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우우우우우우우웅.....


-듣기만 해도 보통 품질이 아닌 듯한 고요한 엔진음, 고요한 내부, 

그리고 내 앞의 테이블에 놓여진 고급 스테이크.

그리고 근처에서 로스트 치킨을 앞두고 파블로프의 개 마냥 핵핵대는 대시와 

고급 양주를 까며 하악 거리는 리타까지, 정말 완벽한 상황이다.


"-살다 보니 내가 VIP용 개인 비행기에도 타보네."


"저 이런 멋진 비행기 처음 타봐요!!! 제가 탔던 비행기들은 소음이 꽤 컸는데?!"


"....그야 우리는 비용 절감하려고 화물 운송용에 탔었으니까.

그래도... 그쪽 고용주가 씀씀이가 좋군, 덕분에 이런 걸 마시게 됐으니."


....우리가 지금 어디 있냐고? 우린 지금 샤레이드로 향하는 최고급 전용기에 있다.

관리자가 마련해 준 건데, 굉장히 만족스럽다.


"....."


-바깥의 구름들을 보며 난 잠시 손가락의 반지를 매만지며 상념에 잠겼다.

관리자가 말해준 정보를 종합해 추측하자면 현 시점으로 '원작'의 이벤트 - '울지 않는 너를 위해'가 앞당겨진 상황이다.

생각보다...'원작'이 빠르게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기본적인 틀은 다행히 아직까진 변하지 않은 듯 하지만, 이것도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다.

본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부를지도 모를 일이기에.

일단 그나마 다행인 점은 관리자가 호라이즌이 접속해 있었던 드론의 

카메라 블랙박스를 찾아서 줬으니 첫 만남부터 '리타와 대시는 휴먼입니다, 휴먼.'하며 

꼭지가 돌아버린 호라이즌과 쌈박질할 확률은 극히 적다는 것.

그 이상은 바라기 힘들고,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정확힌 이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질 않는 거겠지.














"-어으, 그럼 가볼까."


-일주일 후, 우린 다행히 리타와 대시의 생존을 눈치챈 윌버의 미사일 공격-이라는 

개 같은 일은 겪지 않고 무사히 샤레이드에 도착했다.

둘은 비행기에서 내리더니 감회가 새롭다는 듯 이리저리 둘러보며 상념에 젖어 있었다.

대시의 경우엔 다신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눈물까지 흘릴 수 있게 해 놨구나.


"....대시, 뚝, 사장님 만나러 가는데 울고 있으면 쓰나."


"그래, 꼬맹아. 그....뭐냐, 그거....'눈물...요정?아...'....다음이 뭐였지."


리타가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하는데 대시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끅끅 웃으며 답했다.


"....헤...헤헤, '눈물 요정아, 멀리 멀리 달아나라~!'....에요, 리타 언니."


.....저 대사를 저 둘이 죽은 상태가 아닌 산 상태에서 듣게 될 줄이야.

뭔가....뭔가 목이 콱 메이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그래, 이 벅차오르는 감동, 이건 '카운터 사이드'를 했던 한 명의 '카붕이'로써의 감정이다.

결국 죽어버린 원래 역사에 많은 카붕이들이 슬퍼했고, 작가들은 이런 그녀들의 이야기를 바꾸거나, 

죽더라도 윌버를 아주 개같이 족치는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스타게이저라는 뭔 개 ㅈ같은 분탕들이 있었지만 그건 넘어가겠다, 그건 이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으니.

어쨌든, 작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에서 그녀들을 살렸든, 윌버를 개같이 족쳤든, 

결국 원래의 이야기에선 그녀들은 이미 죽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에서나마 행복하게 바꾼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지만, 

나는.....설령 내 이야기 자체가 소설이라 할 지라도, 난 지금 한 명의 카붕이로써, 

앞으로 행복해질 그녀들을 글자나 삽화로써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


"....그쪽은 또 왜 울려고 하고 있어?"


".....어찌됬든, 나도 너희들의 인생을 직접 겪다시피 했으니까.

대시의 기분을 알 것 같거든, 덤으로 네 기분도 말이야, 리타."


....내 진실된 심정을 저들에게 알려줄 일은 없겠지.

그래도 괜찮다, 내가 만족하니....그거면 된 일이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할 감정이고,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겠지만....

상관없다, 내 행동으로 죽기엔 아까웠던 이들이 살아 행복해질 수 있다면....그걸로 됐다.

그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내 속마음을 토로하지 못해 외로울 지라도, 

그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이해 받지 못해 같이 있음에도 고립될 지라도,

이런 찬란한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같이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할 거다.













-공항에서 나온 뒤, 우린 택시를 잡고 호라이즌 파이넨스가 있는 빈민가로 향하려 했다.


"-거기요? 어...손님, 그....죄송하지만, 그쪽에 지금 큰일이 벌어져서 좀 힘들 것 같습니다만."


갑자기 택시 기사가 그쪽으론 못 간다며 우릴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뭔 일이 터졌길래?"


강제로 닫으려는 문을 리타가 강제로 잡아 버티자, 택시 기사는 침음을 흘리며 말했다.


"끄으음....그쪽으로 구호 봉사를 간 제프티 바이오테크가 몰살 당했답니다."


.....이런 빌어먹을, 다행히 아직 호라이즌이 국제 수배 되기 전인 것 같다.

난 들고 있던 여행 가방을 트렁크에 강제로 실으며 말했다.


"-ㅇ...이봐, 당신! 못 태워 준다니까!?"


"그 빈민가 근처에 침식 지대 하나 있죠? 그 앞까지만 데려다 주면 나오는 요금의 배를 지불하죠, 어떻습니까?"


"최고 속도로 모시겠습니다, 손님 분들."


....이게 돈의 순기능이지, 리타를 조수석에 태우고 나와 대시는 뒷좌석에 탔다.


"....저, 김식 오빠, 이거 설마...."


"...내가 호라이즌이랑 만났을 때 말하려고 했던 건데, 지금 현 제프티 바이오테크 회장이 윌버야."


콱-!!!!


순식간에 조수석에서 리타가 손을 뻗어 내 멱살을 잡았다.

그녀의 눈에 짙은 살기가 흩뿌려지자, 바로 옆의 택시 기사는 벌벌 떨며 차를 운전했다.


"-그 새끼가 거기 회장이라고? 확실해?"


"우리 부사장님이 이미 호라이즌에게 알려준 사항이야, 빌어먹을....이러면 일이 좀 꼬이는데."


.....제기랄, 아까부터 택시 기사가 더럽게 마음에 걸리네, 도저히 안되겠다.


"....기사님, 공항 근처 렌트카-"


"-전 아무것도 못 들었고, 못 들을 예정입니다."


......거 기사님 눈치가 아주 좋네요? 오래 사시겠네.


".....귀가 안 들리신다라, 그것 참 안타깝군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병원비 좀 보태드려야겠네요."


"......"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진짜 안 들리는 척하려는 건지 답도 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악셀 풀 전개를 때리는 택시 기사.

끝까지 프로페셔널한 정신에 난 조용히 다짐했다, 이 기사에겐 3배로 지불해야겠다고.


"....호라이즌이 휘말린 건가?"


"높은 확률로."


"...사장님...저희 사장님 괜찮으시겠죠?"


"....그 깡통이 무사하지 못하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데."


....그래서 대신 옆에 있던 레이첼에게 불똥이 튀었지요, 제기랄.


끼이이이이이익-!!!!!!!


으어어어어어어, 돈에 눈이 멀어버린 기사 양반이 코너에서 드리프트까지 

시전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눈이 유로로 변해버린 택시 기사의 질주는 그 누구도 막지 못했다.

그 부작용으로 우리 셋은 그 이후로 입도 뻥끗 못하고 차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으려고 

손잡이 붙잡고 버티게 되었지만.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부아아아아아아아앙-!!!!!


.....결국 이 택시 기사는 공항에서 빈민가 근처 침식 지대까지 

평소라면 3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단 50분만에 주파하는 분노의 질주를 선보였고, 

난 조용히 나온 택시비의 3배를 지불했다.


"-여기까지 온 건 좋은데, 이제 어떻게 그 깡통을 찾아낼 거야?"


리타의 말에 난 잠시 '원작' 이벤트 스토리를 떠올리다가, 

리타가 거의 죽기 직전까지 린치 당한 레이첼을 침식 지대를 주파해 

대형 병원에 입원 시킨 것을 떠올리고 작은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리타! 빈민가에서 침식 지대를 주파해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대형 병원이 어디지?!"


"....대형 병원? 갑자기?"


"젠장, 어디냐고!!!!"


내 외침에 리타는 잠시 머릿속에서 맵을 켜서 거리를 재는가 싶더니, 먼저 앞장서서 뛰어갔다.


"-날 따라와! 꼬맹이, 여기서부턴 침식 지대니까 무기 들고!!"


"네, 리타 언니! 와줘, 덩실아!!!"


리타가 선두에서 오르메타에 탄 채 날아갔고, 뒤에서 내가 칼과 리볼버를 든 채 중간에서 쫓아갔고, 

후방에서 대시가 자신의 커다란 낫, 덩실이를 소환하며 따라왔다.


"씨발....윌버 이 새끼는 곱게 뒈지지 못할 줄 알아!!!!!!"


윌버야, 각오해라, 너 곱게 뒈지지 못하도록 곱게 뒈지지 못할 놈이 지금 만나러 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