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그러니까 꽤 옛날에

동네에 미용실도 업고 이발소엿는데
아부지친구분이 하시고 우리집 일가친척 다른형제자매들도 다 이용하면서
다니던 그런 이발소가 잇엇음

당연히 나도 이용응 햇는데

다 하고나면 잘참앗다고 사탕 하나씩 주던게 좋앗지


그때가 언제냐 흠 아마 한여름이엿던거같은데

나 앉아서 머리짜르구
아저시도 진지하게 짜르시고 잇는데

누가 문에 달린 방울 소리 짤랑 내면서 들어오더라

행색이 말이 아니엿는데 ㄹㅇ 살면서 거지꼴을 직접 본건 그게 첨이엿을거임

꾀죄죄하고 옷도 낡고 제대로 씻지도 몬한듯

멀리잇는데도 냄새나게 생긴 그런 행색이엿지


대뜸 문열고 들어와서 말이 없더라

이발소 아저씨는 그시절 아빠들이 으레 그렇듯 무뚝뚝하고 좀 엄한? 무서운 타입이셧는데

"머리짜를거요?" 하고 물으시니

입구에 서서 눈치만 보던 그양반이 쫄앗는지

손좀 씻고가도 되냐고 물어보더라

마침 내 머리는 다짜른 상태에서 털고 마무리 단계엿는데

아저씨는 말도 안하고 손짓하면서 그 양반 보고 앉으라고 하고는

조용히 머리짤랴주고 면도도 해주심

난 사탕꺼내서 빨면서 구경햇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거지"를 본 호기심도 잇엇고

말없이 사각사각 하는 가위질 소리로 가득한 그 공간에서 상당히 생경한 기분이 들어서 그랫음

마침내 그 거지가 거지꼴에서 좀 벗어나게 되고

확실친 않지만 그 사람도 약간 어리둥절하지 않앗을가 싶음


아저씨는 그사람한테 사탕한움큼을 주머니에 넣어줫는데
지금 생갇해보면 계산대에서 돈도 좀 꺼내줫던거 같기도하고

그사람은 꾸벅하고 나감

난 저사람누구에요 하고 아저시한테 물어봣는데

아저씨는 평소처럼 나한테 꿀밤때리며 집에나 들가라고함


그사람이 누구인지 아저시가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예전에 아버지가 술에 취하셧을때 하셧던 말슴이
박형 (이발소아저시) 에겐 생이별한 아들이 하나 잇엇는데 그래서 아직도 이발소 하고 계신다는거엿읆

그사람이 그 아들은 아니엿던거 같지만

누구나 하나쯤은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거 같달가

암튼 머리자르니 문득 그때일이 떠올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