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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yLI5mjnmL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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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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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색 녹빛의 파도가 잔잔히 밀려오는 풍경이 보이는 절벽에서….


 얼어붙은 눈과 같은 하얀 머리의 처녀가 그곳에 서있었다. 마치 혼자만이 이 세계에서 남은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일식에 가려지곤 햇빛을 내리쬐이는 검은 태양의 밑에 그녀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전의 밑에 갇혔다 방금 하늘의 천정에 솟아 첨탐까지 추락했던 인공생명체나, 여러가지….


 어쩌다보니 난장판을 만들었구나, 어려서부터 여긴 고향과도 같은 느낌인데도…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상황이 될 줄 몰랐던 처녀는 한숨을 쉬면서 바다를 보았다. 쏴아, 쏴아하며 몰아치는 물결은 너무나도 평온하게 보였다. 그리고, 잠시 숨을 들이쉰 그녀는 눈을 수면에 두고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다녀왔어, 에델."


 마치 천둥이 치듯, 지진처럼 온 세계가 흔들리며 바다가 갈라졌었다. 그리고 거대한 그림자에 갇혀진 괴물이 그 안에서 조용히 울면서 나타났었다. 바다에 감춰진 녹아버린 검은 크툴루와 같은 형체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는 조용히 처녀를 향해서 여러 개의 눈들을 마주했다.


 처녀가 말했다. "그때부터 많이 묻고 싶었는데."


 무수히 많은 입에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희들에 관한 것일까요?"


 "아냐, 너에 관한 거야."

 "……."


 주위에 공전하는 얼음의 조각들을 전부 녹이고는, 처녀는 평범한 음색으로 말했다.


 "어째서 펜드래곤의 고룡을 세뇌했었어?"

 "당연히, 당신에게 영원을 주기 위해서 그랬었던 거예요. 신성을 받은 존재에 어떤 의식을 치루면 저희들에 근접한 불멸자가 될 수 있으니까."

 "…이성을 가진 존재에 죽음이란 무엇일까. 설마, 그걸 내가 두려워한다고 생각했어?"


 잔잔한 초록 빛의 바다가 묘한 파문을 만들어내면서 괴수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아니예요, 단지 당신을 놓치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으니까… 처음부터, 다른 이유는 절대 없었어요."


 "……."

 "저희랑 함께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요, 레지나 님…."


 처녀는 그 괴수와 비슷한 어조로 말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어질지도 모르지. 지금은… 아니야. 바깥에는 흥미로운 것이 너무나도 많이 있어. 사람들은 내가 몰랐던 것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그것들을 나누면서 살고 있어. 나는 아직도 어째서 네가 그런 세계를 부수려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사실은 그것이 로자리아가 에델을 보고서 짐작했던 관점과 비슷했다. 지식을 추구하는 학자와 같은 마왕에겐 높은 수준의 사고활동이 꾸준히 발생하는 그런 지적수준에 달한 세계를 지키려고 원하지, 오히려 그걸 부수려고 하는 이유를 전혀 상상하질 못하겠다 느낀 것이다.


 하지만 바다에 몸의 일부가 잠겼던 괴수 스스로가 천천히 대답했다. "바깥의 세상은 너무나 더럽기 때문에 그래요… 그러니까 그랬었던 거랍니다, 당신은 절대로 더럽혀져서는 안 돼. 왜냐면 당신은 나의…."


 감각기관들이 덕지덕지 달려있는 위협적인 모습과는 달리, 여성의 목소리는 그대로 중얼거리다가 말을 멈추었다. 처녀는 고개를 돌리며 부정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아냐, 바깥에는…."


 괴수는 크게 소리를 내며 역으로 반박했다. 딱히 어떤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려고 하는 게 아닌, 진짜로 상대에게 큰 목소리로 부정하듯 외치는 느낌이었다. "아니예요! 저희가… 아니, 제가 알아요! 알 수 밖에 없었어요, 여태까지 많은 인간들의 인생을 보았지만 진짜 지식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런 저급한 하등한 쓰레기들이 많았고, 그리고, 그리고…!"


 여태까지 많은 인간들을 흡수하면서 그들이 가졌던 심연의 어두움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던 괴수는 악에 받혀서 떼쓰듯, 마치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는 듯이 처녀에게 말했었다. 스스로도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게 되어진 괴수였지만, 왠지 묵묵히 그것을 보며 처녀는 그것을 이해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델. 십 년 전에… 내가 열네살때, 우리가 서로 밤을 새면서 논했던 것을 기억해? 진정한 지식은 무엇일까? 애초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는 과학이 아니라면, 그 외 모든 영역들은 단지 논쟁의 장에 지나지 않아. 인류의 이성이 시간의 정체와 우주의 기원에 닿았던 이후로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은 쉽게 우리 손에 다가왔어. 특히 너는 터무니 없이 많은 평행세계들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봐왔었던 마왕이니 이미 이전부터 이해했었겠지."


 "…레지나 님은 드디어 진정한 지식에 도달한 건가요?"


 "글쎄? 옛날과 같이 토론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이제 나는 진정한 지식 자체보다 너의 생각이 궁금해졌어. 에델, 너는 도대체 너의 지식을 뭐라고 정의하는데?"


 "오래전, 제가 눈을 뜬 그 시간… 영원한 밤과 같았던 공허만이 우리를 감쌌었던 그때. 저는 저 이외 다른 존재들을 보질 못했었답니다. 시간의 관념이 없었던 저는 이후에 다른 마왕들을 보았어요. 하지만 아직 꿈에 빠진 듯한 상태에,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질 못하고 떠돌았답니다. 에고가 없었기에 그랬던 것이었죠."


 괴수가 이어서 말했다. "침식체들을 처음 삼켜낸 이후… 나는 나 이외 다른 존재들이 있단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인지 몰라. 너무도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 기억이 선명하진 않네요. 지식의 범주는 그곳에 있겠죠. 맞는 지식이건, 틀린 지식이건."


 처녀는 괴수의 눈들을 똑바로 보면서 물었다. "마왕의 눈으론 차원집합체인 세계를 정확히 볼 수 있겠지. 그렇다면 여태까지 인간들이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보질 못해서 일어난 오해도 지식으로 취급했었던 것이었어?"


 "어디까지나 '틀린' 지식이겠죠."

 "그게 틀렸다는 거야. 선이라는 것은 사실 그곳에서 계속 있었는데. 플라톤을 비롯해서 많은 철학자는 정의에 대한 정의를 완벽하게 마쳤었지.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었어. 그렇게 철학이라는 단어가 원초의 디딤돌을 놓쳤던 이후 현자들은 서로 논쟁하며 그것의 본질적인 의미에 도달했어. '생각을 하는 방법' 자체에 대한 거였지. 어떤 생각을 해선 안 되는가, 어떤 생각을 해야만 하는가."


 "……."

 "틀린 생각은 애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야. 그런 텐던시는 딱히 고대 그리스의 노인들만 가졌었던 것이 아니었어. 헤겔부터 니체까지 같은 방향성을 가졌었고. 증명되면 딱히 부정이 의미가 없는 물리학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은 의문과 의심에 올라. 이때 인간의 동물적 감각에 벗어난 진리에 도달을 위해, 결국 스스로서 발상하는 거야."

 "…생각해보니, 왠지 세라펠이 눈을 가리고 다녔던 이유도 알 것 같군요. 마왕의 눈으로 본다면 모두 알 수 있는 것을 굳이 미혹에 번롱해 스스로에게 놀아나는 천박한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

 "임의의 사념이 중요한 게 아니야. 자신이 보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꿰뚫어보고 이해하는 식견이 우리들의 답에 제일 가깝다고 할 수 있어. 애초 지식은 의지를 가지는 존재의 도구에 지나지 않아. 그렇다면…."


 "…당신이, 아무리 제 혼돈을 보고서도 미치지 않았던 이유조차…."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지. 그리고 에델, 나는 그것을 너에게 증명할 수 있어."


 "어떻게 말이죠…?"

 "네가 생각하고 있는 걸 맞춰볼까? 아니, 네가 여태까지 기억하지 못할 과거의 망각까지 원했었던 것들을."

 "……."


 "지금 말하는 것은 단순한 짐작이 아니야. 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널 전부다 포용할 수 있는 누군가를 이제까지 원해왔어. 그랬었지?"

 "…그걸 어떻게? 하지만 전 여태까지 그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는데…."

 "쉬운 거야. 이제와선… 그리고 나에게는."


 "…역시 그랬군요. 나의 레지나 님…."


 괴수는 그제서야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었다. "당신은 혼돈을 꿰뚫어보고서 그것을 이해했습니다. 심연을 들여다 보고서 악마가 되지도 않았던 당신이… 어쩌면 진정한 지식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괴수는 이어서 표정을 어둡게 바꾸며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면 이런 저희를… 나를 좋아할 수 있을리 없어, 당신은…. 그래, 어차피 나는… 결국 저희와 같이…."


 "에델."


 처녀가,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맞춰봐줄래?"


 "…저희를, 아니… 저를, 싫어하시죠?"

 "그렇지 않아."


 "……."

 "그때부터, 싫어하지 않았어."


 "어째서…?"

 "…그야, 나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에델 너였는걸."


 그러자 거대한 괴수의 몸은 마치 봉오리가 피어나는 것과 같이, 마치 연꽃이 피듯 혼돈의 껍질을 벗으며 중앙에서 귀부인의 모습을 하는 에델이 나타났다.

 그리고… 에델의, 모노클을 쓴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 동그랗게 눈을 뜨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따스한 감정을 가슴에 담았다. 그녀가 마침내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 어둠만이 가득했던 이 차원의 전체에 곧 아이보리 색채가 내리쬐며 그녀의 주위에 겹쳐졌던 수많은 그림자도 녹아버렸다.


 녹빛의 바다에 단지 한 명의 여자가 웃고 있었다. 햇빛의 아래에 반사되어지는 그녀의 모습은, 마왕이라고 불릴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하고 상냥하게 보여졌다. 그리고 너무나도 편안한 목소리로 에델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고백했다.


 "고마워요… 레지나 님."

 "에델…."

 "이제… 드디어, 저는 레지나 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절벽에 서있던 처녀는 왠지 졸려운 느낌이 들었다. 계속 바라보고 있던 처녀의 모습에 더이상 어떤 갈등이나 걱정조차 느껴지지 않고, 왠지 멀어지는 것처럼 보여졌다. 마치, 공간에서 붕 뜨며 날라가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 제 곁으로 다시 돌아와주세요."


 그 말의 끝으로 처녀는 왠지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마치, 부드러운 하얀 침대에 누워 달콤한 꿈에 잠기는 것처럼… 그녀는 안도감을 느끼며, 왠지 어렸을 적의 익숙한 감정들을 맛보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아니면 정말 순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눈을 떴을 때 자신은 알비온 옆에 누워있었다. 가느다란 긴 손가락을 들어 눈가를 비비던 그녀는 바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경이 깨졌었지만 검은 눈물이나 그런 건 얼굴에 보이지 않았던 라이언, 얼음이 어느새 녹았는지 잠결에 계속 콜록거리지만 그것 외에는 괜찮은 로이와 모건, 그리고 토토를 깔고 엎어진 리온.

 방금 전의 생체포탈을 탄 것 자체가 악몽과 같은지 계속 싫어, 싫어 그러면서 잠꼬대를 하는 허수아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녀를 지켜보는 도로시, 사이좋게 기대고 있는 릴리와 리코리스가 보였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쿠키와 홍차를 맛보고 있었고, 베로니카는 평소와도 같은 느낌으로 옆에 서서 고개를 짧게 숙였다.


 "늦었군요." 눈을 감으며 차를 마시던 엘리자베스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따로 할 일이 있었으니까요. 탑은…."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흘깃 돌렸던 레지나는 저쪽 세계에다 좌표를 보내기 위해서 이쪽에 설치된 첨탑을 보았다. 다른 세계에 있는 동위물질이라 그런 것이었겠지만, 그녀가 인공생명체로 부딪쳐 꺾어냈었던 그대로 부숴져 있었다.


 "끝났어요, 다른 모두도 전부 어떻게든 할 수 있을테죠." 사실 엘리자베스도 이쪽 전력이 제일 부족한 것은 알았다. 하지만 광기와 혼돈의 속임수로 점철되진 에델의 세계를 헤쳐나온 그들이었기에, 적어도 남은 두 곳은 어렵진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 적어도 그곳엔 한솔과 힐데나, 오로치나, 나유빈과 호라이즌 등이 있을테니.


 엘리자베스는 베로니카에게 레지나를 위한 차를 부탁했고, 또한 손짓하며 그녀에게 동석하길 요청했다. 모두를 다시 둘러본 레지나는 한숨을 쉬면서 생각했다. '이건… 결국 완벽히 끝낼 순 없었네요. 그래도….'


 한편,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여태까지 인공 침식체를 만들면서 여러가지 갖은 실험들을 했었으며, 또한 마왕 에델에게 신성성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하며 여러 팩션들을 뒤에서 조작해 유도한 흑막이던 가은. 이제까지 그녀가 사용했던 비밀실험실이 관리자들에게 알려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더이상 그녀에겐 어떠한 의미도 없었다. 왜냐하면 중요한 과정은 전부다 거쳤으니.


 지금 이곳에서, 가은은 최강의 침식체를 목표로 한, 대다수의 상급 마왕보다도 더욱 강한….


 침식체 티폰을 완성시켰었다.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느껴져, 이 압도적인 힘이!!! 이거야!!!! 내가 찾던,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을 고결한 침묵으로 되돌릴 궁극적인 힘이!!!!!"


 "관리자 녀석은 말했지, 그 녀석의 올림피안, 주피터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 프로젝트의 최종적인 결과물이라고! 단지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그 쓰레기가! 아하하하하하!!!!! 이것이… 이것이 힘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눈을 번쩍 뜨며 어두운 곳에서 고개를 젖히며 큰 소리로 웃어제끼는 가은과, 바로 그녀의 앞에서 짐승과도 같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크르렁거리는, 붉은 적의에 불타는 눈을 비추는 괴물이 그림자의 아래 몸을 숨기고서 있었다. 죽어있는 어두운 이면세계의 한 구석에는 이내 모든 것의 파멸을 불러올 사악한 기운이 불길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 EP.VII END






 이 팬픽은 먼저 썼었던 초판본을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던 이후 다시 읽고 편집했던 재판본입니다. 서술자의 리뷰 혹은 해설 및 작법 등에 관련된 내용을 읽고 싶다면은 이쪽의 개인 채널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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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운터사이드 뿐만 아닌 단간론파 및 드래곤볼 같은 다른 것도 언급하기 때문에 스포일러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