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단원이  이유는 간단했다.

개죽음 당하기 싫어서.

그래서 고위단원들이 입에 올리곤 하는 숭고한 목적이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그녀에게 애초부터 무리였다.


셰나를 비롯한 동료 단원들은 루나에게 구박은 물론이고무시하며

겁박을 일삼았다아니애초에 그들이 루나를 ‘동료라고 생각하긴

했을까


어떤 일을 맡겨도 완벽히 해내는 일이 없는 떨어진 이교도.

루나가 실수를 할때마다 셰나는 그녀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선율만큼이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루나를 후벼파곤 했다.


그런 루나에게 주어진 학회장 감시 임무는 가시방석같은 단원들의 품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막혔던 숨을 틔울  있던가뭄 속의

단비 같은 임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루나는 행복의 편린을 느꼈다


자신을 업신여기지 않는 레지나와 실키그리고 버드갑과의 동행은

 떨어진 이교도 루나’  엘리시움 필하모닉을 향해 품고 있던 얄팍하게 도금  충성심을 송두리째 흔들기 충분했다



그래서 지금 루나는 공중을 날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버드갑이 조용히 일러주었던 장소를 향해서.


항상 무시당하며 살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적어도 나는 

자네에게 삼시 세끼 햄버거를 종류별로 제공해   있다네.’


물론 엘리시움 필하모닉 최고의 나팔수 루나가 고작 삼시 세끼

햄버거라는 제안에 끌려  담고 있던 조직을 등진 것은 아니었다.

버드갑에게서 들려오는 중후하고어딘가 포근한 목소리가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것이다


어차피 원래 조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던 자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진다 해도 단원들이나 최고지휘자나  하나 깜짝   것이다


애물단지 하나 치워버렸다고  시원해 할지도


한참을 날아온 루나의  앞에 수트핏이 끝내주는 훤칠한 남자가

약속했던 장소에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루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싱긋 웃어보였고  즉시 루나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서 오게루나 .“

당신 누구야 알아?“

그새  목소리를 잊은 건가조금 서운한데.“


 생각해보니 버드갑의 목소리에서 노이즈를 조금 제거하면 이런 목소리가  법도   같았다생각보다  그윽한 목소리였다.


,버드갑이야..?“

이게  본체라네사장님이라고 불러주겠나 그랬듯이.“

사장.. .”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생전에도  느껴봤던 감정에그림자는 어쩔  몰랐다


잊을  했군여기 햄버거일세.“


루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사장이 건넨 봉투를 받아들었다.

아직 따뜻했다

 따뜻함이자신이 여태 받아본  없던 느낌이라 루나는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햄버거가 이렇게나 많이...!“

마음껏 먹어도 좋네이제 매일 먹을텐데 너무 급하게 먹진말고.“


코를 찌르는 치즈향과 신선한 토마토와 양상추 내음고소한

비프패티와  구워진 번의 내음.. 입에 침이 고이고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루나는 포장지를 조심스레 벗겨내고 커다랗고 푸짐한 버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전에 잠깐.“

으응?”

   도와주겠나?”


그럼 그렇지역시 공짜는 없는거야!

루나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사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사람좋은 표정으로 웃고있는 그는 왠지 모르게 바짓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도와주면 되는데,바지는  벗는거야?”

쉬잇잠시면 된다네가만히 있게...”




아 점검 끝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