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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5BpUaUWZm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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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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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암흑의 물결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별들의 바다에, 에드먼드 장군이 지휘하는 함대는 재차 리플레이서들의 강하작전을 저지하기 위해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불길한 어두운 기운이 뿜어지는 달의 뒷면으로부터 출항하여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수히 많은 적들을 멀리서부터 입자포로 요격하는 모양새였다.

 2차 루나 투 전투, 미우주군 뿐만 아닌 관리국이 동원했던 태스크 포스의 전함들은 V자 진형을 짜서 - Z축을 기준으로 정렬한 것이며 학익진이 아니다 - 좌상과 우상엔 강습함과 경순함을 배치하고, 중앙에는 노라드를 위시하여 주력함과 모함들을 배치했다.


 애초에 함대전은 전함의 성능 자체가 승패에 직결되는 요소이니만큼 지금 전투의 승산도 그에 있었는데, 전인류의 반인반침식체화를 주장하는 그들 리플레이서답게 온갖 이면세계로부터 침식된 버려진 전함들을 다수 수거해 투입할 수 있었지만, 침식으로 인한 시스템의 폭주는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에 결국 제한된 기능만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즉, 수는 많지만 주요 무장들과 배리어 등이 봉인된 리플레이서의 함선들과, 그들이 접근하기 전에 무조건 격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연합함대였다.


 "지금 여기에서 지면 지구 자체가 저들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떨어진다! 하지만 그딴 꼴이 일어나게 놔둘 것 같나? 침식체화된 감염된 인간들에겐 어떤 미래도 희망도 없다, 그들에게 지구를 넘겨줘선 안 되는 거다! 전 함대, 위치를 고수하라! 저들이 지구까지 오기도 전에 전부다 섬멸시켜야만 한다!"


 격앙된 에드먼드 장군의 명령이 통신을 통해서 모든 함선에 울렸다. 용감하고 자랑스러운 강철의 방주들은 서로의 옆에 서면서, 포문을 열고 미사일과 빔을 분노하듯 발포했다. 그것은 영광스러운 함대전의 광경이었고, 주력함 히페리온으로부터 카린 준장, 펜드래건의 여군주 엘리자베스, 수호자 오로치 셋이 뛰쳐나오며 칠흑의 바다를 갈랐다. 전장의 선두에 설 수 있는 명예는 그들의 것이었다.


 "리플레이서 퀸은 뛰어난 정밀성과 압도적인 화력으로 무장한 적이랍니다! 저격에 맞지 않도록 기동해 주세요!" 플라즈마 드론들을 자신의 뒤와 앞과 위와 밑에 따르게 하면서, 우주복의 부스터로 주행하는 카린이 일렀다.


 "흥… 그래봤자 마왕도 아니거늘, 고작 이 정도 적에게 겁먹었느냐?" 흰 뱀을 탄 오로치는 그리 말하고는, 이내 눈을 감으며 주문을 외더니, 원처럼 자신의 둘레로 각기 한자들이 적힌 새파란 불꽃을 만들어 내었다.

 그녀의 입술로부터 치나츠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카운터 여럿을 떨어트렸던 여자입니다, 주의해 주세요." 다만, 오로치는 되려 그걸 듣고서는 비웃으며 대답했다. "주의는 녀석이 이 몸을 보고서 해야만 하는 것! 웃기지도 않는구나, 치나츠야! 첩의 실력을 보여주도록 해주마!"


 뒤쪽에서 날라오는 미사일과 빔을 가볍게 피하며 둘을 지켜보던 엘리자베스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거리며 웃었다.


 '가아그셰블라가 날뛸 때만 하더라도, 저희들의 앞엔 절망만이 남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나 믿음직한 분들과 어깨를 기대며 날 수 있도록 됬군요.'


 드래곤의 정수를 뻗치면서, 그리고 날카로운 단검을 마디 사이에 끼워. 펜드래건은 마치 레지나와 같이, 눈을 냉혹하고 날카롭게 뜨며 마음을 다졌다. 카린의 양옆으론 신화적인 위엄을 자랑하는 좌청룡 우백사. 세 명은 적 진형에 침투하여 퀸을 처치하고 진형을 흩트려놓을 생각이었다.


 "……."


 반대로 저편에선 아군 전함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을 관통시켜 폭발시키는 굵은 빔이 날라왔었다. 저 함대들 사이엔 퀸, 실종되었다가 원인 모를 이유로서 한낱 테러리스트들에게 투항한 제이나 크로펠이 서있다.


 분개한 카린은 입술을 꽉 씹으면서 중얼거렸다. "조국을 배신한 여자… 인류가 침식체들의 위협을 받는 도중에도 같은 인간들끼리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니! 당신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을 테죠."


 옆에 같이 날던 둘은 카린을 힐긋 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뇌파에 반응하듯 플라즈마 드론은 표면에 더욱 강하고 밝은 푸르른 빛을 뿜어내며 입자포를 차지했다.


 '이젠 언제 죽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대령님과 중장님의 유지를 이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불꽃이 이는 것 같은 그녀의 눈동자로부터, 그가 존경하고 친애하던 모든 동료들의 얼굴이 지나갔다. 델타세븐 대원들과, 마지막에 죽을 걸 알고 체념해도 결국 아무도 탓하지 않았던 실비아, 확정된 패배에도 오히려 적을 칭찬하며 후퇴하는 아군들을 보호하다 전사한 마리아. 그리고 자신을 위해 희생한 제이크.


 점점 적함에게 접근하는 와중, 엘리자베스는 교차한 팔을 양어깨 위 대각선으로 뻗으며, 무수히 많은 단검을 내던졌다. "여왕과 여왕의 싸움이라… 어느 정도의 테크닉을 보여줄 건지 기대되는군요." 날카로운 나이프들은 그녀의 손톱 끝에서 마치 빔과 같이 날라가며, 번개처럼 궤적을 그려냈다.


 "재밌구나, 여왕이라! 분명히 네녀석은 체스의 퀸과 같다고 했었지."

 "음? 부정하시는 겁니까, 오로치?"

 "어떨까나? 너의 시조에 비하면 아직 모자르지만 말이다."


 오로치의 대답에 펜드래건은 훗하고 웃어넘겨, 이번에는 뒤쪽에 뻗쳐 오른 날개로부터 신비한 정령의 기운과 같은 입자들을 뭉쳐냈다. 이전, 오비탈베이스 낙하저지작전 전날에 오로치가 일러줬던 기술이자, 외신 가아그셰블라의 차원 아포크리파에서 레지나에게 사용하였던 기술이었다. 지금부터 차지하여, 돌격하며 나선환과 같이 갖다 박아버릴 셈이었다.


 '성수의 정수를 이렇게나 빨리 익혀두어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것이겠지만, 네녀석이 되려 기술과 기교를 논할 줄이야.' 천 개의 주술을 익혔고 만 개의 요령을 터득한 오로치에겐 펜드래건이 가소롭지만 당돌하다고 느껴졌다. 치나츠를 보면 후손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이나, 엘리자베스는 되려 이국의 왕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오야?'


 잠시 명상하듯 눈을 감으며 주문을 집중하며 영창하던 오로치는 내면에 어떤 흔들림을 깊게 느꼈다. 그녀가 속으로 물었다. '치나츠야, 무슨 일이더냐? 무섭다면 첩에게 맡겨놓고 자도 괜찮단다.'


 '그럴리가 있겠나요. 단지….'

 '단지?'


 치나츠는 마치 한숨을 쉬는 것 같은 어조로서 대답했다. '치후유가 걱정돼요. 그 아이, 주위에 의지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답니다. 무사다움에 집착하는 여동생이라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겠다고 무모한 일을 하지는 않을는지….'


 '…….'

 '어마… 죄송해요. 지금 이러한 상념에 젖을 땐 아닌데도.'

 '치나츠는….'


 오로치가 이어서 말했다. '거울세계의 문이 열려졌었던 그때로부터, 첩은 많은 무사들을 보았노라. 현세의 현대인이 부르는 카운터들도 많았지. 첩은 보았노라. 그들의 각성과 파멸을, 또한 욕망과 후회를. 힘에 현혹되진 자는 이미 충분히 강한 힘을 가졌는데도 불구, 다른 남자들을 더욱 질투하며 어둠에 혼을 팔았지.'


 '귀무사들의 이야긴가요?'

 '그러하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아니란다. 무사들은 시계를 원했지만, 시계는 그들의 본성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으니 결코 그들에게 걸맞지 않는 축복은 줄 수 없단다.'

 '하지만 치후유는 어떤 능력조차 없어요. 그것은….'


 치나츠가 말을 흐리자 오로치가 받았다. '네녀석의 여동생은 그렇기에 특이하단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었지. 그렇지만 카운터가 될 수 밖에 없던 숙명이었다. 단지 자신의 팔에 의존하며, 그렇다고 더욱 날카로운 칼날을 구했었던 것도 아니었다. 놀랍지 않느냐? 치후유는 카운터의 영역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여자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의 여동생과 첩의 호위무사가 말야.'


 놀라워하며 어리둥절히 묻는 치나츠였다. '카운터의 영역을 벗어난다…?'


 '…….'


 오로치는 아무런 말도 하질 않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그녀에겐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졌었다.


 '모든 세계는 자력으로 구제받을 기회가 있다. 하지만 침식체가 없다면, 카운터도 없다.' 오로치는 그리 생각했고, 치나츠는 그걸 들었지만 이해하진 못하였다.


 사실, 나유빈과 같은 최고위급 카운터에게는 그것이 곧 궁극적 상태이다. 게르마니쿠스가 인간의 힘으로 제작한 시계였었지마는 그 힘을 완전히 다룰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았으며, 그는 선천적인 기질에 더해 완전한 카운터가 됬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지 않았었다. 이러한 현상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숙명적인 각성의 증거이자 존재에 부여된 축복인데도 자신의 힘에 완전히 도달하지도 못하는 것이란? 다른 많은 카운터도 그렇지만, 양한솔과 치후유는 그러한 영웅들과 같았다. 그들에게 있어 카운터의 힘은 초월의 중간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때, 적 전함의 한 곳에서 곧 빔캐논이 쏘아졌다. 신과 같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 피하지도 않고 뻔뻔하게 몸을 들이대던 오로치는 그걸 정면으로 받아내었지만 이미 강력한 주술로 보호를 받고 있었기에 어떤 상처도 없다.


 "음? 하, 아하하하, 하하하하! 가소롭구나! 그게 네녀석들의 전력이라고 할 셈이었느냐? 여왕을 자칭하는 거만한 계집아, 첩은 여기에 있노라!" 우주라서 음파가 전달되지 않음에도 불구, 오로치는 초능력을 사용하여 공역 전체에 자신의 말이 전달되도록 퍼트렸었다. 적이 어딨는지도 몰라 주의하던 카린은 그녀의 태도에 당황했고, 리사는 신경쓰지도 않고 부들거리는 손아귀에 집중시킨 성소구체를 공격이 쏘아진 함선에 그대로 갖다 박았다.


 엔진을 향해 쑤시듯 밀어 넣은 에너지 구체는 함선을 아예 터트려 버렸다. 하지만, 불길의 뒤엔 아무도 없었다.


 반격을 예상하면서 주춤거렸던 그녀는, 다시 청익을 급격히 뻗어 가속하면서 동료들에게 말했다. "주의하세요! 퀸을 놓쳤습니다!" 곧, 엘리자베스를 향해서 기관포가 빗발처럼 쏘아졌다. 그것을 전부 피하며 단검으로 견제하는 엘리자베스.


 오로치는 무어라고 중얼거리면서 레지나처럼 날카로운 얼음조각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날리는 동시에, 뒤쪽으로부터 더욱 빠르게 카린의 플라즈마 드론이 날아가 함선들의 엔진을 향해서 쏘아댔다.


 마왕급 전력이 둘이다. 또한 카린만 쳐도, 관리자의 기술력을 더한 플라즈마 드론을 장비하여 파괴력과 기동력은 퀸에 이미 맞먹는다. 이는 기능을 제한시킨 리플레이서 함선들이 반격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1차 루나 투 전투와는 정반대의 다른 양상인데, 이번엔 이쪽의 주요전력이 함대의 진형을 휘저으며 박살내고 있는 전황이다. 이렇게 소수의 영웅급 강자가 전황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은 되려 일반적인 우주전과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벌써 이십 척이 넘는 우주전함들을 격파했었지만, 셋의 목표는 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제이나는 계속 이리저리 빠져 사각에서 빔으로 카린을 노리며 저격했다. 아무래도 공격이 안 통하는 오로치나, 잠자리처럼 쉬지 않고 날라다니는 엘리자베스를 노리긴 어렵다 판단했던 건지도 모른다.


 "꺅…!"


 갑자기 뒤에서 쏘는 빔에 카린이 맞을 뻔했다. 그녀를 슬쩍 보았던 오로치는 아무런 상처가 없어 보이자 그대로 치나츠에게 물었다. '제이나란 녀석은 이 배들을 엄폐물과 같이 이용하며 계속해서 숨어서 쏘고 있구나. 찾았다고 생각하면 거기 없고, 갑자기 다른 곳에서 입자포를 쏘고 있어… 하찮고 시시한 술래잡기야. 치나츠야, 첩에게 너의 힘을 빌려주지 않으련?'


 '미약하지마는 받들겠습니다. 무엇인지요?'

 '네녀석은 바람을 통해서 사념을 읽을 수 있지? 찾아봐주렴.'

 '알겠습니다.'


 오로치는 고개를 까딱거려 흥얼거리면서, 다시금 빙결주문을 영창하였다. 진공의 우주라 화염계도 전격계도 쓸모가 없으며, 풍랑과 암석을 사용하는 공격은 아예 쓸 수 없다.


 이 분 정도 지나자 오로치가 물었다. '아직 멀었느냐? 혹시 우주엔 바람이 없어 읽지를 못하는 것이냐?'


 '그건 아니예요. 뭔가… 이상해요. 리플레이서 퀸은 여러 방향에 있고, 차례로 나오면서 저희를 공격하고 있어요.'

 '교란 기술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죄송합니다.'


 오로치는 우주에 둥실거리는 머리를 넘기면서 생각했다. '신경 쓰지 말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감으로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해… 리플레이서 퀸은 포격전사양 장비를 갖췄다고 들었어요. 그렇지만 이 수준의 기동력과 은폐장을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건가요? 거기다가 저 입자포는 최대화력으로 차지하기 위해 몇십 초는 걸릴 물건인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급의 부품만을 선택하여 전함 알비온을 직접 정비하고 개조하던 경험이 있다 보니, 이상한 점을 눈치챈 엘리자베스였다.


 사방으로 쏘아지는 미사일과 기관포를 피하면서, 펜드래건은 카린에게 다가오면서 물었다. "카린 양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네?"

 "델타 세븐에도 저런 수준의 개인화기는 없겠죠? 저 정도의 출력을 내려면 몇십 초는 차지해야 할 것인데도, 함선 뒤에 숨었다가 쏘고, 도망치며 계속 차지한다… 거기다가 이동하는 도중 어떤 흔적조차 보이지도 않는 은폐장을 겸비했다. 그런 것이 가능한 걸까요?"


 엘리자베스의 물음은 정곡을 찔렀다. 그녀의 논지는 입자포를 차지하기 위해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단 것인데, 저렇게나 빠른 기동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들키지도 않는 은폐장을 유지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카운터인 카린은 그렇다고 쳐도, 성수인 오로치의 눈까지 피할 수 있나?


 카린은 드론들을 다시 부르면서 말했다. "그렇군요. 사실, 정말로 이상하긴 하네요. 아니… 잠깐만요."


 뇌파로 플라즈마 기구들을 운용한 그녀에게 뭔가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었다. 어쩌면 치나츠와 비슷한 영역에 발을 들였던 것일까, 그녀가 외쳤다. "이 프렛셔…! 거기냐!"


 일순, 현란하고 사납게 움직이던 빛의 무리가 곧 저편의 전함 뒤편으로 날라갔다. 제이나의 존재감을 느낀 카린이 그녀가 나타날 공역에 예측하여 대기시킨 것이었고, 리플레이서 퀸이 나타나자마자 바로 플라즈마 빔을 다각도로부터 쐈다.


 "뭣… 움직임이 읽히다니?"


 흠칫하며 놀란 제이나는 마치 포복하다 들킨 병사처럼 엄폐물과 같이 사용하던 배를 버리고서 가속해 도망치려고 했었다. 카린은 플라즈마 라이플을 장전해 뒤를 쫓았다.


 "놓칠 것 같나요!"


 반딧불과 같이 새파란 빛을 꼬리처럼 붙이며 추격하는 카린. 펜드래건이 손을 뻗으면서 말리려고 했다. "잠깐, 카린!" 카운터긴 했었지만, 자신이나 오로치와 달리 카린은 추진기를 맞으면 기동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서있던 곳에 무수히 많은 기관포가 쏟아졌다. 혀를 차곤, 엘리자베스는 카린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시선을 끄는 게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이라 느끼고는, 바로 단검들을 흩뿌리며 카린과는 다른 방향으로 튀어 올랐다.


 "어째서 조국을 배신한 겁니까!" 말투만은 정중했었지만 지독히도 깊은 살의가 느껴지는 목소리를 내는 카린이다. 쏘아붙인 드론들의 움직임에서도 그녀의 분노가 느껴졌는데, 이는 그녀가 제이크를 살해한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배신? 내가? 너희 같은 바보들은 모르겠지. 우린 더 나은 인류를 위해 일할 뿐이다!"

 "미친 헛소리를!"

 "리플레이서는 특정 국가를 아예 소멸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게 아냐, 풋내기! 우린 신인류의 표본이자 구원자다!"

 "죽으세요!"


 처음부터 들을 생각조차 없었던 카린은 제이나를 향해 드론들로 계속 쏘아댔다. 하지만 지근거리에도 빔들을 전부 피해 버리며, 퀸은 짧게 차지한 빔을 써서 드론을 몇 기 부쉈다.


 "어리구나, 꼬마야."

 "칫…!"


 기술과 반응이 비교되는 순간이다. 수치상, 카린의 화력과 속도는 관리자가 조달해준 플라즈마 장비들로 보강되어 퀸에 비교하여 근소하게 앞섰지만, 카린의 기술과 반응은 그녀에게 미치지 못했다.


 비웃는 표정을 보고서 역분한 카린은 라이플을 대고 쏘았지만, 곧 적 함의 뒤로 숨어버리고는, 이후 그게 폭발하면서 터져 버리자 사라져 버린 리플레이서 퀸.


 "도대체 어디로…?"

 "카린 양, 뒤!"


 성수의 기운을 통해 카린에게 경고했던 펜드래건. 카린은 듣고서 반사적으로 몸을 튕겨내듯이 돌렸다. 자신이 있던 위치로, 엄청나게 굵은 빔캐논이 쏘아졌다.


 '뭐, 뭐야?! 어째서? 갑자기 뒤를 잡혀 버렸어?'


 카린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까지 자신이 추격했던 적이 갑자기 저 멀리서 저격했던 것이다. 현존하는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관리자의 플라즈마 장비로도 이런 속도로 빔을 충전시킬 수 없었는데, 엘리자베스의 말대로 은폐장과 기동력을 유지한 채로 저기까지 갔단 상황은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한편, 펜드래건 또한 제이나를 작정하고 찾았었던 것도 아니었다. 한 눈으로는 카린의 상태를 지켜보며, 한 눈으로는 그녀를 노리는 전함들을 견제하며 방해하다 갑자기 어느샌가 리플레이서 퀸이 반대쪽에서 나타남을 목격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춤은 들어본 적도 없군요… 리플레이서들의 여왕이여, 이 별들의 바다 위에서 이루어지는 무도회에 부끄럽지가 않을 실력을 보여주도록 하시죠!"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외치면서 호기롭게 단검을 흩뿌려 내었다.


 "이 쓰레기 같은 날파리들이 감히 나에게…!"


 이미 카린에게 한 번 최대출력 빔을 쏘았으니, 그녀가 같은 화력의 에너지포를 즉시 발사할 순 없었다. 게다가 지금 에너지 대거들은 넓은 각도로 뻗어, 제이나가 쉽게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각이 없다면, 탄을 지우고서 그쪽 틈으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퀸은 그런 판단을 빨리 마쳐, 적당히 차지한 빔캐논을 기울인 각도에다 쐈고, 그 경로에 있던 단검을 지워버렸다. 이는 마치 슈팅게임에서 폭탄으로 탄막을 지우는 발상과도 비슷했었는데, 어쨌던간 잡혀진 제이나는 이후 차지조차 하지 않고 부스터를 써서 이탈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다음 전함의 뒤편으로 도망치듯 달리려는 제이나의 몸엔 몇 개나 되는 칼날이 꽂혔다.


 "으그윽, 어, 어떻게?!"


 분명히 펜드래건의 공격은 상쇄했었다. 카린은 딱히 아무것도 하질 못하는 상태다. 설마 오로치가 공격했나? 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제이나는 자신의 몸에 꽂혀진 단검만을 봤다.

 혹시 사각에서 적이 공격한 건 아닌지 눈길을 돌렸던 제이나는 지금 자신이 날던 위치에서 벗어나며 쭈욱 지나가는 에너지 대거들을 얼핏 보고 바로 알게 됐다.


 "칼날이… 아니, 어떻게 저렇게 던질 수 있지?"


 그것은 여러 가지 기술을 전부 배우며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오로치와 달리, 하나의 기술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하는 엘리자베스의 성향이 극적으로 드러난 신기술이었다. 제일 먼저, 직선으로 느리게 대거들을 던져, 뒤에 그 공간 사이에 다른 대거들을 곡선으로 빨리 던져 버린다.


 성수의 정수로서 이뤄진 대거들은 날아가며 서로 좌우로 계속 부딪치며, 펜드래건 본인조차 이해하지 못할 난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은 규칙성이 없는 탄막이며 그 힐데도 피하지 못한다. 오직 이모탈 혹 아샤반 모드를 발동시킨 호라이즌 정도만 양자 컴퓨터의 도움으로 넘길 수 있다. 어차피 직선으로 뿌리는 투사체니까 경로를 지우고 파고든다면 될 것이라 생각한 퀸에겐 낭패였었다.


 "이렇게나 간단히 걸리다니!" 바로, 마치 상대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흘리며 엘리자베스는 왼손의 마디마다 단검을 쥐어들곤, 곧 오른손에 날카로운 단검을 꽉 쥐면서 급속도로 접근했다. 급속도로 펼쳐졌던 날개는 마치 공허에 깃털을 날리듯 잔상을 뿌리며, 진노한 용과 같이 그녀는 제이나에게 파고들었다.


 "차, 차지가!"

 "체크메이트!"


 펜드래건은 다가가는 동시 왼손에 잡던 대거들을 흩뿌려대며 돌격했다. 이는 자신이 접근하는 상황에 포구 자체를 노리면서 던져 반격하질 못하게 견제하려던 것이었지만, 어찌되도 퀸은 지금 저항조차 하지 못할 상태였다.


 푸슉. 피가 튀기는 소리와 함께, 리플레이서 퀸의 심장으로부터 피가 흩뿌려졌다. 엘리자베스는 침묵의 살인마처럼 희열을 느끼는 웃음을 지으면서 동시에 손을 뽑으며, 아예 박아내었던 정수의 단검을 내부로부터 폭발시켰다.


 "크, 크아아악!"


 마치 마왕이 죽듯, 몸으로부터 여러 빛의 구멍들이 생기면서 격렬하게 뿜어내더니 걸레짝처럼 튕겨졌다. 최대한 많은 전함을 격추하면서, 전설적인 재앙신 야마타노오로치 자체가 현현한 듯 사납게 날뛰던 오로치도 멀리서 그것을 보았다.


 '흐음?'

 '오로치님, 카린님과 엘리자베스님이 제이나를 처치한 것 같아요."

 "그렇구나… 왠지 시시해졌도다."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거칠 것도 없이 날뛰었던 오로치다. 마치 거대한 구렁이가 꼬듯이 몸을 돌려서는, 그대로 셋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보는 엘리자베스, 침착지 못하고 흥분된 표정을 짓는 카린이 숨을 헐떡이는 퀸을 둘러싸듯 서있었다.


 "하! 여왕이란 이름을 자칭하는 여자가 고작…." 엘리자베스는 비웃으며 단검을 만들고선, 꽂아넣듯이 집어던졌다. 카린은 드론으로 그녀의 팔과 다리와 배를 꿰뚫었다.


 "첩이 나서지 않아도 됬던 걸 보면, 처음부터 너희 반인반침식체들에겐 어떤 승산조차 없던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비웃는 오로치를 힐긋 바라보던 카린은 이내 플라즈마 라이플을 다시 장전하고, 부스터를 추진해 제이나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며 물었다. "끝났습니다, 리플레이서 퀸. 하지만 당신에게 하나 물어야만 할 게 있습니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퀸에게, 카린은 무릎으로 니킥을 먹였다.


 "크읏, 우욱!"


 카린은 지나칠 정도로 험악하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얼굴을 가까이하면서 말했다. "착각하지 마라. 나는 너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다. 네가 상상치도 못할 엄청난 고통을 맛보여 줄 수도 있어."


 "……."

 "너희들의 수장, 리플레이서 킹은… 도대체 누구지?"

 "……."


 카린은 제이나의 목을 쥐어짜듯 잡았다. "조국을 배신한 너 같은 반역자가 꼴에 동료는 팔기 싫다는 건가?"


 하지만 가만히 죽은 척 있던 리플레이서 퀸은, 이내 미친듯이 웃으면서 팔을 흔들었다. "후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묘한 광경. 그녀의 상처는 재생되, 우주에 흩뿌려 얼음처럼 반짝이며 굳어버린 피는 녹으면서 다시 여왕의 육신에 돌아오며 흡수됬다. 뭔가 묘한 짓거리를 한단 것을 깨달은 카린은 주저 없이 제이나의 머리에다 플라즈마 빔을 쏴갈기며 뒤로 물러났다. 다만….


 "이건…?!"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적절한 대처를 했던 카린이었지만, 그것으로 멈출 퀸이 아니었다. 그냥 서서 멀뚱멀뚱 쳐다보질 않고 계속 드론들을 날리면서 약점들을 쏴서 꿰뚫었지만, 퀸의 형체는 끔찍한 색채의 털을 가지는 야수로서 점점 변해졌다.


 "대체 무슨… 혹시 제어력을 잃고 완전한 침식체로 폭주하는 건가요?"

 '설마?'


 아포크리파로 갔던 엘리자베스나, 에덴으로 갔던 카린과는 달리 오로치는 이 상황과 그것의 정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하야미가 자신에게 줬던 인공마왕의 정수. 샘플은 귀환하자마자 관리자에게 넘겨주었지만, 리플레이서는 이걸 양산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물러나라, 카린! 떨어져라!"


 오로치의 불안한 외침에 카린은 드론들로 계속 공격하면서도, 즉시 백대시를 하며 오로치의 옆에 섰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기괴하고 잔혹하며 아름다운 그녀의 자태를, 메카니컬 디바이스는 구속구와 같이 신체를 묶듯 에워싸며, 우주에도 흩날리는 그 털에 둘러싼 몸은 진하게 물들어진 핏빛을 과시, 터져버린 머리는 어느새 재생하여 뺨까지 야수의 털이 돋아난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구호를 외치며, 제이나는 손바닥을 펼치더니 바로 엄청난 출력의 빔을 쏘아냈다. 거대한 굵기의 색채는 그대로 카린의 드론을 지워버렸고, 이후 그녀는 다른 손으로 카린을 향해 쏘았다.


 하지만, 오로치가 몸을 날리면서 대신 맞아줬다.


 "호오… 인간들도 꽤나 재미있는 걸 만들지 않았나. 와라, 첩이 시험해 주마!" 오로치가 호기롭게 외치면서 뱀을 밀며 다가섰다. 스스로에 걸린 주술의 효력을 믿고 나섰는데 꽤나 효과적인 모양이다.


 성수 오로치의 몸을 둘레로 회전하는 카케라. 그녀는 너풀거리는 소매와 팔을 뻗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가라!" 동시, 고드름과 같이 날카로운 얼음들이 이내 미사일처럼 쏘아졌었다.


 "이따위 것…!"


 날라오는 얼음가시들을 쏴맞추는 제이나였지만, 그것보다 많은 카케라가 그녀에게 쏟아졌다. 결국 탄막들 사이로 다시 파고들려고 했던 리플레이서 퀸이었지만….


 오로치는 비웃었다. "바보 녀석, 걸렸구나!" 그와 동시, 양쪽으로 펼친 손바닥을 주먹을 쥐면서, 중앙에 파고든 퀸을 향하게 겨눴다.


 "설마…?"

 "네녀석관 싸움의 연계가 다르단다!"


 마치 포위되어진 것처럼 중앙으로 그대로 찔러들어간 광경이다. 하지만 전신에 날카로운 조각들이 박혔어도, 인공마왕 퀸은 고통조차 없이 가만히 있더니, 힘을 증폭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하아아아아아!"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몸에 박혔던 카케라들도 떨어져나가, 그녀의 몸 전체서 피어오르는 오라가 발생하였다.


 "흐음… 인공적으로 마왕을 만든다고 했더니, 과연 이름 값은 하는지도 모르겠어. 그걸론 죽일 수 없나…."

 "무얼 중얼거리고 있나!"


 제이나는 그대로 양손을 모았다. 그리고, 곧 거대한 빔줄기가 그대로 성수 오로치를 향해 밀어닥쳤다.


 빔은 오로치의 위치를 꿰뚫었고, 데미지가 없진 않았는지 뱀의 비늘엔 살짝 그을림이 생겨났다. 오로치는 초록색 발광하는 빛으로 백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고작 그 정도, 역시 첩에게는 미치지 못한단다!"

 하지만 야수화된 제이나는 그대로 등 뒤에서 더욱 강하게 오라를 지피며, 다시금 양손에서 급속히 에너지를 차지했다. 평상시의 퀸이 낼 수 있는 최고화력을 인공마왕의 상태에서는 급속히 무한히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리플레이서 비숍이 보고했었지. 요괴의 대현자라고 불리는 당신이지만, 실제로는 구시대의 망령에 지나지 않았더로군!"


 하지만 손을 거두지 않으면서, 오로치는 백사의 입을 벌리며 전격파를 그대로 쏘아냈다. "잘도 지껄이는구나, 상대의 힘을 파악하지도 못한 얼간이 녀석이!"

 그것은 곧 우주의 공허를 가로지르며 그대로 퀸이 쏘았던 빔에 부딪쳤었다. 우주엔 이온이 퍼지기가 힘들기에 전격계 주술이 매우 비효과적이지만, 오로치의 백사는 카미나리 같은 성질을 지닌 에너지계 포와 같았었고, 이는 석궁처럼 이미 체내에서 장전되진 것을 원할 때에 급격하게 방전할 수 있었다.


 "이, 이이잇… 이, 아아아!"

 "뱉어라, 더더욱!"


 명령하듯이, 오로치는 백사를 들이밀며 낙뢰를 더욱더 강하게 방출했다.


 하지만, 둘의 공격엔 큰 차이가 있다. 체내에서 차지되진 힘을 쏟아내는 백사하고, 계속해서 힘을 주입하며 출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제이나. 과연 그렇듯이, 팽팽하게 밀리다가 처음에는 백사가 쏟아낸 빔이 제이나 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말려들었다.


 "후, 후후후, 후하하하하!" 퀸은 웃으면서 더욱 오라를 짙게 펼쳤다. "이게 전력인가, 역시 너는… 그아아앗?!"


 퀸의 자세가 바로 무너지면서, 그녀가 쐈던 빔의 방향도 바뀌어졌다. 이건 몸을 숨기면서 퀸의 뒤로 접근해 단검으로 암살자처럼 내려쳤던 펜드래건의 일격이다. 일순, 힘이 더해지는 방향이 어긋나며 바로 되밀렸다.


 "…………!"


 우주에선 누구도 비명을 들을 수 없다… 라는 문구와 같이, 인공마왕으로 변했던 제이나였지만 이후 오로치의 전격파에 밀리며 그대로 분해되어졌다.


 카린은 뭔가 허탈하게 보다, 긴장이 풀린 목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해치웠나…?" 그녀의 주위에 남은 드론들이 둥실둥실 떠도며 다가왔다.


 "당신이 밀릴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오로치." 날개를 접듯이 다가오는 펜드래건. 그런 그녀를 두고, 마치 먼지를 털듯 백사의 비늘을 손으로 어루만지는 오로치. "예상 외의 힘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첩이 질 것 같진 않았지만 말이다."


 "음?" 그러던 도중에, 가슴 안쪽으로부터 뭔가 이질적인 불안함이 느껴졌다. 그게 자신으로부터 온 게 아닌, 치나츠에게서 온 걸 이해하자 오로치가 물어봤다. '치나츠야, 왜 그러느냐?'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래도 제 능력이 우주에선 통하지 않나 생각되요.'

 '적장은 지금 첩과 펜드래건의 딸이 잡았느니라. 염려할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


 그렇지만 직감이 좋은 것인지,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는 카린. 엘리자베스는 휙 고개를 돌려 그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적함을 부술 생각이다. 오로치도 뱀의 머리를 돌려 펜드래건과 같이 연계할까 생각하던 도중,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보주를 꺼내고 점성술을 걸었다.


 결과는 이상했다. '뭐라… 뭐야?! 이게 대체…?' 오로치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치나츠와는 다르게 본인 능력에 확신을 가지는 그녀였었고, 그렇기에 지금 결과가 절대 진실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문제였었다. 사방에 무수히 많은 숫자의 퀸이 남아있었다.


 함선을 엄폐물처럼 사용해 숨어가며 저격한단 방식이라 확신하고, 적은 분명히 한 명이라 믿은 오로치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직접 보주로 점성술을 쓰지 않고, 자신은 계속해 얼음의 카케라를 만들면서, 할 수 있건 없건 그냥 치나츠에게 탐색을 맡겼던 것이다. 그렇기에 여태까지 몰랐었다.


 "말도 안 돼…! 쏴라!" 오로치는 보주에 보이는 그대로, 잠시 쉬었던 뱀의 내장으로부터 거대한 요기를 분출시켰었다. 혼탁한 검은색 요기는 그대로 강철의 전함을 뚫고 무언가에 맞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엔, 은폐장을 써서 기척을 완전히 감추고 있던 제이나가 있었다.


 먼지를 털면서 그녀가 말했다. "들켰나… 과거에 신이라 불리던 여자 치고는 너무 느리군. 그래도 완전히 무능한 것은 아닌가." 그리고 바로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후, 갑자기 곳곳에서 또다른 제이나들이 모습을 드러내, 동시에 완충시킨 빔포를 곳곳에서 쏘아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야수화한 인공마왕 리플레이서 퀸도 섞여있으며, 이가 의미하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진다.


 방금, 인공마왕으로 각성한 제이나를 상대할 때만 했어도, 녀석의 최대출력 빔포는 오로치 혼자 압도할 수 있지도 않았다. 엘리자베스가 적절히 어시스트를 했으며 그렇기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보주에 뜨는 점들만 천 단위가 되는데, 녀석들이 지금 자신을 향해 화력을 집중시키면 여태껏 몇천 년을 살아왔던 자신도 그대로 증발할 것이다.


 '있을 수 없어…! 바람이 말한 것은 거짓이 아니었군요!'


 돌아보는 오로치의 눈엔 진실만이 남았었다. 그녀는 도대체 이런 상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인지 고민하는 것보다도, 되려 적들이 어째서 이렇게 움직인 건가 고민했다. '몇천 명이나 된다고?! 어떻게…? 아니, 그러면 여태까지 녀석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 첩들이 수적 우위를 믿고 퀸을 처치하려고 할 걸 예상하고 이렇게 깊숙히 오도록 덫을 놓았던 것이었나?'


 혹시나 이것들 중 다수가 환영은 아닐까 의심이 됬지만, 저편에서 카린이나 펜드래건을 향해 발사된 빔으로부터 엄청난 열이 느껴졌었다. 이것은 진짜다. 마왕들의 호드였다.


 "이딴, 이게 무슨… 첩은 여태까지 이런 걸 전혀 본 적이 없었다…!" 오로치는 곧 공간이동 주술을 준비했다. '치나츠야! 네녀석이 뱀을 몰며 둘을 태우거라, 첩은 축지계를 당장 준비할 테니!' 이것은 신성 로자리아 제국 마지막 축제에서 치후유에 빙의했었지만 그녀에게 몸의 권한을 줬던 상황과도 비슷했다. 어쨌거나, 치나츠는 나나하라의 당주이나 무녀 다운, 굳은 결심을 보이는 강한 눈동자로 떨림조차 없이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소 정직하고 곧은 움직임이었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과거 오로치의 뱀은 엘리자베스의 칼을 엄청나게 맞고서도 무사한 내구력을 지녔으니.


 저편에선 매우 당황하며 놀라는 카린이 있었다. 그녀의 기동력으로는 엄청난 수의 퀸들을 피할 수 없고, 본인조차 그걸 알았는지 피라미드 모양으로 드론들을 정렬시켜 임시적인 배리어를 쳤다.


 "제이나가… 어떻게 된 것이죠?" 저출력의 빔은 튕겨낼 수 있지만, 최대출력 빔캐논은 막을 수 있는 것조차 아니다. 사방에 적이 있기에 어떤 방향으로 회피기동을 해야하나 그것 자체도 몰라, 카린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제가 모르는 속임수인가요?"


 "저것들은 전부 진짜예요!" 위쪽에서 치나츠가 날아오며 소리쳤다.


 "네, 네? 치나츠 씨?"

 "잡으세요, 카린 님!"


 카린은 빠르게 플라즈마 배리어를 해제해 곧바로 오로치의 뱀에 올라탔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과연, 체스 놀이를 했던 건 폼이 아니었군요. 엄청나게 많은 폰들을 여왕으로 프로모션 했다면…." 엘리자베스는 퀸들의 사이에 둘러싸였지만, 그녀 본인은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이 가능했다.

 인공마왕으로 야수화를 거쳤어도 실상 화력과 체력만 증가할 뿐이며, 그렇기에 명중률이 떨어지는 제이나가 풀차지 빔캐논만 사용해서 맞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흐음, 상당히 여유롭네요. 엘리자베스 님."

 "음? 치나츠 씨에겐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하지만 회피에 전념할 뿐이지, 반격하는 것까지는 힘들었다. 마치 호라이즌과 세라펠의 전투가 생각나는 광경이었다. 뱀의 등은 꾸물거리며 흔들어졌고, 치나츠는 펜드래건에게 설명했다. "지금 당장 이곳에서 떠나야만 합니다. 오로치님이 텔레포트를 준비하셨습니다… 이쪽으로."


 엘리자베스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곤 카린의 뒤에 돌면서 앉았다. 그리고, 그녀들은 거기서 곧바로 이탈할 준비를 마쳤다. 이는, 로자리아의 첨탑을 공격했었던 그때와 다르게, 세계간 전이가 아니며 또한 뱀에 태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들을 송환시키는 것이 아니었기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던 것이다.


 "저기 에드먼드라는 양인이 이끄는 본대하고 합류한다! 아니, 관리자가 증원을 보낼 때까진 본기지에 가서 기다려야만 할지도 모르겠구나!" 오로치는 빠르게 말하면서, 그 공역에서 바로 순간이동하여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들이 있었던 자리에는 무수히 많은 굵은 빔포가 쏟아져 내렸다….



 .

 .

 .



 일단 에드먼드의 전함 노라드에 도착하여 천 단위의 인공마왕이 있다는 걸 카린이 보고했었고, 압도적인 화력에 맞설 수 없던 그들은 후퇴해 루나 투에서 농성하기로 결정하였다. 에드먼드 장군은 관리자가 그로니아의 네퀴티아를 해결해 지금 증원을 보낸다고 들었으며 그게 판단의 근거가 됬다.


 하지만, 리플레이서들은 전력을 둘로 나눴다. 지구권에 강하하는 병력들과, 아르토리아 - 리플레이서 나이트 - 본인이 직접 이끄는, 루나 투 기지를 함락하기 위해서 이끈 병력이다.

 멀리서 상황을 파악한 관리자와 나유빈은 에드먼드 장군이 후퇴했던 포지션에서 몰려오는 적을 막기 위해 급히 기동하여 접전했고, 대신 알비온을 통해 베로니카들을 루나 투에 워프하도록 지시하였다.


 리플레이서 나이트는 함선들로 표면의 비행장과 시설들을 폭격하며 병력을 이끌고 지하기지 내부로 진입했다.


 많은 센트리봇 및 방호트랩, 또한 엄폐물에 숨어 침입자를 향해 발포하는 미-관리국 연합군. 아르토리아가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곤 외치었다. "오늘의 전투로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것이다! 강력한 적을 보아도 무서워하지 말고 전진하여라, 너희들의 뒤엔 인공마왕들이 있다,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리플레이서 나이트라는 이름을 취했지만, 어쨌건 역시 과거의 아서왕으로서 많은 전쟁을 직접 지휘한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녀의 시야 멀리서 계속해서 활을 쏘던 미나토는, 리플레이서 잡졸이라면 몰라도 인공마왕들에겐 어떤 공격도 통하질 않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마사키는 인상을 찡그리며 화난 얼굴로 미나토의 팔을 잡고선 냅다 당겼다.


 "뭐하는 거야?!"

 "뭐긴 뭐야, 지금 도망쳐야지! 네 화살로 이길 수 있을 상대가 아니야!"

 "그, 그렇지만…!"


 자리를 사수하라고 들었던 미나토는 머뭇거리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여기서 빠져나가면, 다른 모두가 위험하게 될지 모르…!" 하지만 실갱이를 벌이던 둘의 머리 위로 인공마왕 퀸이 쐈던 빔줄기가 지나갔다. 땅이 흔들리며, 또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것 같이 금발을 휘날리며 터미네이터처럼 다가오는 리플레이서 잭을 - 제이크의 클론 - 보면서 마사키는 아예 미나토를 끌면서 억지로 달려갔다.


 "빌어먹을! 됬어, 그냥! 누가 왜 도망쳤냐 물으면 내가 끌고 갔다고 대답해라! 그냥 달리자고!"


 리플레이서 에이스는 - 카린의 클론 - 도망치는 둘을 향해 라이플을 정확하게 쏘았지만, 역시 카운터는 카운터라 그런 건지 둘은 총알을 맞고도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선두에 서서 본인도 엑스칼리버, 공간을 베는 막을 수 없는 검, 칼날을 휘두르며 로봇들을 격파하던 나이트는 그때에 묘한 기색을 느꼈다.


 "음…? 이게 뭐지… 왠지 소름이 돋는군."


 저곳 너머 무언가가 있다. 방금… 무언가 과격하고 극단적인 기세를 가지는 초월적인 존재가 자신을 증오의 눈길로 노려보는 느낌이 피부를 훑었다. 몇 세기가 넘게 숱한 강자를 보았었던 아르토리아였지만 이런 전율은 정말 오랜만에 상기됬다.


 '이건… 성수나 기계도 아닌 순수인간? 리플레이서 정보부에 의하면 코핀의 전력에서 이 수준의 힘을 가지는 존재는… 설마, 조력자라고 불렸던 나유빈인가?' 그녀는 부드럽게 자신의 보라빛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 유빈은 지금 관리자의 올림피안하고 함께 그로니아에서 출발했단 보고를 받았는데?


 "지금 기지 내부에 남은 강적은 신성 고대종 야마타노오로치, 엘리자베스하고 토미 팀이 전부일터…." 생각을 곱씹던 나이트는 휙 고개를 털고는 엑스칼리버를 다시금 꽉 쥐면서 안쪽으로 병력들을 따라갔다.


 다른 위치에선 카린과 모건과 라이언이 분전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제이크와 실비아의 모습을 보아서 놀랐지만 이후 피부에서 털이 솟아나며 인공마왕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용감하고 명예롭게 전사한 군인의 목숨을 가지고 이딴 장난을 치다니!"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어쨌건 전술적인 능력은 훌륭했었기에 카린의 대처는 적절했다. 좁은 통로에서 적이 몰려오자, 처음부터 트랩들과 로봇들을 투입하는 대신, 어느정도 접근하자 그때 천장에서 떨어트려 포진의 한복판에서 날뛰게 시킨 것이다.


 반인반침식체 리플레이서를 향해 가은이 개발한 대침식체 탄환을 쏘고있던 모건이 말했다. "훌륭하군… 역시 그렇게 젊은 나이에 그 계급까지 올라간 게 아니야. 그렇지만 기계라서 다행이지, 진짜 사람을 이렇게 썼다면…." 그걸 듣곤, 카린은 뭔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사람한텐… 당연히 이런 작전을 강요하지 않아요."

 "……?"


 문장 자체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건은 왜 그녀가 슬픈 목소리로 대답한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사실 마리아가 델타 세븐을 후퇴시키기 위해서 책임을 지고 이렇게 싸우며 죽었다. 그 전술적 광경이 뇌리에 남은 카린은 그걸 로봇들로 따라한 것이다.


 "아무튼, 저 같이 생긴 클론이 많지만 부디 신경쓰지 말고 넉넉히 탄환을 박아 주시길."

 "흠, 사양하지 않고."


 이쪽의 싸움은 꽤나 유리하게 진행됬다. 센트리봇들은 인공마왕들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리플레이서 잡졸들을 쉽게 처리했고, 또한 격파되기 직전에는 자폭하며 피해를 입혔다.


 그리고 양측에 선 모건과 카린의 앞에, 장갑을 털면서 안경을 들어올리던 라이언은 다가오는 리플레이서 방패병들의 앞길을 막으며 주먹을 날리며 말했다. "이쪽도 질 순 없지요!" 쿵 밀리며 진형이 깨졌고, 틈 사이로 카린과 모건은 연달아 총탄을 쏘면서 어떻게든 진격을 막았다.


 '다른 쪽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 카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아까부터 지휘부와 통신이 되질 않고 있다. 혹시 벌써 거기까지 뚫린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여길 사수하지 못하면 기지 내부의 격납고까지 침입을 그냥 허용한다.


 즉, 최악의 순간에 이쪽으로 결집하여 전함을 타고 차원전이로 도주한다는 작전도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몰랐던 것은, 사실 이건 리플레이서 룩의 - 실비아의 클론 - 소행이었다. 접근전에 특화시킨 리플레이서 잭과, 포격전에 특화시킨 리플레이서 퀸과 달리, 리플레이서 룩은 정보전에 특화됬고 지금 기지 내부의 통신을 아예 마비시킨 거다.


 이것을 정확히 모르고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실비아의 클론들이 뭔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짐작할 수 밖에 없었던 카린은 애써 절망적인 부정적인 감정을 털려고 노력하며 가슴을 졸였다. '제발, 모두 무사하기를….'


 그리고, 지휘부.


 공격 자체는 여러 방향에서 왔었지만, 아르토리아가 직접 나서면서 진격하는 루트는 파죽지세로 뚫렸다. 본인도 인공마왕들을 무작정 앞세우며 마구 다가오니 어떻게 막을 방법이 아예 없었다.


 '관리자는… 그래, 다른 세계에서 도미닉을 데려왔다 했지.'


 바닥에 널부러진 리플레이서들의 시체들의 앞에는, 지휘부의 문 앞에서 잡졸들을 상대로 직접 싸우면서 길을 막던 도미닉이 있다. 아르토리아는 그를 보고선 요상한 웃음을 짓곤 박수를 치며 말했다. "하하, 제법이군. 역시 전설적인 도미닉 준장이야."


 기분이 나쁜지, 도미닉은 입술을 비틀며 반응했다. "이게 다 뭐지? 인류를 위해 전사한 영웅들을 이런 식으로 모욕하다니…!"


 그건 카린하고 완전히 똑같은 반응이다. 그걸 보며, 아르토리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어제꼈다. 그 의미를 모르는 도미닉은 침을 옆으로 툭 뱉었다.


 "미쳤나? 하긴, 너희 같은 테러리스트 녀석들 중에 정상적인 사람이 있을리가 없지."

 "아니, 그게 아냐. 정말 대단하군, 걸작이야! 정말 같은 사람이라곤 생각하질 못하겠어!"

 "알 수 없는 소릴… 끝내주마!"


 하지만 그렇게 달려드는 도미닉을, 옆에 서있던 리플레이서 잭이 가로막았다.


 "제이크 워커… 젠장, 녀석들이 자네의 몸과 힘을 이렇게 악용하게 될 줄이야!"

 "푸하하, 하, 하하하!"


 아르토리아의 눈엔, 지금 너무나도 진심인 도미닉이 아예 광대처럼 보여졌다. 그리고 칼을 접으며 뒤로 물리곤, 인공마왕 잭이 전기를 지직거리는 주먹을 꽉 쥐면서 휘두르면서, 상급 카운터인 도미닉을 압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말도 안 돼…! 이렇게나 밀리다니?"


 애초에 접근전에 특화된 리플레이서 잭이다. 물론 카린들이 싸우고 있는 구역에도 있긴 있지만, 그쪽에선 대침식체 전용 탄환으로 약점을 저격하며 대응하고 있었다. 달리, 도미닉의 실력으론 빈틈을 만들어 주먹을 꽂기도 어렵고, 설상 그게 성공해도 딱히 치명적인 피해도 주질 못한다.


 근접전에서 클론 제이크를 이길 수 있는 전력이란 코핀에서도 힐데나 유빈 정도의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크으으윽!"


 곧 배에 주먹을 맞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리는 도미닉. 마치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것처럼 섬뜩하게 차가운 웃음을 지으면서 다가오는 인공마왕 제이크를 보고, 그는 선글라스 안쪽의 눈을 부릅 뜨면서 죽음을 각오했다.


 하지만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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