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양을 끝내고 나니 찾아온 건 지랄맞은 양의 일이었다.
프리드웬 기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우리를 끌고 가더니 엘리시움 단원들의 추적을 부탁하고는 자기들 마음대로 여기가라 저기가라 부려먹기 시작했다.
"염병할 영길리 새끼들. 성격 어디 가는 거 아니라니까 개씨발."
자랑스러운 해병대 출신이어서 소총을 다룰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지랄맞게 무거운 총을 들고 그 씹년들을 찾아야만 했다.
물론 나는 싫다고 했지만 빌어먹은 고용주 손에 끌려오고 말았다.
"저기 화가 난 건 이해하겠는데..."
대충 명령 하나 던지고 도망간 그 안경낀 틀딱 새끼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로이라는 청년은 그야말로 성실의 표본이었다.
"아 미안. 너도 있는데 그만 그런 욕을 해버렸네."
"뭐 이해는 할 수 있어. 그 녀석 사람 다루는 게 험하다니까. 그래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녀석이니까 조금은 이해해 달라고."
그 와중에 저 빌어먹을 영길리 년을 두둔하다니, 얼마나 착한 거냐.
전에 엘리시움 단원을 추격할 때도 저 로이라는 청년이 날 구하다가 그 단원을 놓친 적이 있었다. 그때 저 영길리 년이 저 로이라는 청년을 호되게 혼내기도 했다.
[어이가 없군요 물벼룩. 이제는 임무의 본질까지 망각해서 전략적 가치도 없는 아군을 위해 적을 놓친 건가요?]
[아 그게...]
[변명을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반성하도록 하세요. 그런다고 해서 뭔가 나아질 것 같지도 않지만.]
그러고 보니까 그때부터 호라이즌이 저 영길리 년을 고깝게 보기 시작한 거 같다. 물론 나도 그렇고. 바꿔 말하면 내가 뒤지든 말든 그 단원년을 쫓았어야 한다는 건데... 시발 생각해보니까 빡치네.
"역시 자네는 예의 바른 청년이야."
"어이 아저씨. 무슨 선생님이 유치원생 보는 눈빛으로..."
"나 직업 교사 맞는데. 전직이지만."
"... 사채꾼이 아니라? 생긴 건 아무리 봐도...."
목숨을 구해준 전적이 있으니 넘어가주기로 했다.
"아무튼 진짜 사람 가지고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여기 가라 저기 가라... 젠장 믿을 수가 있어야지."
"협업에 있어서 불신은 최대의 적이다. 내부의 불신을 키우는 자가 있다면, 그 자의 가치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결국 해에 불과하지."
"왐마 씨발 깜짝이야."
저 모르스라고 하는 침식... 아니 안에 미녀가 들어있는 깡통은 소리소문 없이 다니는 게 특기인 모양이었다. 전에도 나만의 해피타임을 즐기고 있을 때 내 뒤로 다가온 적이 있었다.
[성욕의 배출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추악한 영상물을 시청하는 건 조금 걱정이 되는군.]
아니 지가 왜 내 방에 들어와서는...
그때 왜 남의 방에 와서는 행패냐고 대판 싸웠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까 여긴 정상이 없네 시발.
"당신 지금 여기는 미친 것들 뿐이다 라는 표정인데..."
"정답이다 연금술... 아니 카운터."
그 순간, 무전기 너머로 그 영길리 년... 아니 기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벼룩 둘이서 아주 훌륭한 화음이로군요. 바보끼리는 잘 맞는다 그러 이야기입니까?"
목구멍까지 4000자 분량의 패드립이 올라왔지만, 부처님의 자비를 떠올려 겨우 참을 수 있었다.
"하 봐달라고.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열심히 뛰다가 이제 겨우 쉬는 거니까."
"열심히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성과의 여부죠. 아직 제대로 된 성과가 없는 이상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는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힘들군요."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그리고 거기 있는 다른 물벼룩께서 오늘 부상을 입으시는 바람에 수색이 지체되었다죠? 그로 인한 피해는..."
니애미타불... 니애미타불... 니애미타불... 니애미타불...
"그리고 물벼룩. 당신도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물벼룩이 다친 걸 부축하느라 허비한 시간에 수색을...."
니애미씨불....니애미씨불...니애미씨불....애미씨불.....
"이봐 그래도 다들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중요한 건...."
"아 애미씨발."
나도 모르게 불경을 외우고 말았다.
"... 지금 뭐라고 했죠?"
척 봐도 화가 난 목소리였다.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냥 불경을 외웠을 뿐이다.
"맞아. 나도 아무 것도 못 들었어."
로이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기관 본부에 오시기만 하면 예법에 관한 혹독한 공부를..."
그 순간, 호라이즌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 수화기를 악력으로 박살내버렸다.
"이번 달은 보너스입니다 휴먼."
생전 처음 받는 보너스에 감격한 나는 호라이즌을 끌어안았다.
"역시 선생님이 최고십니다. 저런 악덕 고용주하고는 차원을 달리하시는군요."
"뻔한 아부지만 듣기 싫지는 않습니다. 더 해보십시오."
"역시 상사로 모시기에는 단백질 덩어리보다 선생님이..."
로이는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