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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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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광기의 도시의 거리를 거닐었던 레지나. 주위의 많은 광인들은 그녀를 개의치도 않아했다. 사실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냈었던 그녀 본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했었고, 전혀 변하지 않은 이 고향은 그녀 본인이 기억했었던 그대로였다.


 레지나 본인은 딱히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었지만, 에델의 아포크리파에서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았었다. 정예들만 모여있는 코핀 컴퍼니에서도 결국 관리자나 힐데 그리고 한솔, 허수아, 레지나 본인과, 신성의 힘을 다루는 엘리자베스나 치나츠, 베로니카나 나유빈 그리고 호라이즌에, 지아나 토미와 제리 그리고 미키 정도일까.


 "오히려 이쪽에 많은 전력을 보냈었다면 지금쯤 완전히 난장판이 됬었겠죠… 어쩌면 사장님은 그것을 알고 이렇게 편성했던 것일까요?"


 어째선지 신전 안에서는 총소리가 들렸었다. 몰려드는 광인들을 향해 계속해서 총을 쏘고 있었었던 모건은 레지나를 보자 그대로 총구를 향하며 주저없이 발포했다.


 "크크크큭… 하하하하!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르지만, 너도 곧 잠들게 해주지!"

 "…제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요. 모건 씨도 잠시만 쉬고 계시는 게 좋겠군요."


 처음에는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의심했지만.


 아마도 광기에 서서히 잠식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버넷처럼 상황이 끝날 때까지 정지장에 가둘 수 밖에 없다.


 쏘아지는 탄환들은 공기 중에 얼음의 장벽을 쳐서 막고, 달리 레지나는 발을 지면으로 쾅 쳐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발로부터 쏟아진 차가운 냉기가 차원의 옆을 타고서 꺾이며, 일순에 모건의 위치에서 다시 튀어올라 그의 자세를 바로 무너트렸다.


 "뭐, 이런 정도일까요." 그리고선 손을 튕기면서 모건의 몸을 다치지 않게 급속도로 얼렸었다. 그리고, 뒤틀린 광인들을 향해서 노려보며 말했었다. "여긴 이제 됬습니다. 모두 돌아가주세요."


 레지나의 말은 이해하는 것일까? 광인들은 느릿하게 멍하니 서있더니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었다. 그녀가 그들의 뒷모습을 차갑게 곁눈질하며 보다가, 그대로 신전의 안으로 들어갔었다. 짙은 녹색의 벽면에 기괴한 문양이 장식된 그곳, 하지만 레지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했었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같이 식사했고, 레지나는 항상 이곳에서 밖을 보는 게 좋다 해서, 에델은 절대로 이곳에 있던 식탁과 의자를 치우지 않았다. 에델 본인도 자주 이곳에서 책을 읽었기도 했다. 어쨌건 이곳엔 지금 아무도 없었다.


 "에델은 여기 없군요. 아니, 오히려 다행일까요? 지금 신전의 지하에 가지 않으면…." 그렇게 중얼거렸던 레지나의 말은 급작스레 끊겨버렸다. 바로, 그녀의 뒤에서 푸른 에너지 대거가 날라왔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어딜 도망치려고, 이 배신자가!" 성수의 푸르른 날개를 등으로부터 활짝 펼친 엘리자베스가 그녀를 찌를듯이 노려보며 외쳤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왼손에 들린 단검들을 모두 던졌다.


 "칫…!" 레지나는 당황스러워하며 얼음 장벽을 치곤 지면을 발로 치듯이 몸을 뒤쪽으로 튕겨냈다. 하지만 그녀 본인도 예상했듯이, 엘리자베스가 던져냈던 단검들은 그대로 그녀의 얼음기둥들을 모두 깨트리며 더욱 날카롭게 우박처럼 쏟아졌다. 레지나는 지금 공격한다면 진짜 적으로서 간주할까봐 단지 피하면서 외쳤었다.


 "미스 펜드래건, 저는 적이 아니예요! 잠시 제 말을 들어주세요!"

 "웃기지마세요… 버넷 경도 모건 경도, 당신의 힘에 의해 얼려졌던 것을 봤습니다. 우리를 함정에 빠트린 것도 모잘라 아직도 웃기는 변명이나 할 생각인가요?!"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방금 전에 다치지 않게 하려고 제압했었던 둘을 엘리자베스가 보고서 그렇게 확정한 것이다. 지금 이런 상황이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전부 같잖은 변명처럼 들려질 거다. 레지나는 긴장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초리를 매섭게 뜨고는, 주먹에다 냉혈한 기운을 꽉 쥐고선 땅을 그대로 쳐버렸다.


 "뭣…?!"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향해서 무언가가 날라올 줄 알고서 팔을 교차하며 막으려고 했었지만, 사실 아니었다. 그곳엔 얼음의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마치 연막탄과 같이 시야를 가렸다. 그렇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다.


 "제 칼날이 그렇게나 무서운 건가요, 레지나 맥크레디!" 엘리자베스는 역정을 내면서 눈을 매섭게 떴다. 서리폭풍의 사이에 레지나처럼 보이는 형상이 보였었다. 마치 맹금류와 같은 눈동자를 뜨며, 그녀는 오른손에다 만들은 나이프들을 정확하게 찌를듯이 던져냈다.


 "거기다!"


 분명히 죽일 기세로 던지기는 했지만 이상했다. 레지나의 모습처럼 보였던 그 상반신은 단검들에 의해 깨끗하게 잘려지며 그대로 쿵 소리를 내면서 지면에 떨어져버렸다.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할 엘리자베스가 아니었다. 그래서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건… 역시 교활하군요, 자신의 모습을 본딴 얼음을 만들어…. 명예도 없는 쓰레기…! 어디로 도망을 친거지? 마왕이 있는 곳으로 도망치려고 하고 있나?"


 녹빛의 광기에 휩싸인 천공을 비웃듯이 새파란 날개를 펼치며 활공하고 있었던 엘리자베스는, 곧 신전의 뒤에서 엄청나게 많은 얼음 플랫폼이 날라가고 있는 것을 보았었다. 바로 레지나가 차원에 걸치며 날려보낸 것이다. 그것들 중 하나에 레지나가 마치 서핑보드처럼 타고 있었었다.


 "놓치지 않아요… 절대로, 가문의 이름에 걸고서, 당신을 절대로 떨어트려주겠어요!"


 부들거리면서 성수의 에너지를 결집해 차지시켰었던 엘리자베스는 곧 그것을 모두 방출하듯이 아예 뛰쳐가, 이미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던 얼음 발판들을 바로 추월했다. 그리고 레지나가 앉았던 플랫폼을 향해 단검들을 내던졌다.


 "역시 엄청난 속도…!" 레지나는 그 움직임을 읽고 바로 점프하며 옆의 플랫폼에 발을 디뎠었다. 그녀가 서있던 얼음 장판은 단검에 깨져버렸다.


 "이딴 장난질은 그만두죠, 저주 받은 맥크레디의 마지막 후계자!"

 "……."


 레지나는 눈을 날카롭게 뜨며 엘리자베스를 보았다. 사실 그녀에겐 지금 대화보다도,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 것인지 그것만 신경쓰였다. 자신보다도 냉정한 듯이 보였던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엄청난 분노를 느끼며, 엘리자베스가 외쳤다. "그 표정…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이딴 쓰레기인 줄 알았다면 그때 죽여버릴 걸 그랬어요!"


 하늘을 날고 있는 둘의 밑으로, 초문명의 조각상과 정신이 붕괴되진 뒤틀린 광인들과, 그리고 타르처럼 검은 바다하고 곳곳에 세워진 피라미드 같은 구조물이 보였었다. 마치 고대 미노안의 선문자와 같이 이제는 의미조차 완전히 잃어버린 검은 문자들이 적혀져, 그리고 기괴한 모양의 지붕으로 덮여진 건물들이 보였다.


 레지나는 발로 얼음을 튕겨내 주위에 더욱 플랫폼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것들 중 하나가 엘리자베스를 향해서 로켓처럼 날라갔다.


 "이딴 것이 나에게 맞을 것 같아?!" 엘리자베스가 그렇게 말하며 피했다. 사실, 오로치의 공격조차 전부 피했었던 그녀였다. 이렇게 느린 투사체에 맞을 이유가 없다. 양팔을 교차시켜 부채처럼 대거들을 펼쳤던 엘리자베스는 그대로 레지나를 향해서 왼손의 대거들을 뿌리듯이 던졌다.


 "……!"


 레지나는 그것을 보고 몸을 다시 옆의 발판에 날리면서 피했었다. 그녀가 서있던 플랫폼은 조각나며, 공중에서 얼음조각들은 유리처럼 지면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서, 엘리자베스가 오른손에 남겨뒀던 대거들을 던졌었다.


 바로 착지해서 뛸 자세를 만들지 못하는 레지나는, 할 수 없이 팔을 펼치면서 엄청난 한기를 뿜어냈다. 몇몇 에너지 대거가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붙었지만, 방어면적을 지나치게 밀집시켰고 그 둘레의 밖으로 단검이 날라와서 그녀의 다리에 그대로 꽂혀져 버렸다.


 "큿… 아악!"


 나이프가 박힌 살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레지나는 단검을 뽑아내곤 표면을 얼려내어 바로 지혈했다. 그렇지만, 그때였다. 성수의 에너지가 담겼던 단검을 쥐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맥크레디의 어린 딸이여, 내 목소리가 들리는가?" 마치 늙은 현자와도 같은 인상으로,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쨌건, 지금 눈 앞의 위기에 집중하고 있었던 레지나는 곧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날개로부터 마치 이온처럼 입자들을 뿜어내어 위로 뻗어올린 손바닥을 향해 거대한 구체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떨어져 죽어라, 레지나!!!"


 다리를 다쳤던 레지나는 그것을 피할 수 없다. 어쩌면 지금 플랫폼을 기울여 내려야 할 것인가, 그래도 일반적인 상대와 달리 엘리자베스라면 가속도도 기동력도 높아 하강하는 자신을 곧바로 따라잡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었던 그녀는 갑자기 손이 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었다. 아니, 에너지 단검이 혼자서 움직인 것이다.


 '뭐, 뭐지?!'


 그것은 엘리자베스도 레지나 본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성수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단검은, 엘리자베스가 던진 에너지 구체의 핵을 정확하게 꿰뚫으며 그대로 공중에서 폭발시켰었다. 당황한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이… 더러운 하녀가, 감히 신성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그제서야 레지나는 그 목소리에 집중했다. 자신이 얼려놨고 지금 날라가는 얼음의 플랫폼에 박혀있던 다른 에너지 대거를 주워서 물어봤다. "당신, 설마… 펜드래건 가문의 수호자인가요?"


 "그러하다, 성소는 내가 이곳에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대의 힘을 모두 담아서 그걸 던져!"


 아무것도 묻지 않고, 레지나는 더욱 강하게 칼에 집중하여 마음을 불어넣고, 바로 엘리자베스를 향해 던졌었다. 그때 그리고 동시, 엘리자베스는 방금부터 똑같이 손에다가 성수의 기운을 뭉쳐놓은 구체를 만들고, 나선환처럼 레지나를 향해 갖다박으려고 했던 중이었다.


 날라가던 대거는 갑자기 용의 형상으로 변해, 마치 거대한 폭탄처럼 앞으로 밀어 돌격하고 있던 엘리자베스의 그걸 정통으로 부딪쳤다. 그리고 레지나의 눈 앞에서 바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엘리자베스의 날개를 만들고 있던 촛불과도 같은 성수의 기운을 꺼트려내었다.


 "실수했어… 이런…!"


 분한 표정을 지으며 밑에 추락하는 엘리자베스를 보고서는, 레지나는 바로 플랫폼을 바닥으로 차며 스노우보드를 타듯 그대로 떨어지는 엘리자베스를 낚아채며 이후에 그대로 땅으로 착지했었다. 방금의 폭발에 휘말려 몸이 너덜너덜해진 엘리자베스는 레지나가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이 그녀를 봤다.


 그때, 위에서 성수의 기운이 그대로 모이더니, 양쪽에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꼬리를 길게 지상까지 내려트린 용의 형상이 두 사람의 위에 나타났었다. 과거부터 오래된 목소리라 불렸던 신성고대종의 의지이자 화신이다.


 "아직 미숙하구나, 엘리자베스. 그녀는 적이 아니야. 이곳은 정신적인 활동과 물리적인 현상이 뒤섞이며 일어나는 가아그셰블라의 차원이지… 그대는 펜드래곤 가문의 여군주에 걸맞게 개인적인 감정을 거두고서 그녀와 손을 잡아 마왕의 위협으로부터 동료를 구하지 않으면 안 돼."


 그것을 믿을 수 없단 눈으로 쳐다보았던 엘리자베스가 놀라하면서 물어보았다. "잠깐… 어째서죠? 오래된 목소리, 당신이 어떻게 다시 나타난 것이죠?"


 "이성을 가진 존재에 있어 죽음이란 단지 시련의 관문에 지나지 않지. 자네들은 모르니까 무섭다고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이었고. 물론… 저 여자는 다른 것 같군."


 드래곤의 형상이 레지나를 보면서 말하였다. 레지나는 눈을 돌리면서 대충 혼잣말을 했다. "특별한 것도 아니죠… 육체의 물질적 분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것은 고대종의 기준으론 기본이 아닌가요?"


 "레지나라고 불렸었던가… 정말로 내 짐작이 맞았나? 인간의 몸을 갖고서 죽음이 뭔지 통찰할 수 있다고? 자네는 지나칠 정도로 총명해… 인간의 세상에 그런 존재는 많지 않았지."

 "기준을 그렇게 본다면 특별하게 보일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없는 것은 아니예요. 저는 단지 그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뿐이죠."

 "…겸손한건지 거만한건지 모르겠군."


 철학적인 대화인지 아니면 단순한 농담인지 모를 둘의 회화를 듣던 엘리자베스가 용에게 물었다.


 "저… 어째서 이제까지 숨기고 있었죠?"

 "무엇을 말인가?"

 "완전하게 사라지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어째서 지금에서야 모습을 다시 드러내셨죠…?"


 드래곤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에, 다시 천천히 내쉬며 말했다. "우리는 언젠가 헤어지지 않는다면 안 돼. 애초부터 나는 자네들이 필요로 하면 안 되는 존재야. 그리고 그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지… 나는 자네에게 힘을 축복하여 물려주고 다른 세계로 떠나려 했네."


 "……."

 "하지만 이 위기에 무책임하게 바로 떠나는 것도 좋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 그렇다고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줘서 자네가 나한테 의존하는 것도 원하질 않았지. 자네는 펜드래곤의 지도자니까… 스스로의 무게를 짊어지며 성장해야만 했네."

 "그것과 이것은 다릅니다. 정말로 슬펐다구요…."


 엘리자베스는 눈시울을 붉게 적시면서 말했다. 용의 형상은 단지 공중에서 떠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마지막 한 마디를 하곤 사라졌다.


 "그대도, 언젠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겠지. 소녀다운 감성은 죽이도록. 그때부터 당신은 모두가 의지하는 프리드웬 기관의 인도자가 되었다. 자신의 책임과 의무에 맞는 모습을 갖고 남들에게 대하도록. 그리고 때가 된다면, 가문의 시조이자 최초의 용사였었던 그대의 선조와도 만나도록 되겠지. 그때까진 절대 부끄러운 인생을 살지 말게나."


 그리고서, 성수의 에너지로 뭉쳐진 용의 형상은 그대로 공중에서 햇빛처럼 흩날리며 사라졌다. 그 반짝거리는 빛깔을 몸으로서 받아낸 둘은 왠지 모르게 몸의 상처가 나아진 것을 느꼈다.


 "…최초의 용사라." 엘리자베스는 더이상 슬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고개를 털듯이 저었다. 그리고 레지나를 향해 노려봤다. 하지만, 그 눈초리는 순수한 혐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당신이 적이 아니면, 도대체 어째서 우리의 동료들이 저렇게 미쳐있었던 것이죠?"

 "…애초에 이곳은 광기의 마왕의 영역이예요. 평범한 사람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리 없잖아요?"

 "그걸 설명이라고 하는 건가요?"


 그러자 레지나가 볼을 살짝 부풀이며 말했다. "뭐, 어쩌라구."


 그때 엘리자베스는 묘한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왠지 레지나가 살짝 귀엽게 보였기에. 그리고는 물어봤다.


 "그렇다면 다른 모두는 어떻게 될까요?"

 "깨어나면 그대로 괜찮을 거예요. 애초에 이 세계는 그 자체가 환각과도 같으니까."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전혀 믿지 못하겠지만, 어쨌건 지금은 그렇다고 알아두죠." 그리고 손을 내밀며 말했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친구란 전제에… 저하고 협력할 수 있겠죠?"


 레지나는 왼쪽 눈매를 누르며 오른쪽 눈을 치켜뜨는 표정을 지으며 물어봤다. "그 손은 뭔가요?"


 "몰라요? 악수하자는 거예요. 솔직하게, 여태까지 저는 당신을 친구가 아닌 적으로서 대하였으니까."

 "……."


 레지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살며시 잡아줬다. 그러자, 엘리자베스가 살짝 높은 목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다. "아, 차거! 저랑 악수하기 싫었나요? 당신, 일부러 손 차갑게 만들은 거죠?"


 "아니예요."

 "맞잖아요?"

 "그럴 이유가 없죠?"

 "많을텐데?"


 레지나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슬슬 상대가 무슨 성격인지 알면 어떤가요." 그러자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제가 여태까지 하녀라던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게 신경쓰이지 않는다구요?"


 "그딴 낡은 욕설은 당신 같은 사람이나 예민하게 받아들이겠죠."


 엘리자베스는 직설적인 퉁명스런 레지나의 대답을 듣고서는 처음엔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깔깔 웃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대답이 맘에 들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레지나는 무엇이 그렇게 웃긴지 이해하지 못해서 단지 고개를 기울이며 엘리자베스를 이상한 눈길로 쳐다볼 뿐이었다.


 둘은 그대로 다시 레지나가 조사하던 도시 중앙의 신전으로 걸었다. 묘하게도 이 모든 것들이 벌어질 동안, 에델은 어디에도 없었고, 왠지 모르게 나타나지도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렇게 고민하던 레지나는 어느새 신전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안의 문을 열었다.


 홀에서부터 다시 지하의 계단을 밟고 내려가려는 레지나에게,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잠깐만, 우리는 차원침식을 발생시키는 첨탑을 찾아야만 하지 않나요? 그게 지하에 있어요?"


 레지나는 그녀의 질문에 차분히 설명했다. "당초의 예정은 현 상황에 이룰 수 없게 됬어요. 만일, 세계융해를 일으키는 구조물들을 지금 파괴한다면, 이곳 아포크리파와 저곳 현세가 단절될 거예요. 그렇다면 우린 돌아가질 못하겠죠… 지금 우리에겐 차원함 알비온도 없으니."


 "그러면 우리는 왜 여기로 왔던 거죠?"

 "도시의 중심인 신전은 모든 에너지를 각 건축물에 보내고 있어요. 첨탑도 예외는 아니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것 컨트롤 센터도 여기에 있어요. 다른 차원에서 건너왔던 모든 존재들은 첨탑에 의해서 정보가 기록되어 있으니까… 만일 컨트롤 센터에 갈 수 있다면, 역으로 그곳에서부터 모두를 원래 세계로 보내고 첨탑의 기능도 정지시킬 수 있을거예요."


 사실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엘리자베스는 그냥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질 않고서 그녀를 따랐었다.


 밑으로 내려가면서 애초에 여기가 딱히 정상적인 곳이라 생각하진 않았었지만, 점점 지나치게 느껴졌다. 초록색 계단들을 밟고 지나가선 갑자기 뭔가 썩는 냄새가 나더니, 심각한 악취가 사방에서 느껴졌다. 그녀들은 생물의 내장과도 같은 구역까지 내려왔던 것이었다.


 "이게 대체 뭐야… 당신, 잘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짓네요. 이곳이 익숙한가요?"

 "……."


 딱히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서, 레지나는 그대로 계속해서 내려갔었다. 그러다가 생물의 체액이 떨어지는 곳에선 천장에 얼음들을 만들어 막아놓고, 엘리자베스에게 말했다. "저거, 맞으면 몸이 녹으니 주의하세요."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무슨 거대한 생물 같은데요… 도대체 이게 차원의 첨탑과 무슨 관계가 있는데요? 생체 에너지라도 쓰나?"


 "맞아요, 영혼이 없는 살덩이… 그냥 생체 발전소 같은 거죠."

 "진짜? 아니… 뭐라고 반응해야만 좋을지 모르겠네요. 그냥 놀랍군요…."


 깊게 내려갈수록 더욱 꿈틀거리고 버둥거리는 질긴 살덩이들로 이루어진 내벽들의 틈에 억지로 쑤시며 들어가는 인상을 받았다. 마치 기둥과도 같이 솟아오른 뼈와, 그리고 역겨운 색깔로 뒤덮은 용해액의 늪도 있었다.

 레지나는 그때마다 물을 얼리고는 허공에서 얼음발판을 만들어내어 건너갔었고, 엘리자베스는 온갖 불평과 불만이 드러나는 표정을 지으며 아까부터 땅을 밟지않고, 대신 푸른 날개를 펼쳐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그 너머엔… 곳곳에 눈알과 입이 박혀진 육벽의 공간까지 도달했다.


 그것들은 신기하게 레지나는 무시했었지만, 대신 엘리자베스를 향해 노려보거나 삐죽거리며 반응하였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칭얼거리는 것처럼 보이긴 싫었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내벽에 있었던 몇 개나 되는 눈알과 이빨을 가진 살점이 뜯겨져 자신을 향해 질척거리며 걸어나오는 것을 보고선 더이상 참을 수 없어 화내며 외쳤다.


 "뭐 이딴 곳이 다있어?!" 그녀는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외치며 정체불명의 생물의 눈에 나이프를 날려 꽂았다. 그때 레지나가 당황하며 물었다. "자, 잠깐! 미스 펜드래건, 대체 뭐하는 건가요?"


 "보면 모르나요? 봐요, 봐요! 저기서 눈과 입이 엄청나게 달린 괴물이 절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고요!"

 "그것은 이 거대한 생물의 면역체계 일부예요, 백혈구 비슷한 거라고요! 하나라도 공격하면 우리를 외부침입자로 간주할텐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사방에서 살덩이 슬라임처럼 보이는 것이 스멀거리며 잔뜩 나타났었다. 엘리자베스는 두려움보다 역겨움을 느끼면서 단검들을 구현시켰다. 그리고 만류하려는 레지나를 무시하고서 대거를 그대로 던졌다. 픽픽 쓰러지는 그것들의 뒤로 더욱 많은 형체조차 모를 부정형의 괴물들이 나타났다.


 "그만 자극해요, 바보!"

 "그러면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하지만 눈과 입이 달려진 살덩이들은 그대로 내벽에 흡수되듯 잠기더니, 이내에 더욱 이상한 형태를 가지는 괴물들이 나타났다. 마치 이상한 촉수나 기관이 자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기괴한 것은 그것의 모습 뿐만이 아니었다.

 아까 전의 녀석들과 다르게 엘리자베스가 단검을 던져대도, 피부에 먹혀지듯 그대로 삼켜져버렸고, 어떠한 피해도 주지를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엘리자베스는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이럴 줄은 몰랐는데…? 어, 어떻게 하지?'


 사실 성수의 날개를 가진 엘리자베스는 지금 바로 날아서 이곳에서 이탈할 수 있었고, 본인도 그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레지나를 이곳에 혼자 버리고 도망칠 순 없었다. 자신의 명예가 용납할 수 없었다. 고민할 겨를도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레지나를 향해 양팔을 뻗으면서 외쳤다.


 "맥크레디 양, 저를 빨리 잡아요!"

 "…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면서 반문하는 레지나에게 그녀가 대답했다. "이곳에서 도망쳐야만 하잖아요? 근데 당신은 날지 못하니까 제가 안고서 갈게요, 빨리!"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날카로운 눈매로 묵묵히 괴물들을 바라보던 레지나는, 오른손을 왼쪽 어깨 위까지 들었다 바로 우하단으로 내리며 말했다. "아뇨, 여기서 물러나면 다시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어요. 여기선 강행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리고 그녀가 휘두른 손가락의 궤적에서 냉혈한 한기가 퍼졌다. 바로, 눈 앞의 몇 개나 되는 부정형의 괴물들이 얼려졌었다가 그대로 깨져버리면서 박살났다.


 "……!" 엘리자베스는 놀라운듯 그녀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딱히 신경쓰지 않고, 레지나는 또한 좌우로 거대한 얼음 장벽들을 만들어 방해물을 설치했다. 엘리자베스는 빨리 달리기 시작하는 그녀를 쫓아가며, 심지어는 그녀가 기괴한 생물체들이 솟아나오는 입구나, 군체들이 건너오는 통로까지 얼음의 벽을 만들어 봉쇄하는 것을 지켜봤다.


 비록 길을 전혀 몰랐었던 엘리자베스였지만, 레지나를 따라가며 그녀가 정확히 필요한 위치에, 매우 효과적인 효율적인 방법으로 위험요소들을 안정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 마치 수호천사처럼 등에 바짝 붙어서 그림자 같이 그녀를 따라가던 엘리자베스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놀랍군요… 당신, 정말 무능하지 않았네요."

 "……."


 다만 그녀는 차가운 푸른 눈동자로 엘리자베스를 힐긋 보고는 다시 집중하며 길을 뚫었었다. 그런 레지나를 보며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머리에 각인되진 레지나의 인상이 정말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여태까지 레지나 씨를 오해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단지 마왕의 인형에 지나지 않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가 짐작했는데.'


 발을 능란하게 놀리며 움직이는 그녀를 보며 엘리자베스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생각했다. '처음에는 음침하고 내성적인 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왠지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잘 생각해보면 그 가아그셰블라도 숭배자를 여럿 고를 수 있는 마왕이니까 아무에게나 애정과 호감을 베풀진 않겠죠. 그럴만한 이유는 있는 것일까.'


 어쨌거나 둘은 계속해서 빨리 최하층을 향해 달려갔다. 아직 몇 분이나 더 가야만 했었지만, 레지나가 자신을 이끌고서 매우 빨리 달려나가는, 그러한 몰아닥치는 기세에 엘리자베스는 어떤 걱정이나 불안조차 느끼질 못했다.


 그때, 어딘가서 숨을 죽이고서 다른 부정형의 생물들의 눈을 피해 숨어있던 베로니카와 허수아가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아까부터 같은 방향으로 패트롤을 돌던 괴물들이 갑자기 전부다 어디론가 향했기 때문에.

 이것들이 결집하는 이유는 오직 외부에서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짐작했던 베로니카들은, 당연히 이 상황엔 자신들의 동료가 움직였다 확신하며 바쁜 발걸음을 빨리 움직였다.


 "허수아 님, 따라오실 수 있겠나요?"


 허수아는 바이저에 'O' 표시를 띄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더러운 이 공간에 이질적인 깨지는 소리가 들렸었다… 어쩌면 로이가 아닐까 생각했던 베로니카는 달려가며 여태까지 보질 못했던 얼음 조각들을 보고 레지나가 여기에 있단 것을 깨달아, 흔적들을 쫓아갔다. 그리고 거대한 뇌에 여러 개의 촉수가 자라난 제일 깊은 심연까지 도착했다. 레지나와 엘리자베스가 달려오던 그들을 보았다.


 "베로니카 씨…? 어떻게 여기에?"


 엘리자베스보다 레지나가 더욱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불구하고, 상처조차 없이 너무나도 멀쩡하게 자신의 앞에서 서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광기에 정신이 침식되어진 것도 아니었었다.


 "허수아 님이랑 저는 밖에서 목표물인 첨탑을 공격했었습니다만… 구조물의 손상은 급격하게 다시 복구됬습니다. 결국 할 수 없이, 저희는 구조물에 공급되는 에너지의 근원을 허수아 님의 디바이스로 추적해서 여기까지 도착했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마치 저희의 세계에 있던 로스트 쉽들과 같네요." 그리고 허수아가 말했다. "응… 생각해보면, 리플레이서들도 쓰는데 당연히 마왕들도 비슷한 걸 쓸 수 있겠지."


 그때 레지나가 몸을 움츠리며 마치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이질감에 반응했다. 그리고 주위에 빙결조각들을 만들며 말했다. "이 느낌은… 맞아, 쇼고스예요! 조심하세요, 그것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까!"


 "쇼고스?!" 엘리자베스는 레지나의 말에 놀라며 그녀를 보았다. 다른 둘은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빨리 서둘러야만 했던 레지나는 그냥 자신의 발 아래에 얼음 기둥을 크게 솟아오르게 만들어 거대한 뇌의 위쪽에 타고는, 자신의 손톱을 뇌수의 표면에 찔러넣었다.


 "레지나, 뭐하는 거야?"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허수아가 레지나에게 물었다.


 "이것은 첨탑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뿐만이 아니라, 정확하게 어떤 존재들이 차원을 건넜는지 기록하는 장치예요."

 "…장치? 그냥 괴물인 줄 알았어."

 "생체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인공적인 생물체니까요. 이것을 사용하면 모두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원래세계로 보낼 수 있어요… 제가 정신을 집중할 동안, 쇼고스들을 막아주세요!"


 그리고 레지나는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다. 엘리자베스는 다급하게 날개를 펼치고는 날아오르면서 말했다. "허수아, 레지나의 옆에서 그녀를 지키세요. 베로니카, 절대로 쇼고스들에 붙어서 싸우지 마세요!"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플라즈마 라이플을 한 바퀴 돌리며 잡고 에너지 셀을 교체했었다. 전자음이 파란 불빛들과 함께 울리면서 삐익거리며, 그녀는 엘리자베스와 함께 자신들이 걸어온 입구를 향해서 총구를 향했다.


 "특수 침식파 반응 다수! 서른… 아니 마흔? 조심해, 베로니카! 그것들 사이로 유달리 큰 에너지 반응이 관측되었어!" 레지나의 옆에, 그러니까 자신도 같이 거대한 뇌 옆에서 서있었던 허수아가 베로니카를 향해 레이더에 관측되진 적을 경고했다. 사실, 베로니카가 신전 지하의 괴물 몸 속에 깊숙히 침투하고도 방금까지 몸을 숨길 수 있던 것도 허수아의 서포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설마 마왕인가요?!" 그렇게 묻는 엘리자베스에 레지나가 대신 대답했다. "이건 에델과는 다른 느낌이예요. 미스 펜드래건, 앞서 나가서 그 대장의 발을 묶어주세요, 만일 그게 쇼고스들과 함께 여기까지 와서 협공한다면 매우 어렵게 될 거예요!"


 "하지만 제가 나가면 당신은…!"

 "여기는 베로니카 씨만 있어도 돼요, 쇼고스들은 관리국에서 개발한 플라즈마 장비로도 상대할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보죠. 작업이 끝나는데 얼마나 걸리고, 또 끝나면 어떻게 되나요?"


 레지나는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이내 엘리자베스의 말에 대답했다. "vsfolka, virmir mosfolap valotoro, lamrm ptalioyomo yir atianimorqux lemala iux oytelio yua… 오 분도 걸리지 않아요, 애초에 전 이것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도로시 양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어쨌거나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푸른 날개를 펼치면서 그대로 쇼고스들을 지나쳐 다른 특별하게 보이는 괴물들이 있나 살펴보았다. 과연, 문어의 머리에, 통통한 뱃살에 박쥐처럼 보이는 날개를 가진 초록색 괴물이 보였다.


 "크톤…! 설마 이런 살아있는 화석까지 있을 줄은, 괜히 원시 외신종족의 수도가 아니었군요!"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 상대하지 못할 크톤이었지만, 신화 급의 신성고대종에게 힘을 물려받은 엘리자베스는 이런 존재에 맞선다고 하여도 질 것 같진 않은 호기가 들었다.


 그것은 자신을 보더니 입에 달린 촉수들을 꿈틀거리면서 정신파를 쐈다. 평범한 사람이 맞으면 뇌의 과부하로 인해 머리가 터져나갔을 공격이지만, 엘리자베스에게는 미약한 프렛셔만 느껴질 뿐이었다. 바로 날이 서있는 단검을 그걸 향해 뿌려댔고, 부정형이 아닌 크톤의 몸에 대거들이 꽂혀 체액을 뿜어내게 했었다.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그것이 입에서 느릿하게 타액을 뿜어냈다.


 엘리자베스는 그걸 여유롭게 피해냈다. 빗나간 타액은 꿈틀거리며 레지나들이 있는 곳을 향해 기어가던 쇼고스 하나에 맞고는, 그대로 그것을 녹여버렸다. "역시 정신공격을 제외하면 딱히 특별한 기술도 없는 아우터 갓의 스폰들… 그렇다고 해도 방심할 순 없겠죠."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날개를 크게 펼쳐서 그 움직임에 의존하여 타액공격을 회피하면서, 오른손을 머리 위로 뻗어올려 성수의 기운을 나선형으로 솟아오르는 입자체들로 집중시켰다. 마치 비늘과도 같은 하늘색 그림자 빛깔을 띄는 작은 에너지 조각들이 그 아래로 흩날리면서 떨어지는 것 같았었다.


 '접근해서 부딪치기엔 위험하게 느껴지고… 딱히 피할 것 같지도 않군요. 그렇다면…!' 그렇게 손에 차지한 신성의 에너지를 크톤을 향해 그렇게 던지는 엘리자베스. 곧, 마치 표면으로부터 공전하면서 피부를 갈아버리듯 크톤의 심장을 향해 밀어, 그대로 폭발을 일으켜냈다.


 쿠끼오오오, 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져나가는 크톤을 보면서 엘리자베스는 다시 푸른 단검을 만들어 부채처럼 펼쳐냈다.


 놀랍게도, 크톤은 주위의 쇼고스를 잡아선 그대로 우걱우걱 삼켰다. 터져나갔던 배의 살점이 원상태로 돌아와 다시 녹빛타액을 던지는 크톤을 보면서 엘리자베스는 중얼거렸다. "죽이긴 힘들겠지만 애초에 시간만 끈다면 되니까… 그리고 쇼고스들의 수를 줄인다면 저쪽에서도 쉽게 대처할 수 있겠죠."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쇼고스들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단검을 다시 크톤을 향해 던졌다. 그때였다.


 "꺅?!" 갑자기 크게 흔들려 마치 공간 전체가 아예 치솟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 균형을 잃은 엘리자베스는 다시 날개를 붕 띄우며 몸을 고쳐잡았다.


 "설마, 벌써 끝낸 건가?! 아니… 잠깐, 도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그녀는 곧 육벽의 내부가 꿈틀거리며 진동하는 것을 느끼더니 거대한 소음이 울려퍼지며 공간이 그대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앞에는, 밖에 보았던 검은 첨탑의 기둥 몸체가 육벽의 천장과 바닥을 꿰뚫어 박혀져 있었다. 그렇지만 곧게 아래에서 위로 서있지 않았고, 무너지듯 옆으로 뉘어있는 모습이었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은 오직 하나 밖에 없다.


 '잠깐… 그래, 그렇군요. 이것은 거대한 인공 생명체라고 했었습니다. 몸체를 첨탑에 그대로 부딪혀 무너트렸던 것이겠지요.'


 벽과 바닥에 붙어 계속해서 꿈틀거리던 쇼고스들과, 내부가 그렇게 급격히 흔들리는데도 어째선지 균형을 완벽히 유지했던 크톤. 엘리자베스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짓고는 중얼거렸다.


 "인정하죠, 당신도 쓸모가 있는 사람이군요, 맥크레디 양."


 한편, 베로니카는 최심부에서 꾸물거리며 몰려오는 쇼고스들을 향해 플라즈마 탄을 발포하다, 가까이 붙는 것들을 향해 방사모드로 바꿔 태워버렸다. 그녀 또한 생체발전소가 이륙했다가 첨탑에 충돌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뒤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허수아 님, 차원침식은 종료됬나요?"

 "음… 음… 응, 맞아. 접촉 이후로 그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질 않고… 끝난 것 같아."

 "레지나 님, 알비온은 어떻게 하지요?"


 아포크리파에 진입했을때 베로니카와 허수아만이 알비온에서 눈을 떴고, 그들은 전함의 은폐장을 유지해 그대로 밖으로 나왔던 것이다. 다른 모두는 서로 다른 곳으로 떨어졌었다.


 "베로니카 양, 소기의 목적은 지금 달성했습니다. 모두의 좌표를 알게 된 지금, 전함과 함께 모두를 원래 세계로 전송하겠습니다."

 "…저기, 탑이 부숴졌는데 워프시킬 수 있는 거야?"

 "그것은 단지 플레인 멜팅 시퀀스를 위해 설치한 보조적인 구조물입니다. 아무튼, 기절할지도 모르니 정신적인 충격에 대비하세요."


 레지나는 바로 망설임도 없이 스키마를 만들어내었다. 공간 자체가 찢겨 촉수가 스멀거리면서 나오며 눈알이 안쪽에 보이는 기괴한 고깃덩어리 통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허수아 양, 그 안으로 빨리 들어가세요."


 그러자 항상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던 수아가 눈에 띌 정도로 당황한 목소리를 내면서 물었다. "잠깐만… 농담이지? 여기로 들어가?" 그녀의 헤드기어엔 '?????!!!' 표시가 온갖 색깔로 빛나고 있었다.


 "차원과 차원을 잇는 생체터널이예요. 다치지 않을테니까 빨리 들어가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무리… 이런 거 절대 무리!"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곤 타액이 계속 흘러나오는 그걸 보면서 울상을 짓는 허수아를 보며, 레지나는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아이스 플랫폼을 만들곤 그대로 허수아를 향해 던지듯이 밀었다.


 "꺄, 꺄아아아아악!!"


 여태까지 단지 무표정한 얼굴로 토끼처럼 조용히 말했었던 그녀의 인상과 다르게, 마치 도로시나 리온처럼 소녀 같은 비명을 지르며 살점덩어리의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베로니카는 어떤 표정도 띄우지 않고, 단지 평상시대로의 은은한 미소를 유지하는 얼굴을 보이며 말했었다. "다음은 저군요."


 "이곳에서 나갈려면 이 방법 밖에 없습니다."

 "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마는… 엘리자베스 님은 어떻게 하실지…."

 "괜찮아요, 어떻게든 설득해 보일테니."


 레지나의 말을 듣고, 베로니카는 사뿐히 발을 놀리며 몸을 돌리면서 쇼고스들로부터 거리를 만들곤, 플라즈마 라이플을 등에 걸어놓은 뒤에 치마의 양쪽 자락을 잡고서는 인사하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레지나 님."

 "베로니카 씨도…."


 베로니카는 목례하고는, 자신의 옆에 나타난 생체터널로 망설임도 없이 들어가며 사라졌었다. 항상 우아하고 기품있어 침착하게 모든 상황에 대응하던 태도는 왠지 레지나에게도 적잖이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았다.

 사실, 상황이 이렇게 되기는 했지만, 만일 엘리자베스나 레지나가 이곳까지 오지 않더라도 허수아와 베로니카만은 결국은 어떻게든 목적을 마쳤을지 모른다. 사원지하 최심부에 도달해서 플라즈마 에너지 셀들을 타이머로 맞춰 폭탄처럼 만든 뒤에, 알비온에 복귀하여 목표의 파괴를 확인한 뒤 귀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들만으로는 다른 동료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이 세계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레지나가 없다면 얻어내지 못할 결과였다.


 그 뒤, 레지나는 단지 차가운 눈만 빛내면서 아포크리파의 전역에 흩어져있는 동료를 전부 되돌리고는, 마지막으로 통로의 안에서 크톤의 발을 붙잡고 있었던 엘리자베스의 옆에 생체터널을 두 개 열었다.


 하나는 아포크리파에서 현실세계로 전송시키는 통로고, 하나는 레지나의 옆에서 엘리자베스의 옆으로 말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열었었던 통로였다. 어쨌건 계속 날아다니며 싸우다가 갑자기 이상한 것이 나타나 놀랐던 엘리자베스는 단검을 던지려고 손을 들었지만, 그 터널의 저편에 뇌 위에서 서있던 레지나를 보고 손을 멈췄다.


 "잠깐… 맥크레디 양? 이게 뭐죠?"

 "방금, 이 생체발전소를 이륙시켜 첨탑에 충돌하여 작전목적을 마쳤습니다. 이것은 차원과 차원을 잇는 생체터널이예요, 반대편에 있는 저걸 타고 현실세계로 돌아가세요."

 "모두는 어떻게 되었죠?"

 "도로시 양, 허수아 양, 리온 양, 라이언 경, 모건 경, 로이 씨, 베로니카 양, 릴리 양, 리코리스 양, 찾을 수 있는 모두는 전부 귀환시켰습니다. 당신도 빨리 따라서 가세요!"


 그때 엘리자베스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혼자 중얼거렸다. "잠깐… 찾을 수 있는 모두라고?" 하지만 어쨌건 꾸물거리지 않고서 엘리자베스는 그대로 성수의 날개를 살짝 접으며 통로로 들어가버렸다.


 "……."


 마지막 생존자를 살려서 보낸 레지나는, 한숨을 쉬면서 자신도 귀환하기 위해 통로를 열었다. 하지만 그때에 바로 엄청난 침식파가 강렬히 느껴졌었다. 마치 이 세계 자체가 흔들리는 듯한 느낌.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다… 바로 에델이었다.


 "에델… 지금에서야 나타나다니, 어째서?"


 마치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태까지 모두가 사라지길 기대했었던 것처럼…. 지금에서야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은, 사실 말로 하는 것보다도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레지나는 고민하다 결국 그녀에게 만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옆으로 바로 촉수들이 끈적이며 기어나오는 생체 포탈을 열고, 그녀 또한 그곳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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