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a's Note 모음













 "슬픈 꽃이라... 그 아이와 같은 말을 하는 구나, 당신은."







 "당신이 어째서 인지 슬픈 눈을 하고 있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군요."







 "그랬었나...? 뭐,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잖아."






맥주 캔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손을 타고






이내 떨어진다.






가만히 이것을 지켜본다.






마치 비가 내리는 것 같아서...







 "그래서... 감상은?"







 "감상이라......"






남자는 그대로 침묵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거라고는 절망 뿐일 테니







 "감상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저 듣기만 했으니까요."







 "그래? 보기와 다르게 이성적인 사람이구나?"







 "이래 봬도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저는."







 "그래서...해결할 수 있어?"







 "...내면의 병 말입니까?"







 "응, 빨리 고쳐봐. 억지로 기억 떠올려서 지금 미쳐버리겠으니까."







 "유감스럽지만 전 고칠 수 없습니다."







 "...뭐?"







 "전 그저 듣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아무 감상도 없다고 했습니다."







 "...도와준다며..."







 "네, 도와드립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수긍한다.







 "전 여러 답을 제시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답으로 해결해 나가는 건 이데아 씨의 몫이죠. 저는 한낱 도우미에 불과하니까요."







 "...그럼 답을 알려 줘."







 "...어떤 답을 원하십니까?"







 "날 옥죄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 줘."







 "...기억은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기억 속에 살고, 기억을 꺼내 보고, 때론 기억을 버리면서 살아가죠."







 "...기억."







 "하지만 때때로 어떤 기억들은 떠나보내고 싶어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계속 옥죄어 오죠."







 "......"







 "과거의 기억으로 자신을 옥죄는 행위... 우리는 이것을 '후회'라고 부릅니다."







 "후...회?"







 "다만 이데아 씨의 경우에는 약간의 죄책감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군요."







 "죄책감..."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후회... 그것이 당신의 악몽이 되어 당신을 옥죄고 있는 겁니다."






후회와... 죄책감...







 "하지만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아닙니다."







 "...뭐?"







 "내면의 병들은 인간의 감정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후회와 죄책감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당신은 이 둘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고통스러워만 할 뿐입니다."






 "...왜지?"







 "왜냐하면 이데아 당신은... 슬픔이 결여되어 있었으니까요."






슬픔이... 결여되...?







 "슬픔...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 감정 중 하나. 당신은 이제껏 슬픔을 모르고 살아왔던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말이 당신의 슬픔을 각성 시킨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에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왜, 아이들에게서 슬픔을...?"







 "그 이유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냐, 됐어. 알 것 같으니까."






부모가 없는 어린아이들






마치 내 어린 시절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부모가 살해되고 멘션에 길러진 어린 시절.






고로 어린 시절의 기억 따위는 없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 아이들에게 나의 어린 시절을 비춰 보았기에






난 차마 쏠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뺏어가지마, 내 가족."






...지키고 싶었다.







 "우린 이제 와서야 간신히 행복을 얻었어. 각자 시련과 슬픔이 있었지만 이제서야 간신히 일상을 되찾았다고! 그런데... 너같이 정체도 모르는 녀석에게 우리의 행복을 빼앗길 것 같아?"






나와 다르게 행복이란 걸 얻은 자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면...






나도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난 그저......







 "'행복'이란 걸 바랬던 것 뿐일까?"







 "...당신이 낸 결론이 곧 답이 될 겁니다."







 "내가 없는 걸 가진 아이들이 부러웠어. 그래서 지키고 싶었어. 지켜서 더 보고 싶었어."






하지만...







 "부수고...말았어..... 내가... 너무 나약해서...... 나만 아니었어도......부숴지지 않았을 텐데..."







 "...눈물이 흐르는군요."






 "그것이 슬픔입니다."



















 "맥주 한 캔은 언제 마셔도 양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래? 난 충분하던데."







 "그래서, 눈물은 다 흘리셨습니까?"







 "......응."







 "그래서, 좀 괜찮아지셨습니까?"







 "뭐가...?"







 "후회와 죄책감 말입니다."







 "아아... 아니 전혀. 아직도 나를 옥죄는 것 같아."







 "그렇습니까..."







 "그래도... 그냥 짊어지고 가기로 했어."







 "괜찮으시겠습니까?"







 "응, 내가 저지른 죄니까. 끝까지 안고 갈 거야."







 "평생 후회와 죄책감을 안고 살겠다. 그러나 절망하지는 않겠다...그것이 당신의 해결책이군요."







 "고마워, 슬픔을 알려줘서."







 "감사 인사는 아이들에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런가? 그래도 당신이 아니었으면 평생 몰랐을 거야."







 "...어디 가시나요?"







 "떠나야지. 문제가 해결 됐으니. 이걸 해결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사실 이데아 씨를 부른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뭔데? 하나 정도는 들어 줄게."







 "정말입니까? 이거 참 기쁘네요. 이거 받아주십시오."







 "...명함?"







 "행복을 바라보기만 하고 얻지 못하는 건 너무 안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일해보시겠습니까, 이데아 씨?"













 "......풋."






역시 맛이 간 남자다.






떠나는 여자를 이런 식으로 붙잡다니.






이러면... 떠나기 미안해지잖아...







 "물론 강요는 아니니 천천히 생각하셔도..."







 "내일부터 나오면 되는 건가요, 르네 님?"







 "...갑자기 존댓말을 쓰시는군요?"







 "이젠 대표님...즉, 제 주인이시니까요. 메이드 이데아, 정성을 다해 르네 주인님을 모시겠습니다."







 "어...하하, 이런 건 생각 못했는데... 어쨌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이데아 씨."







 "네, 르네 님."











누구에게나 그런 상황이 있다.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






만약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진다면






백이면 백 돌아가겠다고 하겠지.






하지만 난 돌아가지 않는다.






나의 이 후회를 안고 살아가겠다.






때론 절망할 수도 있지만 견뎌내 보이겠다.










그럼에도 꽃은 언젠가 반드시 아름답게 피어날 테니까.


















Memoria's Note - 꽃의 장 End

이데아와 비올레의 과거 이야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서로 오해를 하고 있는 둘이 싸울 일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