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65rSkOIJ7gU



약속대로라니.

우리가 약속한 건 애초에 시작점부터가 박살이 났는데.

무슨 약속...?



"어딜 노리는거야 다닐! 이 새끼...!"


"허억...허억... 후우... 쏘리쏘리... 어두워서 잘 안 보이더라고."



설마...




"너네들... 설마..."




하, 하하하... 그치?

날 도우러 온 건 아니구나.

역시.


그럼 다닐은, 도붕이한테 속아 넘어간 게 아니라... 처음부터...



"흐흐흐흐, 병신 새끼야. 왜? 널 도우러 온 줄이라도 알았노?"


"그래서? 발레리씨? 이제 빨리 가자고. 원본 흡수하러 가는거지?"



다닐이 걸어온다.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젠장... 


다닐 이 개자식이... 그러면 처음부터 거기에 깔려 있었던 건...



"의심을 해야할 거 아니노 게이야? 응?"


"니가 간단히 치울 수 있는 잔해에 도플갱어가 왜 깔려 있었겠음?"



"씨발...! 이 새끼가아...!"



짓눌린 몸을 비틀며, 발악한다. 빠져나오려고 버둥 거려보지만 꿈쩍도 안 해.

젠장. 젠장.

처음부터 이 새끼한테 말렸어.


다닐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런 점은 한 둘이 아니었어.

그랬는데, 씨발...!



"흐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하. 병신. 병~신!"



도붕이가 내 위에서 웃고 있다.

내 얼굴로, 침을 흘려가며 웃고 있다.

커다란 콧구멍. 정돈이라고는 하나도 되지 않은 턱수염.


뚜벅뚜벅


정말 추악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웃고 있다.

내가, 웃고 있다.



"자아,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다. 씨..."



"...뭐냐. 다닐."




어...



"아니~ 뭐, 대충 보니까. 견적 나오더라고. 씹새끼들아."



왜?



왜 다닐이, 도붕이 머리에 총을 겨누지?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너네 둘이, 원본이랑 도플갱어지?"



"진짜 도플갱어 발레리는 처음부터 없었던거고. 응? 내 말 틀려?"




도붕이가 정수리에 겨눠진 총을 향해 돌아본다.

잔뜩 찡그린 얼굴. 거센 콧김이 밑에 있는 나에게까지 전해진다.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인데?

 니가 설마 전우애가 어쩌고저쩌고 따지려고?"


"설마? 내가 예고르도 아니고."


"그럼 왜 이 지랄..."



도붕이가 한 손을 들어 총구를 쳐내려고 하자, 다닐이 오른 팔로 찍어 누른다.

도붕이의 손이 멈추고, 서서히 총구에서 멀어진다.



"난 말이지. 솔직히 원본 따윈 이제 와서 아무래도 좋고, 너네들이 진짜 발레리인지 아닌지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죽은 것 같이 20년 동안 아득바득 버텨왔거든. 그러다보니 좀 지쳐서... 아니지...

 재미 없어졌달까..."



"하, 재미? 엑스트라 새끼가 뭐라는거야."



도붕이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린다.

그런 도붕이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하고 건드리는 총구.


재미? 미쳤다. 다닐 저 새끼 정상이 아니야. 처음부터 배신 하려고 도붕이한테 붙었다고?

...제 정신이 아니라고, 자기 입으로 말했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어차피 곧, 부전대장이랑 다른 새끼들이 올 거야."


"끝났단 말이지."



"..."



도붕이는 길게 한숨을 내 쉬고서, 다시 다닐에게 고개를 돌린다.

총구가 도붕이의 앞머리를 스치고, 이마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러면 날 돕고, 같이 원본이 있는 함선으로 가는 게 나을텐데?"


"왜? 여기서 널 죽여버리면, 내가 처음부터 너랑 작당했다는 거 아는 놈 하나 없는데."


"이 새끼 말 안 통하네..."


"말이 안 통하는 건 너지. 오면서 잘 들었다. 뭔지 몰라도, 너... 저기 밑에 깔린 새끼를 흡수하기만 하면

 만사형통인 모양이던데. 그걸 놔두겠냐고."


"엑스트라 버러지 새끼가아아...!"


달달달, 밑에 깔린 내가 알 수 있는만큼 격앙하고 있다. 흥분해서 몸을 떠는 도붕이.

어떻게든, 이 타이밍에 몸을 움직여서 벗어 나보려고 하지만 젠장... 무거워.

게다가 정확하게 근육을 짓누른 탓에 힘이 안 들어가.



"어어? 어어? 이보쇼. 총알 나간다?"


"..."


"얌전해졌네. 그래서 너네 둘 도대체 뭐냐? 발레리는 왜 뒤집어 쓴 거야?"


"어? 어차피 황천 갈 거. 우리 다 속 시원하게..."


"...까..."



이거.

안다.

드글드글, 끓는 무언가. 존재가 뒤바뀌는 그 순간. 눈 앞에서 침식파가, 형체를 갖추는 그런 느낌.

메스꺼운, 솔파미레시도를 마주 했을 때의 그 느낌.

처음으로 코핀 오브 타기리온에 들어 섰을 때의 그 느낌.







https://youtu.be/KKf-grKA4N8



"좆까 이 씨발 엑스트라 새끼야!!!"



순식간에, 도붕이의 팔이 형태를 바꾼다. 머리도 동시에 바뀐다.

마치 인간에서 늑대가 되다만 형체로 바뀌고,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발사되는 총알.

탕, 이마가 변형 되며 밀어낸 탓에 허공에 쏘아진다.


주춤하며, 물러나며 생기는 틈.

도붕이는 놓치지 않는다. 


"큭...!"


마치 곰의 앞다리 같은 팔이 다닐의 배를 노리고 베어든다. 운 좋게, 뒤로 넘어지다시피한 다닐.

허공을 가리고, 그 찰나. 다시 핸드건이 도붕이를 향하지만 이미 없다.

벌써 짐승처럼, 네발로 뛰쳐나간 도붕이. 이미 다닐의 뒤다.


"이 새끼!"


다닐이 앉은 채로 총구를 뒤로 돌리지만, 또 늦다.

탕, 하고 발사 된 순간 뛰어오른 도붕이.



젠장. 하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나도 겨우 몸을 일으킨다.



"죽어 이 씨발 새끼야!"


다닐의 머리 위에서 네발 짐승이 순식간에 사람의 형태로 뒤바뀐다.

따라잡으려고 올라간 총구는 그 궤적을 좇아서 탕탕탕.

정수리 위에서 도붕이의 발이 다닐의 머리를 노리고, 쏟아진다.


씨발...!


반사적으로 내 오른손 옆에 굴러 떨어진 이터니움 합금을 쥐어 던진다.



"큭...!"



팟, 하고 섬광이 인다. 동시에 폭발. 아, 그렇구나.

도중에 인간 형태로 바꾸는 바람에, 철로 이루어진 슈트와 마찰해서...!



불꽃이 다닐의 정수리 위에서 저 멀리 굴러 떨어진다.



"다닐!"


"오, 땡큐! 이 씨발 새끼야!"




다닐은 내 목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덩이가 된 도붕이를 향해서

몇 발의 총을 발사한다. 하지만, 1초도 못 가서.



척척, 척...


"이런...! 총알이 없잖아!"



그거야 핸드건이니까!

나는 다닐 근처로 가서 다닐을 일으켜 세운다.

왼쪽에서 일으키려다가, 왼 팔이 없는 걸 보고 반대편으로 이동해서 오른 팔을 목에 두른다.



"으으윽...! 아아아악...! 이 새끼들이...!"



"저... 저 새끼 뭐냐? 왜 불타는데 일어서냐?"



그러게 씨발

파이어펀치냐고 씨발!


...아.

내가 카운터니까.

저 새끼도, 카운터의 도플갱어. 거기에 걸 맞는 육체.

일반 도플갱어라는 차원이 다른 존재.


이 씨발 그러면 애초에 덤비며 안 되는거잖...



"죽어라 이 씨발새끼들아!!!"



불덩이가 달려든다. 아니, 이미 대부분 씻겨져 나갔다.

정확히는 타는 육체를 다른 걸로 형체를 바꾸며 우리에게 달려든다.


제대로 된 타격이 아니라 표면에 불을 붙인 정도로는 소용 없다고?

씨발 사기잖아!


나는 다닐과 함께 몸을 오른쪽으로 날리...



"크악...!"



다닐이 도붕이의 발차기에 날아간다. 오른쪽으로 구른 건 나 뿐.

거세게 숨을 몰아 쉬고서, 몸을 일으켜야 해.

당장 여기서 도망...




"아악...!"




"씨발 새끼들아. 엑스트라 주제에 존나게 분탕을 쳐?"



등을 짓누르는 압력. 그새 쫓아와서 나를 짓밟고 있어.

그보다 분탕 친 건 너잖아 씹새야.



"분탕... 친 건... 너잖아...! 씹새야...!"



"으아아아악!!!"



입 안의 근육들이, 목구멍의 편도 같은 게 안쪽으로 빨려들 것 같은 압력. 짓눌리는 등 쪽으로 모든 게

빨려들어서 쪼그라들 것 같아. 아파. 뼈가... 뼈가... 바닥에...!



"분탕? 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


"지랄하지 마라. 원본. 분탕은 처음부터 니가 쳤잖아? 어?"



"발레리를 그래서 죽인 것도 너잖아? 어?"




"무슨... 소리이익...!"




으악, 하악. 허억... 숨이 잘 안 쉬어져. 폐가... 짓눌려져서... 




"바, 바레리를... 주...힌 헌...! 하억... 엇... 너 잖..."



"흐흐흐흐흐흐, 뭐야? 너? 어이 원본. 야! 이 씨발 새끼야!"


한순간, 나를 짓누른 발이 떼어지고 몰렸던 날숨이 한순간에 뿜어진다. 귀 안쪽부터

눈알까지 차오르는 날숨. 내쉬고서 다시 들어 쉴 틈도 없이 쿵, 하고 짓눌리는 압력.


"크악...!"



"너 설마, 기억 못하는 거야?"



"기...어...이하니...?!"




"푸....푸흐흐흐흐흐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



"이 딴...! 이 딴 새끼가!!!"




"내 원본이라고?! 이런!!! 이런!!! 씨발!!! 새끼가!!!"




아, 안 되게... 아... 안...

숨이... 그만... 제발...

아...허..


숨을...!




다 멀어진다.

전부 다 멀어진다.

눈 앞이, 빛조차 없는 공동 안인데 새하얗게 점점 바뀐다.

바깥 쪽부터 점점 흐려지고, 새하얗게 바뀐다.


제발, 제발.

발을 치워 줘.

제발.

제발.


숨을 쉬게... 하으.. 하아아아아아.




"옜다."



"켈록, 후...! 후우우우우우, 후아... 하아하아하아하아... 하...하아...후우....흐우..."



"선심 썼다. 어?"



눈 앞이 온통 하얗다. 겨우 찾아든 숨. 마치, 변기 속에서 겨우 머리를 든 사람처럼 숨을 갈구하며

땅바닥 위에서 퍼덕인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숨을 들이쉬는 것만해도 죽을 것 같아. 하지만 이 달콤함에

나머지 건 아무래도 좋게 느껴진다.


땅바닥 위에서, 건져 올려진 지 꽤 시간이 흐른 생선처럼

침까지 흘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다.



서서히 돌아오는 시선.

귀 안쪽에 간지러운 감각.


잔뜩 당겨진 목 안쪽의 근육. 근육통인지 경련하며 양 팔을 떨게 만드는 목 뒷쪽의 통제불능.

저, 정신 차려.

도망... 쳐야 해...

필사적으로 왼 팔을 움직여, 땅바닥을 짚는다.

일어 서서..



"하억...허억...후욱...하악...하악...하아하아...하아..."



"우선 반쯤 쳐먹고?"



"으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파! 아파!

바닥 위에서 머리를 뒤흔든다. 아파. 아파. 왼쪽이. 왼 팔이.

왼쪽 눈알이 터질 것 같아.


끓는 기름을 어깨에다가 쏟은 거 같아.

칼로 신경 하나하나를 난도질한 거 같아.

아파. 아아악...!


뭔가, 뭔가 많이 없어졌어.

뭔가... 으아악...하악...!



"이 새끼, 오늘 리액션 혜자네. 어?"



"하악...허억... 내... 왼 팔..."



"발레리를 내가 죽여?"


"아니지. 죽인 건 너야. 따지고 보면 우린 공범이잖아?"



"뭐...뭐라는...흐악...헉..."



"옛다. 그럼 내가 니가 잃어버린 기억을 돌려 줄게."



"뭐...?"



고개를 돌린 곳에는 4갈래로 찣어진 아가리.

언제나처럼 나를 흡수하려고 벌려진 아가리.

하지만 그 안에서 꿈틀꿈틀.


질척이며, 기분 나쁜 혀.

아니지 목구멍에서 달랑이는 편도가 늘어난 것 같은

그런 촉수가 기어나와 내 머리를 꿰뚫는다.



억 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모든 게 잠겨든다.


























/







삐빅, 삑.


삑.


삑.




음... 아무래도 완전히 망가졌군.

날짜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질 않아.


통합지휘망을 통해서 슈트에서도 작동 가능할 모네카. 그러니까 구관리국의 전대 지원형 제어 시스템의

클라우드 기능도 작동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작동하고 있는데, 음성이나 폰트가 다 깨져서 알아볼 수가 없군.


이것 참. 곤란하네.




"곤란하게 됐군. 자네들을 어떻게 도와할지 나도 지금으로썬..."



"...도와? 무슨 헛소리야. 아저씨"



내게 겨눠진 총구.

아무래도 이 여자는 의심이 많은 듯하다.

그도 그렇겠지. 여기는 이면세계. 뭐든 주의해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묘하군.

이면세계에 표류 한 민간인은 듣도보도 못 했다.

애초에 카운터사이드에 관한 건 관리국 기밀사항 중 하나. 


경계 해야하는 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겠군.


지금은 이 슈트도 정상작동 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우횻... 횻...! 횻...!"



"저 미친 새끼는 왜 데리고 온 건데?"



설원 위에서, 흔들 던 허리를.

지금은 철판 위에서 자위행위라도 하듯이 흔들고 있는 남자.

반팔과 반바지.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통통한 체형의 남자를 보면

경계 해야지.





"우선, 내 소개부터 하지."






"나는 발레리. 관리국 메이즈 전대의 방패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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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과거편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