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a's Note 모음












......






아프다.






상처 부위가 아프다.






...어? 아프다고?






그럴리가






죽었다면 아플리가 없다.






아니, 죽고 나서 아플 수도 있는 건가?






하지만 주위에 비춰진 풍경은






죽은 뒤에 세계라기에는 많이 정돈 돼있었다.






잘 정리된 방






그곳에서 힘겹게 눈을 떴다.






이곳은 어디인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크...윽...!"






머리가 아프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죽기 싫어 도망쳤다는 것 까지는 기억한다.






그리고 비가 왔었지, 아마.






하지만 그 뒤에 기억이 애매하다.






마지막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사람의 형상...






그 뒤로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






배에 붕대가 감겨있다.






피에 젖기는 했지만...






누군가 나의 총상을 치료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이 집의 주인일 것이다.






낯선 냄새가 나는 원룸...






최소한 나는 이런 방을 모른다.






누구지? 누가 나를...






...무기가 없다.






물론 무기가 없다고 해서 싸울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내 상태론 무기가 있는 편이 훨씬 싸움에 도움이 될 거다.






이 방의 주인은 어딘가 나간 모양이다.







 "크......윽...!"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쓸만한 게 있다면... 그걸로 무기 대용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방을 둘러본다.






...혼자 사는 남자 냄새가 난다.






그럼에도 방은 생각보다 잘 정돈되어 있다.







 "...부엌즈음에..."






꽤나 예리한 식칼을 발견했다.






총기가 아닌 건 아쉽지만 이거라면 대화에서 유리한 요소로 적용될 것이다.







 "......배고프네."






어쩐지 배가 고프다.






다시 한 번 방을 뒤져본다.





옷장 속의 옷 주머니에서 신용카드를 찾았다.







 "......"






상처를 치료해 준 것은 고맙지만 이 집에는 머무를 생각이 없다.






입던 옷은 피에 젖었으니 변장도 할 겸 이 사람 집에 있는 옷으로 대충 갈아입고 나가야겠다.






...막히기 전까지 카드는 잘 쓰겠다.


















도시로 나왔다.






비가 그친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도시 거리에 임무 외 목적으로 나와본 것은 처음이다.






집에서 집주인의 흔적이 깃든 후드티를 대충 입고 나왔다.






나에게 맞는 옷이 그것 뿐이었으니까.






혹시 몰라서 식칼로 챙겨 나왔다.






멘션에서 더 이상 날 찾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대충 편의점에서 때우고 나왔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법은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 어디로 가지?"






갈 곳이 없다는 걸 끝내 깨달았다.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돌아갈까?"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내 목숨을 구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니까.







 "...돌아가자."












다시 그 집 앞으로 왔다.






이런 순간도 대비해서 열쇠도 가지고 나왔었다.







 "어...?"






열려있다.






아무래도 열쇠는 필요 없었던 모양이다.






조용히,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방 안에 들어선다.






기척을 숨기는 것은 부상을 입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






...안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베란다에서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아래로 밀어버리고 이 방을 계속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저 남자에게 궁금한 것들이 꽤 있었기에 참기로 했다.






천천히 식칼을 꺼낸다.






목에 들이대고 협박하듯이 말하면 전부 실토하겠지.






 "그러지 말고 이리 와 보세요. 도시의 분주한 아침이나 감상하시죠."






뭐? 들켰다고?






말도 안 된다. 아무 기척도 내지 않았다.






급한 대로 부엌 탁자 테이블 뒤에 숨었다.







 "...크윽."






...급하게 숨다 보니 상처 부위가 눌린 모양이다.






그 덕에 약간의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몸으로 무리하시면 안 될 텐데요? 참고로 치료하느라 꽤 힘들었습니다."






남자는 내가 있다는 걸 확신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당당히 나서는 수 밖에는 없다.







 "아, 식칼은 원래 자리에 돌려 놓으시고요. 위험하니까요."







 "...어떻게 알았어?"







 "그야 항상 같은 자리에 있던 식칼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아......"













 "직접 겪어보니 어때요?"







 "......뭐가?"







 "도시의 아침 말입니다. 배고파서 제 신용카드를 들고 나가서 사 먹고 들어온 거 아닌가요? 편의점에서 말입니다."







 "...미행한 거야?"







 "...아니요, 신용 카드로 결재 하면 결재 내역이 핸드폰으로 날아 옵니다..."







 "...아, 그래...?"






거기 까지는 몰랐다.







 "그래서 겪어보니 어땠습니까?"







 "...복잡해."







 "그럼... 이 위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아침은 어떤가요?"







 "...내가 그걸 당신에게 왜 말해야 하지?"







 "뭐, 싫다면 말 안 하셔도 됩니다. 대신, 제가 상처도 치료해주고 안전한 곳에도 데려다 주고 옷도 새것으로 마련해 줬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






할 말이 없네.






도시...






임무를 수행 할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나 복잡한 곳이었나...?"







 "복잡하고 난잡한 게 도시의 매력이죠."







 "...당신이 날 구한 거 맞지?"







 "네, 그렇습니다."







 "왜 그랬어?"







 "그야... 당신이 도와 달라고 했으니까요."







 
"내...가?"






처음보는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고?







 "그럴... 리가......"







 "저는 도움을 요청 받았기에 도와드렸을 뿐입니다."







 "...왜 도와줘?"






 


 "예?"







 "...도와줄 이유 따위 없었잖아......"







 "사람이 사람을 돕는데 이유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저 돕고 싶다는 마음. 그것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죠."






 


 "사람이 사람을 돕는데 이유 따윈 없어! 그저 돕고 싶어서... 구하고 싶어서 구하는 거야!"







 "......크윽!"







 "왜 그러시죠?"







 "갑자기...가슴이...아파서......!"







 "이상하군요... 가슴 쪽에는 상처가 없었는데 말이죠. 어쩌면 내면의 병일지도 모르겠군요."







 "...내면의 병?"







 "심리적인 요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당신을 돕겠다고 약속했으니 내면의 병도 고쳐드리죠."







 "...당신이 할 수 있어?"







 "아마도요. 어지간한 병은 고칠 수 있습니다. 그 증거로 총상도 치료했지 않습니까? 그 내면의 병이란 것도 실은 별거 아닐 수 있습니다."







 "...고쳐."







 "...네?"







 "...고쳐 줘."







 "...한순간에 막 고쳐지는 게 아닐텐데요..."







 "...그래? 아쉽네..."







 "그건 그렇고 당신... 이름이 뭡니까?"







 "이...름?"







 "네, 참고로 제 이름은 르네 입니다. 르네 씨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없어."







 "...없다고요?"







 "있었는데... 이제는 필요 없어."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지어드리죠."







 "...이데아(idea)는 어떻습니까?"















Flower and Butterfly - 꽃의 장 (2)

이데아가 멘션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