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 젠장."
최지훈은 나즈막히 그 말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진정해라. 급습에 당한 피해 치고 그리 크지 않아."
"저 녀석들 어떻게 따라 붙었던거야."
"그야 우리와 똑같이 왔다면 쉽게 가능하겠지. 그저 쭉 달리면 되는 길이었으니까. 오히려 늦었던 편이지."
"... 아무것도 못 했어."
이유리도 기운이 쭉 빠져서 단답했다.
"아니, 많은 것을 알았다. 우리가 문 건 쥐약이었고, 아직 삼키진 않았다는 걸. 용케 목에 넣지 않은 셈이지."
"옘병. 지랄을 떨어라. 나는 벌레를 잡자고 집을 태운 셈인데."
"그건 안타깝게 되었지만 집과 함께 죽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말은 쉽지. 요즘 집값이 얼마나 미쳐 돌아가는 줄 알아?"
"어이 영감. 나라면 지금 집 걱정보다 목숨 걱정을 할 거야. 분명 추격 조 하나만 붙인 건 아닐 거라고."
"시끄러워! 탑차에 있는 장비 정도면 다시 돌아갈 때 까지 버틸 수 있을거야."
"꿈도 크다고 말해줘야 해?"
"신참... 살아있겠지?"
"그 좆같은 년이 뒤진다고? 내가 장담하는 데 그 년이 나보다 오래 살거다."
"아무래도 그게 별명으로 맘에 들었나 보군. 나도 동의한다. 이기진 못하더라도 죽진 않을거다. 애초에 습격에 가장 민감했던 녀석이 누구였는지 잊지 마라."
"내가 살다살다 저 놈보다 인간 백정같은 년은 처음봤다."
"...."
"이유리. 아직까지 수상한 놈들은 안 보이나?"
"응. 따로 붙거나 같은 번호판은 안 보이는데"
"그럼 조금... 아니 분명히 따라 붙을 거다. 그럼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따라오고 있단 소리겠군. 영감. 강한 전파기기를 설치했나?"
"아니, 어디까지나 수송용이야. 임시 거처로 쓸 정도도 아니라고."
"... 그럼 어떻게 따라오고 있는 거지?"
"대장. 너무 과민일 수도 있어. 우리가 도망친 시각도 빨랐고."
".... 시발 천장에 붙어 있는 거 아냐?"
"가장 간단하면서도 무서운 소리군."
"... 쏴 봐?"
"길거리에서 총기난사로 1면을 또 장식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쿵!
천장에서 소리가 울렸다.
"... 이유리. 네 감이 이렇게 탁월할 줄은 몰랐군."
강민우는 그대로 앞바퀴를 꺽으며 뒤를 흘렸다. 자연스러운 오버스티어였다.
"썅! 꺽을 거면 말을 하고 꺽으라고, 대장!"
"미안하지만 위에 붙은게 뭔지 모르는 데 맘 편하게 있을 순 없어서 말이지. 내 머리가 꿰뚫린다면 이런 관성을 느끼는 것으로 안 끝날테니까."
"너 이거 중량을 기억하고 꺽는 거냐?! 까닥하면 뒤집어진다!!"
"걱정 마쇼 영감. 왠만해서 차가 뒤집히기는 힘드니까. 그리고 못 배운 것도 아니여서 말이지."
"이 새끼 당장 교통안전과에 찔러!!"
천장에서 뭔가 데굴데굴 구르는 소리가 났다.
"끈질기게 붙어있는 군. 이유리. 터널로 진입하자 마자. 천장에 갈겨라."
강민우는 최대한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차체를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이유리! 너 잘못 쏘면 우리 다 뒤지는 거야!"
"알아! 그러니까 적당히 좀 밀어!"
"내가 그러고 싶어서!!"
"시발! 대장, 나랑 철천지 원수 졌어?!"
세 사람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안도했다.
그러나 이유리는 곧바로 쏴갈겼다.
"야 너 무슨!"
"그년이 저런 말을 할 것 같아? 어디서 이상한 게 달라 붙은거지."
".... 잘했다. 이유리. 네 말이 옳았다."
총알 세례에 천장에서 굴러 떨어지는 뭔가를 사이드 미러로 봤다. 신참은 아니였다.
"더 밟는다."
"옘병... 이제는 목소리 말고 얼마나 좆같은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거냐고."
"너네 대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거냐."
"궁금하면 며칠 같이 살아보던지."
"멀리서 보니까 희극인거다."
"시발... 우린 비극이라고."
"비극이고 희극이고 이 연극의 엔딩이나 빨리나거나 화장실 갈 시간이라도 줬으면 좋겠군."
"... 대장 급해?"
"뒤나 봐라. 아무 징글징글하게 달라 붙었어. 장전해. 아주 신명나게 쏴 제껴야 할 거다."
터널로 들어오자 마자. 검은 승용차 10대가 보였다. 대략 10대다. 뒤에 더 있을지 모른다. 대략 40명이 넘는 계산이 된다.
"다 외상으로 달아놓을거니까 맘 놓고 쏴라."
"그 외상. 외상으로 퉁치자고."
"어딜. 이게 얼마짜린 줄 알고."
"그래. 어디 걸리면 그냥 독방 신세 확정이겠네. 뭔 중화기가 이리 많아?"
"영감. 산 채로 묻히고 싶은 게 아니면 나갈 때 아니면 중화기는 쏘지 마."
"내가 무슨 자동차 정비공인 줄 아냐? 총포상 주인이야!"
탑차의 문이 열렸다. 곧바로 모습을 들어낸 것은 기관총이었다. 기관단총이 아니다. 기관총이다.
"이걸로 아스팔트 노면을 갈아볼 날을 살게 될 줄이야."
탑차의 문이 열리고 녀석들이 가깝게 붙으려는 순간 곧바로 시야가 환해졌다. 잊고 있겠지만 터널은 꽤나 어두운 편이다.
앞에서 화약의 불이 뿜으며 뭐가 그들을 반기는 지 환하게 보게 되었다.
"하하하핫!!! 이 빌어먹을 녀석들아! 이게 자동화기의 최고점이다!!"
운좋게 총알을 피하면 그대로 노면이 작살난다. 카운터야 뭐 추돌사고로 죽는 경우는 적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단순 추돌이다.
지금 뒤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10대다.
그대로 노면이나 본넷을 갈아버린다. 노면이 파괴대면 오프로드가 되고 본넷이 갈리면 고스트라이더 된다.
피하는 방법? 옆으로 붙어서 나란히 달리는 거다. 그런데 과연 그 속도로 얼마나 빠르게 옆으로 붙을 수 있을까?
"대장! 얼마나 남았어!"
"곧 출구다! 준비해!!"
왼쪽에 한 대, 오른쪽에 두 대.
사각지대로 들어갔다.
"옆에 셋! 속도 더 못 올려?!"
"이 더럽게 커다란 차에 바랄 걸 바래라!"
"애미...."
"... 야 최지훈. 뭔 이상한 소리 안들렸냐?"
"또 뭔 촉이 서서 개지랄을..."
천장. 천장이...
"시발. 이새끼들 단체로 돌았나!!!"
"대장! 천장! 천장 무너진다!!"
"가지가지 하는 군!"
옆에는 지척까지 달라붙은 승용차. 그리고 위에서 따라오는 갈라지는 틈.
"... 늦어! 대장! 느리다고!"
"그럼 말만 놀리지 말고 짐이라도 버려!"
"영감 실컷 쐈으면 나와! 이게 더럽게 무거운 거야!!"
"제길, 잘 가라. 내 전재산 3%!"
깡!
이음쇄 부분을 풀자 그대로 머신건이 바닥을 굴러 날아갔다.
일순 뒷바퀴가 떠올랐으나 다시 가라앉았다.
"... 속도는 나아지긴 했는데"
왼쪽에 넷, 오른쪽에 다섯. 저 너머로 사라지고 있는 불빛들. 젠장 너무 많아.
"둘러 붙는다! 알아서 피해!!"
각자 양쪽에서 뒷바퀴를 향해 들이박았다.
세 차량의 속도가 떨어졌다.
"너무 가까워! 견제 거리가 안된다고! 좀 떨어져 봐!"
"나한테 불평 불만하지 마라. 지금 속도 떨어진 것부터 큰일이니까.
"이 미친놈들이 다같이 묻히자는 거냐고!"
"몇 초 더 남았어?!"
"3초 후에 터널 통과할거다! 속도가 더 떨어지지만 않으면!"
투두두둑
"3초가 3년 같은 하루네!"
계속해서 뭔가 천장에서 떨어진다.
"... 이유리. 네 시력 몇이지?"
"1.5! 왜!"
"뒤에 뭐가 오는 게 보이냐?"
"뭐...?"
뭐가 보인다고...?
"... 분명 소리는 들리는데...."
"뭐가 들리다는 건데! 대장!"
".... 온다. 저 미친년이!!"
뒤에서 불빛이 하나 빠르게 가까워진다. 근처에 차가 있어서 잘 몰랐는데 미세한, 약간 더 높은 배기음이 들렸다.
빠르게 다가온다. 뒤집어진 노면을 아무 거침없이 바이크가 가로지른다. 속도는 줄이지 않고서.
속도광도 이런 도로에서는 안 달릴 것이다. 그러니까... 미친년이다.
"야 미친년아! 속도는 줄여!!"
"어디서 저딴 걸 찾았는지 모르겠군. 딱 들어도 6기통은 넘은 것 같은데"
"그게 중요해?! 저 녀석 빠져나올 순 있는 거야?"
"... 충분할 거다. 저 가속도면."
점차 가까워진다. 모습의 윤곽이 제대로 잡히기 시작한다. 헤드라이트의 역광을 감안하면 엄청 가까워진 것이다.
"그 와중에 헬멧은 쓰고 있네."
"저 속도로 안면을 맞으면 그게 공기 싸다구지."
"지금 농담할 때야!?"
"아니. 진심으로 살았다고 생각한다."
뒤에서 따라오는 바이크를 발견한 녀석들의 신경이 분산되었다. 마킹하는 수가 줄었다. 두 차량이 바이크 쪽으로 달라붙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속도를 올렸다. 빨간 헬멧, 그 뒤로 나풀거리를 핑크 스웨터. 등에 맨 두 빠루.
먼저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이크의 뒤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최지훈 쏴라. 쟤들도 얼빠졌군."
"이제 구분 되네. 아까 매달린 놈은 확실하게 가짜였어."
저런 게 진짜 미친년이지. 한번만 삐끗해도 그대로 사망할 이유가 3개가 넘는다.
점점 더 바이크 소리가 묻힌다. 무너지는 소리와 거리를 좁혀 오는 음량이 같아진다.
차량 둘이 출구 앞에 멈춰 섰다. 차량을 방패 막으로 가로막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아량곳 하지 않고 더 더욱 성난 소리를 내며 속도를 올린다.
"... 대장 오늘 경찰 그만 둬서 다행인거 아냐?"
"말이나 못 하면. 오늘 단속반은 죽음이겠군."
거리 8-6-3-15m. 빨랐던 것은 출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다.
"미친년아! 속도 더 올려어!!"
그 말에 화답하듯 무너지는 잔해를 뚫고 공중에서 튀어나왔다.
"... 잭나이프 턴? 진짜로 뭐하던 년이야? 저런 걸 할 줄 안다고?"
주인장은 감탄을 금치 못 했다.
먼저 튀어나온 것은 뒷바퀴였다. 가로막은 차의 트렁크를 가볍게 올라타고 능숙하게 앞바퀴를 끌어올렸다. 성냥팔이 녀석들도 어안이 벙벙해서 그저 바이크가 공중에서 날아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다.
살벌하게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미끄러진다. 이대로면 미끄러지며 중앙벽에 추돌하는 것이 정상이다.
"대장. 그냥 저새끼가 운전하는 게 더 낫겠는데?"
"나도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군. 다만 저걸 자동차로 할 수 있는 지 궁금해지는데"
미끄러지는 바퀴를 일자로 놓고 그대로 앞바퀴를 들어 올렸다.
무슨 절묘한 조절인지 그대로 균형을 잃지 않고 다시 앞바퀴를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몸체를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 낮추고 가속한다.
아무도 튕겨나갈 위험을 저런 식으로 무마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렇게라도 무마할 수 있다면 해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해냈다.
"최지훈. 오른쪽에 있는 녀석들 먼저 처리해라. 충분히 괴롭혀주지."
"저 정도면 혼자 한 라인은 가지고 놀겠구만."
운전은 카운터의 육체 능력과 궤를 달리한다. 강민우는 안다.
시간 조작이 아닌 이상 운전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한 여자를.
헛웃음이 나왔다. 저런 걸 하는 미친 사람은 하나 쯤 있다.
"... 뭔가 나 필요 없지 않아?"
"입 놀릴 시간에 충격에 대비해라."
곧바로 탑차에 충격이 밀려왔다. 우측 차량 셋은 방음 벽에 부딪혔다. 그 후 곧바로 떨어졌다.
대충 중간에서 문제가 터지고, 그대로 앞과 뒤 차량도 휘말려 뒤로 구를 거다.
아니면 속도를 줄여야겠지. 우리가 앞서가면 그 후에는 뒤에서 밀려오는 화기를 감당하면 된다.
남은 한 대는 앞에 있다.
"교훈이 필요하겠군. 운전할 때는 뒤나 앞에 무슨 차량을 둘지 고민 좀 해 봐야 할 거다."
악셀을 더 세게 밟았다.
"화끈하네. 오늘 다들 짜증이 한가득인가 봐?"
"니미... 이 나이 먹고 이 정도 스트레스 받으면 병원 가야 한다고."
"그 나이 먹고 우는 소리 하지 말고 총 쏠 준비나 하라고."
"...."
"이유리. 왼쪽 볼 시간 없어. 차를 확실히 못 터트리면 곤란하다고."
"알아. 아직 뒤로 안 왔잖아."
왼쪽은 순조롭다. 거의 도로 위의 무법자다. 놈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앞 바퀴로 사이드 미러를 부수면서 계속해서 압박해갔다.
이미 한 녀석은 뒤에서 벌러둥 누워 파이어 캠프를 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허무하게 끝났는지 알고 있는지 녀석들이 붙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마침 앞의 차도 몇 번 들이박더니 그대로 멈췄다. 중앙 2차선으로 빠지면서 녀석의 모퉁이를 쳐주면 그대로 방음벽을 침대삼는다.
왼쪽의 녀석들은 스스로 멈춰 서서 따라오지 않았다. 두 무리만으로 추격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일 거다.
타이밍 좋게 정리되었다. 그대로 바이크가 속력을 줄이며 운전석 쪽으로 붙었다. 헬멧 바이저를 올리며 눈을 마주쳤다.
"꽤나 빠르게 합류했군. 그 녀석이 쉽게 놓아주던가?"
"뭐래. D급 새끼가 2종한테 덤볐다가 그대로 레고 놀이 당했지. 운도 지지리 없는 녀석이었어."
"... 어째 침식체를 더 쉽게 생각하는 군."
"그런 잡담 할 시간에 차 세우고 나도 좀 같이 가지?"
"좀만 더 가면 터널이 있을 거다. 거기서 세우지."
"좋아. 그럼 먼저 간다고."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속도를 올려서 먼저 나아갔다.
물론 이쪽도 머뭇거릴 이유도 없었다. 천천히 악셀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총포상 주인은 그대로 탑차를 가지고 발길을 돌렸다. 외상의 대한 한시 변제로 탄약들과 무기를 주고 떠났다.
"운전을 할 줄 안다는 건 몰랐군. 다음에 시켜도 될-"
"무면허. 괜찮아?"
"... 미친년."
"오토바이가 쉬운 편이야?"
"아니. 절대로. 그대로 황천길도 쉽게 가고 싶으면 해보던가."
"아직 연료는 남아 있을 테니까, 흥미 있으면 타보던가?"
"... 그건 어디서 훔친 거지?"
"약쟁이 새끼들. 터널 앞에서 뭘 시시덕 거리고 있던지, 바이크 하나 없어져도 모르더라고."
"뒤에 추격조가 있었군."
"그래서 불 질러 줬어. 뻥뻥 터지던데?"
최지훈과 강민우는 말을 잇지 못 했다. 방화를 저릴렀다고 고백했다.
"아 뭐. 라이터 던지기 전에 소방서에 연락했다고."
"지금부터 불 지를거니까 오라고?"
이유리는 경악했다.
"잘 아네!"
"... 시발. 뭐가 더 문제야."
최지훈은 머리가 아팠다. 이건 수칙을 위반한 걸까 아닐까. 아니... 일단 수단에서 틀린 것은 아니긴 한데.
"뭐. 민간인은 가해 안 했어."
"근처에 올라오는 녀석이 있었으면 어떡하려고 했지? 불이 퍼지면 그 후에 감당할 수 없다. 애초에 그 녀석들은 카운터다."
"그래서 경찰도 불렀어. '나는 방화범인데 예고 범행을 하겠다'."
".... 지금 몇 명이나 끌어들였는지 자각이 있나?"
"아마 그라운드 원 내의 가용 인원 20%."
아키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 뭐?"
"왜. 그 정도 불 지를 거면 다 끌고 와야지."
"무슨 수로 끌고 온 거지?"
"여론전."
"... 뭐??"
최지훈은 아까와 똑같이 반문했다. 뭔 소리를 하는 것이지?
"아, 신상은 별로 안 털었어. 그냥 약쟁이 새끼들이 여기서 모여있고, 그 녀석들이 방화를 저질렀다.... 정도?"
"뭔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아키는 디바이스를 켜서 눈에 보이는 몇 글자를 읽었다.
"지금 한창 뜨거운 감자라고. [카운터 범죄자. 이대로 지켜봐도 괜찮은가.], [이들의 악행이 어디서부터 문제인가]. 더 읽어줘?"
"야 줘봐."
최지훈은 직접 상황을 보기로 했다.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하나였다. 성냥팔이 녀석들이 오토바이 위에서 담배를 피다가 불이 붙는 영상...
그리고 마지막에 누가 손가락으로 V를 하며 영상이 끝났다.
"너 설마."
"거기서 누가 담배피래? 덤터기 씌워지는 각오 정도는 했어야. 그 정도면 안전 불감증이야."
엄연히 조작이다. 그런데 아다리가 좀 잘 맞아버렸다.
"... 대장.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이유리는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일단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단순하게 말하고 있는 것부터 그랬다.
"하아... 아키. 지금 네가 한 짓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는 있는 건가?"
"뭘? 각자 자기 일 하고 있는 거잖아. 경찰은 이들이 형법을 위반 했다면 제제할 의무가 있고 권리가 있지."
"소방서는 뭐 노는 줄 아냐? 그 사람들도 이곳으로 오고 있을거다."
"이 정도로 터지면 걔네도 못 와. 스패로우들이 우선적으로 투입되고 구출을 위해 후발적으로 도착하지. 산불이 나면 무슨 헬기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줄 알아? 아니, 잘 알겠지. 그러니까 애꿎은 사람이 휘말릴 일은 없다고."
"... 시발 미친년이 일을 제대로 치고 있네. 카운터 녀석들은 어쩔건데? 순순히 진압되겠냐고"
"블랙 타이드가 자발적으로 구호를 요청했어. 무슨 뜻인지 알아?"
"태스크포스까지 끌어들였다고?"
"그 아저씨들이 왜 이 기회를 놓치겠어... 안 그래? 가장 골칫거리들이 스스로 무덤을 파서 들어가 주겠다는데."
"그 녀석들이 순순히 체포 되더라도 뭐가 달라질 것 같나?"
"아니. 다만 이제 주변의 눈이 더 많아지겠지. 세력과 명분도 잃어버리겠지. 이 바닥에서 한번 얕잡아 보이면-?"
"... 나락길만 남았지."
"빙고! 이제 충분히 할 일이 정해졌지?"
"꼬리 자르기 전에 쳐야겠군. 위치는 이미 알고 있겠지?"
강민우는 체념하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
"뭘 이제 세삼스레 네 분위기에 휘둘리기만 할 것 같았나 보지. 미안하지만 이 정도 그림을 보여주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눈뜬 장님이야."
"... 대장. 이건 미친 짓이야."
"알아. 우린 미치기에 너무 익숙하게 싸워왔지. 뭘 머뭇거릴 거지?"
"지금 감정에 휘말려서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최지훈. 지금이 아니면 적기가 없다. 놈이 숨으려고 하면 이번을 끝으로 모습을 들어내지 않을 거다. 충분히 목 아래로 전부 죽을 테니까."
"저 새끼가 어떻게 장소를 알고 있는 건데! 뭘 믿을 수 있냐고!"
"없다. 그러니까 이건 이제 내 개인적인 일이다. 더 하라고 하진 않겠다."
"니미 시발! 그걸 지금 말이라고!!"
"이유리. 넌 어쩔거지."
"어, 어?"
"좋아. 나만 가는 게 되겠군. 헬멧은 하나 더 있나?"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걱정 없는데, 뒤에 있다가 중간에 머리 날아가도 모를거라고."
"감수할 만한 위험이다."
"... 시발! 알아서 해!"
"야, 야! 최지훈!"
최지훈은 성에 못 이겨 몸을 돌렸다. 숨이 매우 거칠었다.
이유리는 강민우와 최지훈을 번갈아보다. 아키를 보곤 인상을 찌뿌렸다.
그리고 최지훈으로 달려갔다.
"... 갔군. 이제 된 건가?"
"뭐를."
"더 이상 민병대를 할 이유가 없어지게 하려는 속셈 아니였나?"
"..."
"다시 말하지만 그 정도 그림을 보여주고 아무것도 모르면 눈뜬 장님이다."
".... 하아. 시발. 눈치는 빨라요."
"혹시나 해서 묻지만 누군가의 사주인가?"
"내가 뭐하러 그딴 귀찮은 의뢰를 받아들여."
"개인적인 일이군. 내가 모르긴 모르지만 저 둘하고 접점이 있는 인생은 아닌 것 같은데."
"없어. 아무것도. 근데 시발, 저렇게 뒤져가야 할 인생은 아니잖아."
"... 오만한 배려였군."
"누군가는 그 배려도 씹어 뱉어 주시던 데요."
"말 그대로 녀석을 놓치면 다시 기회는 없을 테니까. 아마 더 깊게 숨어서 다시 재기하겠지."
아키는 그대로 바이크에 올라탔다. 트렁크를 열어 헬멧 하나를 던져줬다. 얼핏 보면 더 있긴 했다.
"... 타. 시간 없어. 아마 이제 곧 뜨거나 숨을 거야."
"그렇게 걱정되면 무운이나 빌어주는 게 어떤가."
"누구, 셋 다?"
"그래도 좋겠지. 아무나 살아야 명복이라도 빌어줄테니까."
"... 아 시발. 두고 가고 싶은데."
"누가 성냥팔이인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다 닥치는 대로 조지다 보면 그 안에 있을거 아냐."
"살인은 안 한다고 들었는데."
"누가 죽인데? 조진다고. 하나 하나 줘패가면 나오겠지."
"역시나 카운터였나?"
"내가? 처음에 말했잖아. 시계 보여주냐고. 카운터는 무슨..."
"참으로 오늘따라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는 군."
"걱정 마. 내일도 그렇게 느끼게 해줄테니까."
"그건 그거대로 싫군."
"눈치라는 건 세월이랑 같이 흘려 보냈나 보네요."
"강소영 경위! 서둘러!"
"아이고, 경정님. 이런 불길이면 들어가는 것도 힘들다니까요? 저 녀석들도 사람인데 튀어나오겠죠."
"이래서 무능력자들은..."
"왠만한 카운터들도 시야가 확보 안돼서 안 들어가고 있잖아요. 곧 불길 진압될 거니까 기다리죠."
강소영 경위는 위를 보았다. 수 많은 스패로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뭐를 노리는 거지? 왜 이 정도의 숫자가 있는 걸까.
그리고 마치 짠 듯이 모든 이들이 협력할 시간이 되었다.
"... 이거 그냥 놀아나고 있는 것 같은데."
짬밥의 감이었다. 마치 거대한 일을 감추기 위해 연막질하는 녀석이 있는 것 같았다.
우우우우웅-
"... 오토바이 소리?"
"경위?"
"경정님. 무슨 소리 못 들으셨어요?"
"무슨 소리?"
"분명 소리가 들렸는데..."
찾았다. 산 속에 빛이 움직인다.
앞은 막혀있다. 즉, 저건 먼저 온 사람이다.
"야, 그거 진짜 맞냐? 이 새끼들 진짜 그 새끼들이라고?"
"맞을거야. 영상 속에도 심장 문신이 있었으니까."
"하, 이 새끼들 한번 제대로 일쳐주니까 고맙네. 인명피해도 없었지? 상부는 국지적 테러라고 규정했고."
".... 이 미친 아저씨가."
심장 문신에 카운터 범죄자들. 성냥팔이다.
만약 뒤쫒고 있다면... 누구일지 알 것 같았다.
"경정님. 여기 계세요. 딴데 가지마시고요."
"경위? 강소영 경위! 어디가! 야!!"
강소영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이건 자살쇼였다. 곧바로 후진 기어를 넣었다.
"분명 저기 너머로 갈 길이 하나 더..."
찾았다. 지도에 나온다. 20분 정도 돌아가면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강소영 경위! 문 좀 열어!
클락션을 강하고 길게 눌렀다. 놀란 이유미는 순간적으로 손잡이를 놓았고.
경찰차는 강한 배기음을 들려줬다. 빠르게 뒤로 나아갔다.
핸들을 튕기듯이 돌렸다. 그리고 카운터 스티어링. 차량은 갑자기 차단벽에 들이박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차량의 앞부분은 그럴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방향을 돌렸다. 깔끔한 리버스 턴.
그대로 관성을 이어 앞으로 질주했다.
"... 경위?"
버려진 이유미는 그대로 멍하니 도망간 방향을 바라봤다.
저건 뭘 쫒으러 갈 때의 강소영이다. 뭐를 찾았던 건가?
"얼마나 더 가야 나오는 거지?"
"이 산을 지나면. 아마 거기서 애들 갈구고 있겠지."
"언제 휴대폰까지 전부 털어본 거냐."
"받자 마자. 시간 참 부족한데 알뜰하게 썼다. 뒷구멍도 뚫어줘. 뒷조사도 해... 아주 그냥 뒤로 다 시키지 그래?"
헤드 라이트 하나만을 의지해서 오르막을 달린다.
아키와 강민우는 다른 별 말은 안 했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으면 좋은 것이 있냐고 물어봤을 뿐이다.
애초에 사담을 할 정도로 친분을 쌓지 않기도 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궁금한 것을 물어볼 뿐이다.
"... 이 일이 끝나면 어떡할거지?"
"... 글쎄. 생각해 본 건 없는데. 크게 다를 건 없지 않을까? 언제나 거기서 지내겠고."
"지붕만 있는 거처 말인가. 바람을 막을 벽정도는 세우는 게 나을텐데"
"벽이 있으면 사각이 생기잖아. 천장용으로 하나만 있으면 돼"
"적어도 거주지 정도는 제대로 준비해라. 빈약하더라도 그건 갖춰놓는 것이 좋다."
"... 하. 내가 불쌍하기라도 보였어?"
"인간의 문명은 집과도 함께했다. 짐승처럼 살지 말란 뜻이다."
"충분히 사람답게 살고 있습니다요."
"뭘 먹고는 있나? 한 번도 뭘 먹는 모습은 못 봤는데"
"... 그거 좀 소름끼치는 발언인 거 알아?"
"네놈도 아무렇지 않게 희롱성 발언을 했잖아."
"꼬우면 싫다고 그때 말하던가."
"별로. 그냥 많은 회의가 들었을 뿐이다."
"뭔 회의감이 또 들었길래."
"별로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말할 상황도 아니겠군. 뒤에 누가 따라 붙었다."
"뭐? 누가?"
".... 경찰차군."
"... 뭐 하나 정도는 끌고가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지 않을까?"
"민간인이다."
"... 그래 그래. 최대한 떼어내 볼려고 하면 되는 거지?"
이 둘은 그냥 과속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하긴 카메라는 있었다. 뭐 근데 단속반이 근처에 있었을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다.
"하. 그럼 속도 좀 내볼까!"
그대로 속도를 올렸다. 오르막길이긴 하지만 평범한 녀석은 아니었다. 튜닝도 돼있는 6기통 모터사이클.
왠만한 차량과 비슷할거다.
그대로 뒤에서도 따라왔다. 속력을 더 올리며 쫒아오기 시작했다.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한다.
"아, 역시 오르막은 불리한가. 평지에서면 해 볼만 할 텐데..."
"아니. 아마 힘들거다 평지에서도.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더 악화 되었군."
"뭐? 왠 개소리야."
"오르막만 넘겨라. 그것만 하면 된다. 적어도 내리막이면 우리가 유리할 테니까 해볼 만 할거다."
"그건 당연한 소리고."
"아니. 이번 만큼은 아닐 거다."
유리 안과 밖의 눈이 마주쳤다. 역광이다. 근데도 알 수 있었다. 즉...
거리가 좀 가깝다는 소리다.
"시발. 무슨..."
더 배기음이 커졌다. 아키는 몸을 세워서 어떻게든 바이크를 눌러봤다.
다시 거리가 벌려졌다.
저쪽도 맞춰 속도를 올렸다. 차체가 떨린다.
귀신 같이 거리를 좁혔다.
"... 커브길. 꽉 잡아."
"알고 있으니까 운전에만 집중해라."
그대로 앞바퀴를 들고 뒤를 흘렸다. 다시 바퀴를 내리면서 강제로 서서 미끄러졌다.
뒤에서 쫒아온다. 뭔가가 갈리는 소리가 슬며시 들렸다. 그리고 앞이 코너 안쪽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자석같이 서로 이끌리듯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도 가드레일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로 당기다 보니 코너 안과 가드레일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 균형이 깨진 것은 차선과 차체가 일직선이 되었을 때였다.
"미친.미친.미친.미친!"
코너 전보다 거리가 줄어들었다.
정말로 내리막길을 보기도 전에 잡히게 생겼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쥐어 짜듯이 당겼다.
터질듯한 소리가 울렸다. 거리가 겨우 다시 벌어졌다. 이미 저쪽은 한계였던 것 같다.
안심과 함께 다음 표지판이 보였다. 큰 U턴.
"젠장! 왜 이리 커브가 많아!!"
불평할 시간이 없었다. 코너 안쪽에 바짝 붙었다. 시작과 동시에 제대로 안쪽을 내주면 추월 당한다.
그대로 뒤를 미끌어트리며 강제로 코너를 돌려고 했다.
강소영도 다를 것 없었다. 굳이 인을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오버를 피하기 위해 인을 내줄테니까 그때를 기다리면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점차 바이크의 뒷바퀴는 바깥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방향이 맞지 않는다. 이대로 벽에 들이박을지, 아니면 인을 내줄지 선택해야했다.
강소영은 그대로 기어 봉에 손을 올렸다. 곧 올거다.
"지랄마아아!!"
그러나 바이크는 앞으로 전진했다. 그대로 벽을 향해 돌진했다.
"무슨?!"
그대로 들이박으면 끝장이다. 강소영은 그대로 속도를 떨구며 거리를 벌렸다.
자칫하면 같이 휘말린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바이크는 앞바퀴를 들었다. 그대로 벽에 바퀴를 밀어넣었다. 그리고 스로틀을 완전히 풀었다가 단번에 당겼다. 바이크가 벽을 타고 올랐다. 사선으로 벽을 가로지르고 있다.
"... 무슨"
같이 타고 있던 강민우는 머리가 아찔했다. 그대로 미쳐버려서 포기하는 줄 알았다.
둘의 예상을 깨고 아키는 중력과 원심력을 이용해서 아무렇지 않게 코너링을 해냈다.
말이야 쉽다. 벽에 입사각을 준 채로 내달리면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그 균형은 어떻게 할거지?
결정적으로 혼자가 아니다. 컨트롤의 요소가 세 단계는 높아진다. 동승자의 체중과 관성, 무게 중심.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지 가능한 것이다.
"시발.. 뒤지는 줄 알았네..."
숨을 거하게 토해내며 다시 앞서나갔다.
"... 하... 하하하."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니 반드시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 뒤를 계속해서 쫓았다.
"... 가능하겠냐?"
"아니. 미쳤다고 저 여자를 상대로 이기려 들려고?"
"언덕을 넘으면 내리막길이다."
"그럼 반드시 끝까지 쫓아 와. 이쪽이 한계야."
"방법은 있겠군."
"이젠 척척이네. 우는 소리 할 수는 없잖아?"
"... 좋아. 들어나 보자고."
"좋아. 첫 단계. 입을 열지 말 것."
"..."
"두 번째.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머리를 들지 말 것."
아키는 몸을 뒤로 뺐다. 강민우는 거의 끝에 붙어서 아키를 붙드는 수 밖에 없다.
"... 미안하지만 더 뒤로 못 간다."
"이 정도면 충분해. 머리만 더 숙여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허리를 어깨에 대라고. 머리를 내 무릎까지 내밀고."
"아주 그냥 추행해달라고 하지 그러나?"
"농담이 아닌데. 진짜로 고개 들면 죽을 거야."
"재주껏 피해보지."
"중간에 쫄리면 언제든지 들이밀라고오!!"
윌리. 다시 앞바퀴를 들고 가속했다.
".... 어이 잠만."
언덕이다. 이대로면 날라간다.
"저건 또 무슨 생각이야?"
강소영도 예상되지 않았다.
"마지막 말할 시간이야 아저씨! 욕 한번 시원하게 하라고!!"
그대로 언덕을 넘었다. 날았다. 마지막에 살짝 턴을 줬다.
두 강씨는 그대로 입을 열었다.
"이 미치이이인!!!!!"
강소영은 브레이크를 밟고 강민우는 숨을 욕설과 함께 토해낸 뒤에 머리를 아키의 몸 너머로 들이밀었다.
날아가는 바이크는 가드레일의 넘었다.
"개씨바아아알!!!!!"
아키의 마지막 외침을 끝으로 그들은 가드레일 너머로 몸을 숨겼다.
서둘러서 강소영은 차를 세우고 가드레일 너머를 바라봤다.
아래는 절벽이 아니였다. 나무가 우거진 산길.
뒷바퀴가 닿고 곧 앞바퀴가 닿았다. 차이가 없다. 그 말은 경사와 비슷하게 바이크가 서있었다는 뜻이다.
즉 뒤로 떨어지고 있었다. 매우 요동쳤다. 얼마나 요동쳤냐고? 그야 모습이 안 보일 때 까지 앞 뒤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퉁 퉁 치이며 떨어져 내려갔다.
"... 뭐 저런 여자가..."
어째선지 죽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분명히 계획적으로 뛰어들었다.
떨어지기 전에 선배의 말이 들렸던 게 불안하긴 했지만 나도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저 소리를 내뱉을 것 같았다.
계속해서 어딘가 부딪혔다. 아키는 최선을 다해 컨트롤 중이었다. 구르지 않고 바이크 가운데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미 떨어지기 전에 전원은 꺼졌다. 오로지 브레이크와 체중으로 컨트롤 하고 있다.
곧이다. 얼마 안 걸릴 것이다. 그 때 까지만 버티면 되었다. 쿵! 쿵! 쿵!
계속해서 떨어져 내려간다. 그리고 아키의 원하던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손을 놓았다. 왼쪽 홀스터에서 뭔가 꺼냈다. 진동이 점차 심해진다. 경사가 완만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준, 가늠좌하고... 가늠쇠를..."
침착하게 되내이며 다시 하늘을 날았다. 아키는 허리를 꺽어 자신이 날아가는 방향 반대를 향해 쏘았다.
픽 쉬이이익!!!!
뭔가 쓸리는 소리가 강하게 났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민우는 갑자기 다리 사이가 허전해졌다. 동시에 흉부에 충격이 왔다.
숙인 시야 너머로는 오토바이가 그대로 산골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 살아남은 건가?"
"그래. 용케도."
"일을 벌인 장본인이 그런 말을 하는 군."
"그야. 사람 태우고 이짓거리 해본 적은 없으니까."
"그럼 다시는 하지마라."
"예이 예이."
주변을 둘러보니 공도였다.
"... 얼마나 가로질러 온 거지?"
"아마 대충 20분 단축했어."
"그 높이에 용케도 살아남았다고 고마워 해야 하고 싶진 않군."
"우리 사이에 무슨. 움직이자고, 대장. 시간은 알뜰히 쓸 수록 좋으니까."
"와이어건은... 아니, 영감 것이겠군."
"총은 쏴본 적 없어서 긴가 민가 했는데, 다행히 잘 맞았더라고."
"그냥 너는 일을 벌인 다음에 입을 열지 마. 그게 제일 인 것 같아."
"예이. 그럼 충분히 쉰 거지? 아, 놀라서 허리는 안 빠졌어?"
"갈비뼈나 멀쩡했음 좋겠군."
"그리고 하나 더"
"뭐"
"그 차에 있던 게 여자란 걸 어떻게 알았지?"
자신은 한 번도 강소영의 신원을 유추할 만한 것은 주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이 녀석은 그 여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었다.
"... 예전에 같이 경찰차에 탄 적 있을 뿐이야."
"참 들어도 안심하지 못할 대답이군."
"왜 본인도 경찰차 탔었으면서."
"나는 조수석이나, 운전석이었다. 주로 조수석이었지만."
"퍽이나 자랑스럽겠어요. 됐고, 이제 걸어가야 해."
아키는 내리막을 따라 걸었다.
"... 한번만 더 묻지. 왜 민병대에 온 거냐."
"... 누군가는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을 후회하거든."
"찾고 싶은 사람이 있었나."
"그래... 그냥 그렇다고 하자. 어짜피 내 말도 안 믿을 것 같은데."
"... 지금 대답이 가장 진실 같았군."
"대장. 그 정도면 편집증이야."
"너도 네 삶에 그런 사람이 나타나보면 이해할 거다. 뭔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사람이..."
"글쎄... 그건 어떨런지 모르겠다..."
"대장. 여기 사람 있는데?"
"챙겨라.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나온다."
"옘병. 우리가 왜 이런 일까지 하냐고."
"별 거 아니잖아. 온 김에 데리고 나가자고."
누구...?
"야. 꼬마야. 의식이 있는 건가?"
"멍청아. 뺨을 그렇게 후리면 목 돌아가."
"떠들지 말고 빨리 데리고 나와라. 아니면 두고 오던가."
"알겠다고. 옮기면 될 거 아냐."
"... 누구... 세요?"
"의식은 있네. 양호한 편이야. 이유리. 빨리 데리고 나가."
"예이. 예이."
"누구..."
흐린 시야가 변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머리에 기운이 없었다. 눈이 감겼다.
"... 어라?"
다시 눈을 뜨니 박스 판자 위에 누워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아카데미 안은 아니었다.
"... 아, 분명..."
기억이 이어지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 중간이 날라갔다.
기억상실? 진짜로 일어나는 일이었구나.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 누구세요?"
"아, 일어나 있었네. 몸은 괜찮아?"
"... 인신매매단!!"
"아, 아냐! 그런 거 아냐!"
"중간에 납치된 거였어요!!"
"아니야! 진정해! 우린 구해준 거라고!!"
"아카데미가 싫긴 했어도 납치는 더 싫다고요!"
"... 하아. 말이 안통하는 것 같은데..."
"뭐하냐. 애 하고 대화하는 것조차 못해? 옹알이부터 다시 배울거냐?"
"히-히익!"
저격총을 든 남자가 방에 들어왔다.
"죄송합니다말도잘듣고얌전히있을테니까콩팥하나는남겨주세요!"
"... 뭐라는 거냐? 하나도 못 알아 들었는데."
"하다못해눈이라도하나남겨주세요!귀도한짝정도는없어져도괜찮아요!"
"... 너가 수습해라. 너가 들어오고 애가 이상해졌잖아."
"시발. 내가 뭘 했다고."
"히이이이익!!!!!"
"... 대장 부를까?"
"무슨 보모냐."
"저정도면 보모가 필요할 것 같은데."
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
".... 어디갔어. 이 인간은 또"
"그래. 그래서 뭘 어쨌길래 저러고 있는거라고?"
"내가 문을 열었고 지훈이 들어오자마자 발작하던데."
"... 지금 그대로 들어갔냐?"
"어. 뭐."
"... 둘 다 나가라. 내가 그냥 알아서 할테니까."
"거봐, 대장 부르는 게 가장 빠르다니까?"
대.대장?!
"으아아악!!! 살려주세요!!!"
"아무도 안 죽인다. 무슨 오해를 한 건지 대충은 알겠는데 진정해라."
"... 거짓말."
"갑자기 조용해지는 걸 보면 이젠 좀 대화를 할 수 있겠군."
"... 아니야! 분명! ... 분명. 우욱 웁!"
분명 죽일 것이다. 곁에 있던 사람들처럼
단편적으로 기억들이 보였다. 눈앞이 순식간에 붉어지고, 타인의 속이 보였다. 누군가는 붉기도 했으며 강인해서 제대로 끊어지지도 않았다.
"우웨에엑!!"
"... 별로 떠올리지 않았으면 했지만 스스로 떠올려 버렸군."
누군가는 머리가 사라지고, 팔이, 혹은 다리가, 아니면 전부 다.
강렬한 기억은 그런 순간에도 살아있었다는 것이었다. 눈이 마주치고 목소리가 들렸다. 살점과 내장이 닿았다.
"... 여기 물이다. 입이나 행궈라."
"... 누,누구야.."
"그 지옥도에서 너네를 꺼내온 사람이다. 조금 진정하면 문을 열고 나와라. 어짜피 우리도 여기 오래 있을 생각도 없다."
"..."
"말은 알아들은 것 같으니 물병은 여기 두고 가지."
그렇게 턱수염이 무성하게 난 남성은 밖으로 나갔다. 문은 닫았다.
"... 몰라..."
떠올리고 싶지 않았어. 그냥 모르고 있어도 되는 거였잖아.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이 되어야 하는건데.
"... 뭘 보냐."
"갑자기 조용해지면 바라보겠지."
"진정한 거야?"
"아니. 기력이 없어서 날뛰지 않는거다. 배고프면 밥달라고 나오겠지."
"저쪽에 있던 애는 깨어났어. 근데..."
"뭐. 또 내가 애들이 트라우마로 날뛰는 걸 막아달라고 그러는 거냐?"
"아니, 엄청 멀쩡해. 기이할 정도로."
"아직 현실감각이 없거나, ... 이런 일에 익숙한 녀석이겠지."
"둘 다 떠들 시간 있으면 물건이나 좀 털지 그래?"
"그래. 최지훈. 네가 모든 살림을 차려라. 아주 혼자 결혼까지 하지?"
"하루아침 좆된 세상에 뭘. 너도 챙겨놔. 우리가 떠나면 애들에게 줄 거라도 남겨둘 거라면 찾아 놔야 해."
"잠깐. 안 데려갈 거야?"
"무슨 우리가 탁아소인 줄 알아?"
"그래도 카운터인 녀석들이라고, 네 몸뚱아리보단 튼튼하겠지!"
"시발, 너 5인이 다닐 수단은 마련하고 그딴 소리하는 거냐? 애보는 게 쉬운 줄 알아?"
"저 정도면 대소변은 가릴 수 있잖아! 말도 안 통하는 유아도 아니라고!"
"그게 너랑 같은 수준이란 거냐? 생각 좀 해봐라. 몰려 다니는 순간, 녀석들의 표적이 되기도 쉽다고! 그게 더 위험하게 만드는 거 몰라?"
"그만해라. 어짜피 쟤들이 같이 안가겠다고 하면 의미 없는 논쟁이다."
"그,그건..."
"그리고 이 집. 생각보다 벽이 얇으니까 말 조심해라."
"..."
"밖에서 털어볼 거 있는지 좀 볼게."
"그래. 너무 멀리 가지 마라."
"..."
"..."
"... 배고파."
저 사람들 말대로 배가 고프다. 그렇지만 나갈 의욕도 기운도 들지 않는다.
"..."
"..."
"... 배고파."
그렇다. 배가 고프다. 그러나 나갈 수 없다.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젠 거기에 정신을 옮길 기력도 없다.
"... 아키 씨. 배가 고프면 일어나서 밥이나 드세요."
"!"
어? 나는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 뭘 하는 건가요? 팔굽혀펴기?"
"미... 민서?"
"배가 고프면 밥이나 드시죠. 밖에 식탁이 있네요."
민서는 그대로 등을 돌려 방을 나갔다.
"기, 기다려! 기다리라고!"
이불에 발이 밀려 몇 번 미끄러진 후에야 일어나서 방을 나왔다.
"... 어, 그래. 밥 줄까? 그렇게 배가 고팠는지 몰랐는데."
"뭐하냐? 멍하게 서서. 괜히 밥이 남는게 아니니까 먹던가."
"... 밥을 먹었다고 꼽을 줄 사람은 여기 없다. 우리 것도 아니고. 먹을거면 앉아라."
민서는 그 자리에 자연스레 앉아 있었다.
나는 멍하니 바라보다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젓가락을 들고 반찬을 입에 넣었다.
그 후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밥을 먹었다. 그리고 꽤나 오랫동안 쓰러져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그래서 어쩔거야. 어디로 갈 건데."
"어디로 가고 자시고. 한국에서 뜰 곳이 없잖아. 배나 비행기를 구하지 않는 이상 중국으로 가는 거 말고 답이 없어."
"... 지훈의 말이 맞아. 결국 북쪽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어. 못 넘어가면 고립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시발... 월북하자고?"
"이미 거기 다 뒤졌을텐데 뭐. 총알이라도 남아있으면 차라리 낫겠네."
나와 민서는 그냥 물을 마시면서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차는 쓸만하게 있었나?"
"아니. 다 털렸어. 폐차 아니면 고철."
"한동안 걸어서 다녀야겠군."
"시발.. 행군 좆같은데..."
"걱정마라. 나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니까."
"또, 군대 이야기 처하겠네."
"그것보다 얘들은 어떻게 할거야?"
"... 저희는..."
"부산에서부터 올라갈 생각인가요...?"
"... 그래야지. 방법이 없으니까."
"그럼 저도 갈게요.... 북한을 넘어서 중국. 정확히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쪽으로 갈 생각이신 거죠...?"
"... 그래 아마도.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만... 그것까진 모르겠군."
"괜찮아요.... 그 정도면 비전있는 목표니까요...."
"어, 저. 저는... 저도 갈게요..."
"... 그래. 한 동안 함께하겠군. 나는 강민우다."
"나는 이유리. 이 새끼는 최지훈."
"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말라고."
"... 저는 히로세 아키에요."
"민서입니다..."
"아, 외국인이었어?"
"카운터 아카데미는 한국과 미국, 유럽을 제외하고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영어와 불어는 도저히 못하겠어서..."
"아, 그래 그래. 나도 통 뭐라는지 못 알아 듣겠다니까?"
"애 앞에서 자랑이다."
"아, 아니에요... 그냥 제가 공부하기 싫었던 게 커서 그런거라..."
"..."
"아무래도 네가 한방 먹을 것 같네."
"... 후우. 그래. 뭐. 둘다 카운터 인거지?"
고개를 끄덕였다.
"... 몇 급?"
"... C급이요."
"아 그렇구나."
"너 진짜 그냥 아가리 닥치고 있으면 안되냐?"
"뭐! 궁금한 것도 못 물어봐?!"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짜피 아카데미도 턱걸이에 강제로 입학한 거라..."
"아..."
"됐다. 말하기 싫으면 억지로 대화하지 않아도 된다. 내일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니까. 뒹굴다가 잠이나 자라."
강민우는 그대로 분위기를 흩으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미안. 굳이 말하고 싶진 않았지?"
"아, 아니에요... 정말로 괜찮아요..."
"... 뭐 묻고 싶은 건 없어?"
"아 그...."
"저희가 기절해 있던 동안... 무슨일이 있었던 거죠...?"
우리는 그렇게 밤잠을 설쳤다. 어떻게 되었냐고?
우리가 재앙을 겪은 날. 한국은 정부가 사라졌다. 모든 통신이 끊겼다. 인터넷도 터지지 않았다.
외국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방법도 없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파괴된 건물과 아직 그렇게 되지 않은 건물들이라고 했다.
"..."
반대편으로 돌려 누웠다.
카운터 아카데미는 습격받았다. 누군지 모르는 이들에게 처참히 박살났다.
그들은 카운터들을 모아서 집결시켰다. 뭔지 모를 소리였다. 자신들은 선택받았다던가.
혹은 멸망속에 살아남고자 남겨져야할 이들이라던가. 이해할 수 없는 말 투성이었다.
세계는 안전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안전이 거짓된거라 말했다. 단 한 순간에 부서질 거짓이라고.
"..."
다시 정면으로 누웠다.
이제 어쩌지? 어떻게 되는 걸까. 세상이 멸망했다니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민서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 모르겠어."
정확한 기분 일거다. 모르겠다. 어쩌지?
그래서 우리를 구한 사람들은 왜 거기에 있던 거고 구해준 걸까?
"... 내일이라도 물어볼까."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 물이라도 마셔야겠네."
잠을 잘 수 없었다. 누워있을 수 없었다.
방문을 열고 마주친 것은 떨리는 손으로 물을 따르고 있는 민서였다.
"... 안 주무셨나요..?"
"응... 침대가 그래서 그런가... 불편하네..."
"한 잔... 드릴까요..."
"응. 차가운 걸로 부탁해."
"... 여기요.."
떨리는 손을 받아들었다.
"... 고마워."
차갑다. 입에 물을 털어넣었다.
"... 더 드릴까요?"
"... 응. 왠지 모르게 따뜻하네."
"마시다 보면 차갑게 느껴지겠죠..."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마셨다. 멈출 수 없었다. 마시는 순간 마다 식은 땀이 흘렀다.
계속 몸에 따뜻했던 액체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 하아.. 한 잔 더..."
멈출 수 없었다. 멈춘다면 그 쏟아지는 액체가 나를 뜨겁게 녹여버릴 것 같았다.
민서는 그대로 마시다가 쏟아냈다. 코에 들어갔나보다. 울고 있다.
"... 엄...마..."
멈출 수 없었다. 삼켜지기 전에 삼켜야 했다.
그게 우리가 멸망한 세계 속에서 보낸 첫 밤이었다.
예아 
조금 뒤죽박죽이지만 어떻게든 써보고 있습니다
레이싱하고 추격씬은 처음인데 재밌었으면 좋겠네. 속도감하고 현장감을 어떻게 살릴지 몰라서 거의 기술하듯이 적은 것 같은게 좀 마음에 걸린다.
이번편은 두 사이드로 나뉘어서 쓸 듯.
다음은 헤어진 최지훈하고 이유리, 경정님 편.
뒤에 적은 것은 이전의 과거들.
그리고 이건 심심해서 ai로 뽑아본 어른인 민병대 아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