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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EtAbPc20mn8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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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 녹음… 아아, 들리나요? 아키?"


 "저예요, 민서랍니다. 여태껏… 정말 여태껏 저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했었죠. 그럼에도… 당신이 저를 계속 찾는단 것을 알았었고, 그것 또한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었죠. 저는… 나름대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것이 있었어요. 그래요… 지금까지 저는 이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었어요."


 "사실… 많이 고민했답니다. 정말이예요. 이 세상에서, 당신은 저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지켜주고 싶은 사람, 인정받고 싶은 사람. 그럼에도 이런 말을 한다면 저는, 경멸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혐오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버려지지 않을까… 그래, 그렇네요. 그래서, 그래서 말하기 싫었던 거예요."


 "저는, 너무나도 더러워서… 너무나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당신하고… 같이 있을 수 없는, 추악한 더러운 사람이 되어버렸기에."


 "크흠, 하소연은 그만하고, 당신에게 말해주면 좋겠네요, 아키. 당신을 만나기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본인 스스로도 말하기가 뭐하지만, 그냥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우연히 피어난 한 떨기 꽃 같았다고 생각해요. 아… 너무나도 유치하죠? 당신이 오기 전까지, 저는 친구 한 명 없었어요. 학교에서도 항상 모두가 저를 싫어하였고… 제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정말 왠지 싫다고, 마치 생각을 읽는 것 같다고… 그러더군요."


 "기분 나쁜 아이라고… 오컬트 같은 책들만 보고 너무나도 어둡고 음침하다고…."


 "틀린 건 아닐지도 모르네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누군가가 속삭이는 목소리를 도서관에서 들었어요. 마왕, 가아그셰블라…. 그리고 그 마왕의 힘이 깃들었던 책을 항상 가지고 있었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저는 계속해서 맞았었어요. 누구도 구해주지 않더군요. 누구도 신경쓰지 않더군요. 마치 원래부터 태어나선 안 되는 아이처럼…. 우리가 처음 만났던 건 다리였었죠. 네크로노미코처럼 입고서 떨어져 죽어볼까나 생각한 저에게 선뜻 말을 걸면서… 갑자기 친한 척하며 나타나더니… 푸, 푸훗… 그때에 당신은…."


 "마치, 제 눈에는 천사처럼 보였던 거랍니다. 왜 자기 용돈까지 쓰며 자신도 모르는 사람에게 약을 발라주고 반창고도 붙여주고… 어째서 그랬던 걸까요? 당신은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고 했었죠. 그래…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우리가 있었던 시간은… 제 하수구 오물 구덩이 속 같았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비춰진 한 줄기의 빛과 같이 보였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애니 얘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주고 상냥하게 답해주고, 같이 놀고… 어쩌면 저도 당신과 같이 히어로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했더니, 그렇다면 프리덤 라이더즈를 결성하자고 했었죠."


 "저는… 그때 신났어요. 그랬네요. 그리고 어쩌면, 당신을 만나서 모든 걸 바꿀 수 있진 않을까… 기대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저항을 했더니… 아, 무릎으로 얼굴을 차버리고, 물감을 쏟아부었고,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마지막엔 그런 사진까지 찍혀버리고. 그래서… 그래서…."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죠. 영혼을 팔아서… 저를 그렇게 쓰레기처럼 가지고 놀던… 모두를 죽여 버렸어요. 신문하고 뉴스에도 나왔었죠. 갑자기 학교에서 학생들이 끔찍하게 죽었다고. 하지만 당연히 영혼을 팔았던 대가는… 단순히 제 죄책감 뿐만 아니라… 나락으로 떨어지는 파멸이랍니다."


 "후, 후후후… 후후후후… 하하하…."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요… 애초에 이 저주 받은 세상은 언제 떠나도… 괜찮았어요. 후회조차도 없이, 단지 공허한 눈물만 흘리며, 그렇지만 마지막에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던 아키만은 정말로… 정말로 행복하게 됬으면 좋겠는데… 그랬는데…."


 "아, 아하하하… 하하하하… 세상, 그렇게 녹록치 않아요, 그렇죠? 저를 도와주신 에델 님에게 명령을 받아서 리플레이서의 스파이가 되었어도, 당신을 지켜봤어요. 힘들으셨죠? 본인은 부끄럽다고 생각했겠죠. 저는… 당신이 그렇게 욕보이는 모습을 보고서, 너무나도 슬펐었고, 서윤 같은 녀석들은 정말 죽여 버리고 싶었답니다."


 "히어로란 거, 힘이 없으면 못 되겠죠? 그래서요… 도미닉은 재밌는 짓을 꾸미고 있었어요. 인공마왕 계획하고, 리플레이서 조커라는 초인병사를 개발하는 플랜. 하지만 카운터 워치나 카운터 능력들에 대한 정보들이 부족해, 그들은 결코 완성할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에델 님은 다르셨죠. 저는 데이터를 그 분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또 부탁을 드렸답니다."


 "…나의 사랑하는 아키를, 리플레이서 조커가 될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선물, 마음에 드셨는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당신이 누군가에게 욕보이는 것 만큼은… 절대로, 절대로 원하지를 않으니까요. 그러면… 저를 싫어해도, 미워해도, 경멸해도… 상관 없어요. 단지… 잊지 말아주세요. 당신에게 만큼은… 잊혀지고 싶지 않으니까…."


 "…음성 녹음, 종료."


 리플레이서 비숍은 작은 녹음기를 눌러 껐었고, 곧 마스크를 다시 썼다. 핑크색 머리를 정돈하는 와중에 뒤쪽에 왠지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었다. 에델 마이트너.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고 리플레이서 비숍이 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자신의 주인.


 "에델 님, 언제부터 거기에 계셨었나요?"

 "당신이 녹음을 하고 있었던 중이요. 왠지 제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눈치채질 못했네요."

 "아니요, 괜찮답니다…."


 '제가…?'


 에델은 왼팔과 오른팔을 각기 팔꿈치에 살짝 대면서 비숍은 쳐다보더니 이내에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민서는… 제가 아는 어떤 여자랑 매우 비슷하네요."


 "어머… 그런가요?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여쭤볼 수 있나요?"

 "저와 같은 마왕… 타천사 세라펠이예요. 그녀도 왠지 당신과 비슷한 추억과 감성에 사로잡혀 있었죠."

 "감히 저 따위가 마왕에게 비교될 수 있다니… 과찬이세요. 아니, 잠깐… 방금…."

 "……."


 분위기가 묘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에델을 보았던 민서였었기에 그녀의 말투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비숍이 물었다.


 "방금, 저라고 하셨던 건가요? 에델 님… 왠지 모르게 많이 변하신 것 같아요."

 "……."

 "아… 죄송해요, 주제넘게 너무 실례되는 말씀을…."

 "아니예요."


 에델은 헛기침을 하고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민서, 저와 당신의 계약은 이제 끝났습니다."


 "…네?"


 어리둥절해하는 비숍을 보고서, 에델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계약할 당시의 조건과 달리, 당신의 영혼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불쌍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그것과는 달리, 당신은 아예 구원조차 받을 수 없는 소녀입니다. 저의 힘은… 그래요, 애초부터 당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 다룰 수 없는 것이었어요. 스스로도 알고 있었겠죠. 어딘가가 계속해서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형성된 인격과 기억이 부숴지고 있는 것 같단 느낌을…."


 "……."


 그러자 민서는, 힘 없이 웃곤, 솔직하게 고백했다. "아뇨…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에델 님…."


 "민서…?"

 "신은 저 같은 사람은 잊어버렸습니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요, 못생겼고 쓸데없는 여자라서… 저를 구원해 주신 분은… 결국 당신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당신은 이렇게나 저를 신경써서… 힘 없는 자에게 힘을 빌려주셨던 것 뿐만이 아니라…. 정말, 저는…."


 "……." 그녀는 침묵하며 민서를 쳐다보았다.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보여지는 지금 에델의 모습은, 레지나와의 대화 이후로 마치 그녀가 마왕을 넘어선 어떤 무언가로…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괴물이 아닌, 해탈한 존재란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해선 안 되었습니다."

 "…그렇겠죠."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닙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만들어낸 지금의 세상 자체가 잘못된 거니까요."

 "……."


 민서가 말했다. "에델 님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건지요?" 에델은 손목을 걷어서 시계를 보았다. 어느샌가 약속하던 시간이 다가온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자기 기지 외벽을 박살내면서 마타도르가 호쾌하게 등장하였다.


 창 밖으로 머리에 토끼 귀를 걸었던 리벳이 손을 흔들며 경쾌하게 외쳤다. "어~이! 택시 왔어, 에델!" 그리고 안으로 로조와 라울과 이볼브 원의 기척도 강하게 느껴졌었다.


 "호오… 역시 빠르군요. 게다가 모두가 싸우고 있는 와중에, 이 리플레이서의 이면세계까지 급습할 수 있다니…."


 에델의 말에 반응해, 이볼브 원이 안에서 대답했다.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도 않지. 그렇지만 도미닉 녀석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아나? 서둘러라, 마왕. 우리가 왜 여태껏 리플레이서의 본거지를 약탈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후… 보채기는. 숙녀다운 몸가짐을 기르도록 해보세요, 엠버."

 "멍청이가! 나는 이미 인간을 초월한 존재다!"

 "뭐라든지… 그렇게 하시면 시집 못 가요? 평생 노처녀랍니다?"

 "얌마!"


 어쨌건 에델은 고개를 털곤, 민서에게 귀띔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되겠죠, 민서. 하지만… 한 가지만 알려 드릴게요. 아키는 이제 리플레이서 조커로 완전히 각성했답니다. 지구의 힐데 소대장과 그녀의 친구인 린이 막으려고 했었지만, 자신의 카운터 능력을 사용해서 여기로 오고 있네요."


 "그 말씀은…."

 "저도… 마지막으로, 저에게 허락된 운명의 시간 내에, 레지나 님을 보고 싶네요… 왠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겠죠. 그러면 이만 안녕히…."


 그렇게 말하곤, 에델은 사뿐히 마타도르로 걸어가 그대로 탑승했다. 그리고 바로 나타났던 것과 동시에 그들은 떠났다. 낡고 황량한 방 안에서 혼자 남겨진 민서는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경례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이내 품에서 자신과 아키가 찍었던 사진을 꺼내서 보곤,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곧, 모든 것이 끝나게 될 것이다.


 "고맙습니다, 에델 님… 당신은, 저에게 있어서…."


 "그리고, 어서오세요… 아키. 히어로가 된 당신의 아름답고 눈부신 모습을 저에게도 보여주시길…."




-- EP.X END





 이 팬픽은 먼저 썼었던 초판본을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던 이후 다시 읽고 편집했던 재판본입니다. 서술자의 리뷰 혹은 해설 및 작법 등에 관련된 내용을 읽고 싶다면은 이쪽의 개인 채널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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