면...






 "내가 말하면... 르네 씨는 상처 받을 거야."







 "...통신이 망가진 사이에 말하기 힘든 일이 있었나 보구나."







 "그래도 말해주지 않을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






 "...상처 받는다고 해도?"







 "그래."






천천히...고개를 든다.







 "전부... 전부 가짜였어......"






나는 르네 씨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다.






'에리스'란 이름이 나왔을 때, 르네 씨는 크게 동요하는 것 같았다.







 "그래...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건..."







 "좀 많이 힘들었겠네."







 "르네 씨는 아무렇지도 않아?"







 "사실 놀랐어. 앨리스가 그 아이였다니. 하지만... 지금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네가 받은 상처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네 상처를 아물게 하는 거지."





그 말을 하더니 르네 씨는 갑자기 나를 안았다.







 "르, 르네 씨, 지금 뭐하는...!"







 "많이 슬펐겠구나."






머리를 토닥이며 말한다.






르네 씨 목소리가 좋았기 때문일까? 애써 참아왔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응, 슬펐어...너무...슬펐어......"







 "......그래, 그랬구나..."













 "대단하네. 우리가 도와주려고 했을 때는 아무 반응도 안하더니."







 "르네 님은 네가 아는 것 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야, 용병."







 "자꾸 용병이라고 부르네? 난 비올레라고 소개 했을텐데 말이지, 메이드."







 "내가... 메이드로 보이나...?"







 "너 하는 행동거지가 메이드라니까?"







 "그런가... 예전 습관을 버리지 못한건가..."







 "왜, 예전에 메이드 활동이라도 했어?"







 "응."







 "......어어, 그렇구나?"













 "......"







 "도시의 밤은 무척이나 아름답지, 안 그래?"







 "아, 오셨어요, 시솝? 여기 가져 오라던 메모리아 프로젝트의 자료입니다."







 "응, 수고했어. 에리스."







 "뭘요. 시솝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뭐든지?"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하, 걱정 마. 에리스에게 잔악무도한 짓은 시키지 않을 거니까."







 "...감사합니다, 시솝."







 "그런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었니? 도시의 밤은 아름답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되려 삼켜지는 수가 있단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말? 어떤 말?"







 "'상처 받았다고 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면 안된다'는 말이요."







 "흠... 확실히 맞는 말이야. 그런데 그 말을 어째서 생각하고 있었니?"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으니까요."







 "그렇구나... 역시 넌 너무 상냥해. 이쪽 일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어."







 "아닙니다! 시솝이 절 거둬주신 후부터 전 이 길을 걷겠다고 맹세했습니다!"







 "하하, 알고 있어. 안심해, 널 버리겠다는 뜻이 아니니까. 그저 네 인간성에 관한 고찰이었어."







 "그렇군요..."







 "확실히 네가 생각하던 그 말은 맞는 말이야.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단다. 상처 없는 세계란 의미가 없어. 목적을 위해서라면 소중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각오 정도는 해야 하는 거란다."






 "......"







 "한 번 열심히 고민해보렴. 시간은 많으니 말이야."







 "네, 조언 감사합니다. 시솝."












안녕하십니까? 저는 에리스, 에리스 메모리아라고 합니다.






검은 평의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밤은 오늘도 아름답게 깊어 가는군요......



















시즌 2가 종료되었습니다! 봐주신 분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어째 떡밥만 더 쌓은 것 같지만 풀면 그만이니까요.

시즌 2에서는 이야기의 핵심이 될 주요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참고로 메모리아 노트의 시점은 메인 스토리 6.5 부정도 됩니다. 시즌 3는 더 재미있게 짜오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번 재밌게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시즌 3에서 뵙도록 합시다람쥐. 그리고 댓글도 많이 좀 달아줘요... 나 심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