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얼룩 옷의 쥐잡이

외성 주민 : 촌장님.... 저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촌장 오닐 : 걱정 말게. 지휘관님 지시대로만 기다리고 있으면 괜찮을 걸세.

외성 주민 : 촌장님도 보셨잖아요. 수비대가 마을 사람들을 침식체라고 쏴 버리는 모습을.

외성 주민 : 지휘관님도...  이미 돌아가셨을지도 몰라요.

외성 주민 : 여기 숨어 있다가 더 위험해질 바엔 지금이라도 우리끼리 도망치는 편이...

촌장 오닐 : 우리가 살고 싶어서 여기 온 건가?

촌장 오닐 : 가족들 앞에서 침식체로 변해 날뛰다 비참하게 죽는 것보단.....

촌장 오닐 : 수비대에게 최후를 맡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제 발로 여기 온 걸세. 

촌장 오닐 : 그런 우리가 수비대를 믿지 않으면 살아남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나? 

외성 주민 : .....

외성 주민 : 살아 계실까요?

촌장 오닐 : 그러길 바라야지.


외성 주민 : 무... 무슨 소리죠? 뭔가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촌장 오닐 :쉿, 조용.

촌장 오닐 : ....

외성 주민 : 지, 지휘관님!

큐리안 : 대원들이 밖에서 대기 중이다. 대피로를 확보해 뒀으니 모두 밖으로 나오도록.

촌장 오닐 : 죄송합니다만, 지휘관님.

촌장 오닐 : 저희 눈에 보이는 지휘관님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이 늙은이에게 확인시켜 주시겠습니까?

큐리안 : ...

큐리안 : 내가 처음 이곳 외성에 왔던 날. 촌장은 날 배반자라며 재판에 세우려 했었지.

큐리안 : 하지만 다음날 아침, 침대 옆에는 찐 감자가 있더군. 아주 맛있었어.

큐리안 : 나중에 피터에게 들었지만, 그렇게 흐물흐물해질 만큼 감자를 찌는 건 촌장뿐이라더군.

큐리안 : 난 아직 그 때의 빚을 갚지 못했다.

큐리안 : 오늘 그 기회를 주지 않겠나? 모두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 주지. 

촌장 오닐 : ......

촌장 오닐 : 다들 서두르게. 아이들부터 먼저 챙기고.

외성 주민 : 네.. 네!

촌장 오닐 :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촌장 오닐 : 지휘관님이 계신 1년 동안, 저희가 더 많은 빚을 졌습니다.

피터 : 모두 이쪽 샛길로 오세요. 저희가 엄호하겠습니다.

와트 : 비탈이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비비안 : 세 사람씩 천천히. 질서 없이 움직이면 놈들의 눈에 띈다.

촌장 오닐 : ... 모두 빠져나왔습니다. 제가 마지막입니다.

큐리안 : 협조해 줘서 고맙다. 이제부터 여긴 우리 수비대가 맡지.

큐리안 : 장교님께선 주민들과 함께 가십시오. 

지리에 익숙한 사람들이니 숲에서 길을 잃진 않을 겁니다.

비비안 : ....알겠다. 뒤는 맡기마.

촌장 오닐 : 다들.... 부디...... 살아남으십시오.

큐리안 : 약속하지.


와트 : 망할. 벌써 들켰나?

수비대원 : 전방에 대형 침식체입니다!

피터 : 1종 다수 확인! 양쪽으로 우회해서 옵니다! 빨라요!

수비대원 : 말도 안 돼. 침식체가 우회 공격이라고요?

큐리안 : 당황하지 마라!

큐리안 : 침착하게 좌측부터 공략해! 전방의 대형은 나와 1번 분대가 맡겠다!

와트 : 우측에서 오는 놈들은 어떡합니까?


우측은 내가 맡지.

와트 : 대, 대장님?!

피터 : 대장님! 살아 계셨습니까?

피터 : 지휘관님께서 그림자에게 당했다고 하셨는데...

엘라 : 당하긴 했지만, 아직 살아 있어.

엘라 : 피를 좀 많이 흘려서 잠깐 잠들었을 뿐이야.

큐리안 : 미안하군. 장교님을 구하는 데 집중하느라 미처 살피지 못했어.

엘라 : 괜찮아. 거기서 나에게 눈길 줬다가 당했으면 용서하지 않았을 테니까.

큐리안 :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겠나?

엘라 : 나 없이 막을 수 있으면 좀 쉴까?

큐리안 : 무리만 하지 말도록.

엘라 : 어련하시겠어.

수비대원 : 대장님께서 전선으로 복귀하셨다!

수비대원 : 이길 수 있어! 절대 물러서지 마! 끝까지 싸워라!

대형 침식체 무력화 확인!

측면의 기세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대열 정리하고 침착하게 대응해!


피터 : 대장님. 더 이상 적이 몰려오지 않습니다.

큐리안 : .....

큐리안 : 이상하군.

피터 : 네?

큐리안 : 이 침식체들을 불러들인 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큐리안 : 침식체의 대부분을 처리했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건..

큐리안 : ... 설마?

비비안 : 사방의 숲이 전부 비슷하게 생겼는데,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촌장 오닐 : 걱정 마십시오. 저희들이 오랫동안 다니던 지름길입니다.

촌장 오닐 : 이대로 가다 보면 곧 도시가...

촌장 오닐 : ...음? 

비비안 : 왜 그러지?

촌장 오닐 : 이상하군요.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던 부러진 나무가 보이지 않습니다.

외성 주민 : 촌장님, 이것 보세요. 저희가 방금 전에 부러뜨렸던 나뭇가지입니다.

외성 주민 : 믿기지 않지만... 같은 곳을 맴돈 것 같아요.

촌장 오닐 : 그럴 리가..


다들 괜찮나?!

촌장 오닐 : 음? 지휘관님?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큐리안 : 걱정이 되어서 왔다. 침식체들을 쓰러뜨렸지만 그림자가 보이지 않더군.

큐리안 : 여긴 아직 아무 일 없었나?

비비안 : ...

촌장 오닐 : 네, 그림자는 물론 침식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촌장 오닐 :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숲에서 길을 잃은 것 같군요.

큐리안 : 그래. 늦지 않아 다행이군.

큐리안 : 걱정 말도록. 함께 침착하게 길을 찾아 보지.

비비안 : 지휘관?

큐리안 : 네, 장교님.

비비안 : 귀관은 오른팔이 부러져서 그 손으로 총을 쓰기 힘들지 않았나?

큐리안 : 괜찮습니다. 큰 부상도 아니었고, 어느 정도 나았으니까요.

비비안 : 거짓말이야. 사실 부러진 건 왼쪽 팔이다.

큐리안 : .......

비비안 : 네가 노리는 건 애초에 이쪽이었군.


한나 : 아아, 아직 힘을 다루는 요령이 모자라나?

한나 : 원래 쓰던 카모플라주 슈트였으면 절대 안 들킬 자신 있었는데.

한나 : 방해하면 어떡해요, 래시포드 씨. 의지하게 만든 다음 다 죽여 버리려고 했단 말이에요.

비비안 : ... 빌어먹을 자식.

한나 : 자, 그럼 눈치 없게 끼어든 대가를 치를 차례예요.

한나 : 물론 얌전히 당하진 않으실 거죠? 

제가 괴롭히는 동안 마음껏 발버둥쳐 주실 거죠? 네?

한나 : 아야.


수비대원 : 장교님에게서 떨어져라, 망할 그림자놈!

비비안 : 안 돼.....! 멈춰!

수비대원 : 끄헉..!

한나 : 흐음... 이제 약골들 죽이는 걸론 별 감흥도 안 오네요.

촌장 오닐 : 네 이놈!

한나 : 네? 저요?

촌장 오닐 : 네가 사람들을 그렇게 해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한나 : 병든 노친네 주제에 절 쏘려고요? 방아쇠나 제대로 당길 수 있겠어요?

촌장 오닐 : 평생사냥꾼으로 살아온 몸이다! 너에게 한 방 먹이는 건 일도 아니지!


큐리안 : ...

큐리안 : 쿨럭.......!

비비안 : 지......지휘관?

촌장 오닐 : 이럴 수가.. 나, 나는 분명 저 괴물을 쐈을 텐데.....?

한나 : 어라?

한나 : 아하하하하하!!

한나 : 래시포드 씨를 쐈을 때의 반응을 보고 싶었는데, 의외의 녀석이 대신 맞아 줬네.

한나 : 아, 바로 이거야. 이런 재미있는 변주가 있어 줘야지.

비비안 : 지휘관! 어째서.....어째서 내 대신 총에 맞은 거냐......!

큐리안 : 괜찮으신 것 같아.. 다행이군요.

비비안 : 다들 귀관만 믿고 있었어! 그런데 왜 날 지키겠다고....!

큐리안 : 저는..... 오래 전 모든 걸 잃었습니다.

큐리안 : 앞으로 남은 날도.... 그리 많지 않죠. 

비비안 : 잠깐만, 지휘관. 출혈이 너무 심해.

비비안 : 붕대..... 붕대가.....

큐리안 : 하지만 장교님께선... 아직 이뤄야 할 게 많으시잖습니까?

비비안 : 빌어먹을! 헛소리 하지 말고 버텨!

비비안 : 명령이다! 20년 전에도 운 좋게 살았다고 했잖아!

큐리안 : 부디..... 살아남으십시오.

비비안 : 큐리안...? 정신 차려, 큐리안!!

비비안 :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 귀관의 계획이 아니잖아!

한나 : 총 한 방에 죽어 버리는 인간이 S급 카운터일 리 없잖아요?

한나 : 그 사람은 오래 전에 죽었어요. 엘리시움의 최고 단원과 동귀어진하는 대신, 

성유물을 망각 속에 묻어 버렸거든요.


비비안 : 네가... 그걸 어떻게?

한나 : 아아, 그렇군요.

한나 : 성유물을 찾으러 갔을 때 당신이 그 남자에게 성유물에 대해 물었던 것도...

한나 : 그 남자를 큐리안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군요.

한나 : 오랫동안 같이 일한 저에게도 비밀로 하다니, 조금 배신당한 기분이랄까요?

비비안 : .......

비비안 : 너...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거냐?

한나 : 네?

비비안 : 내가 알던 한나라는 여자는 순진무구하고 호기심 많은 과학자일 뿐이었다.

비비안 : 그런데 넌 대체 뭐지?

한나 : ・・・ 어라?

비비안 : 고작 사람들이 괴로워하며 죽는 꼴이나 보자고...... 그 악기를 찾은 건가?

비비안 : 그딴 짓을 하는 네가.......! 그림자와 다른 게 대체 뭐냔 말이다!

한나 :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저는 그저 "버려진 형제"들을 위해 악기의 힘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한나 : 그리고 제 원래 이름은 한나가 아니라...

한나 : 그러고 보니 내 이름... 뭐였더라?

한나 : 크윽...?!


저쪽이다! 저쪽에서 장교님이 그림자 놈과 함께 있다!

그림자를 저지해! 장교님을 해치게 두지 마라!

한나 : 그림자...?

한나 : 아니야..... 난 그림자 따위가 아니야...............

한나 : ..... 아니라고!!!


...

비비안 : 사라졌어....?

피터 : 지휘관님! 눈 좀 떠보세요!

와트 : 망할...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

엘라 : ...늦었어. 숨을 쉬지 않아.

피터 : 대장,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휘관님이 죽을 리가 없잖아요!

와트 : 맞습니다, 대장님! 침식병으로 죽었으면 죽었지 이런 식으로 죽을 사람은 아니라고요!

촌장 오닐 : .....

촌장 오닐 : 내가 쐈네. 전부 내 탓이야.

와트 : 촌장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피터 : 촌장님이 지휘관님을 쏘다니요? 대체 왜?

비비안 : 그를 탓하지 마라.

비비안 : 그림자의 농간에 속은 거다. 촌장은 그림자를 쏘려고 했을 뿐이야.


촌장 오닐 : 아니야.

촌장 오닐 : 내가 장교님을 쏘려고 했어. 그걸 지휘관님이 막으려다....

촌장 오닐 : 다 내 잘못이야. 놈의 속임수인 게 뻔했는데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니 그만..

엘라 : .......

엘라 : 장교님, 놈이 어디로 갔는지, 보셨습니까?

비비안 : 한나는......

비비안 : 아니, 그 괴물 녀석은 성유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고 했다. 

아마도 악기의 기억을 통해 알아낸 거겠지.

아마 그곳으로 향했을 거야.

엘라 : 놈은 성유물까지도 노리고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와트 : 그렇다면 성유물은 어디에 있다는 거죠?

비비안 : 놈이 말했다. 진짜 큐리안은 성유물을 지키기 위해 그림자와 동귀어진했다고.

비비안 : 우리가 찾은 악기가 그림자의 것이라면, 성유물도 같은 곳 어딘가에 있겠지.

엘라 : 저희가 그 거대한 침식체를 파묻었던 곳이로군요.

비비안 : 그래. 하지만 우릴 유인하기 위해서 한 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엘라 : 함정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그게 유일한 단서입니다.


수비대원 : 진짜 제라드 큐리안이라고?

수비대원 : 그럼 저희가 따르던 지휘관님은 누구란 겁니까? 

피터 : 정체 같은 건 아무래도 됐잖아요!

피터 : 우리가 따르던 분이라고요! 어떻게라도 살려내야죠!

와트 : 피터, 그만해. 이미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어. 

비비안 : ......

엘라 : 아니. 확실한 건 아니지만....

엘라 :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와트 : 정말입니까? 대장이 의사라곤 하지만 그건 좀.....

피터 : 그게 뭔데요? 말씀해 주세요, 대장님!

엘라 : 래시포드 장교님.

엘라 : 장교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비비안 : ..... 말해봐라


3-2 쥐를 쫓는 화살


한나 : 내가 .....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내가 대체 왜 사람들을.?

한나 : 웁...! 우웁.....!

한나 : 이상해....어서 성유물을 찾아서... 형제들에게 돌아가야.

메디우스 : 아아, 시시하네. 제일 재밌을 때 엄살 떨면서 도망치다니. 

한나 : ... 뭐, 뭐야? 방금 누가 말한 거야?

메디우스 : 벌써 잊었어? 네가 날 깨웠잖니?

한나 : 엘리시움.....?

한나 : 아냐, 아냐, 아냐! 그럴 리 없어! 넌 큐리안에게 격퇴당했잖아!


메디우스 : 왜 이래. 내 핵을 깨워 준 건 너잖아.

메디우스 : 상대가 관리국 녀석들이었으면 큰일날 뻔했지. 

그 때는 놈이 우릴 잘 몰라서 다행이었어.


한나 : 내가.. 널 깨웠다고?

메디우스 : 그럼 형제들이 가르쳐 준 방법이 정말 "억제법"인 줄 알았어?

메디우스 : 아아, 불쌍한 한나. 그런 빈말만 믿고 날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다니.

한나 : 도..... 도로 가져 가.......

한나 : 이딴 힘, 그냥 가져가 버려! 난 이런 힘을 원한 게 아니야! 내가 원하던 건.....!

메디우스 : 오. 오. 오. 그 이상 말하지 않아도 돼.

메디우스 : 세상을 지킨답시고 죽을 고생을 했는데 아무도 안 알아 주는 게 싫었던 거잖아?

메디우스 : 그래. 갚아 줘야지. 너희들을 희생시킨 자들에게.

한나 : 어떻게.......네가 그걸...

메디우스 : 쿠흡.....! 쿠흐흐흐흣!

메디우스 : 그걸 궁금해할 때가 아니지, 한나아~

메디우스 : 가만 있으면 네 몸은 더 이상 네 게 아니게 돼 버릴 텐데에~

한나 : 아... 안 돼..... 멈춰!! 멈추라고!!

한나 : 꺄아아아악!

메디우스 : 뭐야? 화살?


엘라 : 혼자서 뭘 주절주절 떠들고 있지? 그림자?

메디우스 : 너...? 아직 살아있었어?

엘라 : 네 공격이 너무 약해서 깜빡 잠들었지 뭐야?

엘라 : 그래서, 원하던 물건은 찾았나?

메디우스 : .......

메디우스 : 쿠흡............!

메디우스 : 아하하하하하!!!

메디우스 : 그래서 뭐야? 날 이겨 보겠다고 여기까지 찾아 온 거야?

엘라 : 그건 해봐야 아는 거겠지.

메디우스 : 아. 그래. 복수하러 온 것치곤 꽤 무덤덤해 보이는데.

엘라 : 맞아. 그런 쪽으로는 예전부터 둔했거든.

엘라 : 워낙 긴장이라는 걸 못해서 남들 다 떨어진다는 수술 실기도 쉽게 통과했지.

엘라 : 그래서 애초에 난 그런 사람이란 걸 받아들이고, 

감정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기로 했어.

엘라 :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어도, 친절한 행동을 하면 다들 내 마음을 이해해 줬으니까.

엘라 : 그래서 이번에도 보여 주려고 해.

엘라 : 네가 내 감정을 이해할 때까지......

엘라 : 행동으로 표현해 주지.


메디우스 : 오. 그렇구나. 전두엽을 망가뜨린 실험체들도 너랑 비슷하게 굴던데.

메디우스 : 좋아요, 환자 분. 그럼 이건 어때요?

메디우스 : 네가 좋아하는 인간을 네 손으로 죽여 보는 거야.

큐리안 : 상상만 해도 가슴이 막 울렁거려서 미칠 것 같지 않아?

엘라 : 하.

엘라 : 덕분에 조금 위안이 되네.

큐리안 : 뭐?

엘라 : 내가 적어도 그림자보단 사람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

엘라 : 지금 네가 한 짓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엘라 :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 줄게.



( .... )

피터 :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비비안 : 떨지 마라. 지금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은 귀관뿐이다.

피터 : 네.... 그럼 어디 한 번 해 보자고요.

피터 : 실례하겠습니다, 지휘관님.

엘라 : 난 지금부터 그림자를 쫓아가서 시간을 끌 거야.

엘라 : 피터, 너는 장교님을 도와서 절개 수술을 진행하도록 해. 

피터 : 저, 절개 수술이라고요?! 제가요?!

엘라 : 그래. 오랫동안 내 조수를 맡아 온 너라면 할 수 있어.

피터 : 엘라 대장님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피터 : 수술을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죠?

엘라 : 그때 우리가 수술실에서 지휘관을 어떻게 치료했지?

피터 : 가슴 한가운데에....무기가 박혀 있었죠.

피터 : 신경과 거의 맞닿았던 데다가, 지휘관님 상태가 안 좋아서 

그대로 뽑으면 출혈을 못 버티고 죽을 것 같았어요.


비비안 : 무기가 박혀 있었다고....? 그럼 그건 어떻게 했나?

엘라: 돌출부만 제거하고 경과를 관찰해 왔습니다. 다행히 거부반응은 나타나지 않더군요.

비비안 : 그렇다면..


큐리안 : 제가 기억하는 과거의 단편에서, 저는 제 손으로 부관을 찔렀습니다.

비비안 : 자신의 부하를....? 어째서지? 그가 성유물을 탐내고 배반이라도 했나?

큐리안 :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반대로 성유물의 정체를 알던 제가 부하를 배반한 것일지도 모르죠. 

비비안 : 그림자와 동귀어진하기 전에, 성유물은 이미 큐리안의 손을 떠났었다는 건가?


...

엘라 : 네. 자신의 부하에게.... 조금은 터프한 방식으로 성유물을 맡긴 셈이죠.

엘라 : 저도 지금까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장교님의 얘길 듣고 나니 얼추 아귀가 맞아 떨어지더군요.

비비안 : .....

비비안 : 하지만 지휘관은 평범한 인간이다.

비비안 : 그 파편이 진짜 성유물이라고 해도, 그게 지휘관을 살릴 수 있다는 근거가 되진 않아.

엘라 : 지휘관이 카운터였다면 저도 이런 제안을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엘라 :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심장을 꿰뚫린 채 20년 동안 침식지대를 떠돌았다는 건...

그의 몸 안에 기적이 깃들지 않는 이상, 설명이 불가능하죠.

비비안 : ....

피터 : 장교님.

피터 : 보세요. 되게 건드리기 싫은 데 있죠?

비비안 : 이건...

비비안 : 정말 여기에 있었던 건가.....?


...

엘라 : 크윽....!

큐리안 : 쿠흐흐흐흣! 아까부터 도망만 다니고 뭐 해?

큐리안 : 설마 죽게 생겼으니까 갑자기 무서워지기라도 했어?

엘라 : ...

엘라 : 그럴지도 모르지.

엘라 :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져서 일그러진 네 낯짝을 못 볼 테니까.

큐리안 : 아. 아. 허세는 안 통해.

엘라 : 크윽... 하...

큐리안 : 왜 그래? 설마 총알 몇 발 맞았다고 징징거리는 거야?

엘라 : 울고 싶어지긴 했어. 그림자의 힘이 그깟 총알보다 약할 줄이야.

큐리안 : 너...

메디우스 : 여기까지 와서 한다는 게 고작 도발이야?

엘라 : 그래.

엘라 : 내 역할은 이걸로 충분하거든.


비비안 : ... 됐어.

비비안 : 동력이 연결됐다! 다시 작동하고 있어!

비비안 : 병사! 상태는?!

피터 : 잠시만요! 강심제 주사했습니다!

피터 : AED는......!

피터 : .....

피터 : 장교님, 혹시...

비비안 : 맥박은....... 여전히 없군.

피터 : 그렇.. 습니까...?

피터 : 장치를 활성화시키면......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비비안 : .... 이미 죽었으니까.

비비안 : 기적을 바라기엔, 우리가 너무 늦은 걸지도 모르지.

비비안 : 병사, 엘라 대장이 어디로 간다고 했었지?

피터 : 장교님, 설마 여기서 포기하시려는 겁니까?

비비안 :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미 끝났다.

비비안 : 그러니 우리가 필요한 곳으로 가야지.

비비안 : 적어도 지휘관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해선 안 돼.

피터 : ... 알겠습니다.

피터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 바이크를 가져오겠습니다.

비비안 : .....

비비안 : 앞서 쓰러진 귀관의 이름이, 우리의 의지와 함께하길.


엘라 : 커윽...!

메디우스 : 쿠흐흐흐흣! 뱀처럼 이리저리 잘도 피하네?

메디우스 : 그런데 어쩌지? 방금은 다리가 부러진 것 같은데?

엘라 : .....

메디우스 : 왜 그래, 아직 기어서 도망칠 수 있잖아.

메디우스 : 튀어! 그 기분 나쁜 눈깔 뽑아 버리기 전에!

메디우스 : 아. 아. 저건 또 뭐야.

와트 :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엘라 : 와트...?

메디우스 : 후훗, 충실한 부하라...

메디우스 : 목숨 걸고 기다리던 게 겨우 저런 녀석이었어? 남자 복이 없구나?

엘라 : .....안돼, 와트.

엘라 : 여기로 오면 안 돼!

메디우스 : 그래. 올 필요 없어.

메디우스 : 내가 지금 그리로 갈 테니까!


와트 : .......

와트 : 지금이다! 전원 일제사격!

메디우스 : .........뭐?

메디우스 : 매복?!

메디우스 : 꺄아악.....!

와트 : 상대는 그림자다! 장전이 끝나는 대로 쉬지 말고 쏴 버려!

촌장 오닐 : 다들 쏴! 저 괴물에게 틈을 주지 마라!

와트 : 사격 중지.

와트 : 전원 장전 후 대기해라!

촌장 오닐 : ..... 죽은 건가?

와트 : 그래준다면 오죽 좋겠지만 말이죠.

메디우스 : 아야야...

메디우스 : 순 맹탕인 줄 알았더니 계속 맞으니까 좀 아프네.

메디우스 : 이제 내가 복수할 차례지?



3-3 우리의 땅

지켜야... 해. 

그걸 가져 가선... 안돼.


악기를 든 여성 : ..헉!

악기를 든 여성 : 지금 그 커다란 창으로 사람을 찌른 거야?

악기를 든 여성 : 어떡해~ 진짜 아프겠다~

큐리안 : ... 뭐라고?

부관 : 커헉......!

부관 : 큐리안...총사... 대장님.....

큐리안 : 데이빗........?

악기를 든 여성 : 오우. 목석처럼 굴면서 실은 조금 쌓인 거 아냐? 

저런 오빠를 나라고 착각하. 다. 니?

쿠흡......! 쿠흐흐흐흣!


큐리안 : ...뭐가 그렇게 재미있지?

큐리안 : 성유물을 빼앗고 싶다면 맞서 싸워라. 대체 왜 이런 짓까지 하는 거냐.

악기를 든 여성 : 아. 질문 진짜 고리타분하네.

악기를 든 여성 :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악기 좀 연주하겠다는데 다른 이유가 필요해?

큐리안 : ....

큐리안 : 잘 들어라, 허밋.

허밋 : ....!

큐리안 : 현 시간부로 너에 대한 내 모든 권한을 부관 데이빗에게 일임한다.

큐리안 : 그러니 지금부터 데이빗을 태우고 달려라.

큐리안 : 절대 멈춰선 안 된다. 우리 모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악기를 든 여성 : 응?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잘 안 들리는데?

큐리안 : ...

큐리안 : 건방 떨지 마라, 괴물.

큐리안 : 내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너만은 내가 용서치 않겠다! 

허밋 : .....


뒤를 부탁한다, 데이빗.

우리 모두를 대신해, 성유물을 지켜다오.


하지만 총사대장님.

저희는 가족을, 고향을.....

이제는 전우와 기억마저...모두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켜낸 성유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희망.

훗날 우리가 남긴 이름이, 살아남은 이들의 의지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희망을 전하는 거다.


...

수비대원 : 커윽............!

메디우스 : 아. 아. 벌써 죽어 버렸네?

메디우스 : 어휴, 시시해라.

메디우스 : 자, 다음에 붙잡힐 애는 누구려나?

와트 : 헉, 헉...............!

와트 : 저 자식, 아주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지껄이는군.

촌장 오닐 : 저 괴물... 죽기는 하는 건가?

와트 : 젠장, 그러게 괜히 오지랖 부리지 말고 도망치랄 때 도망쳤으면 좋았잖습니까.

촌장 오닐 : 멋대로 오해 말게. 우리가 살자고 무기를 든 줄 아나?

촌장 오닐 : 자네들을 버리고 가면 우리가 침식체가 됐을 때 

누가 머리에 총을 겨눠 주겠냔 말이야.

와트 : 그러고 보니 그것도 문제긴 하네요.

촌장 오닐 : 살아 봐야 내년에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게 우리 신세일세.

촌장 오닐 : 자네들 목숨값으로 구차하게 살아서 침식체가 될 바엔, 

저 괴물에게 한 발이라도 더 쏘고 죽겠네.

와트 : ...

와트 : 됐습니다. 누가 죽게 놔둔대요?

와트 : 어이! 아까 심어 둔 곳까지 몇 걸음이나 남았지?

수비대원 : 방금 오십 걸음 정도 지나쳤습니다. 

이쪽으로 유인하기만 하면 당장 폭파시킬 수 있습니다.


와트: 그렇단 말이지. 좋아.

와트 : 이쪽이다, 그림자! 어디 나한테도 덤벼봐라!

메디우스 : 그래? 내가 거기로 가 주면 좋겠어?

메디우스 : ... 싫은데?

와트 : 뭐야?! 어떻게....! 촌장님!! 도망쳐요!


촌장 오닐 : ..... 와트.

촌장 오닐 : 신세 많이 졌네.

와트 : 촌장님.....!

와트 : 이 개자식....!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메디우스 : 쿠흐흐흐흣! 걱정 마, 너희들 전부 연주해 줄 테니까!


와트 : 지금이다! 터뜨려!

와트 : 콜록.....! 먼지가.....!

와트 : 어디야? 어디로 갔지?

수비대원 : 와... 와트님.. ! 살려......!

메디우스 : 아. 아. 아. 그런 폭탄으로 죽을 줄 알았어?

메디우스 : 그런 얄팍한 수작은 다 알고 있었다구.

와트 : 으아아아!!

엘라 : 크윽.......?!

메디우스 : 쿠흡......! 아까랑 다르게 성급한 기습이네?

메디우스: 왜애? 행동으로 표현해 준다면서? 그렇게나 몸이 달아오르셨나아~?

와트 : 대장님.....!

엘라 : 큭...! 으윽.......!

메디우스 : 아하하, 그 잘난 목을 뽑아버리면 더는 재생도 못하겠지?

메디우스 : 꾸역꾸역 끈질기게 방해하는 것도 여기서 끝...

메디우스 : 꺄아아아악!!


지켜야... 해.

깨어나게 둬선... 안돼.


엘라 : 콜록...! 콜록.......!

와트 :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엘라 : 와트, 저건...?

와트 : ...저희가 파묻었던 그림자로군요. 하필이면 지금 깨어나다니.

메디우스 : 으으, 아프잖아..! 왜 날 공격하는 거야!

메디우스 : .....

메디우스 : .. 어라? 넌?


우리의 적을 막아.

사명을 지켜.


메디우스 : 쿠흐흐흣...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이야.

메디우스 : 오랜만이야, 큐리안 총사대장님.



3-4 우리의 형제

와트 : 어떻게 된 거죠? 그림자가... 왜 놈을 갑자기 공격하고 있는 겁니까?

엘라 : 그림자는 침식체와 마찬가지로 동족의식 같은 게 없어.

엘라 : 단지 생전 가장 강했던 집착을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것뿐이야.

와트 : 그렇다는 건, 저 그림자가 움직이는 이유도...


메디우스 : 쿨럭...........! 뭐가 이렇게 무식하게 세.........?


그림자를 막아.

그림자를 죽여.


메디우스 : 아하하핫, 큐리안. 네가 강하다는 건 알겠는데 말이야.

메디우스 : 침식체로서 넌 아직 알 껍질도 못 깬 풋내기라고. 내 연주를 거스를 순 없어.


엘라 : .....안 돼! 모두 도망쳐!

으아아악!!!

수비대원 : 2격대가... 순식간에 전멸하다니...

와트 : 뭐... 뭐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어. 왜 갑자기 저렇게 빨라진 거야?

엘라 : 저 녀석이 제어하기 시작한 것 같군. 우리 눈에 헛것을 씌워서 가지고 놀았던 것처럼.

와트 : 이거.. 저희가 이길 가능성은 있는 겁니까?

엘라 : ....미안해. 녀석이 다른 그림자까지 끌어들이게 될 거라고는 상정 못 했어.

메디우스 : 자, 이제 클라이맥스야.

메디우스 : 모두의 비명을 내게 들려줘, 큐리안.

와트 : 크윽.....!


...

와트 : ....뭐지? 나 아직 살아 있나?

메디우스 : 이 멍청이가! 뭘 빗맞히는 거야?!

메디우스 : 당장 저것들을 짓밟아 버리라고! 소용없어.

메디우스 : 응?

비비안 : 침식파를 교란했다. 우리 눈과 귀를 속였던 너처럼 말이지.

비비안 : 저 그림자는 네 환각을 쫓느라 우리를 노리지 못할 거야.

메디우스 : 침식파를 교란한다고?

메디우스 : 그럴 리가? 네 펜던트는 고작 두 사람밖에 숨기지 못하는 성능이었을 텐데?

비비안 : 너 같은 그림자는 평생 제자리에 머물지 몰라도, 사람은 발전이란 걸 하거든.


피터 : 저희 왔어요, 와트 씨.

와트 : 피터!

와트 : 지휘관님은... 어떻게 됐지?

피터 : 죄송해요, 여러분.

비비안 : 시도는 했지만... 실패했다.

엘라 : ..그렇군요.

엘라 : 와트, 피터. 대원들을 데리고 도망쳐. 내가 시간을 벌게.

수비대원 :  .....

엘라 : 지금 뭐하는 거지?

와트 : 여기에 올 때부터 다들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와트 : 지금 승산이 없다고 도망치면, 

저희를 믿고 함께 싸워 준 주민들을 볼 낯이 없어집니다.

피터, 너라도 장교님을 모시고 도망쳐라.


피터 : 저, 저도 남겠어요! 우린 같은 국경수비대잖습니까!

와트 : 여기서 다 같이 개죽음 당하자고 이러는 줄 아냐?!

와트 : 우리 목숨을 싸구려로 만들고 싶은 건 아니잖아.

와트 : 다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 누군가는 살아서 저 괴물의 위험을 알려야 돼.

피터 : 와트 씨.......

메디우스 : 아. 아. 듣는 내가 다 민망해지네.

메디우스 : 누굴 살려 보내 주겠다고 한 적 있던가? 난 박애주의자거든.

비비안 : 크읏!

비비안 : 펜던트가.... 깨졌어?

메디우스 : 발전이니 뭐니 지껄여 봤자 결국 그 정도 버틴 게 한계란 거네.

메디우스 : 성유물은 나중에 찾아도 돼! 어서 저것들을 전부 죽여 버려, 큐리안!

와트 : 온다! 다들 조심해!

메디우스 : 쿠훗......! 쿠흐흐흐흐흣!

메디우스 : 후흐흐흐....

메디우스 : 응?

비비안 : ....뭐지? 내가 지금 환각에 씐 건가?

피터 :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제 눈에도 똑똑히 보입니다.


다들 괜찮나?

엘라 : .... 지휘관?

큐리안 : 늦어서 미안하군, 대장.

와트 : ... 지휘관님?

수비대원 : 지휘관님이다!

수비대원 : 지휘관님이 돌아오셨다!!



3-5 우리의 후손

메디우스 : 뭐야... ? 넌 그 때 늙은이 총에 맞아 죽은 놈이잖아?

메디우스 : 설마 안 본 사이에 기똥찬 우연으로 워치라도 얻은 거야?

큐리안 : 그럴지도 모르지. 아닐지도 모르고.

메디우스 : 후훗, 그래?

메디우스 : 상관없어. 카운터 하나 늘었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까.

메디우스 : 너희는 어차피 여기서 전부 죽을 거야.

비비안 : 침식체? 아직도 저렇게 많은 녀석들을 불러들일 힘이 남아 있는 건가?

엘라 : 지휘관, 어떻게 할 거야?


큐리안 : 내가 그림자를 맡지. 주변의 침식체들을 부탁한다, 대장.

엘라: 혼자 맡겠다고? 할 수 있겠어?

큐리안 : 혼자는 아니지. 내 오랜 벗이 함께 있으니.


엘라 : ...그래.

엘라 : 전 대원. 침식체들이 능선을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라.

엘라 : 지휘관 앞을 방해하는 것들은 전부 치워버려!


3-6 우리의 이름

...

피터 : 방금....보셨습니까?

와트 : 그, 그래. 정말로 지휘관님이 그림자를 쓰러트렸어.

메디우스 : 뭐야? 아냐... 이건 말도 안 돼.

메디우스 : 어떻게 한 거지? 넌 도대체 뭐야?

큐리안 : 남부 국경수비대 소속 지휘대장, 제라드 큐리안이다.

메디우스 : ... 큐리안?

메디우스 : 헛소리! 녀석은 내가 죽였어!


큐리안 : 네 녀석도 이미 죽어 그림자가 됐지만, 아직 자신이 살아 있다고 믿고 있지.

큐리안 : 악기에 기생하는 망령인 주제에, 참 모순된 이야기지 않나?

메디우스 : 그래. 예전의 난 이미 죽었어.

메디우스 : 그리고 연주자로서 새 삶을 얻었고, 이번엔 다른 녀석의 몸으로 되살아났지.

메디우스 : 하지만 그게 너희 빌어먹을 인간들도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야!

큐리안 : 넌 그런 걸로 만족하는 건가?

메디우스 : 뭐?

큐리안 : 안식에 들지 못한 채, 집착에 사로잡힌 망령이 된다는 게 말이다.

큐리안 : 네 말대로 우리의 삶은 죽음으로 끝난다.

큐리안 : 하지만 새로운 이들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 의지를 잇는 한, 

죽음은 결코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 그런 우리의 숭고한 역사를...

고작 죽음을 거스르는 것 따위에 빗대지 마라. 그림자.


메디우스 : .....

메디우스 : 좋아. 알겠어.

메디우스 : 그럼 어디 한 번 시험해 볼까?

메디우스 : 그 모가지가 찢어진 뒤에도 계속 그런 허울 좋은 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지.

메디우스 : 크윽....?!

큐리안 : 널 지켜 줄 침식체는 이제 없다, 그림자.

메디우스 : 그만! 멈춰줘! 내가 잘못했어! 그냥 얌전히 떠날 테니까!


메디우스 : .... 라고 할 줄 알았냐!

엘라 : 이런! 모두 귀를 막아!

메디우스 : 아하하하, 늦었어!

와트 : 응?

와트 : 뭐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

피터 : 와트 씨? 혹시 제 손가락이 몇 개인지 아시겠어요?

와트 : 한 개... 가 아니라, 이 자식이 버릇없게 어른한테 무슨 짓이야?!

피터 : 헤헤, 다행히 멀쩡하신 것 같은데요?

와트 : 어라? 그런가? 

메디우스 : .......

메디우스 :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왜 내 연주가 통하지 않는 거야?


큐리안 : 불길한 기운이 느껴져서 떨쳐냈는데, 효과가 있었나 보군.


메디우스 : 너... 그 황금빛은...?

메디우스 : 설마.. 성유물이라고?

비비안 : ...... 성공했어.

비비안 : 심장에 박혀 있던 성유물이 지휘관의 몸을 받아들인 거야!

메디우스 : 심장에 성유물이 박혀? 그게 무슨 헛소리......!

메디우스 : 헛.. 소리...


( .. )

메디우스 : 지금 그 커다란 창으로 사람을 찌른 거야?

어떡해~ 진짜 아프겠다~


메디우스 : 너......설마 큐리안 놈의 부관?

메디우스 : 그럴 리가! 넌 분명 큐리안 손에 죽었어!

메디우스 : 왜 아직도 살아 있는 거지?! 왜 그 때와 똑같은 낯짝으로 내 앞에 서 있는 거냐고!!

큐리안 : 그야 왕실이 열쇠의 정체를 알리지 않은 덕분이지. 참 다행이지 않나?

메디우스 : 몰랐던 건 네 녀석도 마찬가지잖아! 열쇠의 정체는 총사대장만 알고 있었어!

메디우스 : 그걸 왜 큐리안도 아니라 평범한 인간 따위가 가지고 있는 거냐고!

큐리안 : 착각하고 있군.

메디우스 : 뭐?


큐리안 : 열쇠를 지키는 건 총사대장 한 명에게 맡겨진 임무가 아니다.

큐리안 : 우리 제1 총사대 전원이 받은 임무지.

큐리안 : 그러니 우리 중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는 한, 성유물은 가져갈 수 없다. 그림자.

메디우스 : 하하... 아하하...

메디우스 :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메디우스 : 빈손으로 돌아가면..... 지휘자님이.......!

피터 : 놈이... 변하고 있어요.

와트 : 뭐야? 저 거대한 흉물은...?

비비안 : 한나의 몸으로는 제 형상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왔나 보군.


엘라 : 다들 당황할 것 없어. 그림자를 상대하는 건 이미 겪어 본 일이잖아?

엘라 : 지휘관? 작전은 이전과 같겠지?

큐리안 : 그래.

큐리안 : 선봉은 내가 맡겠다. 엄호를 부탁하지.

엘라 : .... 전원! 이번이 마지막 전투다!

엘라 : 우리는 노르드나빅의 벽! 고향의 터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엘라 : 죽지 말고 살아남아! 그리고 다시 돌아가자!

엘라 : 앞서 쓰러져간 이들의 이름이! 그대들의 의지와 함께하길!

수비대원 : 우리의 이름이! 앞서 쓰러져간 이들의 의지와 함께하길!


큐리안 : 가자, 허밋.

큐리안 : 우리의 길고 길었던 임무에 종지부를 찍는 거다.




3-7 에필로그#1 ~

3-8 에필로그#2 完


...

비비안 : 이것으로 행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장관 : 정말 충격적이군.

장관 : 그렇게 우호적이던 제프티 바이오테크가 비인도적인 실험을 자행하던 집단인 데다가...

비비안 : 형제들이란 조직은 국가에 극히 위험한 자들이죠.

장관 : 그러니 말일세. 그것들이 북방합의체와 결탁했다고 하면, 

매국노 같은 합병파 놈들도 한동안은 수그러들겠지만.

... 자네는 정말 그들이 침식체를 무기로 쓰려 한다고 믿나?


비비안 : 의심의 여지는 희박합니다. 

한나 엔더슨을 사칭한 자는 결국 그림자처럼 되어 저희를 공격했으니까요.


장관 : 그래. 자네가 제출한 자료는 확실히 받았네.

장관 :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한나 엔더슨은 평범한 인간이었어.

장관 : 카운터도 아닌 사람이 그림자로 변하는 일은 전례가 없지 않나?

비비안 : 그림자의 핵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던 자들입니다. 

저희가 모르는 사실은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죠.


장관 : ....... 그렇군.

장관 : 임무에서 복귀하자마자 조사까지 맡아 줘서 고생 많았네. 래시포드 장교.

비비안 : 제 성격 탓일 뿐입니다. 남에게 맡기면 기분이 편치 못해서요.

장관 : 그리고 일전에 얘기했던 자네에 대한 위원회의 왕실 최고 기술자 자격 검토안 말일세.

장관 : 나도 찬성하기로 했네.

비비안 : 네? 애초의 목적이던 성유물의 회수에 실패했습니다만.. .?

장관 : 자네는 우리 나라의 잠재적인 위협을 밝혀내고 그림자를 요격했어.

장관 : 이런 시대에 충분히 가치 있는 인재 아니겠나.

비비안 :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 혼자 한 일은 결코 아닙니다.

장관 : 그렇지. 그래서 자네가 제안했던 남부 국경수비대에 대한 포상은 그대로 실시할 계획일세.

장관 : 원래대로라면 자네들의 업적을 만천하에 공표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장관 : 제프티 바이오테크가 관여했던 사업들을 수습하기도 바쁜 탓에 당장은 힘들 걸세.

비비안 : 어려운 시기에도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비안 : 하지만, 왕실 최고 기술자의 자리는 받지 않겠습니다.

장관 :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장관 : 부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최고 기술자가 되는 것이 사관학교에 들어온 이유 아니었나?

비비안 : 그 자리는 이곳에 남아 있을 다른 훌륭한 기술자에게 넘겨 주십시오.

비비안 : 대신, 다른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

피터 : 하아... 힘들어.

와트 : 꾀부리지 말고 일해. 앞으로도 고쳐야 할 집이 아직 많이 남았다.

피터 : 좀 봐 줘요. 저는 군인이지 목수가 아니라고요.

와트 : 임마, 네 입으로 감자 캐는 일보다 더 보람된 노동을 하고 싶다면서?

피터 : 목공일을 배운다고 했지, 새 집을 짓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와트 : 아니, 이 녀석이 왜 나한테 불평이야?

와트 : 내가 이 집들 다 무너트렸냐? 침식체 놈들이 그랬지?

엘라 : 두 사람, 주민들 앞에서 싸우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피터 : 오, 오해이십니다. 마침 침식체에 대한 분노를 상기하고 있었을 뿐이죠.

와트 : 빌어먹을 침식체 놈들! 아, 대장님 오셨습니까?

엘라 : 곧 식사 시간이야. 이거 먹고 따라 와.


피터 : 으음, 감자가 오늘따라 유독 하얀 것 같은데...

피터 : 우왓! 이거 계란이잖아요?!

와트 : 뭐? 그게 정말이냐?!

외성 주민 : 이틀 전 도시 오일장에서 암탉을 내놨더라고요. 

이번에 엘라님이 큰 맘 먹고 몇 마리 들여왔습니다.

엘라 : 막상 방목을 해서 키우려니 들짐승들이 어슬렁거려서 문제야.

엘라 : 누가 닭장 좀 만들어 줄래?

와트 : 맡겨 주시죠! 저희가 금방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피터 : 그럼 부탁드립니다, 와트 씨.

와트 : 계란은 방금 네가 먹었잖아.

피터 : 정말 맛있네요. 이럴 때 큐리안 대장님이 계셨다면 먼저 드렸을 텐데.

와트 : 야, 이 눈치 없는 자식아! 대장 얘기는 엘라님 앞에서 하지 않기로 했잖아.

피터 : 아차..

엘라 : .....

엘라: 괜찮아. 그건 전부 큐리안이 택한 결정이었어. 군인이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법이니까.


큐리안 : 다들 내 얘기를 하던 중이었나?

와트 : .....

피터 : ...대장님. 돌아오신 타이밍이 조금 나쁜 것 같은데요.

큐리안 : 음?

엘라 : 설명해 봐, 큐리안.

엘라 : 이번엔 이틀 동안 어딜 또 멋대로 사라졌던 거지?

큐리안 : 걱정을 끼쳤다면 미안하군, 엘라 부관. 고기가 필요해서 사슴 사냥을...

큐리안 : ... 커헉!


엘라 : 고작 그런 이유로 부대의 대장이 이틀씩이나 멋대로 자리를 비워?

엘라 : 아직도 자길 참모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야? 대장이라는 위치에 대한 자각이 없어?

큐리안 : 숨을 쉴 수가...

엘라 : 고기 타령은 하지도 않던 인간이 갑자기 무슨 사슴 사냥을 나간거지?

큐리안 : 그게... 부하들이 먹고 싶다고...

엘라 : 부하? 대체 누굴 말하는 거야?

큐리안 : 그건... 말하지 않겠다.

엘라 :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

엘라 : 그래서? 결국 사슴은 잡은 거야?

외성 아이 : 우와, 맛있는 냄새다!

외성 주민 : 엘라님, 갑자기 이게 무슨 고기래요? 오늘은 도시에 다녀온 사람도 없는 걸로 아는데?

엘라 : 큐리안 대장이 멋대로 잡아왔어요. 오늘 저녁은 고기 스튜니까, 양껏 드세요.

외성 아이 : 피터 형이랑 와트 아저씨가 안 보이는데, 제가 데려올까요?

엘라 : 찾지 마. 그 두 사람은 오늘 생감자만 실컷 먹게 될 테니까.

피터 : ...엘라님!

엘라 : 생각보다 빨리 왔네. 양심의 끈이 벌써 떨어진거야?

와트 : 그게 아니라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엘라 : 손님?


엘라 : 래시포드 장교님?

비비안 : 오랜만이다, 엘라 대장.

비비안 : 내가 떠날 때보다 마을이 좀 더 활기를 찾은 것 같군. 별탈 없이 잘 지냈나?

엘라 : 저는 더 이상 대장이 아니라 참모입니다. 그날 이후로 큐리안에게 권한을 모두 인계했으니까요.

비비안 : 그랬나? 그럼 지금은 편하게 엘라라고 부르도록 하지.

엘라 : 여긴 어쩐 일이시죠? 재건단의 명령으로 성유물을 회수하러 찾아오신 거라면...

비비안 : 그런 걱정은 말도록. 이번엔 상부의 임무를 때문에 여기까지 내려온 게 아니니까.

엘라 : 임무도 아닌데, 일부러 수도에서 이런 먼 곳까지 찾아오신 건가요?

비비안 : 좌천됐다.

엘라 : 네?

비비안 : 성유물 회수를 실패한 데 책임을 지고, 

앞으로는 남부 국경수비대에 기술교관을 맡게 됐어.


엘라 : .....

엘라 : 뜻밖이군요. 재건단이 정말로 장교님 같은 유능한 분을 이런 변방으로 내친 겁니까?

비비안 : 흥. 칭찬의 뜻으로 받아들이지.

비비안 : 앞으로 잘 부탁하마.

비비안 : 그리고...

비비안 : 남부 국경수비대 부관 엘라. 그대는 그림자 토벌의 공로를 인정받아,

현 시간부로 국가 재건단 총사대 중 제1번대 총사로 임명한다.


엘라 : 총사대... 말씀이십니까?

비비안 : 음? 혹시 어떤 지위인지 모르나?

엘라 : 아뇨. 성자.. 그러니까, 왕립군에 소속된 카운터들 중에서도 왕의 신임을 받는 

뛰어난 군인에게 주어지는 명예라고 알고 있습니다.

침식의 날 이후로 총사대는 사실상 해체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비비안 : 그 말대로다. 왕이 사라진 이상, 예전 의미를 그대로 간직한 총사대는 더 이상 없겠지. 

비비안 : 총사대 재결성은, 노르드나빅의 전성기를 떠올리며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비비안 : 그리고 귀관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성유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어. 

비비안 : 적어도 나는 귀관이 총사대장의 의지를 잇기에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엘라 : .....

비비안 : 물론, 귀관이 원치 않는다면 억지로 강요하진 않겠어.

엘라 : 무척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엘라 : ... 명색이 총사대인데, 총을 쏘지 못하는 일원이 있어도 괜찮겠습니까?

비비안 : 응...? 총을 쏘지 못한다고?

큐리안 : 엘라 부관에겐 화약 알러지가 있습니다.

큐리안 : 그래서 보통은 전투가 벌어질 때도 다른 대원들과 함께 싸우지 않고 거리를 둡니다.

큐리안 : 일전에도 제가 대장인 그녀를 대신해 지휘를 맡았던, 가장 큰 이유였죠.

비비안 : .....

비비안 : 건강해 보이는군, 큐리안 대장.

큐리안 :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장교님.

큐리안 : 못 본 새 많이 성장하신 것 같군요.

비비안 : .. 이미 성인이라니까...


( ... )

꼭 당신이 가야만 하는 건가요?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이야. 이제 와서 나 혼자 빠질 수는 없어.

돌아오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정확한 예정은 없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제발 무사해야 돼요.

당신도 부디 무사히 지내고 있어줘.

잠깐만요.

... 떠나기 전에 태어날 아이 이름이라도 지어주고 가요.

아직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잖아.

기다려줘. 늦지 않게 돌아올 테니까.

당신이 돌아오기 전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비비안이라고 불러줄게요.

큐리안 : .....


...

또 혼자 그루터기에 앉아 사색하고 있었나?

큐리안 : 일어나려던 참입니다, 장교님.

비비안 : ..난 이곳 부대의 기술교관이다. 더 이상 그런 존칭은 하지 않아도 돼.

큐리안 : 그래, 비비안.

비비안 : 너무 갔잖아! 교관이나 래시포드 씨라고 불러!

비비안 : ... 그리고 오늘은 새로운 신병들이 들어오는 날이다.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큐리안 : 그렇습니까?

비비안 : 방금 전혀 몰랐다는 그 무성의한 대답. 그대로 엘라 부관에게 전해주지.

큐리안 : 부디 비밀로 해주시죠. 대신 이걸 돌려드리겠습니다.


비비안 : 이건? 내 펜던트잖아?

큐리안 : 많이 파손되어 있더군요. 기능을 복원하는 건 어렵지만, 외관은 고쳤습니다.

비비안 : ... 고맙군.

비비안 : 그런데 이건 분명 내 방에 놓아줬을 텐데, 어째서 귀관이 가지고 있는 거지?

큐리안 : .....

큐리안 : 이만 돌아가시죠. 다들 환영식으로 준비가 한창일 겁니다.

비비안 : 대장?... 잠깐, 큐리안!

비비안 : 너 뭐야! 내 방에 멋대로 들어왔던 거냐?!

큐리안 : 제가 아니라 허밋이 멋대로 물어왔을 뿐입니다.

비비안 : 그 커다란 말이 대체 무슨 수로 내 방으로 들어오는데!?

큐리안 : 문이 그 정도로 좁았습니까?

비비안 : 뭐야, 너! 지금 내가 우스워? 왜 웃고 있는 건데!

비비안 : 나한테 거짓말 안 할 거라며!

비비안 : 큐리안!!!


...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