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글 모음












......






뚝...뚝...뚝







 "......흐응~ 뭐야, 부러진 팔로 내 공격을 막은 거야?"







 "대단한데? 난 분명 네 목을 노리고 찔렀는데 말이야."







 "......넌 뭐지?"







 "내가 굳이 너같은 인간 따위에게 얘기해 줘야 하나?"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군. 네게서 뿜어져 나오는 침식파를 보면 네가 뭔지는 짐작할 수 있지."







 "...그림자."







 "놀라운 걸? 단번에 알아 맞히다니. 혹시 전에도 그림자를 본 적이 있는 거야?"







 "그건 네 알바가 아니지. 그래서... 그림자가 이곳에는 어쩐 일이지?"







 "나? 당연히 연주하러 왔지. 이 바이올린 안 보여?"







 "...그림자가 말장난도 할 줄 아는군. 거의 인간이나 다름 없어."







 "뭐...라고...?"







 "이런, 인간과 비교해서 화가 난 건가? 그럼 어서 본론이나 말해."







 "연주라는 말은 사실이야. 다만 너희 인간들에게 내 연주가 어떻게 들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 인간들이 건방지게 우리의 기술을 습득해 이용하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너희의...기술?"







 "그래, 그런데... 한 발 늦은 모양이더라? 내가 여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부 개박살이 난 상태였어. 인간들은 도륙나고 연구 시설은 파괴되어 있고."






 "그렇다면 넌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뭐, 그렇지. 그런데 네 싸움을 봐버린 걸 어떡해? 재밌는 걸 보고 그냥 가버릴 수는 없잖아. 앙코르 공연이라도 해야지."







 "앙코르 공연은 받지 않고 있어."







 "걱정 마, 내 연주에 맞춰 잘 따라오면 돼. 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







 "...좋아, 그대신 나도 조건이 있다."







 "인간 주제에 감히 내게 조건을 내걸어? 좋아, 어디 한 번 말해봐."







 "네가 말하는 앙코르 공연이 만족스럽게 끝나면 방금 네가 말한 '너희의 기술'에 대해 알려줘야겠어."







 "...좋아, 어디 네가 해낼 수 있나 보자고. 그럼..."






슈우우우우----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슈!







잘 벼려진 칼과 같은 바이올린 활이 르네의 목을 노린다.







 "흐읍!"






챙!               챙!

           챙!

     챙!            챙!

               챙!

챙!                        챙!

            챙!        챙!

      챙!







검을 응수 하듯이 공격을 막아낸다.






그러나 르네는 방금 싸움의 피로가 쌓여 있었다.






이번에는 간신히 막아냈지만 한번 더 연속으로 찌르기 공격을 해온다면 전부 막아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굉장한데? 전부 쳐내다니."







 "뭘, 이 정도로."







 "하긴, 공연은 이제 시작인 걸. 그렇지?"







 "...난감하군."






광란의 연주가 시작된다.






침식파가 마구 뿜어져 나온다.






두통이 오려고 하지만 이 정도는 혀를 깨물어서 버틸 수 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연주를 시작해볼까?"







 "...좋...아, 시작하자고."






연주가 계속되고 공중에 음표가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르네는 공격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공격할 생각이 없다.






그의 목적, 정확히 말하면 상대 그림자의 목적은 앙코르 공연을 하는 것.






그렇기에 르네는 버티기만 하면 된다. 굳이 힘을 써가면서 그림자를 처치할 필요없다.






애초에 그가 그림자를 처치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그렇기에 그는...조금이라도 더 확률이 높은 것에 걸기로 한다.







 "음악에 맞춰 춤이라도 춰보는 게 어때?"






퍼---엉!






공중에 떠다니던 음표가 전부 폭발한다.







 "크헉...쿨럭!"






르네가 폭발에 휘말려 벽에 쳐박힌다.






방금 전 유키와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






다만, 이번에 당하는 대상이 르네라는 점이 다르다.







 "아직도 살아있네... 슬슬 재미 없어지는데..."







 "이제 슬슬 끝내보도록 할까?"






선율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






아니...이건... 아름다운 건가...






소름이 끼친다... 소름이 돋는다...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답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침식의 선율이야. 어디 있는 힘껏 저항해 보라고?"






아름...답다... 더 듣고 싶다...






아니야...더 들어선 안돼...






혀를 깨물어도 머리 속에서 감미로운 선율이 떠나지 않는다.






나가라...나가...내 머리 속에서 나가...!






.......












 "르네, 어제 책에서 봤어.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대. 멋있지?"







 "노인과 바다입니까? 확실히 그 문장이 인간찬가 적이기는 하죠. 근데 파멸해버리면 승리도 패배도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가? 그래도 참 좋은 문장이야. 투쟁하는 한 패배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물론, 너도 도와줄 거지?"







 "일단 저는 박사님 조수니까요. 어떤 세상을 만드시든 옆에서 도울 뿐입니다."






 "...르네 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너무 딱딱해. 가끔은 물렁물렁  해야 하는데 말이야. 너무 강해서 그런가?"







 "...시정하겠습니다."






 "...그런 태도가 문제라고."












그래요.






박사님 말처럼






투쟁하는 한






파멸하는 한이 있어도






패배해서는 안 되겠죠.













 "뭐야, 갑자기 조용해졌잖아? 분명 지금쯤 정신이 망가졌어야 하는데?"






쩌적---








 "응? 무슨 소리지?"




쩌저저적---






 "만물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존재한다."







 "뭐야, 이것도 견뎠어? 굉장한데? 그럼..."






 "미래는 현재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지지. 현재의 수단이 미래의 결과를 정하는 거다."







 "...아까부터 무슨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다면... 미래가 없어진다면 어떨까? 영원히 현재에 머무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아, 시끄러. 그냥 목에 바람구멍 내서 조용히 시켜야지."






슈우우--






채애앵!







 "호오, 막았다라."






 "궁금하지 않나? 내가 가르쳐 주겠다. 직접 겪어보도록."







 "무슨 소리를. 시간을 없앨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래 맞아, 시간을 없애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적어도... 가능성은 없앨 수 있지."







 "...가능성?"






 "네가 미래에 도망친다는 가능성, 날 죽인다는 가능성, 그리고...






 "... 네가 연주한다는 가능성..."






 "나는 그것들을...세상 만물의 미래를 관측한다."






 "이것이 내가 가진 카운터 능력... 쉽게 말해 미래시다."







 "흐응~ 그래서 그 잘난 미래시로 어쩌려고?"







 "눈치 못 챈 건가? 아까부터 뭔가 깨지고 있다는 걸?"







 "그래, 저거. 대체 뭐가 깨지고 있는 거야!"







 "깨지는 게 아니다. 베고 있는 거지."







 "...뭐?"







 "난 지금부터 네 미래... 즉 네 가능성 중 하나를 벤다. 이제부터 너는 다른 건 다 할 수 있어도 내가 베어버린 미래 만큼은 이루어질 수 없어."







 "난 지금부터 네가 이곳에서 연주한다는 가능성을 벤다."







 "용서해라, 네 미래를 잠시 앗아가마."






쩍...쩌저저적....






쨍그랑!










4종 그림자 상대로 방어전하는 르네 ㄷㄷ 

드디어 안경을 벗지 않는 르네의 카운터 능력이 나왔네요. 미래를 보고 그 미래를 없애는 능력이라니... 사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