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영업시간이 지난 후에 손님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가게에는 문 닫음이라는 명패도 올려 놓았다.
그럼에도 들어온다면 단 한 사람일 거다.
"... 다녀왔어요."
"그래. 기다리고 있었어."
"... 아침에는 죄송했어요."
"그래서 답은 정했어?"
라우라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질문을 이어갔다.
"네. 구하고 말거에요. 휩쓸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 패기는 좋다만"
"라우라?"
"... 그래. 네 선택을 존중할게."
의문에는 강한 힘이 실려있다. 그걸 몸소 보았다.
"받아. 네 할머니의 물건이야. 부적이라고 생각하고 지니고라도 있어."
"근데 왜 할머니의 물건이 여기에 있는 거에요?"
"몰라. 여기에 추억이라도 남기고 싶었나 보지
네가 그 마도서를 다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루 아침에 능숙해질 여력도 없을거니까 부적 겸 가지고 있어."
"... 네."
낡은 책이다. 마도서라고 했다. 일기장은 아니겠지?
"지금부터 우리는 지하로 내려간다. 첫 번째 목적은 봉인이 얼마나 견고한지. 그리고 어느 정도 보완할 곳이 있는지 찾을거야."
"둘. 그리고 29일 전까지 모든 방비를 완료한다."
"셋. 그리고 살아남는다. 이상이야."
"... 지금 뭔가 되게 이상한 계획을 들은 것 같은데요?"
"별거 없어. 말 그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까. 가서 모든 걸 쏟아부을 뿐이야."
그게 당당하게 할 이야기인가 싶지만, 다른 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어쩌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알겠어요. 그럼 전 뭘 하면 되죠?"
"잡일"
내려온 지 5시간이 지났다. 성에 도착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침식체들이 많아서 그렇냐고? 그건 아니다.
"저희... 언제즘... 안으로 가요?"
"5시간 후에."
거의 성을 세 바퀴는 돈 것 같았다. 근데 더 돌아야 한다고 한다.
에블린 언니는 성의 꼭대기보다 더 높게 날아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나와 사장님만 뺑뺑이 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돌 때 마다 뭔가 하나씩 던져준다.
다양하다. 벽돌, 도자기, 책, 의자, 쇠통, 소금? 가장 신기했던 건 경첩이었다. 어디서 굴러다니고 있던거지?
"... 보자. 이것도 안될 것 같고."
청소 미화원이 된 걸까? 나는 계속 물품들을 주우며 한 곳으로 모았다.
이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라우라! 그 정도면 충분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
"... 그래. 이것만 주구장창 할 시간도 없으니까."
드디어 이 쓰레기 더미에서 해방인 걸까?
"방향은?"
"북서북. 남동. 으음... 서쪽?"
"서쪽 먼저 작업할테니까 아니다 싶으면 바로 말해."
"그래."
그대로 사장님은 몸을 띄워서 성벽을 넘었다.
그래. 사장님은.
"... 나는?"
버려졌다. ... 진짜로?
어림잡아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높은 벽이다. 혼자서 올라갈 수 있을까?
"... 에잇!"
그대로 점프해서 튀어나온 부분을 하나 잡았다. 그리고 미끄러졌다.
"안 되나..."
안될 것 같긴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대로 다시 한 번 도전했다.
"... 유나야?"
혼자 왜 성벽에서 클라이밍을 하고 있는 거지?
왜? 아니 그 보다 용케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여기 꽤 높다는 것이다 떨어지면 찰과상으로 안 끝난다. 카운터니까 중상으로 끝나긴 하겠는데 역으로 카운터가 중상을 입을 정도의 문제다.
고개를 돌려 라우라를 바라봤지만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돌보는 일은 네 일이잖아. 라우라."
"뭐. 알아서 거기 있으란 뜻이었어."
"그럼 말이라도 해주고 오던가..."
예전에도 있긴 했었다. 발푸르기스의 성벽을 맨손으로 오르려던 사람이 있었다.
물론 성공하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다시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저냥 한 번이 끝인거다.
그래서 어른들은 오르지 말라고 단단히 교육했었다.
"누구 손녀 아니랄까봐..."
그렇다고 어린 애들만 오른 건 아니였다. 누가 미쳤다고 아침 운동으로 성벽을 기어오르는가.
단 한 사람이 있었다. 유독 별난 마녀가 맞았다. 별난 만큼 실력도 좋았고.
"유나야! 다친다! 어서 내려와!"
"..."
이미 말할 체력도 거의 없는 건지 아니면 몰두하고 있는건지.
여하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 라우라. 네가 어떻게든 해보지? 교육은 네 담당이잖아."
"그냥 내비두던가 끌어올려 주던가. 바빠. 네가 해줘."
다섯. 멀다. 그렇지만 닿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하늘만 보인다.
끝이 어딘지 잘 모른다. 그렇기에 매번 신중해져야 한다.
"... 조금만 더."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끝은 있을 것이다.
발 끝에 힘을 준다. 손을 뻗었다. 조금 더 가까워진다.
부족한 거리는 몸을 낮췄다가 폄으로 좁혀낸다.
아슬아슬하게 놓칠 뻔했다.
슬슬 손에서 힘이 빠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올라오면서도 몇 번 느껴본 감각이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그 다음을 바라보면 된다.
"에블린. 다 끝났어. 북서북 먼저 할까?"
"... 그래. 거기가 나을거야."
"그렇게 걱정되면 데리고 올라오던지."
"라우라. 왜 책을 건네주기만 한거야?"
"저 책을 열었다가 그대로 불타면 어떡할건데.
그것마저 남지 않으면 저 애에게 싸울 희망도 없겠지."
"그게 베아트릭스의 결정인거야?"
"... 몰라. 이미 상정 외의 사태니까."
"네 결정이란 소리네."
"그리고 정당한 자격이 있다면 충분하겠지. 자격도 없이 힘을 얻으면 그냥 꼭두각시나 다름 없어. 이제 다시 시작하지?"
".... 북서북 먼저 시작해."
"후우우"
천천히 숨을 뺀다. 잡고 오른다.
이 간결한 행동에 수 많은 자극들이 감각을 누른다. 어디서 어느 부위가 힘을 받고 빠지는지 느껴지고 있다.
넷. 멀긴 하지만 닿지 못할 거리는 아니다. 다시 손을 뻗는다.
"정리 끝났어. 마지막은 서쪽인가?"
"그래. 서쪽만 한다면 어느 정도 기능은 되찾을 거야."
"...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겠고."
"그 이후는 어떻게든 시간 안에 맞춰봐야지."
지금 하는 작업들은 성의 일부 기능을 되돌리고 증원하기 위한 작업이다.
모든 마녀들의 지식의 집합체이자 보고. 멸망했더라도 형태를 유지하는 장소.
동시에 세계를 멸망시키는 재앙조차 머금을 수 있는 장소.
승산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이곳 말고는 적합한 곳이 없다.
"그래. 서두르자고. 서쪽 후에 어디서부터 손 봐야 할지도 고민해야겠네."
둘은 마지막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제 얼마나 남은거지?"
"27일 08시. 대략 30시간 정도겠지."
"한번 쉴 준비도 해야겠네. 유나는?"
"이미 다 올라왔어."
해가 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움직임이 없는 성.
생활감이 없다는 느낌보다 멈춰버렸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사람만 있다면 언제든지 이 성은 다시 움직일 것 같다.
어째서 이런 곳이 사라지게 되는 걸까.
바스라져간다. 성벽을 오르며 느낀 것이다. 모든 것이 멈춰보이지만 흘러가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끝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도 이런 광경을 보게 되었던 걸까.
"..."
만약 이겼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만약 이겨낸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걸까.
"뭔 궁상을 떨고 있어. 취침 시간이야."
사장님이 관을 타고 올라왔다.
"놓고 간 사람이 할 말이에요?"
"밖에서 기다리는 것도 못하냐. 됐고, 내일부터 빡세게 구를거니까 잠이나 자. 아니 내일 말고 시간 없으니까... 최선을 다해 쉬어."
"... 네. 근데 어떻게 내려가요?"
말 없이 관 뚜껑을 두드렸다.
"... 뭐해."
"타라고요?"
"말로 해야 꼭 알아 듣냐"
매번 듣는 소리다. 말로 해야 알아 듣냐고. 그럼 말로 해야 알아듣죠. 뭐로 해야 알아듣는데요.
물론 입 밖으로 불평을 내뱉지는 않았다.
천천히 관을 타고 내려간다.
"... 괜한 고생했어."
"아시면 다음에는 데려가 주시던가요."
"... 미안."
"알면 됐어요. 저도 미안하니까요."
"또 뭐 사고 쳤냐?"
"... 아침에요. 결국 틀린 말은 없었어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요.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리고 그게 도망친다고, 도망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도망친 거 맞아. 결과가 어찌되었든 도망쳤다는 건 달라지지 않아.
그래서 도망쳐도 되는거야. 우리도 도망갔었으니까. 그게 너를 탓할 이유가 되지 않으니까."
"지금은 아니잖아요. 누구나 도망갈 수 있어요. 언제든지. 그걸 포기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
"누군가는 시간 때문에, 누군가는 욕심 때문에, 누군가는 남아야 하기 때문에
도망가지 않는 거겠죠. 용기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럼 왜 도망가지 않았는데"
"누군가 도망치기기를 거부했으니까요. 그냥 그거에요."
"분명 온전히 네 선택을 하라고 했었는데."
"온전히 제 선택이에요. 도망갈 이유가 없잖아요.
도망칠 곳이 누구보다 내 앞으로 나아가서 싸우는데 어딜 가겠어요.
도망쳐서 누릴 행복보다 가만히 버티는 게 더 낫겠죠."
"... 그래. 그거면 후회는 없겠네."
사장님은 계속해서 저 너머를 바라봤다. 뭐가 있는걸까. 뭐가 있었던 걸까.
"... 거기 뭐 있어요?"
"뭐, 야 달라붙지 마!"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나를 밀어냈다. 되게 능숙하게 관에서 떨어지지도 않는 걸 보면 대단하긴하다.
"뭔데요. 나도 보여줘요."
"없어! 없다고!"
"뭔가 있는데?"
"없다니까!!"
다른 한 손으론 모자를 눌러쓰며 나를 밀어낸다.
"둘 다 사이 좋은 건 좋지만, 비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누구 보고 하는 소리야!"
"글쎄?"
"..."
"어, 어... 싸우면 안 돼요"
"안 싸워."
"그럼 그럼~ 왜 싸우겠어. 그치?"
사장님이 거의 진동 모터급으로 떨고 있다. 진짜로 화내는 거 아닐까?
다행히 별 문제 없이 바닥으로 착지했다.
"자, 여기 정도면 안에서 쉬어도 될 거야. 불도 피워놨으니까 알아서 쉬고."
그렇게 우리는 어느 한 집의 문을 열었다.
안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그리고 친숙했다. 가게 디자인하고 비슷하기도 했고
사장님과 언니는 말 없이 집 안을 돌아다녔다.
일단 나도 원치 않은 등반을 했으니 쉬러 가야겠다.
"물도 뎁혀놨으니까 온수 나올거야~"
"야호!"
"... 잘 들어간 건가?"
이른 아침 시간. 아직 열지 않은 문 안으로 가게를 살펴보는 사람이 있었다.
행적도 모습도 수상한 금발 남자가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누군가 신고할 법도 하지만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근처에 사람은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들어간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걱정되기는 했다. 치안이 좋다고 해도 그라운드 원이니까.
"... 돌겠네. 알 수 가 있어야지."
가게는 굳게 닫혀있다. 믿을 수 밖에 없나.
그렇게 그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내일은 열었으려나.
"흐음... 정말로 휴가를 떠난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기간도 적어놓지 않았고. 이거 원 장사를 할 마음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또 다시 모습이 수상한 턱수염 깊은 남자가 가게 안을 들여다보다 발길을 돌렸다.
오늘의 점심은 뭐를 먹어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는, 그래도 오늘 문이 닫힌 것을 보니 조금 더 솔직해져 본 것이겠지.
"알아 들었어?"
"... 아마도요?"
라우라는 다시 얼굴을 찌뿌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마도서는 처음인걸.
"... 하아. 그래 일단 열어보기라도 해봐야지."
".... 천천히 천천히이..."
표지를 잡고 천천히 들어올린다.
겉표지에 달라 붙었던 종이가 떨어져 내리는 게 느껴진다.
조금 더 살짝 들었다. 아직 까지 괜찮다.
... 조금 더? 들어올렸다.
... 조금만 더?
[와 씨. 속 터지겠네!]
"우으악!"
나는 그대로 책에서 빠르게 떨어졌다.
"지,지금 책이 말을...!"
"진정해. 마도서라는 게 태반 이상한거니까."
[뭐? 말 다했냐?!]
"봐봐. 꽤나 단순하다고. 어쩌면 잉그리드보다 더"
[너 지금 말 다했냐! 누군지 몰라도 지금 욕하는 건 알아듣거든!!]
라우라는 익숙한 듯이 책을 대했다.
"겁 먹지마. 결국 책이야. 개가 아니니까 못 물어."
[그래 무는 거 대신 태워줄까? 엉?!]
"... 뭔가 조금 안심되네요."
[옘병... 내가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됐는지...]
"그래. 많이 지났지. 오랜만이야 레일리."
[퍽이나. 그래서 왜 부른 거야.]
"별건 아니고, 새 제자를 들여서."
[축하한다. 그리고 고생해라. 누군지 몰라도.]
"메이 할멈의 손녀야."
[... 하 젠장 내가 또 얼마나 나이를 먹은건지.]
"그게 쟤야."
[뭐?! 저 속 터지는 꼬맹이가?]
"누구 보고 속 터지는 꼬맹이래요!"
[완전히 성격이 정 반대인데...]
"그건 내 알빠 아니고. 네 새 주인이니까 알아서 해."
[뭐?! 내가 왜! 가르치는 건 너나 메이 녀석이 할 일이지! 내가 뭘 가르치라고!]
"내가 솔라 코덱스를 열어보라고? 해체해도 된다는 뜻으로 들을게."
[야! 야! 그만 그만! 알았다고! 해보면 될 거 아니야!]
"... 괜찮은 거 맞아요?"
[젠장... 장담은 못 한다고 애초에 재능의 문제니까. 노력이고 뭐고 최소한의 재능조차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알아. 그걸 알아보기만 해도 괜찮아."
[... 그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된 거 맞는 거에요...?"
[꼬맹이. 나를 들어봐라.]
"이, 이렇게요?"
나는 양손으로 끝을 잡고 들어올리려 했다.
[야! 야! 누가 그렇게 잡으래! 책 안 열게 조심히 들어 올리라고!
타버린 목각 인형처럼 되고 싶냐!!]
"으 으아앗!"
실수로 책을 놓쳐버렸다. 큰 소리로 인해 오히려 책을 펼칠 뻔 했다.
"휴우..."
[후우...]
한 순간에 몇 년의 고난이 지나간 것 같았다.
"잘 들 논다."
[이게 노는 걸로 보이냐고...]
"...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진이 빠져요."
[다시 천천히 들어 올리는 거다. 알았지? 펼치지 않게 조심 조심...]
"조심 조심..."
나는 천천히 책을 들어올렸다.
"... 어때요?"
[...]
"..."
셋 중 아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 했다.
이유는 알 것 같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못 했다.
"... 아하하. 없나보네요."
[어 그... 그... 그래. 미안하다... 내가 말하는 게 맞는데.]
"괜찮아. 원래 변덕스러운 놈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 그래! 언젠가는 재능이 피어날 수 있지! 아직 성장기잖아! 힘을 내면 될 거야!]
"... 내일이면 아래에 있는 괴물이 깨어난데요."
[... 뭐? 인형이? 아니 근데 그걸 어떻게 확신해?]
"수확의 마녀가 나타났어."
[뭐 씨발? 아, 아니. 수확의 마녀가 지금 있다고?]
"그래. 지금 아예 정신이 마모돼서 결박해뒀어."
[진짜 전설로만 내려오는 환상종이 실재하긴 하는 군.]
"..."
[아, 아니. 뭐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그래서 어떻게 다시 봉인할 건데?]
"... 어떻게든 다시 쑤셔 넣어봐야지."
[그러니까 그 어떻게가 뭘 어떻게 하냐고!]
"몰라! 도움도 안되면 조용히 해!"
"...."
"아 아니. 너 말고..."
[그래. 나 보고 한 소리니까!]
"... 저기 그냥 하던 일 하세요. 저는 조금 허기가 져서 뭐라도 먹을 게 있나 찾아볼게요."
뭐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네. 우연 하나 정도는 바랬다. 하나의 우연 정도는 바랬다.
그냥 그런 것이다. 그렇게 다짐했다.
[... 하아. 너는 무슨 자신감으로 물어본 거야.]
"없어. 그냥 하나의 희망이라도 원했던 거야."
[그러면 그냥 희망적인 말이라도 해 달라고 하지 그랬냐.]
"... 됐어. 어짜피 내 잘못이니까."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되길래. 봉인이 풀리는 거야?]
"이제 내구도가 다 됐나 보지."
[... 아니? 멀쩡한데? 뭐 어디서 터트리는 거 아니면 아직 40년 정도는 더 써먹겠는데?]
"알아. 하나를 잊고 있잖아. 인형의 주인도 이리로 올텐데 이후에 멀쩡하겠냐고."
[아, 하긴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군. 더 없이 절망적이네.]
"... 그래도 장소를 먼저 선점하고 싸운다면 못할 것도 없지."
[최후의 발악이라면 이만한 곳이 없긴 하겠지만, 다시 말하면 이 성이 한계란 뜻이야. 정말로 가능하겠냐?]
"몰라. 어디다 부탁할 곳도 없어. 메이 할머니도 이젠 없고."
[... 그래. 편하게 쉬던가. 정 안되면 책채로 던져서 투척해라. 불이 붙는다면 화끈하게 태워주긴 할게.]
"말이라도. 스스로 나오지도 못하는 놈이."
[너도 말이라도 예쁘게 해라. 참...]
"연민으로 도우려고 하지 마. 그정도는 저 녀석도 읽을거니까."
[도울 수 있는 것도 없어. 그나마 가능한 건... 내가 아는 걸 말해주는 것 말곤 없겠지.]
"흐흐흥~"
"리벳. 뛰어다니거나 보폭을 두 세배씩 넓히거나 줄이지 좀 마세요."
"어디로 가야 할까~"
"하아..."
"... 으음?"
리벳은 한 가게 앞에서 멈춰섰다.
"어라?"
"뭔가 또 관심이 생긴 건가요?"
"... 어라라?"
폐점인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 리벳은 그 가게를 바라보며 그대로 멈춰 있었다.
"... 이런. 뭔가 꼬였나?"
"리벳?"
"으음... 그럼 다른데로 가야지!"
"리벳? 제발 말이라도 하고 가세요!"
"... 흐음. 뭐 그럼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면 되겠지."
"리벳!! 좀 천천히 가라고요!!"
"레지나, 서둘러! 늦으면 국물도 없다고!!"
"뭘 먹을지도, 어디 갈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가야하는데요!!!"
"그건 나중을 위한 서프라이즈!"
"... 하아. 알겠으니까 좀만 천천히 가죠. 서둘러야 할 일인가요?"
"아마...도?"
"... 그럼 천천히 가도 되는 게 아닌가요?"
"에헤이. 금산강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 저희가 이후에 뭔 큰 일정이 있었나요?"
"아니?"
"... 제가 뭘 놓치거나 잘못한 게 있나요?"
"아니?"
"계속 그렇게 대답할건가요?"
"응"
"...."
"거기 두분... 실례가 안된다면 길 좀 물어보겠습니다."
둘은 고개를 돌렸다.
"혹시 근처에 -"
상체를 반쯤 노출하고 빨간 가죽 코트-
팡! 하는 소리와 함께 말뚝이 발사되었다.
"... 이런. 역시 안 되나?"
"으흠... 뭔가 잘못 말했던 걸까요?"
"몸이..."
"아하, 그냥 당신이 특이한 것일 뿐이겠군요."
"레지나. 내가 흑기사 할테니까 다음에는 따블로 사줘야 돼?"
"이렇게 된 거, 그냥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죠."
"그러니까 당장 대학으로 달려."
"후후... 당신들도 인형으로 꾸미면 좋을 것 같아요."
하랍의 손목이 잔상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그와 동시에 리벳도 앞으로 뛰쳐나갔다.
"어라~?"
"흐음. 이건 어떨까?"
다시 한번 말뚝이 발사되었다.
이번에도 몸에 직격으로 적중했다. 그렇지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진 못한 것 같다.
"아아, 적당한 정도네요. 신음성을 내기에는 부족하고요."
"에고. 이것도 안 통하네."
어느새 둘의 거리는 확연하게 전보다 벌어져 있었다.
도시 관리국에서 알려드립니다.
현재 -
"그럼 일단 한번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아. 오늘은 안 되겠는데? 아마 곧 피칠갑을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후훗 재밌는 분이네요. 혹시 마녀의 성이 있는 이면 세계의 입구를 모르시나요?"
"미안~ 내가 토끼 머리띠를 하고 있다고 해서 동화 속 존재는 아니거든"
"아, 나쁘지 않은 주제네요. 그것도 어울리겠어요."
그리고 다음 대화는 없었다.
리벳은 곧바로 소총으로 바꿔들고 뛰쳐나가며 사격했다.
급작스럽게 나타난 침식체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총알받이가 되었다.
"순순히 잡혀주시면 채찍질을 조금 더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하랍의 옆에서 튀어나왔다.
"언제?"
"지금!"
말뚝이 하랍을 꿰뚫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으....윽...."
"헤헤. 이것까진 먹히나 보네?"
"뭐...를..."
"별건 아니고, 그냥 이제부터 허수아비 같이 계속 쥐어 터지면 돼~"
"확...실히... 이건..."
다시 한번 말뚝이 꿰뚫었다.
"... 예상 못했....네요. 이걸 여기서 써야 할 줄은 몰랐거든요~"
"... 어라?"
"적어도 성을 찾은 다음에서야 쓰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여기서부터 서둘러야 한다니."
"에델?"
그렇게 말한 리벳은 고개를 저었다. 비슷했지만 뭔가 달랐다. 미묘하게 달랐다.
뭔지 모를 차이라 오히려 머리만 아파왔다.
"... 뭔가 이상하게 꼬인 것 같네."
"후후. 괜찮아요. 꼬인 건 찢어버리거나 끊어내면 되는 거잖아요?"
"하하. 뭐 그렇게 하다 보면 나도 해결하겠지?"
"뭔가 대화가 통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럼 알려주지 않겠어요?"
"미안! 모른다고 답하기로 해서!"
"이런... 그럼 강제로 들어야겠네요. 덕분에 시간 낭비는 아니겠어요~"
총알이 날라갔다. 채찍이 그대로 모든 총알과 말뚝마저 갈라버렸다.
그러나 채찍이 리벳의 몸을 가르는 일도 없었다.
누가 보면 기막히게 잘 짜여진 연극의 하이라이트라 평할 정도의 아슬아슬함으로 전투는 이어져 나갔다.
"이건. 이건? 이건! 어라? 이것도 안 되나?"
둘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늘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점차 더 치열해지고 화려해져 간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환하게 웃고 있다는 점이다.
"... 이게 무슨 상황이야?"
레지나 맥크레디? 쟤가 왜 여깄어?
아니 뭐... 그래. 그라운드 원에 재학 중이니까 여기 있겠구나.
근데 그렇다 치기에는 매우 서두르고 있다. 마치 무언가로 도망치는 것 마냥 뒤를 계속 확인하며 달려나간다.
좀 전에 울린 침식 경보와 관련이 있나? 근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아직 침식체는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사고 하나 터진 것 같은데"
입에 물고 있던 빨대와 플라스틱 컵을 쓰레기통에 넣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하아.. 후우.."
따라오고 있진 않았다. 아까 그 사람은, 아니 그건 뭐지?
말뚝이 몸에 박히고도 멀쩡히 움직였다. 리벳이 아니였다면 아무렇지 않게 당했을 것이다.
"... 일단 빨리 에델에게 알려야."
"이봐, 거기서 뭐해?"
급하게 꺼내던 디바이스를 허공에서 두 어번 튕기다가 다시 잡았다.
"... 말을 건다면 조금 기척을 내고 말을 거는 게 예의 아닌가요?"
"그건 미안하네. 평소에는 기척 좀 숨기고 다니라고 퍽이나 쿠사리를 먹어서 말이야."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선글라스에 정장에, 그 안에는 보라색 셔츠. 폼새는 껄렁하게 한 손만 주머니에 넣고...
이게 그 멸종한 양아치란 것일까?
"... 아무튼 여기서 뭐하냐고. 지금 침식 재난인데 대피소로 가지 않아도 괜찮아?"
아 그냥 행색과 다른 착실한 청년이었다.
"아, 지금 갈꺼에요. 잠시 전화만 하고."
야옹-
하늘에서 뭔가 떨어졌다.
"으앗"
우다다 하고 떨어진 무언가가 달려나갔다.
"... 고양이?"
"괜찮아?"
"아, 네... 근데"
없다. 디바이스가 사라졌다. 그게 없으면 전화를...
아까 어디로 사라졌지?
"... 저기 괜찮은 거 맞아?"
"먼저 가세요. 아무래도 저는 아까 그 고양이를 쫒아가 봐야겠어요."
그게 없으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리벳이라도 오래는 못 버틸 거다....
아닌가.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내비두는 것 보단 나을거다.
더 늦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어이! 어디가! 야!"
마음씨 고운 분. 죄송하지만 먼저 가세요. 저는 고양이에게서 돌려 받아야 하는 것이 있어요.
"야! 기다려!"
".... 이거 완전히..."
"끝난 걸로 봐도 될까요? 자- 이젠."
"거기서 뭐하십니까? 현재 침식 경보입니다. 대피소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아하? 이건 저도 예상 못했네요."
"헤헹...."
리벳은 아까 말대로 피칠갑을 한 채 서있었다. 널부러진 탄창의 조각들이 바닥에 무늬를 남겼다.
그러나 하랍의 모습은 비교적 온전해보였다. 말뚝이 박힌 자리는 어느새 아물어서 옷이 헤진 것 빼고는 변화가 없었다.
"그럼 난 이만!"
"놓칠 줄 알고요!"
"놔 줘! 어딨는지 대충은 알고 있어! 카페 스트레가! 그럼 이만!"
"... 스트레가..."
"신원 미상의 여성 한 명이 도주했다. 현재 피칠갑을 한 채로 골목으로-"
"그럼 아무래도 준비를 하고 있겠네요? 더 서둘러야겠어요."
하랍의 모습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 어? 대장님. 또 사라졌는데요?"
"뭐? 젠장... 한 사람 더 사라졌다. 신원 미상의 여성, 빨간 가죽 코트와 채찍을 들고 다니는 여자다!"
"... 하아 거기 서세요!"
고양이의 앞길을 얼렸다. 이러면 멈춰서겠지?
야옹-
그대로 벽을 밟고 옆으로 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 이익!"
마치 놀리는 듯이 바닥에 착지하고는 꼬리를 흔들고 다시 달려나갔다.
"거기 서세요!!"
그런 고양이를 잡기 위해 다시 달려나갔다.
"... 아니 지금 그깟 고양이가 중요한 거야?"
그 뒤를 로이 버넷이 뒤쫒았다.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고양이를 쫒아가는거지?
그 물음에 답해주기도 물어보기도 그랬다. 그러니 그냥 계속 뒤쫒았다.
"... 에블린. 플루토 못 봤어?"
"응? 아니. 유나랑 같이 있는 거 아니야?"
"얜 또 어딜 간거야. 이런 중요한 때에. 유나! 플루토 못 봤어?!"
에블린은 마지막 시약을 병에 담는 것으로 준비를 끝마쳤다.
라우라는 이미 먼저 끝을 냈고 유나는... 아무래도 기분이 덜 풀린 것 같았다.
이해한다. 그래도 그녀의 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 그렇게 유나 또한 믿기를 바란다.
"이제 버텨야 할 시간이야."
과연 얼마나 저항할 수 있을까. 또 어디까지 저항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
매번 계획을 세우기 위해 따져보았지만 연상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24시간 버틸 준비를 하였다.
"이겨낸다면..."
가능하다면 모두와 이겨낼거다. 그걸 위해서 잉그리드도 노력했을테니까.
"... 말하는 책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도 이름이 있다. 꼬맹아. 적어도 솔라 코덱스라는 책 이름 혹은 레일리라고 불러.]
"... 레일리. 할머니라면 오늘 이 싸움을 이겼을까?"
[... 참혹한 진실, 아니면 달콤한 희망. 뭐가 더 듣고 싶냐.]
"... 아무거나."
[메이라고 해서 뚝딱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야.
메이 그 녀석이 봉인한 것은 맞지만 이 봉인을 만든 건 다른 마녀들도 노력한 결과야.
태양의 마도서라고 해봤자 최강이 되는 것도 최강인 것도 아니야. 그랬으면 멸망하지 않았을테니까.]
"그럼 우리는 가능할까?"
[수가 부족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엄연히 수로는 안되는 것도 있지.
정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상황이 맞아]
"..."
[풀 죽어 있지마. 언제나 방법을 찾지 않으면 싸울 수 없어.
그리고 내가 없다고 해도 이길 수도 있고.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도움?"
[나를 뭘로 보는 거냐. 무려 말하는 책이라고? 지식 정도는 너 같은 꼬맹이보다 훨씬 많지.
이런 지식이야 말로 마녀의 힘이란 거야. 그러니까 그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어.]
"... 고마워."
[흥. 베아트릭스 녀석이 바쁜 것만 아니였다면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을 거다.]
"그래. 대단한 말하는 책이네"
[적어도 이름으로 부르라고!]
자기가 말하는 책이라고 말해 놓고는 화를 낸다.
"알겠어 알겠어..."
벌컥!
"유나! 못 들었어? 플루토 봤냐고"
"으에? 아니, 새벽에 물 마시러 나갈 때 자고 있던 거 말고 못 봤는데?"
"... 진짜 또 어딜 간거야..."
야옹-
고양이가 그대로 열린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 서세요! 적어도 제 물건을 돌려 달라고요!"
레지나는 도착하자마자 똑같이 창문을 넘으려 했다.
"야! 야! 그거 불법침입이야!"
"마음 씨 바른 청년 분?"
뒤에서 들리는 고함에 고개를 돌렸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내려와라. 옷이랑 법률이랑 여러가지로 문제니까."
"하지만 고양이가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왜 고양이가 안으로 들어갔다고 너도 같은 통로를 쓰는 건데"
...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크흠. 그건 죄송합니다."
"알면 빨리 내려와."
청년은 고개를 돌린 채 재촉했다.
온 길을 보는 것 보면 뒤에 누가 오는지 봐주는 건가?
"... 집주인 분을 불러볼까요?"
"이 난리면 집에 없겠지. 찾아야 한다면 창문 말고 다른 걸 이용하자고."
"...?"
"... 가끔 내가 어려운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은데."
청년은 어느 한 벽 앞에 다가갔다.
"아..."
"문을 열면 되잖아. 안 열리면 어쩔 수 없는 거고."
"크흠."
문은 열렸다. 경첩의 소리도 안 나는 것 보면 누가 살고 있던 집이 맞다.
"... 그래서 그 고양이는 어디로 간건데?"
"저도 몰라요. 다만 여기서 기르는 거라면 고양이 집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겠네."
둘은 멋대로 집 안에 들어와서 둘러봤다.
"... 여기 왠지 익숙한데?"
"그런가요? 저는 처음 보는데요."
"... 뭐지?"
로이는 익숙한 기시감을 느꼈다.
야옹-
복도 왼 편에서 소리가 났다.
"고양이 소리에요!"
"좀 건물 안에서는 뛰지 말라고."
그렇게 둘은 왼편으로 향하고 막다른 문을 열었다. 이곳에 오는 동안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았고, 문짝은 이거 하나 뿐이었다.
"... 뭐야 이건."
"... 지하실로 가는 것 같은데요."
열린 철문 사이로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야옹-
"... 돌아갈까?"
"... 발 잘못 디디면 그대로 구르겠죠?"
"아무래도. 그것보다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르겠고."
야옹-
"... 우으. 그래도 가야겠어요."
레지나가 한 걸음 내딛었다.
"야, 야! 어딜 들어가!"
"지하실에 있다면 가서 잡으면 되겠죠! 독 안에 든 쥐라고요!"
그녀는 더욱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더니...
"꺄아악!!"
"이런, 젠장. 왜 내가 이 녀석을 돌봐야 하는 건데!"
하물며 적대 세력이다. 저쪽은 나를 모르는 것 같지만.... 아니 그래서 그런가
"... 에라이 젠장. 영감들한테 한 소리 듣게 생겼네!"
로이 버넷도 그대로 지하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이 오지 않았던 복도 너머로 깨지는 소리와 함께 누가 들어왔다.
"... 드디어 찾았네요. 아아. 느껴지고 있어."
하이힐이 바닥을 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복도를 가로지른다.
"나의 사랑스러운 인형..."
점차 황홀에 젖어가는 그녀는, 그녀의 뒤로는 수 많은 인형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자! 오늘이 마지막이자! 최고의 공연이 될 거에요!"
채찍질 소리에 맞춰 모든 인형이 어둠 속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인형의 주인도 천천히 그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길어져서 잘라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