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출발하자. 이데아는 비올레가 지키고 있을 거야."

"벌써? 우리 여기 도착하고 쉬지도 않았잖아."

"빨리 빨리 처리하자고 한 건 너잖아?"

"그렇긴 하지만..."

"아직 오후 1시입니다, 휴먼. 조금 쉬다 가도 늦지 않습니다."

"호라이즌이 그렇다면... 조금 쉬도록 하자."

"얼마나 쉬게 해줄 건데?"

"한 시간 정도면 괜찮으려나?"

"좋아. 매우 좋다고 생각해."

"샤렌이라고 했지? 1층에 카페가 있던데... 같이 갈래?"

"그래, 좋아! 같이 가자."

"한 시간만 쉬다 와. 나도 호라이즌과 할 얘기가 있으니까."

"저는 할 얘기 없습니다, 휴먼."

"그러지 말고 내 얘기를 조금만 들어주면 안 돼? 하는 김에 지금까지 네 얘기도 조금 들려주고."

"...하아, 마음대로 하십시오."

"우린 가자, 샤렌!"

"응!"
레이첼 도즈
호라이즌 투자기금의 직원
미래의 그래피티 거장을 꿈꾸는 천재적인(?) 예술가
일단 본인은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복장이 굉장하다.
특히 바지가...와우
예술가들은 다 저렇게 입고 다니는 건가?
어쨌든 취미는 다르지만 내 또래의 여자 아이
이 미래의 거장님과 가장 재미있게 한 이야기는 바로...

"너희 대표님도 그래? 우리 호라이즌도 그런다니까! 가끔씩 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고!"

"그래, 맞아! 르네 씨도 그래! 종종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다니까?"
...바로 본인들 대표님 까기였다.

"좀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어. 눈빛이 마치 혼자서 이 세상 모든 일을 떠맡으려는 사람 같단 말이야."

"맞아, 눈빛을 보면 뭔가 위로해주고 도와주고 싶달까?"

"...너, 너희 대표님을 많이 좋아하는구나?"

"내, 내가?"

"응, 나도 호라이즌이 무지 좋거든. 의지할 수 있고 말이야. 네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알 것 같아. 너도 나처럼 대표님이 무지 좋은 거지?"

"뭐...싫은 건 아니긴 한데..."

"그럼 좋은 거 맞지?"

"...뭐, 가끔은 의지가 된다는 건 부정 못하겠네."

"역시! 나랑 같을 줄 알았어."

"그리고 방금 확신이 들었어. 넌 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구나?"

"응?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야. 이 케이크 엄청 맛있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다라...
어쩌면 그 말이 맞을 것이다.
난 제대로 화를 내지도, 웃을 줄도 잘 모른다.
뒷세계를 전전하다 보면 감정들은 불필요하게 되니까.
그런 나에게 감정을 되찾아주려고 노력하는 게 르네 씨이다.
그런 내가 그 사람에게 가져야 하는 건 분명... 뭐지? 뭘 가져야 하지? 잘 모르겠다.
르네 씨에게 물어보면 알려 줄까?
"잘 들어, 샤렌. 세상은 네가 모르는 것 투성이란다. 그러니 배우는 거야. 이런 좁은 실험실따위에서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서. 이 세상 모두가 너의 선생님이란다. 언젠가... 너의 진정한 스승(멘토)을 만나길 빌게. 빈센트도...나도..."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닥터."
세상은... 제가 모르는 것 투성이네요.

"잘 쉬었니? 그럼 출발해볼까?"

"네에~!"

"신나 보이네, 레이첼?"

"그야 갤러리잖아! 온갖 예술 작품이 모여있는 꿈의 장소! 언젠가 내 그래피티도 모두에게 인정받아 갤러리에 전시되는 날이 올까?"

"글쎄다..."
아까 전 레이첼이 자기 작품들이라고 여러 그래피티 사진을 보여줬었다.
레이첼의 작품들이 전시되려면 아마 열심히 분발해야 할 거다...

"......"
호라이즌은 처음 본 무서웠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르네 씨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한 거지?

"워프스 갤러리까지는 어떻게 갈 거야?"

"이노베이션 대표님이 탈것을 준비해 주셨대. 그거 타고 갈 거야."

"그런 것도 지원해 주는군요. 걸어갈 필요가 없는 건 좋은 일이죠."

"어어...르네 씨 이거..."

"어어... 이건 나도 예상 못했는데..."

"호라이즌... 이거 그거 아니야? 회장님들이 타고 다니는..."

"고급 세단이군요. 거기다 운전수까지 있습니다. 엄청나군요, 이노베이션 대표."

"이, 일단 가자. 중요한 건 세단이 아니니까."

"회장님들은 저런 걸 타는 구나. 덕분에 엄청 편하게 왔네?"

"그 뿐만이 아니야. 저 차 덕분에 우리가 vip라는 걸 겉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어. 갤러리 경호원들 분주해진 거 보여?"

"최고의 지원이군요."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해?"

"일반 관람객이 볼 수 있는 건 3층까지야. 우린 그 위로 가야 해."

"헤...(넋이 나간 채로 관람중)

"레이첼, 놀러 온 거 아닙니다. 제 옆에 붙어 계십시오,"

"히잉..."

"실례합니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4층에 가고 싶은데요."
"죄송하지만 4층부터는 관람 불가 구간입니다."

(vip카드를 꺼낸다.)
"죄, 죄송합니다. vip셨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갑자기 바빠졌네."

"그야 vip가 왔으니까. 여기 있는 예술품들 대부분이 vip들의 투자와 기증으로 여기 있는 거거든."

"흐응...?"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vip고객님. 곧, 도슨트를 붙여 드리겠습니다."

"도슨트?"
"네, vip께 제공되는 도슨트 서비스 말입니다."

"아아, 그 도슨트~. 죄송합니다. 제가 귀가 어두워서."

"감시할 눈을 벌써 붙여 놓겠다니, 일이 곤란하게 됐군요.

"그러게, 최소한 작전 중반 쯤에 만나기를 바랬는데 말이야."
"환영합니다, vip고객님."

"누군가 왔어."

"도슨트인가...?"

"저는 오늘 여러분들을 안내할 도슨트... 유키라고 합니다."

"모쪼록 잘 부탁 드립니다."
토막상식 : 유키는 일본어로 눈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