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그라운드 원 도시관리국에서 안내드립니다. 훈련 상황입니다. 현재 B-4 구역 XX백화점 근방의 CSE 레벨이 2로 상승. 민간인 여러분은 현장을 통제하는 태스크포스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대피해 주시기 바라며, B-4 구역 관할 태스크포스는 1종 및 2종 침식체의 요격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훈련 상황입니..."
"팀장님! 지금 B-7 구역 CSE 레벨이 1.75까지 올랐는데요?! 분당 0.025씩 상승 중입니다!"
"하아...씨발..."
늘상 하던 훈련경보 발령 중 들려온 말이다. 사실 그라운드 원에서 CSE 레벨 2 정도는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이렇게 훈련경보 중에 일이 터지면 짜증난다. 이거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B-7 구역. 연결되었습니다."
인상을 구기며 계기판을 조작하자, 투박한 기계음이 마이크가 B-7 구역 경보기로 연결되었음을 알린다.
"훅-훅- 그라운드 원 도시관리국에서 안내드립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B-7 구역의 침식파 밀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 추세로 볼 때, 곧 카운터사이드 이펙트 경보가 발령될 예정입니다. 민간인 여러분은 현장을 통제하는 태스크포스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대피해 주시기 바라며, B-7 구역 관할 태스크포스는 1종 및 2종 침식체의 요격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B-7 구역의 침식파 밀도가..."
초기경보를 끝내고, 화면에 도시의 지도가 떠오른다. 큼지막하게 반투명한 B-7이 적힌 곳 바로 아래쪽에 침식파를 보여주는 빨간 얼룩이 천천히 짙어진다.
"B-7 관할 누구야? 지금 따로 다이브같은 거 안 들어간 태스크포스 다 추려서 띄워봐."
"넵."
"5개...충분하네. 셋만 보내지 뭐. 그래도 나머지 둘 미리 확인해두고."
"도시관리국에서 요청합니다. 현재 B-7 구역 침식파 밀도가 1.75에서 점진적 상승 중이니 관리국과 계약된 B-7 구역 관할 스틸 레인, 블랙 타이드, 페넥 폭스 산하 태스크포스는 지금 즉시 관리 구역으로 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간단한 설명 후 단체 지원 요청을 보내자, 재빠르게 수락한다는 통신이 들어왔다. 하긴, 이들은 대부분 비 카운터 용병들이라 고등급 침식재난엔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이브나 이런 자잘한 의뢰가 주요 수금원이다. 고작 2단계 침식재난이면 이 정도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할 것이다.
물론 만약 침식파 밀도 상승치가 줄지 않거나, 만약에라도 오히려 더 빠르게 올라간다면 당장 적색경보를 때려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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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침식파 밀도는 2.01에서 더 오르지 않았고, 따라서 추가 경보 및 모니터링(=야근)은 필요 없었다. 진압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참여한 태스크포스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불하고,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복구 작업을 최대한 천천히 투입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근무 시간이 끝난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사람에게 훈련경보를 짬 때릴 수 있었다.
"강팀장님, 아까 낮에 CSE 2레벨 터져서...훈련경보 마무리를 못했거든요. 대신 좀 부탁드릴게요."
"아...네. 뭐 어쩔 수 없죠."
안 그래도 별로 좋지 못했던 표정이 그 말을 듣자 더욱 나빠졌지만, 내 알 바는 아니다. 내가 농땡이 피우다 못한것도 아니고, 일 터져서 그거 수습하느라 못한건데 뭐. 꼬우면 자기가 8시 16시 했어야지.
"그럼 수고하세요~"
B 구역 관리국 상황실은 기본적으로 하루를 3등분한다. 0시 8시, 8시 16시, 16시 0(24)시. 당연히 항상 고정은 아니고, 도합 6개 팀이 격주로 쉬면서 돌아가며 시간대를 맡는다. 이번주 강팀장 정도면 양반이다. 훈련경보를 짬 맞긴 했지만 자정엔 퇴근이니까. 김팀장은 시간대 꼬여서 지지난 주 이번주 다 0시8시라고.
물론 적색경보 이상이 터지면 시간대고 구역이고 그딴 것 없고, 관리국 근무자 전원이 긴급 출동하고 상황 종료까지 퇴근도 못한다. 잠도 상황실 바깥에 대충 마련된 수면실에서 쪽잠을 자며 버틴다. 몇달 전 제프티 바이오테크에서 4종 브리트라가 쏟아져 나왔을때는 절로 좆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순식간에 반응이 사라졌고, 다행히 이미 퇴근했던 나는 다시 출근하는 불상사를 겪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그때 근무 김팀장이었던 거 같은데. 진짜 불쌍하네. 우리 구역에서 터진 일은 아니라 다 떠맡진 않았겠지만서도.
삐리릭-
도어락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따스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뭔 놈의 바람이 그렇게 부는지, 4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버스 정류장에서 서 있는동안 진짜 얼어 죽을 뻔했다. 진짜 목도리라도 두르고 다녀야하나.
불을 켜자 내 조그만 집 거실이 환하게 밝혀진다. 옷을 대충 갈아입고 소파에 주저앉아서 티비를 켜니, 어제 보다가 끈 뉴스 채널이 나온다.
"금일 오전 10시 경 B-7 구역에서 2단계 침식 재난이..."
아는 내용이다. 채널을 돌리자, 영화 채널이 나온 지 20년도 넘은 옛날 영화를 방영하고 있었다. 저게 처음 나왔을 때 극장에서 부모님과 본 영화지만, 열 살 남짓했던 난 보다가 잠든 기억이 있다.
"아 맞다. 성묘 가야하는데."
부모님 기일이 한 달도 채 안 남은걸 기억해낸 난 휴대폰에 장 볼 계획을 세우고 목록을 메모장에 저장했다. 작년에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갑자기 일이 터져서 성묘가 늦어버렸다.
이제 막 서른이 된 내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유는 별 거 없다. 20년 전에 처음으로 침식 재난이 터졌고, 아이러니하게도 대전쟁이 끝나고 난 뒤 고작 CSE 레벨 2 재난에 돌아가셨으니까. 그래서 난 사실 원래는 태스크포스에서 일하는 카운터가 되고싶었다. 물론 카운터는 되고 싶다고 각성하는것이 아니고, 당연히 나에게 카운터워치는 오지 않았다. 비 카운터도 단련하고 강화복을 착용하면 태스크포스 근무가 가능하지만, 웃기게도 난 총질에도 소질이 뒤지게 없었다. 사격은 절반 맞추면 다행인 수준에, 체력 검정하다가 기절할 뻔했으니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온갖 대 침식전 교범이니 지침서니 하는 것들은 죄다 섭렵해서, 공부로 관리국에 취직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니 3분의 1 정도는 꿈을 이룬게 아닐까.
"지금도 별로 재미는 없네."
기왕 나오는 거 옛날 추억이라도 살려보려고 끝까지 다 본 영화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다지 잘 만들었다고 하긴 힘든 영화였다. 어린 내가 보다가 잠들만 했다고 느낄 정도로. 슬슬 배가 고파져서, 난 기지개를 켠 뒤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는 반찬 만들어두는 걸 깜빡한 나머지 텅텅 비어있었고, 밥을 하기에는 귀찮아서 그냥 라면을 꺼내서 끓여먹기로 했다. 그나마 계란은 많이 쌓아두는 편이라, 계란을 두 개 까넣은 라면을 들고 조그만 식탁에 앉은 나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대충 오늘의 기사를 훑어보자 오전의 침식재난 말고는 딱히 눈에 띄는 기사는 없었다. 연예인 중 하나가 스캔들이 났다는데,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스크롤을 내렸다. 그 밑에는 짤막하게 요즘 새롭게 뜨고있다는 스트리머 아이돌 그룹이라는 뭔가 희한한 그룹에 대해 적혀있었다.
"하트...하트베리? 이건 또 무슨 컨셉이야?"
대충 4인조 걸그룹 비슷한 느낌인데...매니저를 제외한 멤버 전원이 카운터란다.
"그럼 나중에 우리 구역에서 일 터지면 '하트베리를 포함한 태스크포스 및 카운터는 즉각 출동해 주십시요' 뭐 이래야 되나?"
혼잣말을 하면서 피식 웃은 나는, 다 먹은 냄비를 싱크대에 집어넣고 물을 부었다. 설거지는 내일 하는 것으로 하고...10시가 넘었기에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어차피 침대에서 휴대폰 만지작거리다가 11시 즈음에나 잠들테니 그냥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내일은...별일 없었으면 좋겠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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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도 카운터도 아닌 일반인이 보는 작중 세계관을 보고 싶어서 써 봤는데 처음이라 좀 어색하네. 심심풀이라도 됐으면 다행임. 단순히 침식체 말고도 다이브 조난이나, 카운터 범죄나 써보고 싶은건 많은데...다음편은 나오겠지만 그게 정확히 언제일지는 모름 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