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요약 : 

요즘 사는게 빌어먹다가 빌어먹을 것 같은 빌어먹을 꼬라지다.

출퇴근 제외하고 진짜로 밖에 나가보는게 4년정도 됐더라. 

나갔다 오니 피곤하고 아직도 춥더라.


카사얘기 :

에디 스토리 간만에 정주행 하고 왔음. 그리고 오르카 지난달에야 얻음.




아래는 기나긴 푸념이고 얘기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라도 늘어놓는거니까 

이 글을 눌러본 친구 있다면 눌러줘서 고맙고 지루한얘기는 스킵해.

혹시 봐줄거면 정말 고맙긴 한데 정말 재미없을거임.





애초에 혼자 어딜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예전....그러니까 세어보니 4년 전 무렵까지는 일주일 한번씩 건반 때리러 연습실도 가고, 

일년에 한 번쯤은 해외 나간 친구가 한국에 오면 얼굴 보러도 가고,

그 정도로 돌아다니긴 했었다.

뭐....일단 출퇴근을 개인적인 외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예전에는 담배 물러 집앞이라도 나갔는데, 요즘은 집에 있을땐 담배에 손도 안댄다. 일하러 가면 현장가서 피운다.

일하다 몸을 많이 버린 근래에는 장 보러 가는것도 짝궁 혼자서 간다. 내가 간다고 하면 극구 말리면서 나를 앉히는 판국이다.

친구 한 명은 일본에 건너간지 몇 년 되었다. 나를 많이 도와준 선배 한 분은 부산에 있다. 난 수도권에 있으니까, 좀 멀다.


우한폐렴이 돌기 얼마 전부터 내 건강 자체가 악화되서 출퇴근 외에는 거의 누워만 있었다.

그러다가 전염병 사태가 터진 후에는 일도 줄어서 나가는 날 자체가 줄었다.

일 년 정도는, 일을 한 번도 나가지 않기도 했다. 그 해, 나는 완전히 집 현관 밖을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작년 말에 아들내미가 떠났다.

짝궁이 내 옆에 가능한 한 계속 붙어있어 주었지만 이번 달에는 짝궁 부모님이 암이 악화되서 짝궁이 자주 나가보게 되었다.

집에 완전히 혼자 있게 된 건... 10년도 더 된 일이었다. 

결혼 전까지는 항상 혼자 살았었는데. 갑자기 혼자가 되니까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었다.

짝궁에게 잘난 척 있는대로 다 하면서 가르쳐주곤 하던 요리도 전혀 하고싶지 않다. 

놀기 위해 일하고 있으므로 시간만 나면 최선을 다해 놀 거라고 늘 그랬는데 게임도 손에 안 잡힌다.

잠은 두 시간정도 자면 깬다. 먹을 것도 손이 안 간다. 

집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 식구가 함께 무언가를 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같이 먹으려고 산 간식, 같이 하려고 질러둔 협동 게임, 같이 보려고 준비 해 둔 영화, 

이놈 줄려고 준비한 손바닥만한 그릇, 왜인지 수건을 깔아주는걸 좋아해서 이놈 잘때 항상 깔아주던 수건, 

집에서 혼자 할 일 같은건 생각해 두지 않았다.


어제 한 번, 혼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오랜만에 연습실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갈 준비를 할까 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나가는 것이 무서웠다. 어제는 관두었다.

오늘은 한가지 이유를 더 준비해 봤다. 병원에 갈 일도 미루고 있었으니까.

평소 어디 나갈땐 언제나 구두가 어울리도록 입고 나가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바꿔 보기로 했다.

머리랑 얼굴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절반은 마스크가 가려주는걸. 신경 써봐야 오크고 안쓰면 고블린인데 뭐 지랄.

헤드폰을 쓰고 나가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반드시 이어폰이었는데. 

헤드폰을 목에 걸치니 뒷머리를 묶지 않아도 바람에 날리지 않는 효과가 있더라. 의외로 편리했다.

현관 밖에 나가서 10분정도 걸을 때 까지는 이유 모를 공포감이 들었다. 

그래도 금방 사라져서, 심각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차는 짝궁에게 주었다. 지하철을 타 보는건 더 오랜만의 일이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타고 다녔는데, 언젠가부터 사소한 일도 차를 끌고 가게 되어서는.

적당히 서 있는데, 어느 구간에서인가 옆에 서있는 아저씨가 내가 내릴 때 까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가만히 한쪽에 잘 서있었는데..

혹시나 하고 내리자마자 옷 상태같은걸 살펴 봤지만 딱히 이상은 없었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는데 손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멈추질 않더라. 아마도 말초 순환장애 탓일거라 생각했다.


계단을 4층높이정도 올라갔더니 계단에선 괜찮다가 병원에 도착하니 숨이 미칠듯이 차서 멈추질 않았다.

간호사가 물어보길래 운동부족이라 계단좀 올랐더니 죽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주사를 놔 주면서 운동은 필수라고 말해주는데 뭔가 웃기더라. 아, 간김에 체중도 재달라고 할 걸 그랬다..


연습실에 갔는데 신기하게도 4년전 멤버들이 다 나와있었다.

말도 없이 찾아갔는데 다들 놀라서 인사해주더라.

왜인지 자리에 있던 크림빵을 잘라서 날 먹여주더라, 맛잇었다. 우유크림빵. 좋아하는거다.

아무렇지도 않게 잡담 좀 하고. 디아블로 4 한대더라. 

난 너무 비싸서 그건 생각중인데, 다음에 pc방 가서 해보자길래 그러자고 했다.. pc방 안가본지는 더 더 오래됐다.

정작 앉아서 곡 얘기같은건 하나도 안 했다. 아무래도 난 한동안 공연같은건 무리일테니까.

오랜만에 건반 좀 혼자 때려 보고, 커피 한 잔 얻어먹고, 담배 한 대 물고, 시시한 잡담만 두어시간 하다가 나왔다.

몇 년 만에 보자마자 푸념같은걸 하긴 좀 아닌 것 같더라. 


오는 길에 바람이 차갑더라. 손이 차가워지면 손 끝이 저리다. 잠깐 바람 맞은 것 같은데 오는 지하철에서 내내 저렸다.

내가 전화기에서 쓰던 음악 플레이어에 플레이리스트 편집 기능이 있다는걸 오늘 처음 알았다.

그동안은 폴더 나눠박고 그냥 그렇게 썼는데. 파일을 넣는 것 자체를 리스트를 짠다고 생각하고 늘 전체재생이었으니까.

이 플레이어 쓴지도 1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스마트폰은 나에게 어렵다. 게임 외에는 그리 오래 만지지 않아..


지하철 내려서 집까지 20분정도 걸어와야 하는데, 오는길이 되니 다리가 땡기더라.

안그래도 튼튼한 몸은 아니었는데 요즘 걷기도 안했으니 나약할대로 나약한 몸뚱이가 되었다.

예전엔 강한척 폼은 유지하고 걸었을텐데, ..뭘 이제와서. 대충 휘적휘적 걸어왔다. 그래도 구두는 끌리지 않게.

늘상 일 끝날때쯤 항상 아프던 고관절이 이제는 걷기만 했는데 아프기 시작했다. 하, 이거 산업재해 아닌가?


집에 돌아왔는데 손 떨리는건 끝났는데 이제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자세 잡고 서있었더니 허리도 땡기고, 허벅지도 아프고, 하 대충 좀비처럼 있을걸 그랬나보다. 

오늘 먹은게 연습실에서 얻어먹은 크림빵과 커피가 전부더라. 

오늘도 요리 손대긴 싫다. 이번 끼는 진라면으로 한다. 마늘은 필수다. 다른건 생략한다.


4년 만의 외출은 그다지 별 건 없더라. 하지만 별로 자주 나가고 싶진 않다.

싫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서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람은 반가웠고 오늘의 선곡도 좋았다.

처음 쓰고 나가본 헤드폰도 괜찮았고 지하철도 흔들림도 적었다.

그런데 다시 나가자고 생각을 하면 다시 막연하게 무섭다. 다음 외출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자리 앉아서 이제 부사장 얼굴 보려고 했는데 점검이네. 

나도 머신 갑 같은거 하나 가지고 싶다. 집에 앉아서 이거 대신 보내서 돌아다니게.