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결산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몇 편 못 쓰긴 했는데..


1. 어른이 된다는 것


특모네상스 대회로 시작한 한 해, 글 쓰면서 어렸을 때는 참 부모님이 족쇄 같은 역할이었다고 생각하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어른이 돼서 생각해보니까 부모님들의 말들이 족쇄가 아니라 날 받쳐주는 지지대였다는 걸 깨달았었어서 그런 내용의 대담을 모네랑 관리자가 나누는 형태로 글을 썼는데, 중간에 개드립 쓰는데 힘을 더 쓴 거 같음 ㅋㅋ


여담으로, 저 글로 수상해서 대회 주최자한테 헌정 야설을 쓰려고 했는데, 주최자가 무조건 모네 지금 그 상태로 써달라고 해서, '아직 덜 성장한, 하지만 존재감은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탄탄한 가슴을 조심스럽게 만지자 조금은 놀란 듯, 수줍음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모네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같은 내용으로 쓰다가 뭔가 현타 와서 다 쓴 글 몇 번 날리다가 군대로 끌려갔었음;;


2. 비가 온 뒤엔, 땅은 굳기 마련이죠.


개인적으로 원래 밝은 성격인 사람이 아니라, 불행한 과거가 있는데도 밝은 사람은 과거에 더 얽매여 있기 때문에 억지로 더 밝은 사람인 것 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대시를 과거에 얽매여 있는 캐릭터로 정하고, 과거에 연연하는 것 처럼 말하지만 현실에서 투쟁하면서 더 나은 어른이 되려고 하는 리타를 현재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정하고, 그 두 사람의 기억이 비가 온 뒤에 단단해진 땅으로 삼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호라이즌을 미래를 상정하는 캐릭터로 정하고 플롯을 짠 스토리였음. 


전반적인 내용은 어니스트 해밍웨이의 명언인 '세상은 아름답고 싸울만할 가치가 있다'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는 대시와 그런 세상과 싸워오는 리타,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보며 인간성을 이해하는 호라이즌이라는 내용을 담아서 글을 써서 개인적으론 가장 만족스럽게 써진 글이었던 거 같음.


개인적으로 카사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플롯이었던 만큼 여운이 많이 남을 수 있도록 문장이나 대사를 최대한 고심해서 썼었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흠이었던 게..


3. 블랙 기업에서의


군대 훈련소 다녀와서 처음 썼던 창작글인데.. 그 때 훈련소에서 만난 동기들 중에 중소기업 다니는 산업요원들이 되게 많았었음. 그 친구들의 거친 말투랑 거센 억양 속에 숨어있는 고통과 슬픔에 좀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쓴 내용이었던 거 같음.


야설이라고 썼지만, 사실 야설 파트는 별로 안 중요했다는 게 함정..


4. "란.. 란녕하세요.."


이건 훈련소에 있을 때 야간 당직 서면서 썼던 단편인데, 콘 문학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서 써 본 대본 형태의 글이었음. 


그리고.. 콘문학 다작하는 사람들 대단하다는 사실만 새롭게 깨닫는 시간이 되었지..


5. 이과녀의 문학전집 -1-, -2-, -3-, -4-, -5-


갑자기 삘 받아서 왁! 하고 썼던 상위 1% 능지의 이윤정과 하위 1%의 눈치를 가진 이지수의 기적적인 만남! 언터쳐블! 같은 느낌으로 썼던 콘 문학 연작, 사실 더 쓸 내용이 있었는데 저 때 하루 만에 5편 막 쓰고 지쳐서 한 동안 손 안 댔더니 그 후의 플롯들이 기억이 안나더라..


참고로 이윤정이 자기 전공 얘기 할 때만 안경 벗은 삐까삐까한 콘으로 얘기하는 건 훈련소에서 만났었던 물리학과 대학원 생 형을 모티브로 따온 거임, 그 형도 평소엔 맹~ 하다가 물리 얘기만 나오면 마치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처럼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거든, 그런 순수한 열정이 부러웠음.. 나도 저렇게 이 학문이 좋아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지.. 라는 생각도 들고..


이지수를 상대역으로 고른 건 가장 능지가 나쁜 캐릭터라는 것도 있고, 예전에 대학원 들어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겼던 여친이 딱 그런 스타일이었어서 골랐었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선 전혀 모르지만,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좋아하려고 했던 무조건적인 이해자였는데.. 지금도..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음..


6. 카운터사이드


저 때 N 행시 대회랑 교수님 대회 같이 하길레 N행시 구상하다가 '카운터사이드로 N행시 하면.. 드를 뭐로 끝내야지? 드..브로작?' 이래서 우리 교수님이 좋아하던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랑 엮어서 썼었던 N행시였음. 


..저걸 시라고 해도 되는 건지는 의문이지만 시적 허용이라고 합시다!


7. 호기심의 대가


이건 정식 교수님 대회 출품작으로 썼던 건데, 교수를 셜록 홈즈의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랑 한니발 렉터의 한니발 박사를 모티브로 따와서 글을 썼었던 거 같음. 실제로 양 영화와 드라마에서 오마쥬한 내용들이 많았었지..


첨에는 관리자와 대담하는 내용이었는데, 쓰다보니까 '교수가 비마왕치곤 위상이 높긴 한데, 그렇다고 관리자가 전면에 나설 급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급 선회 했었던 기억이 나네..


참고로 호기심의 대가는 나유빈이 치른 호기심의 댓가라는 의미도 있고, 호기심의 대가(大家)인 교수를 의미하는 이중의 의미를 담아서 썼었음!


8. 여러분의 한 해는 어땠나요?


올 해 마지막으로 쓴 창작 글이자 몇 시간 전에 다 쓴 창작 글..


사실 올해 하반기는 나한테 굉장히 힘들었음.. 12월에 퇴근을 3일밖에 못 했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져.. 심지어 그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를 실패의 연속이었어서 개인적으로 현타도 굉장히 심하게 왔었음.. 


그런데 한 해를 돌아보니까, 결국 내가 하고 있던 일들은 조금씩 진전이 있었고, 내가 지나온 길은 다시 지나가기에는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더라고, 그래서 쓰게 된 글이었음.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고, 그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어도, 결국 그게 여러분의 미래로 나가는 길에 더 큰 힘을 실어줄 일들이라고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었거든.


Each cloud has a silver lining라는 말이 있듯이, 카붕이들의 미래에 가장 어둡고 어려운 일에서도 항상 희망과 미래를 같이 동반하길 바래!




이상으로 몇 개 안 되는 창작 글로 주구 장창 떠들어 대는 언럭키 박찬호의 글을 마치겠슴다! 뭔가 뭔가 아이디어는 많았는데 막상 쓰고 보면 별로 맘에 안 들어서 갖다 버린 글들이 좀 아쉬웠던 한 해 였던 거 같네..


내년에는 더 많은 창작들로 카네상스를 이끌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