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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는 그레모리 이벤트(카운터 케이스 포함) 스포와 울지 않는 너를 위해(그늘밑 그림자)에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깡통 새끼는 어디 간거야"


호라이즌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2주일이 넘었다. 덕분에 모든 일정이 막혀버렸다. 


 "사장님... 어디로 간걸까요..."


가장 큰 문제는 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꼬맹이도 마찬가지였다.

뭐라 형용하기 힘든... 그냥 악몽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럴거면 육아수당이라도 주던가"


휴직계가 없으면 적어도 애 돌보는 걸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긴 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뭔가 기분이 이상해진다.


 "아직 회사에서 연락 온 건 없는 거죠...?"


어디 바다 건너 출장이라도 급하게 간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덕분에 인건비만 축낸다고 짜증까지 내고 있으니 아무래도 먼저 찾을 건 코핀 컴퍼니일 확률이 더 높았다.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 이미 갈만한 곳은 뒤져봤다.

근처에 있는 뒷골목이나 채권자들, 뭐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인지 알아보기 까지 했는데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았다.


 "... 그 새끼는 뭔가 알고 있었을 법한데"


성냥팔이는 어디서 갑자기 뒤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체는 찾을 수 없지만 마지막까지 있었던 곳에서 얕은 침식반응이 남은 것으로 보아 침식체의 습격을 받아 죽었다고 소문이 떠돌았다. 

개소리. 아무리 전문적으로 침식체를 사냥하지 않아도 쉽게 뒤질만한 병신은 아니다. 뭔가 잘못 먹고 뒤처리 당한 가능성이 농후하다.

적어도 알만한 녀석들... 평의회 놈들과 접촉할 방법이나 답을 구할 수도 없다.

다른 한 녀석은 한달 이상 회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쪽은 장기 외출로 처리 되어있었으니 오히려 돌아오긴 할 것이다. 기간을 모른다는 답변만이 되돌아오는 게 문제지.


 "... 언니. 만약 사장님이라면 지금 뭐하고 있을 것 같아요?"


 "... 자고 있겠지"


실제로 졸리진 않지만 염세주의적 깡통 녀석이 밖에 싸돌아다녀서 느낄 건 따분함이 아닐까.

정말 쓸데없는 소리만 이야기 하고 있는 게 최근의 일상이었다.


 "... 잠시 나갔다 온다. 집이나 잘 보고 있어"


 "다녀오세요. 점심... 알아서 먹을게요..."


염세주의적이 된 건 깡통만이 아니였다. 티내진 않지만 꼬맹이도 그 사건 이후로 뭔가 텅 비었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티가 나고 있다.


 "저녁 전에는 돌아올거야"


예정상으론 그랬다. 멀리 가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가는 곳은 별 곳 아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예전에 투자하던 곳에 얼굴을 다시 비출뿐인 것이다.

적어도 이러면 조용하더라도 어디든 섣불리 공격하지는 않을 테니까


 "... 없네. 젠장..."


담배까지 떨어졌다. 가장 귀찮은 것은 금고 비밀번호를 바꿔놓고 알려주지도 않고 사라진거다. 금고를 걸레짝내버릴까 했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내비두고 있는데 이러다가 금고의 돈보다 내 인내심이 먼저 바닥날테니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것이다.


딸랑-


 "... 별일이군. 무슨 일이지?"


 "담배. 아무거나 두 갑"


 "10크레딧"


 "물가는 더럽게 올라가는 군"


 "한 동안 숨어 지낸건가?" 


 "뭐 그렇지."


 "... 라이터는 필요 없나?"


 "담배가 떨어졌을 뿐이니까"


비니를 뒤집어 쓴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두 갑을 내밀었고 나는 평범하게 크레딧을 지불했을 뿐이다.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롭군"


 "그 녀석을 죽인 건 너냐?"


 ".... 왜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지 모르겠군"


 "침식 반응 이전에 격렬한 열기가 감돌았던 것도 사실이니까"


 "... 아쉽지만 내가 죽인 건 아니야"


 "그래... 아쉽게 되었네...

 혹시나 하지만 근방에서 희멀건 꼬맹이는 못 봤나?"


 "그 말만 벌써 일주일째군. 직접 찾으러 나갈 생각은 없는 건가"


 "어딘 적어도 어디 대륙에 있는 지 알아야 찾으러 가던 말던 하지"


 "... 찾으면 연락이라도 넣어 두지"


 "그래... 서로 잘 볼일 없자고"


 "그건 2주째 듣는 말이군. 말벗이 필요한 거면 노인정이 최적일거다"


 "뒤엎어버리고 싶은 소리는 적당히 하자고"


 "가게 안은 금연이니까 밖에서 불 붙여라"


 "그래 그래..."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라이터의 불을 지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돌아온 이후로 영 담배가 들지 않는다. 뭐랄까 입안에 물을 머금고 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침이 고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익숙치 않은 감각 때문에 매번 피면서 인상이 찌뿌려진다.


 "습관이란 게 참 좆같아"


한 개비를 꼴아문 후에 다시 거리를 걸었다.


 "... 뭐야 살아있다 이야기가 진짜였냐?"


먼저 말을 건 것은 보육원장이었다.


 "꼭 어디서 뒤지길 바랬나"


 "아니, 몇 년 동안 소리 소문 하나 없었으니까. 무슨 일이지? 그리고 일단 애들 앞에서 담배는 꺼주지?"


하긴 이젠 별 의미도 없었다. 그냥 입에서 때고 그대로 땅에 떨구고 밟아 불씨까지 껐다. 청소는 길바닥이니 알아서 하겠지.


 "... 그냥 한 번 와봤어. 혹시나 여기에 틀어박혀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군."


얼핏 보이는 광경에 혹시나 있지는 않을까 해서 와본 것이지만... 역시는 역시다. 있을 리 없었다. 뭐 있으면 있는대로 짜증과 비웃음만 나오겠지만, 이제는 막막함과 짜증남이 나온다.


 "... 애라도 찾고 있는 건가?"


 "아니. 미아를 찾는 건 맞는데 애는 아니지..."


애도 아닌데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한 거지만


 "애는 맞나 보군. 찾을거면 열심히 돌아보는 것이 좋을거야. 요즘에는 매우 흉흉하니까"


 "어디 사는 누군가씨가 뒷골목을 완전히 뒤집어 놨다는 게 진짜가 보군. 거진 절반이 작살나거나 사라졌다는 게 사실인가 보지?"


 "치안이고 뭐고... 요즘에는 뭐가 터질 것 같아서 다들 불안해하고 있으니까. 꼭 이럴 때 일이 터지기 마련이지"


 "어떤 멍청이가 이런 상황에서 사고를 쳐-"


 "아저씨! 엠마 못 봤어? 오늘 같이 골목에 가기로 했었는데?"


모퉁이 뒤로 붉은색 머리 꼬마가 머리를 내밀며 말을 걸었다. 


 "... 옘병."


 "말한 사람이 걸린다는 게 이런 말이었나"


 "엠마! 엠마!!"


이마가 넓어진 보육원장은 목소리를 점점 크게 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이봐 꼬맹이. 그 골목은 어디지?"


 "..."


 "째려보지 마라. 내가 손댄 것도 아니니까"


 "... 여기서 5분 걸리는 곳이요. 우측으로 돌아서 쭉 가다보면 그래피티한 곳이 있어요"


 "안전불감증이겠군.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그 녀석이 나오면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전하고"


 "어디 가요! 요즘 뒷골목이 흉흉하단 말이에요!"


 "미아 찾으러. 그리고 해봤자 총알이 날아오는 정도겠지"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들은 혹시 유치원 지도교사가 아니냐는 말이 떠올랐다.

퍽이나 천직이겠다는 비아냥으로 돌려줬지만 어찌보면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생김새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얼굴을 찌뿌릴 일이기만 할 뿐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생김새... 뭐 어슬렁 거리는 애새끼 하나 찾으면 되겠지"


5분 거리에 있다는 골목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조금 먼 곳에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십중팔구로 저기겠지. 경보로 그곳으로 향했다.


 "저쪽에 있는 거에요?"


 "그래. 알면 이제 따라오지 마라"


 "에이. 그런 말 마시고"


 "그런 말이고 자시고 보육원으로 돌아가라"


 "생김새는 아시고요?"


 "이런 곳에 애 하나 돌아다니는 걸 못 찾으면 이상하지"


 "그러니까 이상한거잖아요. 애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고요"


 "너까지 돌봐주면서 싸울 이유도 없어"


 "저는 안싸우죠. 잽싸게 엠마만 챙겨서 나올 뿐이라고요?"


 "하아... 마음대로 해라"


오히려 지금 말싸움으로 지체하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내딛는게 이로울 게 분명했다.

무시하고 앞으로 다시 걸어갔다.


 "저기 저기. 언니가 호라이즌 파이낸스의 사장이에요?"


 "그 사장 새끼, 지금 어디로 튀었으니까 얘기하지 마라. 하 씨발...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군"

 

 "에에? 거기 언니랑 호라이즌 말고 남은 사람은 하나잖아요. ... 설마 대시 언니가 사장이었던 건가요?"


 "왜 기업 이름이 호라이즌일지 일차원적으로 상상하면 누가 사장일지 답이 나오지 않나?"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런 애가 사장일리가 없잖아요. 넌센스를 넘어 썰렁하다고요"


소리가 난 곳은 지하다. 지하로 가는 통로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찮게 이런 곳으로 옮긴건가"


 "여기.. 별로 좋은 곳은 아닌데요. 주로 약쟁이들이-"


 "그래. 햇빛도 과한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새끼나 바깥에 얼굴조차 비추기 싫은 새끼들이겠지"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간다. 그리고 바닥에 도착했을 때에 어떠한 소란도 없었다는 듯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 으아. 저거 쥐에요?"


대충 봐서는 스무 명 정도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전부 화기를 장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 움직이지 않고 있는 녀석들은 그의 배 정도는 될 것이다.


 "올라가던지 입을 다물던지. 둘 중 하나 정해라." 


 "..."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부비트랩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즉 여기는 아까까지 이용했던 통로라는 이야기겠지. 엠마라는 꼬마가 여기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애 하나만 찾아가지. 엠마라는 꼬맹이가 여기 있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다만 누가 노리쇠를 당긴 것은 확실하다.


 "귀찮게 굴지 마라. 애 하나만 찾아가면 너희들이 여기서 뭘 하든 신경쓰지 않을거니까"


 "... 누군지 모르지만"


 "참고로 거부할거면 빨리해라. 나도 일이 있으니까"


화끈한 답변이 돌아왔다. 즉답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오메르타"


공중에 갈라진 틈으로 초록색을 비추는 금속판이 총알들을 받아내었다.

그리고 그 판에 닿았던 총알들은 전부 판에 흡수되듯이 사라졌다.


 "... 그만 쏴!"


 "왜. 더 쏴보지 그래?"


손가락을 튕겼다. 그에 맞춰 판에 맞았던 입사각 그대로 작은 바늘들이 되돌아갔다.

무언가 맞아 부숴지거나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비명은 필수 옵션이었으니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들려왔다.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마지막 경고야"


 "누가 경고를 그딴 식으로!"


 "애 하나만 찾으면 끝날 일을 키운 건 너네지"


모든 탄환들을 다 내뱉어낸 오르메타는 다시 앞에서 형상을 되찾았다.


 "... 씨발! 애 어딨어!"


 "형님, 그 애 지금..."


 "... 좋아. 여기 없는 건가?"


 "아니... 아니 그건 아닌데..."


 "..."


말 없이 오메르타의 모습을 여럿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기 다른 형태의 냉병기로 변환시켰다.


 "대충 이해했어. 너희들이 살아있을 가치도 없는 거란 걸"


 "아니야! 기다려 줘! 애는 아직 살아있어!"


 "그래. 나도 살아만 있게 만들어주지"


 "니미럴! 쏴!!"


총알들이 날아들었다. 검과 도끼, 채찍과 편전. 수많은 무기들이 휘둘러졌다.

아예 무기를 신경쓰지 않고 나에게 총알을 쏘는 녀석들이 있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나를 먼저 타겟팅 한 것 같았다. 근데 그럴거면 이터니움 합금탄을 가져왔어야지.


"팔! 팔이!!"


 "대칭이 안 맞아서 짜증나나? 그럼 다리도 날려주지."


 "누가! 누군가 살려줘!!" 

 

 "숨어있는 새끼는 튀던지 지금 나와. 연달아 나와서 짜증만 나게 하지 말고"


이제 멈출 이유도 없다. 애 상태가 안 좋을 것이 분명하니까 지체할 이유도 없었다.

최대한 안쪽으로 가다 보면 찾을 수 있겠지


 "..."


그 와중 아무 말 없이 따라 들어오는 붉은 머리는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 총알이 날아오는 것을 보지 못한 건가?

아 하긴.. 이곳에서 총알이 날아가는 것은 일주일에 네 번 꼴로 볼지도 모르겠군.


 "따라올거면 딱 붙어라. 애매하게 떨어져 있다가 총알 맞고 뒤지기 싫으면"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붙어서 고개만 옆으로 내밀어 앞을 살펴봤다.


 "생김새는"


 "네?"


 "엠마란 꼬맹이 생김새가 어떻냐고"


 "머리카락은 갈색에, 양갈래로 묶은 머리. 그리고 키가 호라이즌보다 좀 작아요"


 "대충 상상이 되네."


소란은 금세 조용해졌다. 아무리 화기를 쏟아부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휘둘러지는 무기를 피할 정도의 녀석들은 없었나 보다. 

그 후에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미친 놈들"


 "엠마! 괜찮아?!"


 "의식은... 없네. 바로 병원으로 갈 거니까 비켜."


오르메타가 엠마를 들어올렸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의식이 없으며 그 아이한테 뽑아낸 듯 한 피가 근처에 많이 보였으니까. 섬세하게 뽑아낸 것도 아니였다. 출혈량과 상처를 보면 이미 감염이 이뤄졌을 게 분명했다.


 "...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줄 수 있나?"


 "제논의 역설이라도 찍고 싶었나? 아무래도 거북이는 그쪽인 것 같은데"


돌아가는 입구에서 나타난 것은 강민우였다.


 "민우 아저씨! 병원! 빨리 병원으로!"


 "애 송장 치우고 싶은 게 취미라면 말리진 않겠지만, 나는 지나가야 겠는데"


 "... 타라. 병원까지 날아갈 생각이라면 말리진 않겠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어"


강민우는 장갑차의 문을 열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인지 안에 차량 시트가 눕혀져 있었다.


 "상태는"


 "출혈과 상처로 감염이겠지. 잘못하면 그냥 골로 가겠어"


 ".... 원장에게 연락은 내가 하지"


 "알아서 하던지. 네가 일을 끝낼거면 난 간다"


 "그래... 도와줘서 고맙군"


 "알면 다음에 혼자 잘 해보던가"


 "언니! 고마워요!!"


붉은 머리 꼬맹이는 강민우와 같이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 아니. 어디가서 얻어맞고 뻗을 놈이 아니지"


순간 깡통도 저렇게 된 거 아닐까 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랬으면 당한 건 자신일 가능성이 더 컸으니까

또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어디에 있을지 감도 안잡혔다.


 "... 히익!"


 "... 뭐야 아직 남아있었나?"


입구 쪽으로 기어서 도망치려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사... 살려줘!"


 "이제 관심도 없으니 알아서 해라... 라고 할 줄 알았어?"


 "살려줘! 아는 건 전부 말할 테니까!!"


 "... 아는 거?"


 "어쩔 수 없었어! 교주님은 갑자기 비명횡사하고 엘릭서 앰플은 사라졌고... 또 당신이 이런 꼴을 냈으니까 납기에는 못 맞출 수 밖에 없다고!!"


 "... 제대로 이야기 해봐"


그 잔당들이었나. 다만 이 말로 보면 누군가와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우리가... 우리가 습격했던 게 아냐..."


 "뭐를"


 "제프티 바이오 테크 지부... 우리가 건들였던 게 아니라고!!"


 "제약회사? ... 엘릭서란 거에 눈독을 들였던 건가"


 "... 뭐야 당신 아무것도 몰라?"


 "마음대로 나불 거린 건 너야. 그리고 제대로 들어봐야겠으니까 아가리 잘 털어보라고"


 ".... 말, 말 못! 아아악!!! 발목! 아파! 아파아!!"


 "다음에는 손목이나 창자 하나 끊어먹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알겠어"


 "제프티 녀석들이...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걸었어... 엘릭서를 만들면 자금을 주겠다고..."


 "테라사이드 사건으로 충분하게 그 일이 비윤리적일거란 걸 알고 있었을텐데"


 "애초에... 그런 건 신경쓰지도 않는 녀석들이었어... 오히려 거부권도 없었다고..."


 "... 지부가 공격받았다고?"


 "우리가 아냐... 누가... 누군가 미쳐 날뛰었어. 단지 우린 그 때 약품의 재료를 모으고 있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라운드 원에서 그런 짓을..."


 "관리국 녀석들도 색출 못 하는데 그게 어떻게 우리겠냐고!"


 "... 뭔가 이상한데"


 "아, 아는 건 다 말했어!"


 "... 습격받은 날은 언제지"


 "열흘 전... 딱 열흘 전 새벽이야"


 "... 관리국에서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고"


 "우리도 몰라! 정말이야! 단지... 그 때 납품하러 갔을 때 누가 봤었던 거 뿐이라고!"


계속 누르면 뭔가를 뱉어낸다. 어쩌면 지금 살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거겠지. 최대한 오래 끌어서 살고 싶은 건가.

 

 "공격 받은 게 맞나?"


 "아, 아마도... 그 후로 독촉이나 연락이 전혀 없었으니까 꼬리 자르기는 아닐거야"


 "..."


 "이... 이제 가도 되지?"


 "알아서 해라"


 "아... 아윽..."


기어서라도 도망치고 싶었던 건가. 뭐 헛수고일 것이다. 방금 왔다간 녀석이면 아마 자경대가 곧 올테니까 벗어나기 전에 죽겠지. 신경쓸 것도 없다.


 "... 열흘 전이라"


관리국에서도 은폐하고 있는 사건. 별로 연관성은 없지만 소리 소문 하나 없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시기도 얼추 안으로 비슷하고. 


 "... 저녁 먹기 전에 들어가긴 글렀군"


향할 곳이 정해졌다. 술집에 들렸다 가야겠어






 ".... 손님? 저희 아직 영업 전인데요? 2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주셔야 해요"


 "그것도 좋지만 볼일은 그게 아니어서 말이지"


 "요오즘에는 그런 일 안봐~"


 "사장님... 이제 좀 술에서 깨세요."


 "제프티 바이오 테크 녀석들이 습격받은 거 알고 있었나?"


 "... 아. 그 녀석들...? 뭐~ 알고 있었다면 알고 있지만~ 그런게 뭐 중요하겠어? 그런 건 이 술의 도수보다 가치 없다고~!"


 "하아... 사장님?"


 "니콜도 그래! 사장이면 좀 쉬면서 술 마실 수 있는거지!"


 "그게 일주일 내내, 거의 매일이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 그럼 내가 잘못했네! 오늘까지만 쉴테니까 봐줘!~"


 "... 알려줄 생각이 없다는 거군"


 "아는 게 없는 건데? 하아... 술잔이 다 떨어졌네"


 "... 세 병 줘."


 "이런 게 도시 마케팅인가요...?"


 "아니, 그냥 술 먹고 싶어하는 것 뿐이겠지"


니콜은 아무 말 없이 세 병을 가지고 왔다. 라벨지를 보고 눈살이 찌부려지는 것은 어쩔 수 가 없었다. 고가 세 병이었으니까


 "햐아..."

 

 "... 습격은 당한 건 맞나보군"


 "싹~ 다 지워졌지!"


 "... 본건가?"


 "아니? 잠시 밖에서 술 먹다가 큰 소리가 들렸기에 알고 있는거야~~"


 "본 건 있다는 거군. 누군지만 모르는 건가?"


사장은 술 한잔을 가득 채우고 한잔을 더 비우고서 나서야 입을 열었다.


 "... 으음? 아무래도? 햐아.. 술 맛이 기가 막혀서 말이 잘 안 나오는데"


 "관리국에서 뒤를 봐주는 건 아닌건가?"


 "아니 아니... 그런 편애를 보이기엔 뒤가 많이 구린 녀석들이니까..."


 ".... 제프티 바이오테크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보군"


 "아니 아니... 아는 건 아니고... 누구 이야기를 엿들은 적 있어서 말이야..."


다시 한 잔을 채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시지 않았다.


 "... 안 마실거다"


 "거 참~! 상대가 권하면 마시는 게 주도인 데!"


 "취한 척도 정도 것 하시지. 머리에 취기가 가득해도 정신은 멀쩡한 것 같은데"


 "아뉜데~?"


 "그럼 어지간히 운이 좋았나 보군. 술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걸 보면 참 대단하단 말 말고 없겠어"


 "거~ 그냥 한 잔 마시면 된다니까~?"


 "니콜... 배고파..."


 "저는 하아... 모모 가서 기다려요. 정리 끝나고 금방 해결해드릴게요"


 "하하! 모모! 모모도 한 잔 하자~!"


 "니콜. 얌전히 있을테니까.... 그레모리 좀 막아줘!!"


 "사장님! 애 한테 뭘 권하는 거에요!!"


 "하하하! 모두 신나게 살자고!!"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그런 가운데 오직 고요한 것은 나와 저 가득찬 술잔이었다.

오히려 술잔이 자신보다 묵직해보였다. 아무리 근처가 소란스러워도 흔들리더라도 넘쳐 흘러 쓰러지지 않았으니까

단 한잔. 그러나 무엇보다 무겁고 버거워 보이는 한잔이었다.


 "... 하아"


단숨에 한잔을 비웠다. 이런 것일 수록 취기에 휩쓸리기 좋았으니까. 


 "씨발... 이거 뭔..."


대신에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건 피할 수 없었다.


 "모모~ 모모~ 어디 가~ 이리 와아아!"


술에 뭘 섞은. 머리가 지끈거려서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블랙아웃으로 이어지는 것도 올바른 수순이리라






나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다.

하늘은 아직도 별빛과 침식 현상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하늘에 가까운 건물의 옥상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자연스레 시선은 그곳으로 옮겨지고 눈을 찌뿌리며 자세히 보고 있었다.


"... 뭐야"


내가 내뱉는 말이 아니지만 그 감정은 불만이었을 것이다.

곧바로 다시 술병 채로 한 모금을 들이켰다.

화한 냄새와 함께 입안에 가득했던 질량이 사라지자 시원한 밤공기가 들어왔다.


 "... 뭐야?"


어느새 연기는 사라졌다. 

그러나 연기 대신에 공중에 뭔가 파란 구멍 같은 것이 생겨나고

 그곳에 흰 색의 무언가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 흐음... 한 잔 더?"


물론 대답은 없었다. 물을 상대도 없었으니까.

그저 그 말을 이유로 한 잔 더 들이켰을 뿐이다.




 "머리... 깨질 것 같군"


취기 때문인지 아니면 넘어질 때 어디 부딪힌건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어때? 꽤 괜찮은 맛 아니야?"


 "..."


어느새 술이 다 깬 사장은 그녀의 눈 앞에 존재했다.


 "흐음... 한 잔 더?"


 "... 충분해. 원하던 정보였으니까"


 "아하? 그럼 한 병 더?"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는 지 모르겠는데"


 "아하? 세 병 더?"


말 없이 인상을 찌뿌렸다.


 "전부 외상으로 달아둘게?"


 "... 내가 누군지 알고?"


 "리타 아르세니코."


 "... 뭐 이런데서 장사하다 보면 여러 이야기가 들려오는 법 아니겠어?"


 "... 하나 더. 왜 내가 쓰레기 더미 옆에 있는 거지?"


 "나랑 같이 내쫒겼으니까?"


 "너도 양반인 사장은 아니군"


 "사장은 사장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법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병 하나의 뚜껑을 열었다.


 "... 흐으? 그래서 저녁 전까지 들어가는 거 아니였어? 이러다 늦을 텐데~?"


 "챙겨주는 것도 많군"


 "왠지 모르게 너한테 어린애들이 잘 꼬이는 것 같으니까... 우리 임금님도 한 눈에 마음에 든 것 같고... 뭐 그게 언제나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말야"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언제나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뒤따른 다는 거지. 동전의 양면처럼"


 ".... 아직 덜 취한 건지. 아예 취해버린 건지 잘 모르겠군"


 "애프터 서비스가 과했나?"


 "애프터 서비스?"


 "아하? 그런게 있어?"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건가?"


 "아하? 그런 가?"


 "... 할 말이 끝났으면 이만 가보지"


 "언젠가 술 값 내러 오라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늦진 않겠지




 "그래... 반드시 좋은 일에는 나쁜 일이 따라오지. 그건 나쁜 일에도 마찬가지니까"


참 오늘따라 술에 취하기 쉽지 않네. 너무 놀라서 좀처럼 취기가 돌지 않아


 "운명이 완전히 비틀려버린... 아니 사람은 아니었지. 본인이 뭐라 생각하던지 그건 사실이랑 다른 거니까"


그것을 무엇이라 칭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의 연으로 생각하자면 리타 아르세니코라 불릴 수 있는거겠지.


 "... 업보에 짓눌려 죽지도 못했고. 참 운명이란 게 어쩔 땐 우스울 정도로 갈대 같아"


바꿔놨기 때문일까. 마치 뿌리가 뽑혀버린 갈대처럼 성냥팔이는 어디론가 휙 하고 사라져버렸다.

시체도 못 찾은 건... 아마 이상한 일에 당한 거겠지. 사람으로 죽지는 못한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사람이 아니게 된 시점에 죽은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이 만난 것은 죽은 사람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형용하기 어려운 무언가일까


 "참... 오늘따라 취하고 싶은 때가 없는데 말이지"


취할 가능성도 없었다. 타기리온에 의해 모든 운명의 가능성이 통합되어버린 여자에게서 취할 것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러나 계약이 성립했다. 더욱 놀라운 건 대가가 없었다. 인과가 이상하게 비틀려버린 걸지도 모른다.


 "... 후우. 여기 동네는 왠지 떠들석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 밝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진 않을 거란 것이다. 


 "어쩌면 잡았던 동앗줄은... 아직 끊어지기 전인 썩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한 병을 다 비워도 취할 수 없었던 그레모리는 조심스레 들어가서 남은 두 병을 가지고 나왔다.


 "오늘은 취할 때 까지 마셔야 기분이 좀 풀리겠는 걸?"


물론 직원의 한탄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으니까.







 "이봐, 꼬맹이. 적어도 불은 끄고 자라고"


사무실의 불은 켜진 채로 고요했다. 전기세 아까운지 모르고 잠을 자는 줄 알았던 리타는 이내 안색이 굳었다.


 "... 꼬맹이?"


보이지 않았다. 침대에도, 소파에도 없었다.

사라졌다. 어디로? 감조차 오지 않았다.


 "어디... 젠장"


사라져버린 대시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저 발로 뛰면서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이봐! 여기 꼬맹이 안 왔나?"


 "편의점이 미아보호소는 아닌 거 모르나?"


 "젠장"



 "이봐, 여기 꼬맹이 안 왔어?"


 ".... 누굴 찾는 거야? 검은 쪽, 하얀 쪽?"


 "둘 다"


 "아니. 지금 막 병원에서 돌아온 참이라. 마주친 적은 없는데"


 "대시 언니요? 저는 못 봤는데요?"

 

 


 "아는 대로 불어"


 "아, 아무 것도... 모른다고..."


 "꼬맹이 어딨어"


 "그게 누군데아아아악!!!!"


 "어딨냐고 물었어"


 "몰라! 모른다고!! 씨발!!! 여기서 애 하나 사라지는 게에에!!!"


 


 "꼬맹이! 어딨는거냐고!"


 


 "대시!!"



 "... 뭐냐 너희들"


거의 난민지구 순회를 마치고 돌아오니 사무실 앞에서 무장 인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리타 아르세니코. 정말로 살아있었군."


 "... 어디서 또 굴러온 돌멩이가-"


강화 슈트에 새겨진 로고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여기는 타격 1조. 대상을 찾았다."


 "너희들 제프티 놈들이군"


 "알았다. 최대한 목숨만 붙여서 데려오라고 한다."


 "무슨 일... 아니 확실해졌으니 상관없겠지"


 "다른 한 녀석은 어딨지?"


 "네놈들도 모르면 이제 곧 알게 되겠지"


 "미친년이군. 쏴"


모두가 견착과 동시에 방아쇠를 눌렀다.


 "... 뭐야 불발? 이럴 때 전부 고장이라고?"


 "아니. 터졌지. 지금"


 "무슨 개-"


그대로 폭음과 함께 총이 산산조각남과 함께 그들의 손이 걸레짝이 되었다.


 "요즘엔 상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오나 보지?"


 "자, 자료에는 분명 거리와 수량에 제약이 있다고..."


 "안타깝지만 이제 그딴 제약은 엿바꿔먹었어"


 "뭐 해! 더 멀리서 쏘라고!!!"

 

 "말했잖아. 거리는 상관 없다고"


천천히 머리카락이 바람에 올라타듯 넘실거렸다.

주황빛의 눈은 어느새 핏빛 같은 붉은 색으로 넘실거렸고

청록색의 고철인형은 붉고 검은 갑피로 뒤덮어졌다.


 "쏴! 쏘라고! 살고 싶으면 쏘란 말야!!"


 "아니지. 살고 싶으면 도망갔어야지. 그랬으면 적어도 뒤따라갈 동안은 목숨이 붙어있었을 테니까"


눈 앞으로 무언가 날라왔다. 아마 폭탄류겠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것일까

순식간에 콩알만한 구슬로 변해버린 투척물은 그대로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실은 여전하네. 귀찮고 지저분한 것 까지 그대로야"


 "씨발! 2조 뭐하냐고! 백업 안 와?!"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그게 유언은 아니었을 테니 유언조차 남기지 못했다.

어느새 머리 대신에 검붉은 가시가 자리 잡았다.

 

 "도, 도망!"


 "술래잡기는 질렸어"


전원 발목 대신에 검붉은 갑피가 채워졌다. 더 이상 슈트는 자신을 지켜주는 물건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줄을 쥐게 된 처형도구였다.


 "아아아!!!"


 "더 발악해봐. 벌써 포기하려고?"


정리되는 데 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분명 더 있었을 테지만 어째서 인지 2조라고 추정되는 이들은 죽어있었다.


 "... 그래서 꼬맹이. 이 녀석은 어딜 간거야"


 "저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 뭐야"


은발 머리. 한 순간에 눈에 들어온 특징 때문에 이제서야 돌아온 건가 싶었지만 

시선을 마주치고 보니 아니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분명했다.


 "... 여기가 호라이즌 파이낸스인가요?"


 "지금 대출은 못 해줘. 자금도 없고"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바쁘니까 빨리 말해"


 "호라이즌씨가 보내서 왔는데요. 여기에 가면 될 거라고."


 "... 뭐? 깡통 새끼가 보냈다고?"


 "접시 둥둥 언니가 그랬어"


 "아인 말이 맞아. 츠바이도 들었어. 파이 먹으러 가라고 말했었어!"


 "... 그 녀석은 여기가 무슨 탁아소인줄 아나"


 "그, 그게..."


 "미안하지만 보육원으로 가라. 나는... 일단 적어도 그라운드 원에서 나갈 생각이니까"


 "호라이즌 씨가 얌전히 기다리라고..."


 "그렇게 깡통새끼가 말했다고? 그럼 어디로 갔는지 알겠군. 아니 뭐... 대충 어디든 찾아갈 곳을 아니까 상관 없지."


 "저, 저기..."


 "뭐. 지금 짜증내고 있는 거 안 보여?"


 [... 제 말이 들리시는 건가요?]


 "... 머리 아픈 이유가 있었군"


왠지 모르게 대화할 때마다 짜증이 나던 이유는 비단 내용 때문만이 아니였다.

이 여자가 말할 때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처음보는 사람한테 암시나 정신감응 같은 걸 쓰다니 누가 미친건지도 모르겠군"


 "죄송해요... 다만 확실히 하고 싶었어서... 당신은... 침식체인가요?"


 "...."


 "적어도...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


 "지랄 말고 보육원에 가서"


 "아뇨. 여기에 온 이유는 말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어요. 갈 곳은 따로 있어서... 배려는 감사합니다."


 "... 내가 무서운 건가?"


 "아뇨. 그냥... 음... 그런 차림새와 인상이 무서운 게 아닐까요... 당신이 무엇이어도 그랬을 거에요."

 

 "... 차비는 있나?"


 "아뇨. 걸어서 오래 걸리진... 않겠죠?"


 "목적지가 어딘데"

 

 "코핀 컴퍼니라고... 허름하지만 정규 태스크포스라고 했으니까 찾을 순 있을거에요"


 "어딘지 알아. 차비 없이 가기엔... 애들 데리고 가기엔 벅찰거다."


리타는 금고를 부쉈다. 이제 어딨는 지도 알겠고, 이런식으로 전언을 한다는 것에 대한 나름의 항의였다.


 "이거면 충분히 차비가 될 거다. 밤도 늦었으니 차라도 붙잡아라"


 "아... 감사합니다. 뭔가 듣던대로네요..."


 "..."


 "아, 뭔가 나쁜 소리는 아니었어요! 그냥... 이대로 가면 어떻게든 도와줄거라고 호라이즌 씨가 그랬거든요"


 "일단 점점 어디서 놀고 먹고 있을 거란 걸 알겠군"


 "아, 아니에요! 지금 아마... 다른 연구소들로 향했을테니까... 목적은 아마 본사겠죠.."


 "... 관심 없어. 그 녀석이 지금 어디서, 아니면 어디에 나타날지가 중요한 거야. 목적 따윈 내 알빠 아냐"


 "조심하세요. 제프티 바이오테크는... 별로 좋은 곳이 아니에요."


 "... 빨리 꺼져. 나도 차가 끊기기 전에 찾아봐야 하니까"


 "네. 그리고 본사는... 샤레이드에 있어요."


 "관리국 직할 도시인가... 더 사고치기 전에 끌고 와야겠군"


하얀 머리 소녀는 금발의 두 아이를 안은 채 어디론가 향했다.

깡통 녀석이 거기로 보낸 걸 보면... 저 녀석들의 신원을 확정하기 어렵거나, 

하얀 머리의 소녀가 아이들의 무게에 힘겨워 하는 것을 보니 셋 다 아마도 죽어가는 중인 거겠지.


 "...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야"


대시를 찾는 일을 더욱 서둘러야 했다. 그라운드 원에서 들키지 않았다고 하지만 샤레이드에서도 그럴지는 모르는 일어었으니까.








대시를 만나게 된 곳은 우습게도 승강장이었다.


 "여기서 뭐하냐. 꼬맹이"


 "아 언니..."


 "밖에 나갈 거면 집에 불은 끄고 나가라고"


 "아 그게... 사장님이, 아 이건 사장님의 사장님이"


 "깡통들이 쌍으로 지랄이군. 하나는 깡통이 아닌 것 같지만서도"


 "일단 그 깡통? 분께 갔다 왔어요...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이야기 하지 않으려 하는 건지"


 "...."


나는 말 없이 듣기로 했다. 물론 그 동안 샤레이드 행 티켓을 챙기는 건 덤이었다.


 "... 그랬더니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 그걸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해줬어요"


 "그라운드 원에는 없다. 인가?"


 "... 어떻게 아셨어요? 딱 그 말만 하곤 승강장으로 가라고 했어요."


 "얼마나 여기 있었던 거냐"


 "그게... 한 두 시간 정도..."


 "너, 하아... 아니. 차라리 없던 게 나았어"


그랬다면 분명 혼자서 그 녀석들을 상대해야 했었으니까 차라리 이게 나았다.


 "... 화났어요?"


 "그래. 한 녀석은 말 없이 없어지지 않나, 하나는 저녁에 돌아오겠다고 했더니 불 끄는 것도 까먹고 밖에서 나돌아다니고 있고, 무슨 우리가 방랑벽을 가진 회사였나? 차라리 이럴거면 회사 건물도 함선으로 바꾸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 좀 했다."


 "죄, 죄송해요"


속사포로 나오는 한탄에 대시는 입을 다물었다.


 "... 그래. 그러니까 이제 글자라도 남기던가 해라"


 "네..."


풀 죽은 강아지 같이 기죽은 대시의 머리를 손으로 문질렀다.


 "... 샤레이드까지 좀 걸리니까 기다려라."


"... 집. 비워도..."


 "... 이제 집에 집착하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잖아"


 "... 네. 어느샌가 그런 게 사라졌어요."


우리가 서로 바라는 것은 다른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같이 있고 싶다는 하나의 부분이겠지.


 ".... 저녁. 아직 준비 안 했어요."


 "그 녀석 돈으로 외식하거나... 찾기 전까지 좀 굶지"


탑승 수속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 왜 오래 안 걸리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호의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뭘 하기에, 그리고 목적이 뭐기에 제프티 바이오테크를 습격하는 건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어딘가 녀석은 이상했다. 마치 마구잡이로 날 뛰는 것 같았다. 제 분에 못 이겨 싸돌아다니는 사춘기 같았다.


 '리타. 미안합니다. 내가 그 때...'


어째서인지 그 말이 뇌리를 스쳤다.


 '욕심을 멈출 수 없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때를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무엇이 그 깡통을 충동적이게 만든 것일까


 '무엇이 최선의 선택일지. 혹은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지 라는 비고를 남기면서 몇 번이고 돌려봤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행동이 일련의 답안이라는 것일까


 '멈출 수 없었습니다. 사고 프로세스가 뒤틀리는 것 같아서 경고가 수 많이 쌓였습니다.'


... 그럼 지금 노리는 것은 무엇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돌려보는 저와 과거의 저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돌려봐야 했습니다.'


이성으로만 움직여야 할 기계가, 감정을 깨우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무엇일까


 '이해할 수 없어서, 이해하기 싫어서, 몇 번이나 비효율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무엇에서 눈을 돌리고, 그리고 그 돌린 시선에서 뭐가 있는 것인지


유일하게 호라이즌이 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무엇이 그토록 그 전까지 슬픔을 부정해오게 만든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에서는 알아야 했다. 지금 그 녀석은 울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슬픔이야 말로 지금 녀석이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슬픔에서 눈을 돌렸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 분노"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편한 것은 미워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 설마 거기 있는거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가능성은 둘이었다. 업무에 지쳐 머리가 돌아버린 것이거나


 "... 윌버 웨이틀리?"


그 녀석이 제프티 바이오테크에 있다.





이 글에서 호라이즌 파이낸스는 그라운드 원에 존재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아예 리타와 대시의 관점에서 전개하려 합니다.

호라이즌 관점에서야 부수고 부수는 이야기밖에 안 떠올라서 

차라리 살아남게 된 둘이 뒤쫒는 것을 살려보는 쪽이 더 쓸만한 이야기가 많아지네요.


마지막에 나온 문구는 이전에 썼던 글에 있던 문구입니다. 원작인 게임 내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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